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 입대를 거부한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이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해온 대법원 판례를 뒤집는 것이어서 여러 논란을 불러올 듯하다.
매년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받는 사람이 600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무기를 들어선 안 된다’는 교리를 갖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병역법의 규정은 그러하지만 이들을 무작정 교도소에 가둬둘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법원도 최근에는 신앙에 따른 종교적 병역거부라는 일면을 감안해 형량을 낮추거나 보석을 허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가 안보가 없이는 양심의 자유나 평화도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처해 있는 분단과 군사적 대립의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놓고 2년 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논의할 때는 되었지만 그 논의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 환경까지를 감안한 신중한 것이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경우 여호와의 증인과 유사한 교리의 종교가 더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미 다른 종교에서도 병역거부 선언자가 등장하고 있다. 종교 교리가 아니라 단순히 개인적 소신과 신념을 내세울 때 법이 이를 분리해 판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1주일 전엔 한 현직교사가 평화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로서의 신념에 어긋난다며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기간을 늘리고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대체복무의 의무를 지운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그 경우도 병역 의무를 피하려고 자기 양심을 위장하는 ‘이기적 병역기피자’를 어떻게 판별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군대 안 가겠다며 무릎 연골까지 잘라내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