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한옥레스토랑 ‘고당’ 뒤뜰 기와와 황토로 만든 굴뚝을 타고 환한 참으아리 꽃이 꽃사태를 이루고 있다.
순백의 참으아리꽃은 보통은 4장의 꽃잎을 가지며 간혹 5장을 가지기도 한다. 무리지어 피고 향기가 짙다.
연보라색 꽃잎의 큰꽃으아리. 흔히 클레마티스라고 한다. 꽃잎이 6개다.
‘덩굴식물의 여왕’…꽃말은 ‘고결’‘아름다운 당신의 마음’
서양은 ‘클레마티스’…뿌리는 영험하다고 위령선(威靈仙), 독성 주의
‘줄기는 가느다란데/웬 꽃들이 저리 수없이 피었나/멀리서 보아도 눈동자 설레발치네/온몸, 팔다리 쑤시고 저려도/환한 꽃 세상을 밝게 피우고/향기 온누리 퍼뜨리니 좋아라 좋아라/내일 가더라도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는 가슴이여!/바로 참으아리, /너의 아름다운 마음 때문 이구나’
임해량 시인의 시 ‘참으아리 꽃 꿈’이다. 작지만 꽃사태를 이루는 순백색 꽃송이의 참으아리(C. terniflora)의 은은한 향기가 전해온다. 으아리는 꽃무지나 벌, 나비 등이 좋아하는 식물이다. 시인이 ‘내일 가더라도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는 가슴이여, 너의 아름다운 마음 때문이구나’라고 한 것처럼 꽃말은 ‘고결’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이다. 참으아리는 보통은 4장의 꽃잎을 갖는데 간혹 5장을 갖기도 한다.
쌍떡잎식물로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원산지는 주로 전세계 온대지방으로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는 종이 있다. 특히 으아리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 자생하는 낙엽 덩굴식물로 햇볕이 비교적 잘 들고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 꽃은 6~8월에 핀다.ㅡ
으아리는 ‘덩굴식물의 여왕’이란 닉네임을 갖고 있다. 풍성한 덩굴과 아름다운 꽃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탓에 ‘아가씨의 휴식처’라는 별명이 잘 어울린다.
일반적으로 영어인 클레마티스(Clematis)는 자생종이 아닌 도입종이나 원예용 개량종을 일컫는다. 덩굴식물을 뜻하는 그리스의 ‘klema’가 어원이다. 실제로는 덩굴 손이 뻗는 것은 아니다. 잎자루가 가늘고 길게 자라는 식물로, 잎과 줄기가 무성하게 자란다. 크고 아름다운 꽃을 계속해서 피워내고 꽃의 색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관상학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클레마티스 종은 30여 종이다. 으아리에게도 비밀이 숨어 있다. 5∼6월에 피는 흰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이 아닌 꽃받침이 변형된 것이다. 수분을 위해 곤충을 유인하는 역할로 ‘꽃 날개’라고 한다.
우리나라 자생종인 큰꽃으아리의 단아한 모습은 꽃말처럼 ‘고결’하게 다가온다. 가녀린 줄기에 비해 크고 화려한 꽃은 실제는 꽃잎이 없고 꽃받침과 수술로만 이루어져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함일까. 으아리 꽃,클레마티스는 세계적으로 300여종이 자생한다. 지금은 유럽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한때 영국의 왕실에서만 키우는 꽃으로 별명이 ‘귀족꽃’이었다고 한다.
꽃이 피는 환경이 약간 까다롭다고 한다. 특히 충분한 물과 영양을 필요로 해 주의를 요한다. 나무 둥지나, 굴뚝 등 다른 무언가에 의지해 타고 올라가며 잘 자라는 성질이 있어 유럽에서는 ‘사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으아리 뿌리는 위령선(威靈仙)이라 부른다. 약의 성질이 위엄있고 신선과 같이 영험하다는 의미다. 한의에서는 사지마비나 중풍을 다스리는 약재로 좋은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을 없애고 오장의 기능을 향진시키며 경락을 통하게 하고 통증을 멎게 하는 작용이 빠른 편이다. 약성이 강해서 걸음을 걷지 못하는 환자가 아침에 위령선을 먹고 오후에 걸어 다닌다고 할 만큼 약효가 빠르다고 한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전문가의 도움과 주의가 필요하다.
‘으아리’라는 독특한 이름을 둘러싸고 ‘으아악’비명이나 ‘아리’는 통증 등에서 유래됐다는 등 설이 분분하다. 조상들이 산에서 나무를 해서 난방을 하던 시절, 많은 나무를 지게에 실어 그 나무들이 쏟아지지 않도록 묶을 때 끈을 사용해야 했는데, 준비된 끈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 주로 산에서 자라는 덩굴성식물인 칡이나, 싸리나무 줄기를 벗겨 끈으로 사용하곤 했다. 칡줄기는 그냥 보아도 튼튼해 보이지만, 으아리의 줄기는 가늘어 맨손으로 잡아채다 보면 질긴 으아리의 줄기가 끊어지지 않아 오히려 손바닥 살을 파고들어 상처가 나기 쉽다. 그러다보니 예상치 못한 아픔에 본인도 모르게 ‘으악’하고 비명을 지른다 하여 으아리라는 식물이름이 탄생했다고도 한다.
또다른 설도 있다. 지금까지 전하는 몇몇 기록에 ‘어사리’와 ‘우알이’란 이름이 나오고, ‘으아리’는 맛이 맵고 아리기 때문에 잘못 이용할 경우 아리는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런 점으로 인해 약재로 사용하던 중국 명칭 ‘위령선’이 ‘우렁선이’, ‘어사리’, ‘우알이’를 거쳐 ‘으아리’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