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금융경제학이
빚어낸 희망과 절망
이찬근 지음
(도서출판 부키)
서브프라임으로 위기를 맞은 글로벌 자본주의
과연 경제 패러다임에 대전환은 올 것인가?
이 책은 현재 진행 중인 서브프라임 위기부터 글로벌 자본주의의 미래, 그리고 만주주의와 국가의
역할까지 광범위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 만큼 독자들이 금융 위기의 미시적 조건과
거시적 구조를 이해하고, 금융의 공학과 금융의 역사를 결합해서 사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미국과 중국의 자본주의, 세계화와 미래를 전망하고 현대 경제학의 여러 문제를 탈이데올로기
적으로 성찰하는 데에도 실마리가 된다.
앞으로 10년, 세계경제의 거대한 변화 속에
한국경제가 맞이할 도전과 기회를 진단한다
오늘날 한국의 보수세력은 이익 논리에는 재빠르지만 원칙에는 충실하지 못하다. 반면 한국의 진
보세력은 자부심이 강하지만 실용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모두 지난 30년에
걸쳐 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변화를 사상적으로 견인한 자유시장 경제학을 재음미할 필요가 있다.
자유시장 경제학은 이번 금융 위기에서 드러났듯이 글로벌 불안정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인류 역
사상 유례없는 번영을 이끌어낸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ㅡ프롤로그 중에서
결국 한국 경제는 개인 경쟁력을 키우고, 개인의 역동성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
다. 그러기 위해서도 탈산업화 시대, 글로벌 시대에 개개인이 전문성과 수월성
을 토대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스킬 갭의 문제를 해소해야만 한다. 가급적 다
수의 글로벌 인재가 자라나고,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
도록 독려해야 하며, 이들이 생산한 부가가치 중에서 많은 비중이 왕성하게 로컬
시장으로 환류할 수 있도록 로컬 인재들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정치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물량동원식,대중
요법식 문제 해결을 지양하고, 변화를 기획하는 시장 디자이너로서, 희망으로 이
끄는 치어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오늘날 정치의 본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이 스스로 삶의 공간을 개척하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법률, 의료, 교육, 금융 등 사회적 공통자본을 정비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획일적인 특성이 강한 교육과 금융을 중층화하고,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로 바꾸는 것은 자조, 자율, 자립의 개인주의를 고양함으로
써 개인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시대를 여는 데 꼭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세계화
의 질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교육과 금융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탈(脫)이데올로기의 정치철학에 입각한 신복지의 경제학이요, 정치가 새로운 시
대적 공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다. 이제 정치는 과거
지향적, 국내 지향적, 계급 지향적 권력투쟁이라는 협소한 구도에서 벗어나 시
대의 조건을 읽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거대한 정부의 시대를 끝내고, 거
대한 자본에 대한 향수를 접고, '거대한 개인' 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치란 모름지기 같은 역사 공간에서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함께 시대의
핵심적인 과제를 탐색하고, 시대의 지력과 열정을 담아 실현 가능한 공동의 미
래상을 제안하는 것이라 할 때, 이 시대 정치 핵심 키워드는 '거대한 개인' 이다.
자부심이 강하고 , 자기 책임을 중시하며, 스스로 완성도를 추구하는 개인주의
를 고양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단계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치는 권위주의,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완성도가 높은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과 창발성을 고무하는 정치, 이익 집단
의 분파적 이기주의를 물리치는 정치,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을 억압하는 하향
평준화를 거부하고 근면과 노력과 수월성이 인정받는 사회를 확립하는 데 앞
장서는 정치가 필요한 것도 그래서이다. 결국 당당하고 실력 있는 개인, 개인
의 확장을 통한 공동체 구현이야말로 한국 경제도 살고, 민주주의도 사는 길
이다. ㅡ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