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이던 시절 심사자 중 한 사람이 언급한 ‘공기 반 소리 반’이 꽤 화제가 됐었다. 자신이 가진 목소리에 감성을 더 불어넣는 방법일 텐데 최근에 이 표현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가파르게 오른 물가 때문에 음식점의 공깃밥에 ‘공기가 반’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가 하면 쌀 소비가 줄어 한 사람이 하루에 먹는 밥의 양이 한 공기 반밖에 안 된다는 기사도 나온다.
밥은 어디에 담아야 할까? 우리의 밥상에서 밥그릇과 국그릇의 모양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밥그릇은 국그릇보다 입구는 좁지만 높이는 더 높다. 따라서 사기로 만든 사발이나 놋쇠, 스테인리스 등으로 만든 주발이 밥을 담는 역할을 주로 해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빈 그릇을 뜻하는 ‘공기(空器)’가 밥그릇이나 밥의 양을 재는 단위로 쓰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음식을 담지 않은 모든 그릇이 공기이니 공기를 밥에 한정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데 말이다.
1938년에 간행된 사전에서는 공기를 빈 그릇의 뜻으로 풀이해 놓았지만 1920년대의 신문에서는 공기를 밥을 담는 그릇의 용도로 쓰고 있다. 우리의 밥상에서 밥이 가장 중요하니 이런 용법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용법에 불을 지핀 것은 식당에서 요리에 밥이 포함돼 있지 않아 별도로 주문해야 하는 ‘공깃밥’일 것이다.
우리에게 식당은 ‘밥’을 먹는 곳이니 ‘공깃밥 별도’라는 문구는 왠지 인심이 사나워 보인다. 반면, 먹성 좋은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의 ‘공깃밥 무제한’이란 문구는 한없이 푸근해 보인다. 그런데 그 공깃밥에 변화가 보인다. ‘공깃밥 천원’이 불문율이었는데 물가가 오르다 보니 천원에 맞춰 공기(空器)에 공기(空氣)를 더 많이 담게 된 것이다. 다른 음식을 더 먹어 쌀 소비는 줄고 있지만 ‘밥심’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밥의 양이 곧 쓸 수 있는 힘의 양이다. 공깃밥에는 역시 밥이 훨씬 더 많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