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과 더불어-도불습유(道不拾遺)의 청도
두 남자가 길을 걷던 중에 한 남자가 길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다. 같이 가던 친구가 기뻐하며 말했다. “우리가 횡재 했구나.” 그 말을 듣고 지갑을 발견한 남자가 말했다. “아니, 지갑은 내가 발견했는데 우리라니? 그런 말 하지 말게나.”
얼마 후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이 그들을 뒤쫓아 왔다. 지갑을 처음 발견한 남자가 친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큰일 났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틀렸네, 지갑을 발견한 건 자네잖아. 자네가 혼자 지갑을 발견했다고 했으니 우리가 큰일 난 게 아니고 자네가 큰일이 났다고 해야지.” -이솝우화 ‘두 남자와 지갑’
지난 6월 14일 저녁에 MBN 김주하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에 아파트 공터에서 놀던 초등학교 학생들이 현금 300만 원을 주워 경찰에 신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린이들의 선행이기 때문에 채널을 돌리지 않고 인터뷰 영상까지 지켜보았다.
6월 11일 서울 숭인초등학교 6학년 조용훈(12)·김태민(12) 어린이는 한 아파트 공터를 지나다 땅 위에 오만원권 지폐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주운 돈이 모두 300만 원이나 되었다.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이 돈을 고스란히 지구대로 가져갔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의 층마다 두드리며 돈의 주인을 찾아 나선 끝에 분실자를 찾아 돌려줬다. 이 아파트에 사는 50대 주부였는데 에어컨을 사려고 모아둔 현금 300만 원을 이불 속에 넣어뒀다가 깜박 잊고 베란다에서 이불 먼지를 터는 도중 돈이 떨어진 것이었고 돈 주인은 돈이 없어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사는 청도의 군민 헌장(郡民憲章) 전문(前文)은 이렇게 시작한다.
“山紫水明한 山間僻地에 오순도순 모여 사는 우리 淸道郡民은 예부터 道不拾遺의 美風 속에 平和로이 살아왔다.” 청도를 도불습유(道不拾遺)의 고장이라고 한다. 청도 사람들은 길에 떨어져 있는 물건이 아무리 욕심나는 것이라 할지라도 자기 것이 아니면 절대로 주워가지 않는 아름다운 풍습을 잘 지켜오고 있다.
도불습유(道不拾遺)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 중 “吾臣有種首者 使備盜賊 則道不拾遺”에서 유래된 말로 전국시대 진나라 효공(孝公)이 공손앙(公孫鞅)을 기용하여 엄격한 법을 만들어 시행한 결과 도둑은 물론 길에 떨어진 것을 줍는 자가 없고 백성들의 생활이 넉넉해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형법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는 “①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 매장물을 횡령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점유이탈물(占有離脫物)이라 함은 점유자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점유를 떠났으되, 아직 누구의 점유에도 속하지 않는 물건을 말한다. 그리하여 유실물이나 표류물, 매장물은 그 예일 뿐이고 기타 잘못 점유한 물건, 타인이 두고 간 물건, 도주(逃走)한 가축, 잘못 배달된 우편물, 착오로 받은 돈이나 물건, 바람에 날려 뜰 안에 떨어진 세탁물 등과 같이 우연히 자기의 점유에 속하게 된 물건은 모두 점유 이탈물이다.
성경 레위기를 보면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여호와께 신실하지 못하여 범죄하되 곧 이웃이 맡긴 물건이나 전당물을 속이거나 도둑질하거나 착취하고도 사실을 부인하거나 남의 잃은 물건을 줍고도 사실을 부인하여 거짓 맹세하는 등 사람이 이 모든 일 중의 하나라도 행하여 범죄하면 이는 죄를 범하였고 죄가 있는 자니 그 훔친 것이나 착취한 것이나 맡은 것이나 잃은 물건을 주운 것이나 그 거짓 맹세한 모든 물건을 돌려보내되 곧 그 본래 물건에 오분의 일을 더하여 돌려보낼 것이니 그 죄가 드러나는 날에 그 임자에게 줄 것이요” (레 6:2~5)
http://blog.naver.com/kjyoun24/221029823651
첫댓글 "도불습유"의 청도고장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이번 제부도에서 홍하사가 "카드"를 분실하였는데
제부도 섬을 벗어나는 바닷길 중간쯤에 오니 카드회사로 부터 연락이 왔어요.분실신고한 카드를
줏은 사람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네요. 이미 재발급도 요청했고(무료) 그냥가면 되지만 신고를 한
그사람의 성의가 괘씸(?)하여 차돌려 그곳가서 사례금까지 주고 돌아왔습니다.그학생의 선행을~
잘 하셨습니다.
현실적인 이익보다 교육적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지요.
나이 들면서 어른 노릇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道不拾遺- 실천하기 쉽기도 하고, 잠시 망서려 질때도 있겠지요. 잘엮어진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