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고 볼프, 아이헨도르프 가곡집
"볼프는 뫼리케를 통해 자기 자신을 완전히 발견하고, 아이헨도르프와 함께 안
식을 취한 듯이 보인다. 위대한 뫼리케 가곡집이 우리들에게 영혼의 성무일과서(聖
務日課書)와 같다면 소규모의 아이헨도르프 가곡집은 볼프 가곡의 전형적인 특색을
잘 나타내는 곡들로 이루어진 가곡집이라고 수 있다."
# Erick Werba, 'Hugo Wolf(1971)'중에서
에릭 베르바는 뫼리케 가곡집과 아이헨도르프 가곡집을 이렇게 비교하였다. 뫼
리케의 시들을 통해 자기 자신만의 스타일과 음악 언어롤 발견했던 볼프에게 아이
헨도르프는 또 다른 실험대상이었다. 그러나 아이헨도르프를 처음 발견해서 가곡이
라는 장르 속에 그의 시 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던 작곡가는 멘델스존과 슈만이었다.
선배들의 그러한 작업을 계승하고자 했던 볼프는 단순히 그 시인의 정신을 표면적
으로만 드러내려고 하지 않고, 진정 시의 의미를 음악 속에서 음화시켜 내려고 하
였다. 요컨대, 멘델스존 가곡의 멜로디의 단순함과 슈만 가곡의 회고적인 세련됨을
뛰어넘는 것은 이 신경질적이고 예술적 감수성이 강했던 볼프가 그 자신에게 부여
한 매우 대담하고 중대한 과제였다.
# 그럼 이처럼 작곡가들의 마음을 빼앗아갔던 아이헨도르프는 어떤 시인이었을까?
아이헨도르프는 밝고 감미롭고 낙천적인 주옥같은 시를 남긴 독일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소박하고 순정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수려하여 아직까
지도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다.
그의 시에는 우주의 심미적 세계와 자연에 대한 각별한 애정, 깊은 종교적 감정
이 그려져 있다. 특히 그의 시에는 한결같이 강한 종교적 분위기가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의 시에서 나타나는 시정신과 종교적 감성은 다른 시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갈등이나 대립이 아니라 오히려 그 뿌리가 하나이다. 또한 그의
시에 있어서 강조되는 것은 종교와 시정신의 관계는 참으로 밀접하다는 것이다. 카
톨릭계의 독실한 종교적 가정에서 성장한 시인답게 그의 많은 시에는 강한 종교적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시에서는 그 어떤 열정이나 심오한 사상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
랑을 노래할 때도 그는 비통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오히려 실연의 꿈에 젖는 감
미로운 기분을 이야기한다. 이런 점들때문에 많은 대중들이 그의 시와 쉽게 친숙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아이헨도르프는 독일 후기 낭만파 시인들 가운데서도 '파란 꽃'의 작가인 노발
리스 같은 시인들이 '어둡고 신비롭고 마술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남긴데 반해 '밝
고 감미롭고 낙천적인' 시들을 남긴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어떤 교수의 말에 의하면 그의 시는, '언어와 감정 표현이 순수하고 간소하며
부드러워 격한 정열이라든가 예리하게 사물을 분석하는 안목은 전혀 없다. 몽롱한
저 먼 곳, 바람에 나부끼듯 들려오는 음조, 연약한 색조, 적막한 풍물, 이런 것들
이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나타난다. 말하자면 풍경 전체가 무슨 마술이라도 걸린 듯
행복하거나 우수에 잠긴 듯한 양상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기독교적인 평
안한 심정이며 마치 유한한 세계 속에 있으면서도 조용한 마음으로 영원한 존재를
만나게 되어 그 품안에 안겨 있음을 자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몽상적 기분에
서 작품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한편 아이헨도르프의 시는 문체상으로는 단순하면서도 그 기법이 탁월하여 민요
의 여러가지 음조가 용해되어 있고, 내용은 개인적인 체험이 누구에게나 타당하리
만큼 솔직한 멜로디와 영상에 의해 표현되고 있다.'
