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風令 제4권 제32장 사랑이란…… ━━━━━━━━━━━━━━━━━━━━━━━━━━━━━━━━━━━
토민가(土民街). 언덕 저편 하늘가로 희끄무레하게 새벽 노을이 밝아오고 있다. 어둠을 밀어내며 부챗살처럼 번져가는 여명 아래 산 것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났고 이따금 푸드득거리며 산새들이 날아오를 때마 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이슬들이 빗방울처럼 후드득 쏟아져 내리는 토민가 언덕 위에 한 그루 나무가 서 있었다. 계수나무. 외따로 떨어진 통나무집 뜰 앞에 하늘을 향해 한껏 두 팔을 벌리 고 있는 계수나무는 오늘도 지나는 세월을 오연히 굽어보며 말없 이 서 있을 뿐이었다. 허나, 환우령은 계수나무가 멀찍이 보이는 언덕가에 올라서는 순 간 심장이 멈춰 버릴 듯한 전율에 휩싸이고 있었다. "추련…… 아……!" 목이 메어 흘러나오다 끊기는 음성. 계수나무 굵은 가지에는 새하얀 소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 여인의 섬려한 신형이 고개를 떨군 채 축 늘어져 있었다. 환우령은 가까이 가서 그 여인의 얼굴을 확인해 보기가 두려웠다. 아니 확인해 보기도 전에 환우령은 그 여인이 누구인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소추련…… 나의 첫사랑. 피어보기도 전에 모진 비바람에 꺾인 꽃처럼 아름다운 나의 여인 이 한 가닥 흰 줄에 매달려 허공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한 발…… 두 발…… 몽유병 환자처럼 무엇에 이끌리듯 다가가는 환우령의 걸음걸이는 천근 쇳덩이를 옮기는 듯 무겁고 느렸다. 그러다가 한순간 환우령의 전신을 뇌전처럼 수직으로 꿰뚫는 전율 이 있었다. 혀(舌)…… 목을 매어 죽는다는 것은 곧 목뼈가 목에 매인 끈에 조여져 부러 지고 숨이 막혀지는 질식사(窒息死)가 동반된다. 그렇게 되는 과 정 중 의당히 혀가 한 여름 더위에 지친 개가 그늘에 드러누워 숨 을 헐떡이듯 쑤욱 입술 밖으로 뽑혀져 나온다. 질식사되기 직전 한숨이라도 더 쉬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그런데 길게 뽑혀져 나와 있어야 할 혀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다!) 머릿속으로 한 줄기 서광(瑞光)이 스쳐지나가는 순간 환우령의 신 형은 빛살처럼 날아가 그녀의 신형을 받쳐 들었다. 떨린다. 그녀의 신형을 받쳐든 환우령의 양 손이 이토록 심하게 떨리는 것 은 무엇 때문일까? 환우령은 순식간에 그녀의 목에 걸린 침상보를 찢어 엮은 밧줄을 끊어내고 그녀의 신형을 조심스럽게 안아 내렸다. 그녀의 가슴에 귀를 대는 순간 그의 얼굴에 환희의 물결이 가득히 번져갔다. (뛴다! 새가슴처럼 미미하지만 추련이의 가슴은 아직도 뛰고 있 다!) 환우령은 황급히 그녀의 입술을 벌려 한 모금의 진기를 서서히 불 어 넣었다. "훗…… 후욱……!" 그러길 얼마일까? 핏기없이 새하얀 얼굴에 서서히 혈색(血色)이 돌기 시작할 때 환 우령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광소가 터졌다. "살았다! 와하하하하…… 추련이는 살았다구!" 그는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껑충껑충 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소추련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추련아! 눈을 떠봐! 나야, 나! 환우령이 왔다니까."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속눈썹에 이어 소추련의 두 눈이 천천히 뜨여졌 다. "오…… 빠." "그래, 추련아…… 나다." 그녀의 어깨를 으스러지도록 끌어 안으며 먼동이 터오는 새벽하늘 을 바라보는 환우령의 두 눈에는 이슬이 가득 고이고 있었다. (고맙소…… 하늘이든, 천지신명이든…… 누구든 다 고맙소!) 환우령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향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소추련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비맞은 파랑새처럼 가엾게 떨고 있었다. "오빠…… 날 죽게 내버려 둬, 제발……" 환우령은 그녀를 지그시 내려다 보며 붉고 도톰한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눌렀다. "추련아, 지금은 아무말도 하지 마라. 네가 다시 살아난 것만으로 도 내 가슴은 터질 듯하구나……" 바로 그때 소추련이 환우령의 가슴을 밀어내며 퉁겨져 나오려 했 다. "싫어!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둬.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단 말이야!" 그녀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도망치려는 순간이다. 철썩! 그녀의 좌측 뺨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떨어지는 그녀 의 고개가 환우령의 손에 의해 거칠게 올려졌다.
