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봄,봄에 나오는
새고개에 대하여
김유정의 봄.봄을 보면 새고개가 등장한다. 실재 동네이름이다.
주인공 나는 26세 데릴사위, 아내를 약조한 점순이는 16세, 무려 10살차이-.
김유정문학촌에 가보면 장독께 나, 점순이, 장인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봉필인가 욕을 워낙 잘해 욕필이라고도 하던 장인은 실제 유정 개울 건너편에 살던 김종필-.
딸을 이용해 허울좋은 데릴사위라 해놓고 실컷 부려먹지만, 성례는 시켜 주지 않아 갈도 꺾고 모도 낼 무렵
냅다 덤벼들어 싸우지만 번번이 참새만한 것을 어떻게 성례시키냐고 생떼를 쓰는 장인의 고약한 핑게-.
1935년 조광지 12월호에 발표한 농촌소설 봄.봄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해학성이 있다,
마름의 횡포인가 착취인가! 노동력의 착취요. 소작인의 비극이다. 비인간적으로 마구 사람을 개취급하며 부려먹는다.
참고 참다가 오죽 화가 났으면 고양이한테 쥐가 덤비는 격으로 되알지게 쏘아붙인다.
-난 갈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내슈
-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살러 왔냐?
-밤낮 부려만 먹고 성례는 왜 안시켜주지유/
-인석아! 안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그럼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어떻게 앨 낳지유? 껄껄 웃는 장인에게-.
한 패지만 구장한테 가서 물어보자구 옷깃을 잡아 끈다.
-어쭈! 이자식이 왜 이래 어른을 땅땅 치고 난리야!
그러나 내 사실 참 장인님이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았느냐, 밭 가생이로 돌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위에서 벌들이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틈에서 샘물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이하생략)
김유정문학촌에 세워진 봄.봄 장면 ( 봉필영감 딸, 데릴사위 나)
새고개는 어디인가?
김유정마을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한들(한두루)마을이 나온다. 그 곁에 사금이 나 들병이들이 술집에 우글대던 여울은 신연강으로 흐른다.이 지방에서는 한두루라고 부른다. 그곳을 지나 여울을 따라 오르면 삼포가 나온다. 삼폿말에서 화전하다가 주재소로 끌려징역갔다고 하는 김유정 소설에 나온 지명이다. 삼폿말에서 2킬로 올라오면 새고개란 마을이 있다.
이곳에 2011년 기계공고에 함께 근무하던 선생이 퇴직하고 마침 십여채가 살고 있는 그 마을로 잠입한다.
자주 문자도 보내고 만나기도 하던 어느날, 그에게 밭가에 새고개 농장이란 간판을 큼직하게 세우라고 권했다.
이곳은 김유정문학에 나오는 마을이란 것도 알려주면서 새고개 마을을 강하게 부각시켰더니 그러냐고 수긍했다.
그 후 찾아갔더니 간판을 크게 달았는데 질문이 쏟아진다. 왜 여길 새고개라고 했냐고? 면사무소도 모른단다.
김유정 실레마을 못미쳐 산아래 정족 2리가 고향이다. 모두 진병산 기슭이라 어미닭이 병아리 품듯 실레나 정족리을 품고 있으니 모두 진병산 정기를 받은 형제 사이가 아닌가! 유년기 때 그곳에서 자랄 때 새고개에 아는 것이라곤 고야가 많이 달려 따러 가자고 친구들과 모의한 것만이 남아있을 뿐 아무것도 모른다.
마침 고향을 지키고 있는 큰 형님께 문의했으나 모른다더니 어제 전화가 답지했다.
마을 경로당에 92세의 이완표 옹의 증언에 의하면 아뿔싸! 날아다니는 새(鳥)가 아니고 그 동네에서 실레역까지 가려면 삼포 -한두루(大平)로 돌아가면 한시간이 잔뜩 넘는단다. 때문에 동네 뒷산을 넘으면 바로 수어릿골이 나오고 연못에 당도해 내려오면 이내 실레마을이다.
일종의 지름길,샛길이 있다. 사잇길(間), 샛길이 새고개가 되었다고 전해 주신다. 지금도 그 고개가 낮게 허리숙여 있지만, 이젠 인적이 끊겨 길을 찾기 어렵다. 해토가 되고 춘풍에 꽃향이 날리면 한번 찾아나서 실레마을까지 답사해 봐야겠다.
김유정 이야기길에 또 하나의 길이 열려 관광객들의 올레길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질문한 김 선생께 내일 동천(冬天)이 푸를 때, 점순네 닭갈비집에서 박주산채라도 들며 김유정문학촌의 일면을 귀뜸하리라.(끝) 최근작품
글쓴이-德田 이응철
첫댓글 참 구수하다.
춘천의 자랑 김유정작가의 글이 이런 현장성과 민초들의 삶을 해학적으로 풀어 구수하다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