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수페르코파 경기가 펼쳐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무승부를 거뒀지만 원정에서 펼쳐진 2차전에서 한 점 차로 아쉽게 석패했다.
하지만 레알은 흔들리지 않았다.
라리가 개막전에서 6-0 대승을 기록하더니 시즌 내내 거의 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는 계속해서 고전했다.
라리가 16라운드에서 펼쳐진 엘 클라시코에서 1-3 패배를 당했다.
홈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레알은 바르셀로나를 꺾을 수 없었다.
국왕컵 8강에서도 레알은 바르셀로나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라리가 33경기 27승 4무 2패 / 승점 85점 / 107득점
레알 마드리드는 무려 33경기만에 승점 85점을 획득했고, 107번이나 상대의 골문을 흔들었다.
그런 팀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는 한없이 작아졌다.
선수들과 팬들의 자존심은 더 낮아질 곳이 없었다.
남은 라리가 경기에서 모두 이긴다면 최초로 승점 100점을 달성하는 팀이 될 수 있지만 바르셀로나 원정 경기가 남아 있었다.
물러날 곳이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를 점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경기당 3골을 넘게 넣으며 경쟁자들을 폭격하고 있던 팀이었지만 바르셀로나가 그만큼 강력했다.
하물며 일정 또한 최악이었다.
엘 클라시코가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경기 직전에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패배를 겪은 레알 입장에서는 연달아 남아 있는 두 경기가 시즌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게 됐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가진 상태에서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벤제마 /
호날두 외질 디마리아 /
케디라 알론소
/ 코엔트랑 라모스 페페 아르벨로아 /
카시야스
역시 호날두는 매서웠다.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골문을 노렸다.
발데스의 선방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무리뉴의 첫 번째 '키 워드'는 '압박'이었고 '키 플레이어'는 바로 라모스였다.
라모스는 상대 공격수가 볼을 막 받거나 컨트롤하려는 순간을 주로 노렸다.
라모스의 영리하고 강력한 압박 덕분에 레알은 공을 탈취할 수 있었다.
위의 세 장면은 고작 1분 만에 일어난 장면이다.
라모스의 실수로 레알이 위기를 맞는 장면도 있었지만 이 전술은 주효했다.
이니에스타는 원래 메시에게 공을 패스하려 했다.
하지만 라모스가 메시를 압박하자 급하게 패스 루트를 변경했고 이게 실수로 이어졌다.
과연 무리뉴의 전술이 통한 셈이다.
이어진 장면에서 레알은 역습 기회를 잘 활용했고 유효 슛까지 달성했다.
무리뉴의 두 번째 '키 워드'는 '세트-피스'였다.
바르셀로나에는 단신의 테크니션들이 많았기에 분명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는 레알이 유리했다.
실제로 당시 '절정의 바르셀로나를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코너킥이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존재했다.
앞서 호날두가 헤더로 바르셀로나를 놀라게 만들었고 이번에는 페페가 공중볼을 따내 득점을 직접적으로 도왔다.
고작 15분 정도 만에 레알 마드리드가 두 번이나 위협적인 찬스를 만든 것이다.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는 연습의 산물이었다.
무리뉴의 세 번째 '키 워드'는 '공간'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라인을 올리기 때문에 공을 탈취당하면 위험해진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강한 압박을 통해 공을 재탈취해오려 노력한다.
하지만 탈압박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광활한 공간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공간을 과감하게 노렸다.
경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후반전에는 바르셀로나도 달려들기 시작했다.
레알의 역습이 매섭게 진행되자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반칙으로 역습을 끊기 시작했다.
치열한 경기가 진행됐다.
바르셀로나가 동점골을 넣었다.
메시의 천재성, 이니에스타의 센스 그리고 산체스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또다시 승점 3점을 얻지 못하게 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모두가 걱정하던 그 순간, 스타가 등장했다.
결국 호날두였다.
외질의 아름다운 패스를 받은 호날두가 멋지게 마무리했다.
이 골이 곧 결승골이 됐고 레알은 드디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냈다.
그것도 원정에서.
이 날, 레알 마드리드가 얻은 것은 고작 승점 3점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부심을 회복했다.
대체 이 경기 전까지 몇 번이나 깨졌던가?
레알 마드리드는 드디어 '이번에도 이기는 것에 실패한다면 다음 번에도 힘들지 않을까?'라는 고통스러운 질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남은 라리가 경기에서 끝내 전승을 기록했다.
승점 100점. 득점 121점.
이 기록을 넘어서는 팀은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비록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엠블럼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훗날 '라 데시마'를 달성하게 되는 안첼로티의 레알 마드리드는 무리뉴의 팀과 결이 다르다.
안첼로티의 성공에 무리뉴가 기틀을 마련했다는 말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하지만 무리뉴는 레알 마드리드에 더 큰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이긴다는 것.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출처 - https://www.fmkorea.com/best/4530725703
첫댓글 저 시절 날강두는
???: 무리뉴는 축구를 해보지 않은 감독인데 전술을 논하면 얼마나 논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