■ 黑風令 제4권 제32장 사랑이란…… -2 ━━━━━━━━━━━━━━━━━━━━━━━━━━━━━━━━━━━
② "추련아, 나를 봐라. 나를 똑바로 보란 말이다!" "……" "죽고 싶니? 정말로 죽고 싶니……!" 불을 토하듯 뜨겁고 격렬한 음성을 토해내는 환우령의 두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녀도 울고 있었다. 환우령은 그녀의 붉게 달아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말했다. "추련아, 이제 그 위선의 껍질을 벗어 버리고 솔직이 말해봐…… 네가 나를 남겨두고 죽고 싶은 것이 진심이더냐?" 그 순간 소추련은 환우령의 목을 와락 끌어 안으며 눈물젖은 두 뺨을 그의 얼굴에 미친 듯이 부볐다. "아냐! 아니야…… 흑흑, 내가 지금까지 진실로 두려워했던 것은 멸시의 눈초리도, 어둠 뿐인 절망도, 싸늘한 죽음도 아니었어…… 가장 무서운 것은 오빠로부터 버림받은 여자가 된다는 것을 생각 할 때마다 전신의 피가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 었던 거야……" 비오듯 흘러 내리는 눈물. 환우령은 그녀의 격렬하게 들먹이는 어깨를 힘주어 끌어 안으며 말했다. "추련아, 어두운 과거 따위는 잊어버려…… 불행했던 운명의 찌꺼 기 때문에 남은 일생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우리는 너무 젊 다." "……" "스쳐가는 바람결에 먼지 털 듯 훨훨 날려버리는 거야." 그녀는 축축하게 물기어린 눈망울로 환우령을 올려 보았다. "오빠, 나를 동정하지마. 그런다고 해서 잘못된 과거가 지워지지 는 않아." 투박한 손이 그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고 있었 다. "추련아, 너는 아직도 모르겠니…… 내가 너를 불꽃처럼 사랑고 있다는 것을." "정말…… 내가 기녀였다는 것을 알면서도요." 환우령은 빙긋이 웃었다. "그럼. 추련이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햇살처럼 투명한 웃음도, 어두웠던 과거도…… 심지어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하는 너의 그 악발이 같은 이기심(利己心)까지도 사랑한다니까." 소추련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가늘게 떨었다. "흑…… 정말이지. 난…… 죽고 싶지 않았어." "……" "이 계수나무까지 올라 오면서도 어디선가 오빠가 추련아 하고 부 르며 달려 올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뒤를 돌아 봤는지 몰라……" 환우령은 그녀의 고개를 가볍게 받쳐들고 입을 맞추었다. "추련아, 기쁜 날에는 우는 게 아니야. 웃는 거야. 한 번 웃어봐, 어서." "잘 안돼……!" "바보…… 웃어 보라니까." 소추련은 마지못해 눈물젖은 입술을 몇 번인가 움찔거리다가 환우 령의 가슴 속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들며 얼굴을 붉혔다. "아이, 난 몰라." 별로 길지 않은 생애(生涯)이건만 수많은 번뇌와 고통으로 얼룩진 꽃다운 소녀 소추련은 일찍이 오늘처럼 가슴 벅찬 기쁨을 느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추련아, 그만 내려 가자꾸나." 환우령이 그녀의 신형을 부축하며 일으키자 소추련은 일어나 걸을 생각을 안하고 여전히 환우령의 팔에 매달려 있었다. "싫어, 난 안갈거야." "왜……?" "다리에 힘이 없어서 걸을 수가 없어. 오빠가 업어줘야지 뭐… …!" 어린 듯 애교있는 음성에 환우령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돼." 소추련은 곱게 눈을 흘기며 봄날 창 틈으로 스며드는 아침햇살처 럼 화사하게 미소지었다. "어렸을 때는 잘 업어 줬으면서 지금은 왜 안된다는 거죠? 나를 사랑한다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이었지, 오빠는!" 