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eview MDCCLXXXI / 한빛비즈 147번째 리뷰] 2018년 <퇴근길 인문학 수업>(한빛비즈)이 출간되면서 이른바 '지식쌓기 열풍'이 불었더랬다. 솔직히 책 한 권 읽어서 얼마나 대단한 지식을 쌓겠느냐는 의문도 들었겠지만 '한 꼭지'에 담아 놓은 지식의 내용이 '백과사전적 지식'을 압축한 내용이 아닌 '트랜드'에 딱 맞아떨어지는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요즘 이슈'에 관해서 전문석학들의 고뇌로 씨줄과 날줄로 짜서 엮어놓은 책이었기 때문에 퇴근길 지하철에서 무심히 펼쳐 읽다가 목적지를 지나칠 정도로 깊은 몰입감을 던져준 책이었다. 그런데 2020년을 마지막으로 <퇴근길 인문학 수업>을 접할 수가 없었는데, 다시 그 감동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은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이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월화수목금에 맞춰 '다섯 꼭지씩' 읽을 수 있도록 짜여졌지만, 이 책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 '3~4꼭지'로 묶여져 배열되어 있을 뿐, 읽는 순서와 방식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짜여졌다. 쉽게 말해, 책의 '아무 쪽'이나 펼쳐서 읽어도 상관이 없는 지식보따리란 말이다. 그야말로 '하루지식'에 해당하는 한 꼭지를 아무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짜여진 책이다.
사실, 이런 짜임은 호불호가 갈리긴 한다. 마치 여러 가지 맛을 한꺼번에 담아 놓은 듯하기 때문이다. 어떤 맛이 가장 맛있는지 잘 모를 때에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우연히 맛본 '그맛'에 흠뻑 취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맛보려다 '그맛'이 딱 품절되어 아쉽지만 '다른 맛'을 맛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 트랜드는 '숏폼'과 '릴스'에 중독되다시피 한 독자들이 많은 관계로 이런 짜임이 흡족한 분들도 꽤나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맛'이든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알맞은 지식'을 담아 나열해놓은 책이니 다양하게 즐기면 된다. 절대로 '부담'없이 말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딱 12주 분량(12주x5꼭지=60강)이었다. 그래서 책 한 권으로 3달 동안 퇴근길에 한 꼭지씩 읽어나가는 습관을 지향했다. 이 책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도 그런 식으로 읽으면 23강x4꼭지=72강 분량으로 대략 10주 분량이다. 하지만 주5일 습관이 아닌 '매일습관'으로 꽉 채운 10주인 셈이다. 이렇게 쌓은 지식습관 5권, 6권 쌓이게 되면 일년 치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된다. 한 꼭지를 읽는 시간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5분~10분 정도면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이걸 습관으로 삼을 수 있으면 대단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이 책의 꼭지에도 나와 있다. 불교의 대표경전인 <금강경>에는 지혜를 뜻하는 '반야'라는 말이 나온다. 그 지혜를 쌓아 완전한 상태에 이른 것을 '바라밀'이라 하는데, 피안에 이른다는 '도피안'이라고 풀이하며, 피안의 세계는 바로 '해탈의 경지'에 이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불교에서 말하는 '반야바라밀'이라는 것은 지혜를 쌓음으로써 해탈에 이른다는 뜻이다. 또한 '금강'은 보석 중에서 가장 단단한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그렇게나 찬란한 빛을 발하는 보석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사실, 그리고 지혜를 쌓으면 세상의 온갖 고통을 잊게 해주는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을 담아 '금강경'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그리고 그 <금강경>을 불교의 대표 경전이자 가장 마지막에 깨달을 수 있다하여 '금강반야바라밀경'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지혜를 쌓으면 세상의 모든 이치를 서로 통하게 만드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럼 어떤 지식을 쌓아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요즘에는 온갖 지식을 '문자'보다 '영상'으로 체득하는 추세다. 다시 말해, 책을 읽는 독서로 지식을 쌓기보다는 스마트폰에서 동영상('너튜브' 같은)을 시청하며 지식을 쌓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책을 읽는 독서도 '전자책'을 이용하여 스마트폰만 있으면 독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그쪽으로 기울어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문자지식'과 '영상지식'은 똑같은 지식일까? 그렇지는 않다. 단순한 비교만 해도 '문자지식'이 훨씬 더 유용하고 방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상상력' 때문이다. 문자가 아닌 영상으로 쌓은 지식은 상상할 수 있는 폭이 대단히 협소해진다. 문자를 읽으면 머릿속에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는데, 영상을 볼 때는 '이미지'가 굳어져서 영상에 나타난 이미지,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상상력 훈련'을 통해서 영상시청으로도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으나, 초심자의 경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동화속에 등장하는 잘생긴 왕자님과 아름다운 공주님을 문자로 접한 아이들은 저마다 가장 잘생기고 아름다운 '대상'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영상으로 접한 아이들은 '딱 그만큼'만으로 한정된 이미지에 갇혀버리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한 지식은 그런 '한정된 그릇'이 아니다. 