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온 후로 영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남의 나라에 대해서 잘 아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죠.
미국이 50개의 독립된 주들의 연합국인처럼 영국은 4개의 왕국이 하나의 연합국가를 만든 나라입니다. 북아일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국하면 잉글랜드를 떠 올리는 데,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잉글랜드가 나머지 왕국을 전부 합병했기 떄문일꺼고 인구에 있어서도 절대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겠죠. 잉글랜드 다음으로 부각받는 왕국은 스코틀랜드죠. 실질적으로 강제합병의 형태(?)를 거치지 않고 병합했고 영국의 부흥을 이끈 증기기관, 생물학, 현대 경제학을 시작한 나라이기도 하죠. 어쨌든 이 4개의 왕국은 전부 각자의 법을 갖고 자치 정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 외교와 국방만 제외하구요.
이민은 영국으로 올 수 있지만 자리잡는 나라에서 그 나라의 법에 따라 살게되고 비슷한 듯 다른 시스템에서 살게되죠. 세율과 교육, 의료, 복지 등 모든 부분이 다른 것은 당연한거죠.
그래서, 영국에서 대학가기 어렵냐 아니면 사립학교를 다녀야만 하느냐 등의 질문은 많이 모호한 질문입니다. 4개 나라가 전부 다른 법과 제도를 운영 중이고 입시 방법과 시험도 다르기 떄문이죠.
스코틀랜드는 사실 교육과 의료에 있어서 영국에서 가장 앞선 복지를 제공하는 나라이고 그런 의미에서 내치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굳이 사립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명문대를 가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죠. 저희 애들도 공립학교를 무상으로 다녔고 정말 좋은 교육서비스를 바탕으로 무리없이 대학에 갔죠. 하지만, 잉글랜드는 악명이 높아 어지간한 사립을 가지 않으면 대학에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죠. 그런 사립학교의 등록금이 무려 연간 8,000~30,000파운드( 1300~5000만원)정도로 어마어마 합니다. 돈 없으면 아예 대학을 생각하기 힘든 구조죠. 가장 큰 문제는 공교육이 무너진 데 있죠. 능력있는 선생님은 좋은 사립학교로 옮기고 열악한 환경에서 부족한 교사들이 지탱하는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스코틀랜드는 공립학교의 수준을 대등하게 지켜 많은 사람들이 굳이 사립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죠. 다만, 좋은 공립학교에서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다 보니 이곳에는 학군에 따른 집값 차이가 문제가 됩니다. 길 하나 차이에 1억 이상 차이나는 건 기본이죠. 그러다 보니 부자는 좋은 학군에 몰려살거나 아니면 외곽 좋은 집에 살면서 대신 사립학교를 보내는 현상이 있죠. 모든 일에는 다 명암이 있죠.
초등학교는 7년 고등학교는 6년 과정입니다. 보통 과목마다 본교사, 보조 교사들이 있고 만약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공부할 경우, 시에서 과목 선생을 보내주거나 인원이 작을 경우 학생을 근처 다른 학교로 보내 하고싶은 공부를 할 수 있게 지원해 줍니다. 이 때 택시서비스 등은 무상으로 제공되어 이동에 대한 부담이 없죠. 모든 교통비는 무상입니다. 고등학교 4학년 올라갈 때부터 진학을 할지 아니면 college로 갈지 진로를 결정합니다. College를 선택하면 전문 교육기관에서 원하는 기술을 교육받고 바로 사회로 진출하게 되고, 진학을 선택하면 SQA라는 국가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1단계가 National 5, 2단계가 Higher, 3단계가 Advanced higher의 시험이 있는데 각 단계에서 일정 수준의 성적을 따야 다음 단계 시험을 볼 수 있고 일반 대학의 경우 National 5에서 5~6과목이상에서 B등급 이상을 받으면 지원할 수 있는데 좋은 대학은 Higher나 Advanced higher성적을 요구합니다.
대학 등록금은 스코틀랜드 거주민에게는 1820파운드, 영국민에게는 9250파운드, 국제학생은 24,500파운드를 받습니다. 거기에 스코틀랜드 거주민에게는 SAAS 지원제도가 있어 모든 등록금과 매달 300파운드의 생활비를 저리로 지원해 줍니다. 그러므로 대학 공부를 원하는 사람은 큰 부담없이 갈 수가 있죠. 지원 받은 금액은 대학 졸업 후 2년뒤부터 갚으면 되는데 연봉이 27000파운드(정확한 금액은 기억이…?)이 넘을 때 그 이상에서만 일정 금액씩 납부하면 되고 그 금액은 전액 소득공제로 세금이 면제되므로 엄청나게 큰 혜택일 수 밖에 없죠. 만약, 30년 넘게 기준 이상의 연봉을 받지 못할 경우 상환의 의무도 사라집니다. 이러한 복지는 잉글랜드에는 없는 제도죠. 그런 이유로 이곳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연속 거주기간이 4년 이상인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영국인들이 영국 학교에 들어가는 등록금은 거의 비슷합니다.
추가로 이곳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전 한 개 이상의 악기, 운동과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주는데 삶의 질을 고려한 좋은 정책같습니다. 반면 무상 급식은 가난한 가정 애들에게만 제공되면서 학교 급식을 받는 애들이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좋은 학교 등급에 무상 급식비율이 낮은 학교를 우선 순위에 두는 등 여기도 많은 문제가 있죠. 사람사는 곳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첫댓글 유상급식과 무상급식이 문제가 아니라 맛없다는게 문제라는 얘기가,,,^^
솔직히 거의 쓰레기에요. 정말 영양에 대한 고려라고는 일도 없는 그런 식단이죠.
교육이나 의료서비스가 외국인에게도 동등하게 제공되는 건가요? 아님 시민권자? 이신건가요?
영국이 다 잉글랜드인줄 알았어요..전..참 무지했군요ㅋ
모든 복지의 기본은 '거주민'이에요. 즉 비자를 받고 와서 사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이죠.
다만, 대학교에서 영국 학생 기준은 영주권까지는 필요해요.
그런저런 이유로 실제로 영국에서는 시민권이 그렇게까지 필수는 아니죠.
거기도 자본주의인건 변함 없지요.
그럼요. 복지 등은 사회 안전망 확립을 위한 것일 뿐 개인주의적 삶을 지키는 구조는 다른 것이 없어요. 거의 소득의 절반이 세금이지만 다들 그럴 필요가 있음을 동감하죠.
다만, 거창한 시작에 비해 지금은 구조 그 자체를 지탱하는 비용이 더 커지면서 효율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