아이헨도르프의 시는 슈만, 볼프, 멘델스존, 브람스 등 여러 작곡가의 가곡 텍
스트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그의 열 두편의 시로 이루어진 슈만
의 작품 39번 '리더크라이스(Liederkreis)'와 여기서 소개하는 볼프의 '아이헨도르
프 가곡집'이 가장 유명하다.
슈만의 '리더크라이스'는 1840년 5월 15일 경까지 작곡한 것으로 여기에 선정된
아이헨도르프의 시는 낭만파 시인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들로,
'타향에서(In der Fremde)', '간주곡(Intermezzo)', '숲의 이야기(Waldgesprach)',
'정적(Die stille)', '달밤(Mondnacht)', '아름다운 타향(Schone Fremde)', '성위
에서(Auf einer Burg)', '애수(Wehmut)', '황혼(Zwielicht)', '숲에서(Im Walde)',
'봄밤(Fruhlingsnacht)' 등이 있다.
그러나 후고 볼프는 '아이헨도르프 가곡집'에서 '친구(Der Freund)', '악사(Der
Musikant)', '침묵의 사랑(Verschwiegene liebe)', '세레나데(Das standchen)',
'짚시 여인(Die Zigeunerin)', '밤의 마력(Nachtzauber)', '향수(Heimweh)', '사공
의 이별(Seemanns Abschied)' 등을 작곡함으로써 시의 선택에 있어서 이미 슈만이
작곡한 시들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슈만이 취급하지 않은 것만을 택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자기 자신에게 선배 작곡가들을 뛰어넘는 과제를 부여했던
볼프는 이미 1880년 1월 26일에 아이헨도르프 시에 의한 첫 가곡, 'Erwartung'을
작곡함으로써 이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일에 착수하였다. 그리고 이 작업은 1887년
부터 1888년 사이의 소위 '노래의 해' 동안 완결되었다. 즉 이 가곡집은 뫼리케의
그것과는 달리 연속 선상에서 지어진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1880년(2곡),
1886-7년(5곡), 1888년(13곡), 이런 식으로 작곡되었던 것이다.
볼프는 슈만과 차별화를 두기 위하여 고심을 하였다. 요컨대, 슈만이 시인의 작
품을 통하여 시인의 시 속에 나타나고 있는 자연의 신비와 서정을 그리려 했던 반
면, 볼프는 아이헨도르프의 시가 가진 독특한 풍자나 유머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그 정수를 뽑아내려고 하였던 것이다.
이를 위해, 즉 아이헨도르프의 시의 숨겨진 상징적인 의미들을 음악속에서 완전
히 드러내게 하기 위해 우선 볼프는 매우 광범위하게 이 시실리안이며 카톨리적 성
향을 가진 시인의 모든 것, 즉 자연을 노래하면서도 종교적으로 경건한 시들, 온화
하고, 예의바르며 로코코 스타일로 쓰여진 풍자적인 시들, 때로는 우수에 젖은 듯
세속적인 특징을 나타내는 묘사, 그리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 흐름과 함께 우리에
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향수 등등 모두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아이헨도르프 가곡집은 완전히 상반된 조각들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가곡집 속에서는 서정적이면서 고요한 곡들도 있고, 풍자
적이고, 해학적인 아주 쾌활한 곡도 있으며, 모든 신경을 쏟아서 듣지 않으면 도저
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조차 없는 곡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볼프는 그의 '노래의 해(영감의 분출의 해)'에 작곡된 여느 다른 곡들과 마찬가
지로 격정적인 '영감의 분출' 속에서 곡을 써내려갔다. 그는 비단 피아노 앞에서만
작곡을 한 것이 아니었고, 보통 산책을 하면서, 때로는 오솔길을 거닐면서 멋진 곡
을 작곡하였다. 자연은 그에게 수많은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쾌활하고 대담스러운' 허풍쟁이를 나타내는 'Der Schrekenberger', 또는 마차를
타면서 그는 '행운의 기사'를 표현하는 'Der Gluckstritte'를 작곡하였다.