하나의 지식이 열 개의 지식으로 체화하여 활용되려면 말랑말랑한 유연한 지식, 다시 말해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지식으로 쌓아야지, 이미 굳어져서 '정형화된 지식'만 잔뜩 가지고 있으면 애써 쌓은 하나의 지식은 '고~대로' 하나의 지식으로만 남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다. 그렇게나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면서 '상황'에 맞게 지식을 변형시켜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지, 수만 가지 상황을 일일이 다 외워 수만 가지 지식을 껴맞추는 식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그런 지식쌓기는 별 소용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렇게나 소중한 지식을 쌓기 위해 '방대한 양'을 섭렵할 욕심만 채우는 것도 의미가 없다. 이젠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하기에 백과사전을 통째로 머릿속에 암기하는 무식한(?) 방법으로 지식을 쌓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런 지식은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다시 말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꺼낸 '정보(지식)'을 상황에 알맞게 펼쳐나가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2045년에 찾아온다는 '특이점(싱귤레리티)'는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의 탄생을 일컫는 말이지만, 그런 '강한 인공지능(Strong AI)'가 대중화된 이후에도 인간의 지식쌓기는 유용해야만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한낱 '인공지능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짜놓은 스케줄에 맞춰서 건강하고 풍족하게 오래 살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저 '인공지능에게 사육 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라도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에서 '인공지능'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서야만 한다. 그래서 지식쌓기는 더욱더 필요한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어떤' 지식을 쌓아야 하는지만 남았다. 이는 거두절미하고 '고전지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먼 옛날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담론을 나눈 철학, 과학, 수학,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의 교양을 다룬 지식을 '상식' 수준으로 깔끔하게 쌓아나가야 한다. 하나의 지식을 쌓기 위해 수백 쪽이 넘는 책을 읽는 것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지만, 나날이 바뀌어가는 세상에는 걸맞지 않는 뒤쳐진 방식이다. 더구나 다가올 미래에는 '속도경쟁'에서도 뒤쳐져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수백 쪽이 넘는 책들에 담긴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짤막한 지식'을 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짤막한 지식을 통해서도 몇 시간이고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담론 수준의 지적교양'을 쌓을 정도로 방대한 지식을 '소유'해야만 한다. 결국엔 수백 쪽의 책을 읽어내는 능력과 그 지식을 짤막하게 요약하는 능력을 동시에 갖춰야만 하는 셈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지식쌓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에서 접한 지식꼭지를 지적교양으로 확대시키기 위해서 또 다시 수백 권의 책을 섭렵해야만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요즘 세상에 '스마트폰'으로 할 수 없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접한 지식에 관해 더 궁금한 것이 있다면 '관련영상'을 검색해서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 '지식 단련'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과거에는 그런 일이 불가능해서 도서관 책꽂이 틈바구니에 책을 벽처럼 쌓아놓으며 밤새 독파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지만, 이젠 더 간단한 방법으로 어렵고 복잡한 지식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수고를 '대신'하는 고마운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교양수업'을 제대로 해주는 분들을 잘 선별하는 능력만 키운다면 단기간에 지적교양 수준을 높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지식을 꾸준히 쌓으려는 각자의 노력이 없다면 절대로 높은 수준의 지적교양은 쌓을 수 없다. 지식을 쌓는 쉬운 길은 없다. 오직 '습관'만이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 책 <나를 채우는 하루지식습관>은 그 습관을 도와줄 뛰어난 런닝파트너가 될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1권의 부제가 '홀로서기'라는 점도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지식쌓기는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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