그녀는 차갑게 쏘아 붙이며 다짜고짜 환우령의 등 뒤에 매달렸다. "추련아 잠깐, 다 큰 처녀가 업혀 다니면 남들이 흉보잖아." "흥! 흉 볼테면 보라지. 난 이제 사람들의 눈초리 따위는 겁나지 않아." 소추련은 환우령의 목을 뒤에서 바짝 끌어 안았다. (오빠만 내 곁에 있으면 말이야……) 환우령의 널찍한 등에 업힌 그녀는 이제 세상의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사람들의 냉소적인 눈초리, 어둠과 함께 썰물처럼 밀려드는 고독 (孤獨)도 그녀를 절망의 늪 속으로 던져버렸던 운명의 잔인함도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힐 수 없었고 그녀는 이제 꿈을 꿀 필요도 없 었다. 자신이 생명처럼 소중하게 사랑하는 님이 돌아 왔으니까…… 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우령오빠가 곁에 있으니까…… 환우령은 그녀를 업은 손에 힘을 주었다. (추련아, 네가 예전처럼 다시 밝은 미소를 찾을 수만 있다면 나는 평생이라도 너를 업고 다니마!)
黑風令 제4권 제32장 사랑이란…… -3 ━━━━━━━━━━━━━━━━━━━━━━━━━━━━━━━━━━━
③
걸음을 옮기려다 말고 문득 환우령은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 고 있는 소추련을 돌아보며 말했다. "추련아, 한 가지 잊은 것이 있다." "뭔데?" 환우령은 말없이 계수나무 밑으로 다가갔다. 계피향을 짙게 풍기는 계수나무 중간에는 또 하나의 글귀(字句)가 삐뚤삐뚤 새겨지고 있었다. 환우령(環宇翎)은 내 남편(男便)이다. 소추련(蘇秋蓮)은 내 아내(內子)다. 글씨는 보잘 것 없지만 거기에는 두 사람의 조건없는 진실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한 사내와 한 여자는 새벽 하늘가로 희끄무레하게 번져가는 여명 의 햇살을 받으며 새벽공기 산뜻한 토민가 언덕을 천천히 내려가 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내.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외로이 서 있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우령아, 말없이 떠나는 나를 용서해 다오." 거대한 체구의 사내는 소추련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이 년여에 걸 쳐 홍등가를 배회하던 황노산이었다. 황노산의 눈자위는 붉게 충 혈되어 있었다. "내가 이렇게 말없이 떠나는 까닭은 쓸쓸하게 돌아서 가는 내 초 라한 뒷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흐르는 눈물을 삼키려는 것일까? 황노산의 시선은 고개를 들어 한가로이 흘러가는 실구름을 따른 다. "그러나 못견딜 정도로 괴로운 것만은 아니다." 스물스물 물러가는 어둠 속으로 황노산은 사라져 갔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우직하기만 했던 한 사내의 축축하게 물기어 린 음성만이 죽음보다 더 짙은 허무로 남아 있었다. "추련이가 행복해진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 黑風令 제4권 제32장 사랑이란…… -4 ━━━━━━━━━━━━━━━━━━━━━━━━━━━━━━━━━━━
④ 북해(北海)- 연경 시내에서 동북방으로 가다보면 바다(海)의 일부분을 잘라놓 은 듯한 거대한 호수(湖水)가 나온다. 거란족이 세운 요(遼)나라 때 인공으로 만들어진 이 북해호수는 남북으로 십오리(十五里), 동서로 칠리(七里)나 달할 정도로 넓을 뿐만 아니라, 요나라 황제가 흙과 돌을 날라 만든 인공섬(人工島) 경도(瓊島)가 호수 가운데 자리해 있다. 경도에는 라마교 양식의 백탑(白塔)이 세워져 있다. 환우령과 소추련은 북해호반을 거닐었다. 파도에 산산이 부서지는 달빛을 바라보며 환우령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소추련은 정이 담뿍 담긴 눈빛으로 환우령을 바라보며 살 포시 미소를 지었다. "오빠! 