요컨대, 볼프의 이 가곡집의 곡들은 마치 우리에게 희극을 상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특징적인 곡들이다. 즉 'Seemeanns Abschied'에서의 약은 녀석!, 'Der
scholar'의 불쌍한 학생, 즉흥적인 레치타티브 속에서 표현된 일방적인 사랑에 어
쩔줄 몰라하는 'Der verzureifelte liebhaber', 'Ufall'에서의 큐피드와의 불운한
만남, 군인, 'Der musikant'에서의 희열, 'Minstrel'의 행복감 등을 통해 우리는
마치 코메디를 보고 있는 듯한 쾌활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또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Heimweh'같은 곡에서는 힘있게 진군하는 매우 빠른 면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 곡에서는 강력한 옥타브 페시지와 함께 곡이 끝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볼프는 이러한 여러 가곡들의 셋팅을 통해서 멜로디와 하모
니 모두를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주제, 즉 물체의 양립성, 밝음
으로부터 어두움으로의 변화 또는 어두운 생각으로부터 도전적인 힘으로의 변화 등
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그럼 이 가곡집에는 어떠한 곡들이 있을까?
그리고 그 중에서 어떠한 곡이 가장 아름다운 곡일까?
우리는 여러 곡들을 면밀히 들어보았다. 그리고 가장 대중적일 수 있으면서도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몇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Verschwiegene liebe'(침묵의 사랑)가 가장 우리들의 영혼을 홀린 곡이었
는데, 이 곡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20살 때 작곡된 'Die nacht'란 곡에 대해
서 언급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가곡집의 느리고 서정적인 곡들은 이 곡의 작곡과
함께 시작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청년다운, 젊은 시절의 서정성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고요하고 느린 서정성의 극치와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 바
로 이 가곡집에 있는 위에서 말한 'Verschwiegene liebe'(침묵의 사랑)이다.
이 곡은 1888년 8월 31일에 비인에서 작곡된 g 단조, 12/8 박자의 곡이다. 이
곡은 아이헨도르프 가곡집에서 뿐만 아니라 볼프의 전가곡 중에서 가장 로맨틱한
가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곡에서는 각절의 후반이 D장조로 바뀌고 있는데,
참으로 미묘한 전조의 색채가 일품이다. 특히 이 곡에서 볼프는 이명동음 전조, 화
성의 병행, 그리고 역동적인 음영을 통해 아이헨도르프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적인
의미들을 뽑아내고 있다.
# 그럼 먼저 가사를 살펴 보자!
침묵의 사랑(Verschwiegene liebe)
Uber Wipfel und saaten
In den Glanz hinein -
Wer mag sie erraten,
Wer holte sie ein?
Gedanken sich wiegen,
Die Nacht ist verschwiegen,
Gedanken sind frei.
Errat es nur eine,
Wer an sie gedacht
Beim Rauschen der Haine,
Wenn niemand mehr wacht
Als die Wolken, die fliegen -
Mein Lieb ist verschwiegen
Und schon wie die Nacht
나무들의 우듬지
전원에 빛나는 햇빛이 멀리 비쳐든다.
그녀를 생각하는 자는 생각하게 내버려두자.
누가 그녀의 사랑을 얻든지 상관없다.
생각은 망설이고 침묵한다.
생각은 환상이 되어 번져 나간다.
삼라만상이 잠들어 고요해질 즈음
숲의 술렁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단 혼자서만 생각하고 있노라면
구름이 날아가듯이
나의 연인은 침묵하고
밤처럼 아름다와진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 프리즘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혼을 완전히 빼
어놓은 것이다. 어떻게 이런 곡을 지을 수가 있는거지? 미치지 않고서는 이런 곡은
지을 수 없어! 우리는 이렇게 단정지었다. 이 곡은 가곡사의 다른 작곡가들의 여느
곡들과는 완전히 다른 곡이다. 시와 음악의 완전한 결합, 그리고 짧은 몇분동안에
시의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적인 장치를 해놓은 볼프의 천재성! 이 곡이야
말로 낭만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거의 미칠 정도로의 몰입을 요구하며, 감상자의 대단한 인내를 요구한
다. 이 곡은 단 2분 25초만 연주를 한다. 이 곡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사를 쓴 시인의 노래를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볼프의 곡이야말로 음악과 시가
일체가 되어 시가 완전히 음화되어 있기 때문에 텍스트를 모른 채 듣는 것은 불가
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볼프의 곡들이 단순한 멜로디 위주의 곡들이 아니기 때문
이기도 하다.
