김은희 저
면수 136쪽 | 사이즈 130*190 | ISBN 979-11-5634-589-3 | 03810
| 값 13,000원 | 2024년 06월 30일 출간 | 문학 | 시 |
문의
임영숙(편집부) 02)2612-5552
책 소개
시와 시인을 생각하며
김은희 시집을 감상하면서 불현듯 스치는 경구를 생각했다. 요즘의 하늘이 꼭 옛날 어린 시절의 풍경화 같아서 이대로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순간 바보가 되어 난생처음으로 자연에 존경심을 그리고 신에게 순수한 인간들에게 감사의 인사말 하나 띄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은희 작품들을 보면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순전히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매개가 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남의 말을 하는데, 익숙하다 못해서 지나쳐 상함을 불러일으키는 안 좋은 습관의 포로가 되기 쉬운데, 김은희 시인의 대부분 작품이 자아를 위로하고, 자아에 힘과 소망을 그리고 할 수 있음의 확신과 삶의 의미를 쉴 사이 없이 주문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시대는 심기가 너무 약한 사람들이 흔하다.
그들이 빚어내는 관계성은 아주 위험천만의 다리 위에서 곡예를 하는 듯한 시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쉽게 선택하는 범죄행위의 하나가 폭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기를 포기하는 자살행위이다.
저자소개
강원도 횡성 출생
한때는 육상 선수를 꿈꾸기도 하였으나, 삶은 녹록지 않았고, 30여 년 동안 시를 통하여 고단한 시절 시와 함께하며 말로 전하지 못한 삶을 시(詩)라는 도구로 경작하여 극복해 가고 있다.
시인에게 있어서 시는 험한 길에서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힘겨운 생애의 길목에서는 자가발전 에너지원으로 무쇠 팔, 무쇠 다리 줌마렐라 삼남 일녀를 둔 무명 시인으로 노을이 지는 그날까지 시(詩)와의 인연을 소중히 지켜가고 싶은 마음이며 변함없는 연인으로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몇 번이고 다시 피는 재스민꽃으로 남기를 소망해 본다.
차례
시인의 말 ㆍ 4
작품 해설┃이충재(시인, 문학평론가)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시를 향해 소곡을 지어 부르는 연인 ㆍ 109
제1부 멈출 수 없기에
달빛으로 ㆍ 16
삼다도에는 ㆍ 17
잊지 말아야 하는 것 ㆍ 18
의도가 없어도 ㆍ 19
무엇으로 피어 나든지 ㆍ 20
같이 갈 거나 혼자 갈거나 ㆍ 21
늦었다 하더라도 ㆍ 23
지우려 하면 할수록 ㆍ 24
골이 깊으니 ㆍ 25
다 때가 있는 것 ㆍ 26
맘은 멀다 ㆍ 27
넋두리 ㆍ 28
세상일은 ㆍ 30
살아내는 건 ㆍ 31
마음 길 ㆍ 32
둥지를 지키는 어미 새 ㆍ 33
울지 못하는 새 ㆍ 34
제2부 홀로 가는 길
며느리 새 ㆍ 38
그날은 그랬어 ㆍ 39
홀로 가는 길 ㆍ 41
서리꽃 ㆍ 44
꽃 ㆍ 45
하루가 쌓이면 ㆍ 46
바람꽃 ㆍ 49
하늘로 보내는 ㆍ 50
비밀의 숲 ㆍ 51
유수와 같이 ㆍ 52
노류장화 ㆍ 53
이슬 편지 ㆍ 54
하늘이 높은 들 ㆍ 55
꽃보다 예쁜 ㆍ 56
박나물 ㆍ 57
얼음꽃 ㆍ 58
가지 많은 나무 ㆍ 59
제3부 그 이름은
당연한걸 ㆍ 63
시어미 용심 ㆍ 64
멈출 수 없었기에 ㆍ 66
깊은 슬픔 ㆍ 67
헛되이 꾸는 희망 ㆍ 69
그 이름은 ㆍ 70
나이 들수록 ㆍ 71
살다 보면 ㆍ 72
소년의 사랑 ㆍ 73
때를 기다리며 ㆍ 75
흔들어 보려거든 ㆍ 76
꿈 ㆍ 77
곱게 늙어가는 노을 ㆍ 78
상반되는 것으로 알아지는 것 ㆍ 79
골짜기 끝 집 ㆍ 80
산다는 건 ㆍ 81
마음이 오는 길 ㆍ 82
울고 싶은 날은 ㆍ 83
나만의 그리움 ㆍ 85
무엇이 더 남아서 ㆍ 86
제4부 어느날 문득
무심함보다 무정한 ㆍ 89
포차에서 ㆍ 90
엄마 자리 ㆍ 91
어느 날의 기억으로 ㆍ 92
마음의 눈이 멀면 ㆍ 93
어느 날 문득 ㆍ 94
사람이 떠난 자리 ㆍ 95
마음에 띄우는 ㆍ 96
별 하나의 그리움 ㆍ 97
온도가 다른 삶 ㆍ 98
또 다른 아쉬움 ㆍ 100
어제 그리고 내일 ㆍ 101
이별 후에 ㆍ 102
평정심 잃지 않기 ㆍ 103
네 자리 서럽다 하여 ㆍ 104
나는 너에게 ㆍ 105
공허한 날에 ㆍ 106
아주 오래도록 ㆍ 107
출판사 서평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시를 향해 소곡을 지어 부르는 연인
김은희 시집을 감상하면서 불현듯 스치는 경구를 생각했다. 요즘의 하늘이 꼭 옛날 어린 시절의 풍경화 같아서 이대로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순간 바보가 되어 난생처음으로 자연에 존경심을 그리고 신에게 순수한 인간들에게 감사의 인사말 하나 띄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은 <표현 불가능한 것에 대한 감지(感知)>에서 사람과 짐승의 소통 차이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들려주고 있다. 