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부처님의 미소엔 '말이 없다.'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걸치고 깊은 생각에 잠긴 부처님의 '미소' 설법에 담긴 말귀는 심오하다. 말이나 글로 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도(道)를 전한다는 염화시중의 미소인데 나 같은 범인(凡人)이 어찌 이해할까?
명화 뭉크의 절규는 말 안 해도 대략 그 뜻은 알 수 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표정, 레오나르도 다빈치 作 모나리자의 미소엔 말하려는 무언가 있는데 알기가 어렵다. 삼천리 갈 동안 밤새고 수행해도 불가능할 일이다.
말귀는 언어에 귀가 달린 것이다. 글에는 글귀가 있듯이 귀는 겉귀, 가운데 귀, 속귀로 되어 있는데 말귀가 있어 삶이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모든 사물에 귀가 있다. 동물과 인간에도 있고 해에는 햇귀가 있다. 스마트 TV에도 귀가 있어 말로 하면 알아듣고 답변을 한다. 영화와 연극에서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가 행동으로 표현해 내고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는 ‘메시지와 주제’가 말귀다.
2살 안 돼 아직 말 못 하는 손녀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와 집으로 한참 걷는데, 갑자기 길을 막고 손가락질로 아파트 쪽을 가리키며 엄마! 한다. 말귀인 즉 자기 집으로 가자!는 뜻인가 보다.
눈치, 코치가 빠른 사람은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말귀는 말의 깊은 의미를 자동 반사해주는 거울이다. 말의 뜻을 번역해 주는 통역사이다. 말귀를 읽는 상대방에겐 내비게이션이다. 행동으로, 표정으로 가야 할 길을 그림으로 알려준다. 자기기 한 말은 오래 기억해 주길 원한다. 말귀는 상대편 가슴속을 뚫는 음파 탐지기다. 생각을 읽어내는 뇌파 탐지기다. 말귀는 EQ 지수가 높고 영리한 생명체다.
"노처녀 시집 안 간다. 노총각 결혼 안 한다."는 말엔 보이지 않는 말귀가 달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인간의 말귀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요리 프로를 보다가 '참 맛있겠다.' 누군가 말하면 먹고 싶다는 말귀다. 은근과 끈기로 이야기하면 또 다른 말의 향기가 나는데 거기에 말귀가 숨어 있다. 예술작품의 '말귀'란 만든 사람의 혼과 정신이다. 감상하는 사람마다 그걸 색다르고 다양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말귀가 밝은 사람이 되려면 오랫동안 그 옆에서 살아 봐야 한다. 말귀가 예리해야 사랑할 수 있고 사랑엔 관심과 인내가 필요하다. 말귀는 그냥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 사람 마음속에 쏙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 사람 마음과 내 마음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비서란 말귀에 밝고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가슴에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말귀가 어두운 사람은 남이 말하는 것을 쉽게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않는다.
말귀가 밝은 사람을 친구나 부하, 배우자로 거느린 사람은 행복하다.
박목월 시인 아내는 박 시인이 밥상을 끼고 연필을 깎기 시작하면 즉시 우는 어린아이를 업고 눈 오는 밤에도 밖에 나가 시를 다 쓸 때까지 기다리다 들어오곤 했다고 한다. 배려와 공감은 말귀의 씨앗이고 열매이다.
말귀가 남달랐던 대학 후배의 다음 경험담은 '아부는 능력이면서 단련된 말귀에서 나온다.'란 생각을 내가 갖게 했다.
“회사 사장과 언론사 고위간부와 후배 본인 셋이 점심을 하는데 ⌜아부의 기술⌟이란 책 이야기가 나왔어요. 언론사 간부 왈, 그 책이 요즘 베스트 셀러라는 말에 사장이 큰 관심을 보였어요. 식사 도중, 즉시 화장실 가는 척하고 나왔지요. 제 밑의 부하를 전화로 호출, 교보문고에 가서 「아부의 기술」 두 권을 사서 사장님 책상에 올려 놓아라." 했지요. 나중에 사장이 사무실에 도착해서 전화로 “이 상무, 센스가 빛난다.” 칭찬을 해주었다고 했다.
'척하면 삼천리' 달리는 말귀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첫댓글 상대방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어야 그가 하는 말의
참뜻을 캣취하는 말귀가 밝다는 이야기 수긍됩니다.
일경 한 선배님, 메세지 감사합니다.
상대방 마음 속에 쏘~~옥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곁에 있네요.
격려의 댓글 말씀 깊이 감사드립니다.
말귀만 알아 들어도 세상 살아가는데 편리 하네요. 말귀를 못 알아 들을때 본인도 상대도 답답한건 마찬가지죠.알아서 척척해주는 센스. 기분좋은 거죠.
언어에 귀가 달렸다?
표현이 독특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화성 박광아 선생님, 댓글 고맙습니다.
직장에서 저는 특히 말귀를 술술 알아듣지 못해
고생한 편입니다. 시골뜨기가 서울에 와서 적응하려니
눈치 코치가 느렸던 것 같습니다.하하하
척하면 삼천리가 아니라, 척하면 삼척이란 속어가 있는 걸 아는데......
<척하면 삼천리>는 국어사전에
상대편의 의도나 돌아가는 상황을 재빠르게 알아차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나옵니다. 선배님~^^
우공 안홍진 선생님
부처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는 말귀를 가진다면 좋겠네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아부도 능력이고 단련된 말귀란 걸 느끼게 한 일화가 흥미롭네요.. 말귀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이야기들 잘 감상했습니다.^^
지송 김영신 선생님~^^
댓글 메세지 감사합니다.
말귀를 글감으로 쓰긴 했는데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쓴 거 같아요~^^
ㅎㅎㅎ 말귀는 어려운 단어입니다. 말에 귀를 붙여 놓으니 힘들게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