우리 중에 어느님은 이 곡을 예전에 라디오에서 소프라노의 목
소리로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기존의 독일 가곡에 익숙
해져 있던 그에게 이 곡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곡은
뭔가 정확히 이미지화할 수 없는 선율, 그리고 악상의 전개가 돋보이며, 그를 통해
매우 어둡고 가라앉은 이 곡은 가을날, 스산한 바람결에 상심한 한 젊은이의 방황
하는 모습을 그리는듯, 아니면 침잠하는 그의 마음을 깊숙이 그려내고 있는 듯 하
다. 이 곡에는 그러면서도 슈만과 슈베르트와는 다른 낭만성이 살아 있다. 그것은
단 몇줄의 시로 그려내는 연인에 대한 연민과 동경, 그리고 사랑에의 고뇌같은 것
이다.
아주 짧은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가사의 내용처럼 석양이 서서히 내려오는 적
막한 숲 속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산책을 하고 있는 한 젊은이가 연상된다. 물
론 사랑을 얻지 못하고, 이제는 그 사랑의 그녀를 마음 속에 간직하겠다는 청년!
이 곡은 매우 짧지만 쉽게 친해질 수는 없는 곡이다. 아니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프리즘처럼 회원 여러분들도 한번 들으면 거기
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은 요컨대, 한번 친해지면 빠져나오기 힘들고,
곡을 통해 인생을 관통하는 슬픔과 쓸쓸함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또한 잔잔하고
느린 전개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사랑에 번민하는 청년이
되게 한다.
그 다음으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곡은 'Das Standchen'이다. 이 곡은 1888년
9월 28일에 작곡되었는데, 이 곡에서의 볼프의 대위법은 놀랄만큼 세밀하고 세련되
었으며 정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가수의 목소리 파트는 그의 유년
시절의 기억에 의해 울적해져서, 조용히 한 사랑스런 학생의 세레나데를 비밀스럽
게 듣는 슬픈 늙은이를 형상화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피아니스트의 오른 손은
오래전에 사라진 멜로디를 메아리쳐주고 있고, 왼손은 학생의 세레나데에 류트와
같은 반주를 해주고 있다. 젊은 시절의 사랑은 이중의 회상 속에서 나타나고, 그것
은 생생한 즉흥성과 우울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
# 그럼 가사를 살펴보자!
세레나데(Das Standchen)
Auf die Dacher zwischen blassen
Wolken scheint der Mond herfur,
Ein Student dort auf der Gassen
Singt vor seiner Liebsten Tur.
Und die Brunnen rauschen wieder
Durch die stille Einsamkeit,
Und der Wald vom Berge nieder,
Wie in alter, schoner Zeit.
So in meinen jungen Tagen
Hab ich manche Sommernacht
Auch die laute hier geschlagen
Und manch lust'ges Lied erdacht.
Aber von der stillen Schwelle
Trugen sie mein Lieb zur Ruh -
Singe, sing nur immer zu!
잿빛 구름 사이 지붕위로
달빛이 내리고
저쪽 골목에 한 학생이
사랑하는 이의 문 앞에서 노래한다.
고요한 적막 속으로
샘물은 여전히 졸졸 흐르고
아름답던 옛날처럼
산에서 숲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젊은 시절
많은 여름밤
에서 류트를 연주하며
즐거운 노래를 지었노라.
하지만 고요 깃든 집을 나와
내 연인 영원히 잠들었으니 -
너, 유쾌한 친구여
노래를 불러라, 계속 노래하라!
