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찬미”
진솔한 믿음의 작은 고백으로 시작한 물방울들이 모여 점차 개울을 이루고 그 개울이 큰 강이 되어 메마른 땅을 적시며 도도히 흐르다가 굽이굽이 산과 들을 휘감아 돌더니만 결국 엄청난 수량의 폭포로 변신해 화려한 무지개를 눈앞에 펼치는 장엄한 광경...
이는 찬양을 부르면서 내 눈앞에 그려진 장면이었다. 언제 불러도 감동적인 곡이다.
“나의 찬미”(My Tribute)는 안드레 크라우치(Andrae Crouch)의 곡으로 부제로는 “To God be the Glory”(하나님께 영광이)다.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그만 깜짝 놀랐다. 작곡자는 의외로 CCM 흑인 가수였다. 작곡자에게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겉보기에는 산적 두목(!)처럼 생겨 내가 찾는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여러 자료나 영상으로 재삼 확인해 보았지만 그 사람이 맞았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믿음의 고백을 들으며 내가 작곡자에 대해 얼마나 오해를 했는지 잠시 부끄러웠다. 얼굴은 산적 두목처럼 생겼지만, 이런 훌륭한 곡으로 믿음을 표현한 걸 보면서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우리 속담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아래에 동영상을 올렸으니 참고 바란다.
이 멜로디가 좋아 우리나라에서는 이호준, 김기영 등이 편곡을 했다. 우리가 드린 찬양은 김기영의 편곡으로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호준의 편곡보다는 김기영의 편곡이 더 맘에 든다. 왜냐하면 이호준의 편곡은 악보가 잘못 되었나 싶을 정도로 피아노 전주의 흐름이 영 어색하고 이상하나, 김기영 곡은 그 흐름이 무척 자연스럽다.
내가 독일에 있을 때, 한인교회에서는 독일로 유학 온 음대생들의 활약에 힘입어 매해 구역별 찬양대회를 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 곡을 알게 되었다.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어 배우기도 어렵지 않은 멜로디라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교인들도 쉽게 따라 불렀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잠시 잊고 있었다가 이번에 다시 찬양하게 되면서 다시금 옛 추억에 파묻혔다.
옛 추억...
미국도 그렇겠지만, 독일에는 음악을 공부하러 온 한국 학생들이 많아 어지간한 규모의 한인교회라면 찬양대의 수준이 대단히 높다. 내가 있던 교회도 찬양대원의 90% 이상이 음악 전공자(성악+기악)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독일교회는 독일교회를 빌려 사용하는 한인교회 찬양대의 찬양에 매료되어 한인교회가 주최하는 부활절 혹은 성탄절 연주를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한인교회 찬양대가 준비한 곡의 대부분은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였기에 독일 목사님은 한국어 가사를 독일어로 번역해 나눠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공부하라, 찬양 연습하랴, 번역하랴 며칠 간 끙끙대며 번역한 가사를 들고 목사님을 찾아가면 목사님은 꼭 사모님을 부르셨다. “나보다 내 아내가 더 똑똑하다”시며 말이다.
초등학교 교사이신 사모님은 역시 교사답게 꼼꼼하게 단어 하나하나 점검하시면서 수정해주셨는데 이게 매번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사모님의 점검을 받을 때마다 언제나 예외 없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며 심한 자책과 낙심을 했었다. 아무리 번역을 잘 하려고 해도 내 번역 실력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독일어는 외국인인 나로서는 도무지 극복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연주회가 되면 시작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인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까지 마치 대단한 공연장에 온 것처럼 대부분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교회와 마당에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연주시간을 기다렸다. 프로그램과 함께 나눠주면 독일 교인들은 연신 독일어 가사와 한인 찬양대를 보면서 찬양대가 부르는 곡에 온 마음을 다해 귀 기울여 들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연주가 끝나면, 그들은 우리가 집에 돌아가지도 못할 정도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독일인들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난주에 찬양을 하면서 과거 생각이 떠올라 잠시 끄적거려 보았다.
화제를 돌려서...
나는 토요일마다 교육대학원 수업이 잡혀 있어 허 장로님의 아들 결혼식과 대장 집사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대장 집사님 결혼식에 예상을 훨씬 웃도는 하객들이 참석한 바람에 준비한 식권이 동이 나 하는 수 없이 식당 관계자에게서 식권을 다시 받아와 식권에 다른 표시를 하여 재활용 했을 정도였단다.
내가 결혼식에 참석을 못해 생생한 기록을 남길 수 없지만, 두 교회가 모여 연합으로 찬양한 것과 염 집사님의 찬양으로 예식을 연 것은 참 좋은 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교회에서 결혼식이 있으면, 신랑을 박수로 맞이하며 예식을 시작하기보다는 솔로나 찬양대의 찬양으로 시작하는 게 어떨까 한다.
추신: 이번 토요일 오후 5시에 소프라노 민한별 대원의 결혼식이 있다. 많이 참석하여 축하해 주면 좋겠다. <아래의 영상은 크라우치와 함께 녹음할 합창단이 모이는 것부터 시작하여 약 27초부터 본격적으로 찬양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