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의 중앙난방방식을 개별난방방식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배관(시가 1억7,000만원 상당)을 관할 관청의 행위허가도 받지 않은 채 공사업체로 하여금 철거·판매토록 동의해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그 금액의 50%를 아파트에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진환 부장판사)는 최근 강원도 원주시 모 아파트 입대의가 개별난방 전환공사 및 부스터펌프 공사를 수행한 A사와 A사 소속 현장대리인 그리고 입대의 전 회장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전 회장 B씨는 약 8,500만원을 입대의에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관련 판례평석 11면 게재>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인 2012년경 이 아파트는 난방방식을 기존의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A사를 통해 약 3억8,000만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A사는 시가 1억7,000만원에 상당한 기존 배관 일부를 철거해 고철상에 판매했는데 당시 입대의 회장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아파트 입대의에서는 회장 등을 특수절도 혐의로 고소했으나 배관 처분권자인 회장이 배관 철거를 승낙했기에 특수절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4년 12월 말경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회장은 배관을 철거하면서 관할 관청으로부터 행위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015년 2월 말경 주택법 위반죄가 적용돼 3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배관의 처분권자인 회장 B씨의 동의로 배관을 철거했기에 행위허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주택법 위반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철거에 대한 동의 행위 자체의 사법상 효력을 부정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절도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B씨에 대해 입대의 회장으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물었다.
개별난방공사에 관한 시방서 말미에 ‘공사 완료 후 폐관로들은 철거를 원칙으로 하되 관로 철거 시 석면 등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므로 폐관로 등 고철 등과 같이 폐기물 또한 시공업체에서 일괄 처리한다’고 기재돼 있으나 A사가 이는 공사계약 이후 사후에 작성된 것이라고 진술한데다, 당시 관리소장도 ‘회장 B씨의 지시 하에 이미 배관이 철거돼 매각된 상황에서 사전에 계획된 철거공사를 위장하기 위해 현장대리인으로부터 수정된 시방서를 받았다’는 취지의 소명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관 철거비용이나 판매비용이 상당함에도 아무런 자료를 남기지 않은 채 배관 철거를 승낙한 점, 배관 철거를 하려면 입주민 동의 및 관할관청의 행위허가 승인이 필요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은 점, 적법한 절차를 통해 배관을 철거·판매했더라면 A사가 아닌 B씨가 그에 상응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볼 때 “B씨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배관 시가 상당에 대해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배관 시가 등에 비춰 배관 철거에 상당한 철거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B씨의 손해배상금액을 배관 시가의 50%로 제한했다.
한편 이 아파트는 개별난방 전환공사기간이 끝나갈 무렵 부스터펌프 설치공사도 추진했는데 기존의 고가탱크 급수공급에서 부스터펌프 급수공급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지명경쟁입찰을 통해 A사를 부스터펌프 설치 공사업체로 선정, 약 1억2,340만원의 공사를 진행했다. 아파트 입대의 측은 부스터펌프 공사와 관련해 미시공한 부분이 있는 등 A사가 부실공사를 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공사계약상 A사는 총 공사대금 범위 내에서 공사범위 및 투입자재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며 “A사가 미시공 등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은 공사계약을 위반해 얻은 부당이득이므로 이를 반환하거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감정결과에 따라 A사는 공사하기로 한 내역 중 미시공한 위생설비공사, 소방설비공사 등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상당한 약 1,850만원을 입대의에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한 피고 측 A사와 전 회장 B씨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