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고모산성: 장미과 「산사나무」

[손국정]

(사진 1/1)  토끼길의 산사나무

산사란 말에 절간 山寺를 떠올렸다. 뒷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앞엔 개울이 흘러 속세의 먼지를 털어 없애는 세심정 같은 곳이나, 언제나 깨우침과 수양을 위해 부단히 명상을 할 수 있는 곳, 산사는 학승이나 고승들의 은신처로 더할 데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산사에만 심는 특별한 나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여기 산사는 이런 산사山査다. 査는 조사할 사, 뗏목 사, 풀명자나무 사로 나온다. 호칭으로 사돈 영감 할 때의 그 사돈査頓이나, 사돈의 존칭인 사장査丈 어른 할 때의 그 사査이기도 하다. 또한 군대를 사열할 때의 그 査閱의 査자다. 나무 이름에 이런 한자를 쓴 것이 좀 이상하기도 하다. 그래서 「풀명자나무」를 찾아봤다. 이 나무는 장미과로 4~5월에 주황색 꽃이 모여 달리고, 열매는 구시월에 노란색으로 익으며, 신맛이 강한 나무일뿐이었다. 사査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나무였다. 찾아보는 과정에서 「산사나무」의 이명은 「산리홍山裏紅」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산리홍은 호젓한 산중에서 붉은 열매를 달고 있어 얻은 이름 같다.

이 「산사나무」는 고모산성 아래 날개처럼 펼쳐져 있는 석현산성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토끼비리 초입이 나온다. 거기서 세 번째 나무다리가 끝나는 지점에 두 그루가 있고, 남양 홍 씨 묘소 너머 견탄/개여울 가는 고개 쪽에 군집해 있다.

돌아가신 「임경빈」 나무박사의 칭찬이 있다. “「산사나무」의 잎은 잎가가 깊게 갈라진 것도 있고 얕게 그런 것도 있어 잎의 톱니가 율동적이고 화음 같은 특징을 지닌다.” 고 하면서, 다른 잎들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놓았다.

「감나무」 잎은 둥글기만 해서 원만한 것에 지나치고, 「오동나무」 잎은 너무 커서 스스로를 감당 못하는 허약함이 불만이고, 「사시나무」는 잎자루가 길어서 안정을 갖지 못하고, 「살구나무」의 잎은 그 윤곽이 너무나도 평범해서 주목을 끌지 못한다. 또 「목련」의 잎은 구도가 너무 단조로워 불만이며, 「단풍나무」의 잎은 잔재주가 너무 심해서 품위가 떨어지고, 「떡갈나무」의 잎은 예술성이 부족하고, 「아카시나무」나 「자귀나무」의 잎은 너무 기하하적이라서 자연의 맛이 적다.

임 교수는 나무 잎을 세심히도 보셨던 모양이다. 얼굴을 가릴 정도로 큰 「오동나무」 잎은 바람이 불면 코끼리 귀처럼 느릿느릿 펄럭인다. 또한 잔잔한 바람에도 무엇이 좋은지 경쾌하면서도 떨어질 듯 떨고 있는 「사시나무」 잎은 긴 잎자루 때문에 안정감을 갖지 못한다, 는 말씀에 공감이 간다. 이어, 「산사나무」의 잎을 다시 언급했다.

(중략) 그래서 「산사나무」의 잎은 돋보이게 된다. 굵은 톱니는 억센 주관을 내세우는 것이고 가는 톱니는 부드러운 객관을 보이며, 잎이 빛나는 윤기는 세련된 품위를 보이는 것이며, 키가 높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렇게 악착같지 않다는 평범을 말해주는 것이며, 지천으로 달려 있는 붉은 열매는 열정에 불타는 산악의 심장으로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붉은 열매는 열정에 불타는 산악의 심장“이란 문구가 가슴에 들어온다. 장미과여서 그럴까, 산을 찾는 이의 심장이 바로 열정에 불타는 붉은 열매와 같을 것이다.

오월의 희디 흰 꽃 「산사나무」 꽃은 꽃도 꽃이거니와 붉게 불타는 그 열매인 산사자로 인해서 유명해 졌다. 일본에서는 물고기를 삶을 때 산사 열매 한 개를 다져서 넣는다고 한다. 물론 생선의 뼈를 무르게 하기 위해서다. 방약합편에 이렇게 나온다. “ 山査味甘磨肉食, 療疝健胃膨瘡息: 산사는 미감하다. 유적肉積ㆍ식적食積을 갈아 소화시켜 요산ㆍ건위하고, 복부팽만ㆍ창양을 누그러뜨린다.” 한방과 민간에서 건위제ㆍ소화제ㆍ정장제로 사용하고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에 효과가 있으며, 월경과다ㆍ요통ㆍ혈변 증상에도 약용한다고 적혀있다.

산사나무의 자랑거리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산사나무」는 정원수로 적합하다.
* 붉은 열매는 겨울에도 달려있다.
* 산사주를 담아 약용으로 마신다.
* 생선에 중독, 산사열매가 해독제다.
* 늙은 닭의 질긴 살을 삶을 때는 산사자 몇 알을 넣으면 잘 무른다.
* 기독교 국가에서는 산사나무를 거룩한 가시나무, 곧 Holy thorn이라 부른다.
* 산사나무는 옮겨 심으면 잘 살지 않는다. 고향 떠나기를 매우 싫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 산사자는 산새들의 먹이로 훌륭하다.
* 산사자는 소화를 돕는다.
* 붉은 열매를 산리홍山裏紅이라 한다.
* 서양에선 Holy thorn, 곧 벼락과 마귀를 막아주는 나무, 벽사신앙이 있다.
* 사오월의 「배나무」, 오뉴월의 「가침박달나무」나 「산조팝나무」처럼 이 「산사나무」 또한 눈이 시리게희다.
* 산사나무는 재질이 굳고 치밀하며 탄력이 있어 다식판, 지팡이, 목침으로 사용하고, 화력이 좋아 장작으로 쓰려고 많이 베었기 때문에 노거수가 없다.

끝. 2020.10.19.월.

※ 참고 서적

* 김용식 외 20인, 『최신 조경 식물학』, 도서출판 광일문화사 331쪽, 2009.

* 友草 安德均, 『임상 한약대도감』, 현암사 479~481쪽, 2012.

* 如雲 조식제, 『특허로 만나는 우리 약초』, 아카데미북 294~295쪽, 2012.

* 이동혁, 『한국의 나무 바로알기』, 이비락 430쪽,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