이는 이 시대가 이 경계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그러면서도 문명이라는 이데올로기의 거대한 성 앞에서 마치 난센스(nonsense) 같은 부끄러움을 대변하는 동시에 시인들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잠언이 깊게 내재해 있는 경고성 발언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은 “사람이 다른 짐승들과 다른 것은 그가 언어와 상징을 발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사이를 분별하게 되고,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에 의하여 넋을 잃기도 한다는 것이다. 장엄함에 대한 감각이야말로 인간이 예술을 하고 사색을 하고 고상한 삶을 살아가는 그 창조적 행위의 뿌리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그 어떤 식물(植物)도 이 땅에 비장(秘藏)된 생명력을 모두 다 펼쳐 보이지는 못하듯이, 그 어떤 예술 작품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음을 다 표현하지는 못한다. 그 깊음을 보면서 성자(聖者)들, 시인들 그리고 철학자들은 살아갈 따름이다. 우리가 보는 것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인류의 미완성 교향곡이 품고 있는 영원한 주제요, 한 번도 충족된 적이 없는 모험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김은희 시는 짐승의 단순 소통 도구가 아닌 인간의 참된 소통 도구로서 존엄성을 유지한 채, 가장 첫 번째는 자기 내면의 소통, 자기 영혼의 고뇌와 외로움 그리고 분노와 아픔까지를 대변하고 순화 혹은 정화 시키는 기능으로서 곁에 지니고 호흡하고 있다는데 가치를 둘 수 있겠다. 이 시대는 절로 자기 자랑이라는 최면에 걸려 순수성과 진정성을 잃고들 있으니, 마르틴 베를네가 고백한 바와 같이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라고 시대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그래서 시인들의 영혼 속에는 입술로 부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노래가 들어있는 것이다. 이 특권을 시인에게 허락하였으니 어찌 탁한 영혼을 지닌 채 물질의 노예가 되어 시대의 어그러진 싸움에 희생양이 되어 살겠는가? 김은희 작품들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 삼는 이유이다.
김은희 시인의 시 감상을 충분히 감상할 기회를 얻었다. 한 사람 시인의 첫 시집 원고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흥분되고 설레는 여정임이 틀림없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 - “사람이 온다는 건/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 이 시사 하는 바가 아닐지라도, 한 권의 시집을 만난다는 것은 시인의 비밀 없는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감사와 함께 설렘 가득한 여정에 참가자로 초청받는 절호의 기회가 되어 특권 의식마저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만큼 시 독자들이나 평자들은 시인의 혹은 시집 앞에서 겸허하고도 순수한 마음 그리고 절대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 한 편, 한 편을 감상하는 생활 습관을 지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시인의 모든 기능과 전설이 그리고 마음이 고스란히 시 독자나 평자에게 전이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인은 어떻게 시를 쓰고, 원 창작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책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게 되고, 좀 더 신실하고도 순수한 그리고 진정성 넘치는 자세와 철학으로 시 창작 작업에 임하게 된다.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서 자기 삶의 절차탁마(切磋琢磨)적 숙고의 삶을 충분히 살아내야 함은 물론 진솔하고도 순수한 영적 정신력을 기초로 한 자기희생적 삶을 충분히 살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인 자신이 자기의 작품에서 기쁨을 발견하지 못함은 물론, 가치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인의 생명을 단축하는 길을 스스로 재촉하는 계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독자와 평자들이 시인을 외면하게 됨을 잊지 않기를 바란 다. 이미 누구에게나 자신을 드러내 알리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 첫 번째 시를 쓰게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다음 창작 작업부터는 충분히 자기 책임성 있는 작품 세계에 돌입해야만 한다. 신 앞에서 단독자로 서듯 시 문학예술 앞에서 단독자, 거룩한 망명자 자세로 서야만 한다. 불행하게도 21세기 대한민국 문단에는 그렇게 결단하지 못하고 선언하지 못한 시인들이 도처에 많다. 이름조차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시인들의 수효가 적지 않음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이충재(시인, 문학평론가) 작품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