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팬 ‘200만 시대’를 열었다. 이것은 산술적인 계산 즉 인터넷 동호회나 각종 격투기 포털 사이트에 활동하는 사람과 선수, 그리고 격투기방송 시청률 등을 고려해 만들어낸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대략 1000만 명 이상이 격투기를 좋아하거나 밥 샙이 누구인지, 효도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름은 들어보았을 거라 생각한다.
국민소득이 7,000달러~1만 달러를 넘어선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생긴다. 무엇 인고 하니 볼링이다.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도달하는 나라는 어김없이 볼링이 사회적으로 바람을 일으키게 되고, 그 바람이 잦아들 무렵이면 이미 15,000달러 시대에 근접하게 된다. 15,000달러 나라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스포츠가 바로 격투기다.
4만 달러인 일본은 현재 격투기문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이나 프랑스 호주 등도 후발주자 이지만 격투기가 하나의 문화코드로 정착 된지 오래다. 물론 흥행 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면 외국의 관중문화일 것이다. 외국에서는 격투기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많은 관중들로 대회 장소가 붐빈다.
한국?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지 못해서 일까? 공짜 표를 좋아해서 일까? 아니면 K-1처럼 화려한 조명과 선수들의 파워풀한 경기에 익숙해있어 국내경기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격투기 팬이라 자청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경기장으로 가서 느끼라는 것이다. K-1이나 PRIDE 경기장이 아닌 국내 경기장에 가서 보고, 느끼고, 응원하는 서포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너도나도 붉은 악마였고,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냈다. 어찌 보면 팬들의 성원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언론에서 발표한 격투기 팬 ‘200만 시대’에 걸맞은 관중문화정착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200만 명중 백분의 일 만 경기장을 찾아도 2만 명이라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2만 명이 경기장을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들어 본적이 없다. 2만관중이 꿈이라면 반으로 깎아 1만 명만 찾아온다 해도 우리나라 격투기는 격투기 붐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할 것이다.
최근 국내격투기시장이 다시 얼어붙기 시작했다. 정기적인 시합은 KOMA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대회는 언제 열리는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미 K-1과 같은 대형이벤트를 좋아한다. 한국도 대형이벤트성 대회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면 팬들이 경기장에 얼마나 찾아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한국선수가 외국선수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든 K-1처럼 화려하지 않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응원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국내 격투기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흥행 수입은 고스란히 다시 팬들에게 돌아간다.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더 화려한 무대로써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다. 아주 단순한 원리이고 다 아는 사실이지만 팬들이 찾아주지 않기에 격투기의 발전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200만 격투기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다음달 16일에 코마경기가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고 발표되었다. 이 글을 읽는 격투기 팬이라 자청하는 분들은 그날 한번 국내선수들에게 응원의 함성을 보여주자. 코마를 좋아하든 하지 않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내에 적어도 대표적인 브랜드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팬들이 마지막 남은 대회마저 외면한다면 그건 격투기 팬이 아니라 외국경기 응원단에 불과할 것이다. 효도르VS크로캅 경기에 관심을 보였던 분들, 극장까지 찾아가서 열렬히 응원했던 분들, 한번쯤은 국내시합에 찾아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 주시라.
팬이 만들어 내는 경기, 팬이 만들어내는 선수. 그것이 국내 격투기에 절실히 요구된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