오빠는 그동안 무엇을 했어?" 환우령은 서늘하도록 밝게 빛나는 눈으로 소추련의 자태를 훑어보 면서 나직이 대꾸했다. "나는 너만을 생각했다." 소추련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살짝 눈을 흘겼다. "흥! 누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 다른 아름다운 아가씨와 사랑을 속삭였을 거야." 환우령은 문득 모용설 등의 여인들 모습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졌 다. 소추련은 새침해져서 쫑알댔다. "흥, 그것 봐! 할말이 없으니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지." 환우령은 소추련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추련아, 오해 하지마.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련이를 두고 그 누구를 사랑하겠어?" 소추련은 환우령의 뜨거운 입김이 귓볼에 와닿자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행복한 웃음을 흘리면서 환우령에게 정겨운 시선을 던졌 다.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샐죽해졌다. "흥! 지금 나를 놀리는거지. 웃는 것을 보면 다 알 수 있어." 환우령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목소리는 드높게 하늘로 퍼져갔으며 짙은 검미가 위로 살짝 치켜 올라갔다. "하하하…… 어찌 내가 널 두고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렸겠느냐. 난……" 환우령은 잠깐 말 끝을 흐리다가 눈에서 신비한 빛을 뿜어냈다. "오로지 지엄하신 너밖에는 없어." 소추련은 등을 돌렸다. "피! 오빠같은 난봉꾼이 어찌 나 하나로 만족하겠어." 소추련은 몸을 돌려 환우령을 똑바로 주시하면서 입술을 삐죽 내 밀었다. 환우령은 가볍게 소추련의 어깨를 쳤다. 소추련은 어깨에 닿은 환우령의 손을 뿌리쳤다. "흥! 지금처럼 분위기를 잡고 다른 여자 꼬셨지. 하지만 난 안넘 어가." 앙칼진 그녀의 말에 환우령은 어이가 없는지 멍하니 소추련을 바 라보았다. 소추련은 그가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않자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순간, 그녀의 가을 호수처럼 서늘한 눈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흑흑……" 그녀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나직이 흐느꼈다. 환우령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소추련의 곁으로 다가갔다. "추련아, 내가 잘못했으니 한 번만 용서해 주시는 게 어떠니, 내 가 잘못했다." 소추련은 그의 말을 듣자 슬픔이 더욱 더 복받쳐 올랐다. "흑흑…… 내가 싫으면 가란 말이야, 가면 되잖아." 환우령은 소추련의 어깨를 잡았다. 소추련은 이번에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여인 특유의 냄새가 흘러나오자 환우령은 코를 벌름거려 길게 들이마셨다. 환우령은 부드럽게 말했다. "추련이는 정말 울보군." "흑흑흑…… 내가 누구 때문에 울보가 됐는데……" 소추련은 환우령의 품으로 몸을 던졌다. 환우령은 부드러운 몸이 안겨오자 당황했으나 곧 그녀의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몸을 끌어 안았다. 소추련의 알맞게 솟아오른 풍만한 젖가슴이 환우령의 가슴을 살며시 압박해 왔다. 소추련은 환우령의 탄탄하기 이를 데 없는 널찍한 가슴에 안기자 돌연 행복감을 맛보았다. 