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아주 길었다.
한창 낮 시간이라 햇빛이 쨍쨍해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지만,
내 다리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걸었다.
그저 발 가는 데로, 목적지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어느새 해가 저물 때가 다 될 때 까지.
그렇게, 그렇게 계속 걷기만 하던 내 앞에 우거진 숲이 나타났다.
나는 고개를 들어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숲의 입구에서 저 안쪽 숲까지 이어져 있는 듯한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냥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곳에 가면 뭐가를 알게 될 것만 같았다.
그 곳에 가면 증거를 남길만한 것이 있을 것 같았다. .
오래 지나지 않아 눈앞에 보이는 철조망에 의해 내 걸음은 멈춰졌다.
나는, 내 머리는 이제 돌아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발은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인지 나를 철조망 기둥 바로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지끈-
[증거를 남겨야 해.]
순간 머리가 갑자기 지끈거리더니 무당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이었던 걸까.
[증거를 남겨야 해.]
무당의 목소리가 환청이 아니라는 걸 알리는 듯이 다시 들렸다.
[증거를 남겨야 해.]
[꺄하하하하.]
또.
그런데 이번은 조금 다르다.
무당의 목소리 끝에 한 소녀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증거를 남겨야 해.]
[꺄하하하하.]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보이는 것은 그저 어둑어둑해진 나무들 뿐.
[증거를 남겨야 해.]
[꺄하하하하.]
소녀의 웃음소리가 끝나자마자 한 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한줄기의 산들바람이지만, 바람과 맞서는 피부가 곤두선다.
춥다.
한여름인데도 춥다.
[증거를 남겨야 해.]
[꺄하하하하.]
[증거를 남겨야 해.]
[꺄하하하하.]
울림은 멈추지 않는다.
계속, 계속 산들바람을 일으키며 울림은 산 전체로 퍼져나간다.
크고 작은 울림이 귓속을 마구 배회한다.
두통 아닌 통증이 머릿속으로 퍼져나간다.
눈을 질끈 감고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울림은 멈추지 않는다.
“알았어! 알았다구! 증거를 남길게! 남길테니까, 제발!!”
들어주는 이 없는 숲 속이 떠나가라고 소리쳤을 때, 고통의 소리가 멎었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가다듬고 있는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증거 남길 거야?-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내게는 그 어느 공포보다도 무서운 소음으로 다가왔다.
“나, 남길게. 남겨. 남길거니까, 제발.”
겁에 질려 떨리고 있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하자,
공포에 질려있던 시야에 철조망이 들어왔다.
“처, 철조망?”
아직도 쿵쾅쿵쾅 정상 박동을 넘어선 심장을 진정시키며
철조망을 보고 있는데, 어떤 영상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펼쳐졌다.
어떤 아이가 철조망 근처에서 피를 흘리는…. 피?!
[꺄하하하하. 꺄하하하하.]
소녀는 머릿속에 잠시 떠오른 것이 지워지자마자 높게 웃기 시작했다.
어제 무당이 문 밖에서 웃었던 소리와 똑같은 웃음소리.
온 몸을 사로잡는 듯한 괴로움이 조여오자, 난 눈앞에 있는 철조망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소녀의 웃음소리가 귓속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며, 고요한 숲 속을 진동시킬 정도로 아주 세게.
이 피가, 내 머리에서 나오고 있는 피가 내가 걸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비탈길로 굴러 떨어진 것 같다.
그러나 철조망에 머리를 박았는데도, 무당이 원했던 증거를 남겼는데도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도 나는 소녀의 비웃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놓았다.
[꺄하하하하. 꺄하하하. 꺄하하. 꺄하….]
소녀의 웃음소리가 점점 사라져간다.
점차 사라져가던 고통의 소리가 멎었을 때, 나는 눈을 뜰 수 있었다.
하얀 천장.
야광별이 붙어있는 내 방 천장도, 악몽의 괴물 숲의 하늘도 하닌 그저 하얀 천장.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니, 병원이다.
덜컥-
“고은아? 일어났어?”
문 쪽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휴. 얼마나 놀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리는 경우가 어딨니?”
엄마는 조심스레 병실 문을 닫으시며 천천히 침대를 향해 걸어오시며 말씀하셨다.
“그 때 찾아온 무당 있지?
그 무당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네가 쓰러져있던 숲에서 1년 전에 죽었다더라.”
무당 딸? 그럼 그 웃음소리를 낸 소녀가…
“그런데 1년 뒤, 그 딸이 죽은 날짜랑 같은 시간에 네가 그 장소에서 죽을 뻔 했다고 하니…
몸은 괜찮고? 참. 목마르지? 음료수 마실래?”
엄마는 냉장고에서 오렌지 쥬스 1병을 꺼내시고는
배개에 기대어 음료수를 받으려는 내게 음료수를 건네주려 하셨…는데.
왜 나를 스쳐 뒤쪽에 음료수를…?
씨익-
이상한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내가, 음료수를 건네받고 있는 내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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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났습니다.
음..
어색하거나 이상하다거나 고쳐야 할 부분
또는 잘 이해가 안간다는 부분이 있으면 꼬릿말로 남겨주세요.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고치고 배워나가겠습니다!
악플, 태클을 먹고 사는 필자랍니다!!!
첫댓글 와아. 오싹했어요. 잘보구 갑니다 (생글
아직 미숙한 소설인데.. 감사합니다^-^
오싹해 ㅠㅠ
하하. 마지막에 반전이..
진짜 오싹;; 등허리에 짜악 흘러내리네요 =.=;;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 ^0^
어ㅓ머ㅓ.. 증거.<-_- 무당이 고은이?허ㅓㅓㅓㅓ 어떻게!나 자야되는데ㅠㅠ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 ^0^
?? 재밌긴 한데요.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어요ㅠ 이해력이 딸려서리…. 설명 좀 해주세요.
죽은 무당의 딸이 고은이의 몸 속으로 들어간 거에요. 무당이 고은이의 신발에 실을 넣은게, 그 장소로 고은이를 보내기 위함이었고, 딸과 똑같은 장소에서 사고가 나게하여 딸이 고은이의 몸 속에 들어갈 수 있게............. 이해 되셨나요..?
아~, 그렇구나! 친절한 설명 감사드려요. 으, 갑자기 오싹하네요;; 어우, 무당 나빴다. 근데 글 되게 잘 쓰세요~. 재밌게 읽었어요. 빨리 다른 이야기도 내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