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내게 있어 참말로 인내심을 가르쳐 주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자꾸만 얼굴이 붓고 피곤을 느끼며 숨 쉬기가 곤란해지고
입맛이 없어 하루종일 물로 허기를 채우다
심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건강검진 예약을 했던 6월 초..
기본적인 검사외에도
위 내시경과 각종 피 검사와 초음파까지 거금들여 했더니
콜레스테롤 위험 수치와 만성위염,
갑상선 기능저하증 과 갑상선 오른쪽 결절이라는 복잡한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갑상선 결절은 나빠보이지 않으니 조직검사 생략하고
6개월 후에 초음파를 다시 하자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그날부터 병원 가는 일 외에는
인터넷으로 생필품을 사 들이며 간신히 세 끼니 식사만 챙기며
하루에 4번씩 신지로이드와 위염약을 복용하는 환자 생활을 했다.
그렇게 자신만을 생각하며 3달쯤 살았을까...
슬슬 바깥 세상이 궁금해져 카페 들락거리며 글 쓰기도 하고
도봉산 언저리도 한번쯤 기웃거리며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건강하시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아지는 가 싶었던 나의 일상은
6월초 처음 약을 먹기 시작했던 그때처럼 똑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밥도 못 먹겠고
가슴이 답답하고
손 발에 힘이 없어 움직이기조차 싫은 무력감이다.
병을 발견한지 6개월째
11월 27일 서울 아산병원 영상의학과를 찾아 초음파를 받았는데
고주파 절제술로 유명하신 백정환 교수님께서
갑상선 오른쪽 결절 모양이 안 좋다고
세침검사를 하시더니
뭔가 미진하신 지 조직검사까지 다시 하시며
'그래도 6개월 동안 치료와 관리를 잘 하셨으니 이 정도인것 같다'라고
개운찮은 말씀을 하시며 2주일 뒤 전화로 연락을 주시겠단다.
순간 뭔가 안 좋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고
집에 오자마자 예전에 가입했던 보험증권부터 펼쳐 들었다.
'결과가 나빠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면
진단비와 수술비와 입원비는 얼마나 나올까'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하면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일년보다 더 지루하게 느껴지는 힘든 날이었다.
갑상선 질환자는 스트레스에 절대로 약하다는 말을 떠올리며
갑상선 관련 카페에 가입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님들에게 댓글을 올리며
가능하면 무심한 척 시간을 보내고
2주일 뒤 오전 11시쯤 결과가 나올텐데 전날 밤부터 조바심으로 잠을 설쳤다.
따르릉~~
아산병원이라는 간호사 목소리 너머
백교수님의 음성이 들려오고 애써 태연한척 인사를 했지만 아마도 떨렸을게다.
결과는 짐작했던 대로였고 그 다음날 오후에 수술하실 선생님을 연결해 주시겠다기에
다시 또 진료예약을 했다.
그날 밤
퇴근한 옆지기에게 입원해야 할것 같은데 옆에서 간병인 노릇 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마누라가 부탁하면 무조건 그래야 하는 게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옆지기는 갑상선 암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표정이 달라지더니
이왕이면 집 가까운 고대병원에서 수술날짜를 받는게 어떠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다음날 아산병원 백교수님께서는 초음파를 다시 하시더니
일찍 발견하여 유두상암 초기에다 전이된 곳도 없어 정말 다행이라고
수술하실 선생님을 연결 시켜주신다는 데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집 가까운데서 진료받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필요한 서류일체를 복사해 주라고 말씀하시며 치료 잘 받으라고 격려해 주셨다.
아산병원 진료를 마치고 곧바로 고대 안암병원에 진료예약을 했고
어제 유방내분비과 배정원 교수님께
2008년 마지막 날 수술날짜까지 잡고 기분좋게 돌아왔는데
오늘 아침 한 통의 전화가 나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치료해 왔는데
피 검사결과 갑상선 기능항진증으로 되어있어
수치가 떨어지지 않으면 31일날 수술을 연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신지로이드 복용을 중지하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요즘 종합병원마다 갑상선 암 환자가 많아서 수술날짜가 2~3개월씩 밀려있는데
운 좋게 수술날짜를 일찍 잡아서 하늘의 별이라도 딴듯 기뻤는데...
덕분에 오늘 하루는 정말로 우울했다.
하나뿐이었던 딸 자식이 아버지 생전에 입원하고 수술하는 불효를 저지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사십 구재 마지막 재를 모시는 내일은
하얀 국화꽃을 가득 꽂은 꽃바구니를 준비하여 아버지 마지막 길을 환하게 밝혀 드려야겠다.
★★★갑상선 전문 카페 - 갑상선암,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결정
★★★ http://cafe.daum.net/thyroid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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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힘든 한해를 보내셨군요. 병이 여러가지로 한꺼번에 몰려오고 아버님께서도 돌아가셔서 얼마나 힘든 한해를 보내셨는지 상상이 갑니다. 이제 병의 정체도 알게 되어서 그에 따른 치료를 잘 하시면 다시 건강을 회복하리라고 확신합니다. 마음을 잘 추스려서 용기를 내시고 병을 꼭 극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힘내세요!!!!!!!!!!!!!!!
^^* 고맙습니다. 이제막 아버지 사십구재 모시고 귀가했답니다. 같은 아픔을 가진 님들과 함께 힘을 모아 건강 챙기는 일만 생각하렵니다.
에효~~자세히..님의 마음을 전해주시니..함께 마음이 아스라히 아프네요~~우울증이라는 것이...참으로 이상한 눔^^인데여~~저두 지나고나니 별게 아닌데...수술후 회사 다시 다니기까지..아주 많이 힘들었었거든요~뭔가 영양가 있는 일을 하는게 좋은것 같아요~마냥 하는일없이 쉬고 있으니,,더더욱 상념에 휩싸이게 되고,,불면증에 눈물바람에.....종교가 있으시다면,,봉사활동도 좀 해보시고..그동안 하고팠던 일 하심 좋으실것 같아요...앞으론,,더욱 건강할 일만 남았다~생각하시고...즐거운 마음으로 현재!!를 즐기시길 바랍니다..수술 잘 되시길 바랄께요~~힘내세요!!!
우리들이 모두 겪는 맘고생이지만 많이 힘드셨죠? ? 이젠 쭈욱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