이 시의 내용은 제목처럼 보통의 세레나데가 아니고 젊었을 때, 학창 시절을 보
낸 추억어린 도시를 방문한 중년의 시인이 여인의 집 앞에서 부르는 세레나데를 듣
고 감상적인 기분에 젖는다는 내용이다. 볼프는 이 시를 완전히 이해하고, 이러한
느낌을 정제된 대위법을 통해 곡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우리 한번 다시 이 곡, 아니 이 시를 보자! 이 시 속에는 두명의 인물이 등장한
다. 그들은 기묘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한 사람은 지금 현재 사랑의 고백
을 하고 있고, 한 사람은 그를 보며, 옛날을 회상하며, 우울함에 젖고 있다. 말하
는 사람은 한명이지만 그 속에는 지금 현재 젊은이의 불붙는 사랑이 있고, 과거의
사랑에 대해 한없는 연민을 갖고 바라보는 중년의 신사가 있는 것이다. 그는 향수
에 젖어 있다.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옛날을 애써 기억해내고는 그 기억해낸 과
거때문에 우울해하고 있다. 요컨대 젊은이의 세레나데는 열정에 차 있는 반면, 중
년의 남자의 그것은 지금 현재는 없고, 과거에만 있는 것이며, 지금은 어렴풋이 생
각날 뿐, 그 실체가 없어서, 아니 다시는 그리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우울해지
는 그런 세레나데인 것이다.
똑같은 노래가 한 사람에게는 열렬한 사랑을 표상하는 반면, 나머지 사람에게는
우울함과 쓸쓸함을 표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은 잠시 한번 들으면 잘 안 와 닿
는다. 즉 이 곡은 반드시 곡의 가사 내용을 완전히 숙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위
기를 간파하고 난 후에 들어야 가슴에 와 닿는 곡인 것이다.
또 하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곡은 'Nachtzauber (밤의 마력)'라는 곡이다. 이
곡은 1887년 5월 24일에 작곡되었으며, F# 장조. 3/4박자로 되어 있다. 볼프는 이
조성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아마도 볼프는 이같은 조성을 사용함으로써 밤의
신비와 환상을 그리려 했던 것 같다. 미묘한 8분음표의 흔들거림과 빛과 그림자를
밤 속에 꿈처럼 짜넣어가는 명작이다.
# 그럼 가사를 살펴보자!
밤의 신비(Nachtzauber)
Horst du nicht die Quellen gehen
Zwischen Stein und Blumen weit
Nach den stillen Waldesseen,
Wo die Marmorbilder stehen
In der schonen Einsamkeit?
Von den Bergen sacht hernieder,
Weckend die uralten Lider,
Streigt die wunderbare Nacht,
Und die Grunde glanzen wieder,
Wie du's oft im Traum gedacht.
Kennst die Blume du, entsprossen
In dem mondlbeglanzten Grund?
Aus der Knospe, halb erschlossen,
Junge Glieder bluhend sprossen,
Weiβe Arme, roter Mund,
Und die Nachtingallen schlagen,
Und rings hebt es an zu klagen,
Ach, vor Liebe todeswund,
Von versunknen schonen Tagen -
Komm, o komm zum stillen Grund!
그대는 듣지 못하는가
돌과 꽃 사이
멀리 대리석상들이
아늑한 고요 속에 서 있는
적막한 숲 속으로 흐르는 샘물 소리를
신비로운 밤이
살며시 산에서 내려와
태고의 노래를 일깨우고
대지는 다시 빛난다.
이따금 그대가 꿈꿨던 것처럼
그대는 아는가
달빛 드리운 대지에 움튼 그 꽃을
반쯤 싹튼 꽃봉우리에
여린 가지 생기 있게 솟아나고
하얀 팔과 붉은 입
꾀꼬리 노래하는데
사방에서 탄식 소리 들려온다.
아, 사랑의 상처
지나간 아름다운 날들 -
오라, 이 고요한 이 곳으로!