그녀는 더욱 더 환우령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녀의 앵두같이 붉은 입술이 살며시 벌어지더니 하얀 이가 드러 났다. "추련!" 환우령은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으음……" 그녀는 물기젖은 촉촉한 입술을 살짝 앞으로 내밀더니 고혹한 신 음을 토해냈다. 환우령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녀의 길다란 속눈썹이 살짝 감기면서 뺨에 예쁜 보조개가 파였 다. 黑風令 제4권 제32장 사랑이란…… -5 ━━━━━━━━━━━━━━━━━━━━━━━━━━━━━━━━━━━
⑤ 환우령은 두툼한 입술로 그녀의 배꽃처럼 촉촉히 젖어있는 입술을 덮어 눌렀다. "음!" 그녀는 나직한 신음을 토해내더니 옥같이 하얀 팔을 들어 환우령 의 목을 얼싸안았다. 환우령은 보드라운 그녀의 혀를 힘껏 빨았다. 소추련은 황홀한 기분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녀의 의식 속에서 사라지고 다만 행복한 마음 만이 그녀의 작은 가슴에 흘러내렸다. 이대로 영원히 멈추어 있고 싶었다. 환우령의 가슴에 안겨 건강한 몸을 끌어안고 싶었다. 잠시 행복에 찬 입맞춤이 끝났다. 환우령의 입술이 소추련의 얄팍 한 입술에서 떨어졌다. "으응! 싫어." 소추련은 양볼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환우령의 품에 얼굴을 푹 묻 어버렸다. 잠시 행복한 순간을 음미하던 소추련은 살며시 환우령 을 밀어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면서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가끔 힐 끔 환우령을 바라보았다. 환우령은 삼단결같은 머리결을 바라보면서 나직이 속삭였다. "추련아, 우리 저 놀이배를 타지 않겠니?" 소추련은 고개를 들어 환우령이 가리키는 놀이배를 바라보았다. 놀이배는 파란색이었는데 일반 놀이배보다도 훨씬 컸다. 그 놀이배에는 붉은 깃발이 걸려 있었다. 부는 바람결에 기는 이리저리로 펄럭였다. "킥!" 소추련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눈을 흘리며 환우령을 쏘아 보았다. "흥! 오빠 버릇 또 나왔구나." 환우령은 머쓱하니 소추련을 바라보았다. 기실 북해호수에 떠있는 많은 놀이배 가운데 크고 화려하며 붉은 기가 걸려 있는 배를 화선(花船)이라 부른다. 화선은 사랑하는 연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놀이배로 화선 중앙의 선실은 일류객방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욕실에서부터 서너 명이 한꺼번에 굴러도 될 만한 커다란 침상, 한쪽 탁자에 마련된 간단한 술과 안주들은 바 로 화선이 사랑의 배임을 말해준다. 환우령은 씨익 웃었다. "왜? 싫어?" 환우령은 소추련의 둥그런 어깨를 살짝 잡으면서 귓가에 대고 나 직이 속삭였다. "그런데 나는 꼭 배를 타고 싶은데…… 찰랑이는 배 안에서 배를 타고 싶단 말이야. 지금 당장……" (배 안에서 배를 탄다고…… 어마마!) 일순 그 말을 음미하던 소추련의 얼굴이 붉어졌다. 소추련은 가볍게 환우령의 어깨를 꼬집었다. "흥! 오빠는 정말 못 말려." 소추련은 그를 응시하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두 남녀는 정겹게 서로 마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달빛도 그들의 모습에 즐거운 듯 은모래를 사방으로 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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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감사합니다..즐감하고 갑니다.
다녀갑니다
추련이는 고생끝 행복 시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