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간접점유 업체···손해방지 필요한 주의 해태 인정할 수 없다면 보험사, 대표회의에 구상금 청구 못해

[베를린]

창고 간접점유 업체···손해방지 필요한 주의 해태 인정할 수 없다면 보험사, 대표회의에 구상금 청구 못해

대구지법 판결

아파트 창고를 직접 점유하고 있는 업체와 하자관리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창고를 간접점유하고 있더라도 해당 업체들이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면 보험사는 대표회의에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기현 부장판사)는 최근 대구 달서구 A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 소유 건설사 B사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C사가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보험사 C사에게 1589만원을 지급하라”는 제1심 판결을 인정, 보험사 C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는 관리주체의 업무에 해당하고, 피고 대표회의는 D사에 아파트 관리를 위탁하는 한편 하자보수용역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E서비스로 하여금 이 아파트 공용부분 중 일부인 창고를 사용하게 했다”며 “이 사건 화재 당시 창고를 직접 점유한 주체는 D사 또는 E서비스이고, 피고 대표회의는 단지 위와 같은 점유매개관계를 통해 창고를 간접점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창고의 간접점유자인 피고 대표회의가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라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먼저 창고의 직접점유자인 D사 또는 E서비스가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았음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원고 보험사 C사의 구체적인 주장, 입증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창고에 실리콘과 도배지 등 불이 쉽게 붙는 자재가 보관돼 있었고, 멀티탭에 전동드라이버와 충전기, 공유기가 꼽혀 있었던 점, 하자보수 일을 하는 작업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소로 창고를 이용했던 점, 선풍기 전원코드에서 전기적 용융흔이 발견된 점 등에 비춰 보면, 창고의 직접점유자들이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제1심 판결 중 피고 대표회의에 대한 부분은 정당하므로, 원고 보험사 C사의 항소는 이유 없다”며 “원고 보험사 C사의 피고 대표회의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3년 11월 11일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D사 소유의 자동차가 불에 타 훼손됐다.

E서비스 직원 F씨가 이 화재를 최초로 목격, 지난 2013년 11월 12일 대구성서경찰서에서 ‘하자보수를 한 후 창고로 돌아와 있다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창고 출입문을 닫고 나가 식사를 한 후 창고로 돌아와 문을 여니 창고 구석에 놓인 정수기 주위에 불꽃이 있어 관리실에 전화를 하고 119에 신고했다’고 사고조사에서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감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구성서경찰서는 ‘전기적 용융흔을 발화 관련 특이점으로 볼 수 있으나, 담배꽁초 등에 의한 발화 여부도 배제할 수 없어 정확한 발화원인은 불명’이라고 감식했다.

이후 보험사 C사는 D사에 차량 소훼로 인한 보험금 1589만원을 지급한 후 “대표회의는 보험사에 1589만원을 지급하라”며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같은 기각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