밤의 신비를 표현한 이 시는 텍스트에서 보듯이 그러한 밤의 오묘한 신비 속에
서도 과거의 사랑의 기억들이 솟아남을 감지하고, 탄식하며, 후회하는 시인의 모습
이 잘 표현되고 있다. 볼프는 여느 곡과 마찬가지로 이 시를 완전히 음화시켜 밤의
신비와 그에 대비되는 한 젊은이의 고뇌와 그를 이겨내고자 하는 힘겨운 의지를 신
비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이 곡들외에도 여러 곡들도 우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모든 곡
들을 소개했으면 하나,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중
요시하는 것은 그 곡들 모두를 음악적으로 완전히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 텍스트 전체와 그것이 볼프 특유의 천재성으로 음화되어 우리에게 전달되는 과
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악적인 것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넘어가고 곡들을 소개하였다. 물론 음
악적인 것에 대해서 악보를 보며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더욱 중
요한 것은 여기서는 곡들을 간단하게 소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한
번 그의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작업은 후일로 미룬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시 한번 우리가 이 가곡집의 여러 곡들을 자세히 들어보면 아이헨
도르프의 시 속에 압축되어 있는 것들이 볼프에 화법에 의해 그 상징성이 완화되고
완전히 그 의미들이 우리에게 전달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또한 그
의 페시지 변화에 있어서 조화로운 진보 또는 표현적인 뉘앙스에 의해서도 우리에
게 전달된다. 볼프는 시행간 속에서 아이헨도르프가 암시하는 것들을 오선 보표의
라인 속에서 새롭게 재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자기만의 독특한 음악
언어를 통해서였다. 그것은 모방도 아닌 순수한 창조의 과정이었다. 정말 그는 천
재였던 것이다!
# 아이헨도르프[Eichendorff, Joseph Freiherr von]
1788. 3. 10 프로이센 라티보르 근처~1857. 11. 26 나이세.
독일의 시인·소설가.
위대한 독일 낭만주의 서정시인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슐레지엔의 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1807년 하이델베르크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여기에서 첫번째 시집을 펴내고 낭만주의 문인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1809~10년 베를린에서 공부를 계속하던 중 독일 낭만주의 민족운동의 지도자들을 만났다.
1813년 프로이센 해방전쟁이 터지자 뤼초 용병대에 입대하여 나폴레옹과 맞서 싸웠다.
중편소설 〈뒤란데 성 Das Schloss Dürande〉(1837)과 서사시
〈로베르트와 기스카르 Robert und Guiscard〉(1855)에서는 프랑스 혁명이 등장한다.
아이헨도르프 가문을 몰락시키고 루보비츠 성을 파괴한 나폴레옹 전쟁은 그의 시에 보이는
과거에 대한 향수의 원천이 되었다. 이 전쟁 동안 그는 가장 중요한 산문작품 2편을 썼다.
낭만주의 장편소설 〈예감과 현재 Ahnung und Gegenwart〉(1819)는 정치 상황에 대한
무력감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으며, 도덕적 타락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치료보다
정신적인 치료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대리석 조상의 이야기 Novellen des Marmorbilds〉
(1819)는 초자연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데, 아이헨도르프는 이 작품을 동화라고 했다.
전쟁이 끝난 후 단치히와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프로이센의 공무원으로 일했고,
1831년 이후에는 베를린에서 일했다. 〈시 Gedichte〉(1837)와 같은 이 시기의 시들,
특히 자연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표현한 시들은 민요로서 인기를 얻었고, 슈만, 멘델스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같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1826년에는 그의 가장 중요한 산문 작품인 〈어느 무위도식자의 생활에서
Aus dem Leben eines Taugenichts〉를 발표했다.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 작품은
낭만주의 소설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1844년 집필에만 전념하기 위해 공무원직에서 물러나
독일 문학사를 출판했고 스페인 작가의 작품도 여러 편 번역했다.
# Schwarzkopf - The Beginning of a Legend 라는 앨범에 보면
2번 CD 9번,10번 트랙에 아래 곡이 실려 있습니다.
WOLF
* Nachtzauber 0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