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법>
▣ 글쓰기는 수영과 똑같다. 동작과 자세에 관한 공식을 많이 배우고 외운다고 저절로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물도 많이 먹고 허우적거리면서 물과 친해지면서 는다--안정효
▣ 이론적으로 강의를 받는다고 문장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 ‘교육효과는 최대 3일’이라는 말이 있다. 습관이 배어야 한다. 부단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름길은 없다.
▣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사람은 작가에게 타고난 글재주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든 리쉬는 타고난 글재주가 없어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받아쳤다.
▣ 글쓰기 훈련 3가지 원칙--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 요령으로 글쓰기 훈련을 해서는 안 된다--능력 대신 요령을 익히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역설적으로 손해를 봐야 손해를 안 본다.
▣ 문체가 사람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문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베껴 쓰는 훈련을 거치면 좋다.
▣ 베껴 쓰기--좋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골라 베껴 써 보라. 문장을 잘 쓰려면, 문장을 잘 쓴 작가의 문장을 살펴보고 모방하며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기까지는 다른 작가의 문체를 따라해 보기도 하고, 뒤섞어 보기도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빨리 끝내려면 한 작가를 의도적으로 흉내 내 보도록 하라.
미국과 유럽의 학교에서는 ‘이미테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선행자들이 주로 베껴 적은 책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외에, 김승옥의 <무진기행>,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오정희의 <유년의 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이순원의 <은비령>, 김훈의 <칼의 노래> <화장>, 이상의 <날개> 등이다. 수많은 소설가·기자 지망생들이 따라 써본 이 책들은 문체가 간결하고 시적인 표현들이 유려하다는 특징이 있다.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책>의 저자 명로진은 “문장이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글을 쓰고자 하는 초보자들이 손문장을 익히기 좋다”며 김훈의 작품을 필사해볼 것을 권한다.
구체적으로 ‘베껴 쓰기’는 어떤 점이 좋을까? 우선 눈으로 읽는 것보다 보다 글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잘 쓴 글을 베껴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사고력, 구성력, 표현력 등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더 나아가 자신만의 문장표현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끈기를 기를 수 있다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사실 이것은 모순이다. 끈기, 집중력이 있어야 글을 베껴 쓸 수 있다. 반대로 글을 베껴 쓰는 과정에서 끈기가 길러진다니 말이다. 이 때 구두점 하나까지 원본 그대로 베껴야 한다.
▣ 보통사람들의 초보적인 글쓰기(1)--(~하고 있다)와 (~한다)
(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혀 있다. 신경질이 난 운전사들이 경적을 울리고 있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찍고 있다.
※ 여기서 ‘있다’만 솎아내더라도 문장이 간결해져 힘이 생긴다.
※ ‘있을 수 있는 것’ 글쓰기 삼적(三敵)--대부분의 한국인은 ‘있었다’ ‘것’ ‘수’ 세 가지 단어를 문장에서 너무 자주 사용한다. 세 단어를 모조리 없애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다. ‘있을 수 있는 것’ 이 세 단어를 모두 제거하기만 하더라도 글이 얼마나 윤기가 나는지 스스로 놀라게 된다.(안정효)
※ 몸에 좋은 것이 시장에서 잘 팔린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이다.→몸에 좋다 하면 무엇이나 다 잘 팔린다.
(나)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한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혔다. 신경질이 난 운전사들이 경적을 울려댄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촬영한다.
▣ 보통사람들의 초보적인 글쓰기(2)--접속사
초보일수록 접속사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매우 논증적인 성격의 글이 아니면 접속사를 쓸 이유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그래서, 따라서, 그러나, 하지만 등의 접속사는 되도록 절제하는 것이 좋다. 접속사를 남발하면 글의 논리적 주장이 과도한 인상을 준다. 독자에게 강요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거부반응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접속사를 넣을 경우 일단 지워보고 어색하면 전후 문장을 손질해서 접속사를 대신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접속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면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
(가) 그래서 나는 학교로 갔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러고는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영화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가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영화 얘기를 했고, 그러다 보니 한두 명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에 자리를 떴다. 그래서 나머지 우리들만 빵집으로 가서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나) (그래서) 나는 학교로 갔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러고는)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영화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가)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영화 얘기를 했고, (그러다 보니) 한두 명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에) 자리를 떴다. (그래서) 나머지 우리들만 빵집으로 가서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다) 나는 학교로 갔다. 아이들을 만났다.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영화 얘기를 했다.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영화 얘기를 했고, 한두 명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자리를 떴다. 나머지 우리들만 빵집으로 가서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 좋은 문장의 기본요건은 읽는 사람이 쉽게 뜻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헤밍웨이는 ‘읽기 쉬운 글이 가장 쓰기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다 글맛이 있고 멋도 있으면 더욱 좋다.
▣ 글은 구성이 먼저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않으면 그림을 완성할 수 없다.
▣ 첫 문장이 중요하다. 기사의 리드에 해당한다. 독자가 계속 읽을지 말지를 최초로 결정하는 부분이 첫 문장이다. 첫 문장이 글의 절반이라는 작가도 있다. ‘~하는가’ ‘~인가’ 같은 의문 문형은 가급적 삼가라. 먼저 영탄조로 나가면 독자들의 김이 샌다.
▣ 단순함과 간결함은 글쓰기의 기본원칙--특히, 단순하고 간결한 글은 저널리즘의 생명이다.
▣ 단순함과 간결함은 짧은 문장에서 온다.--문장이 길면 당연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한 문장이 50자를 넘어가면 길다고 본다. 컴퓨터로 작업할 때 1.5줄을 넘어가면 읽는데 호흡이 가빠진다.
▣ 경쾌하게 쓴다고 단어로 끝나는 어절형(語節型) 문장을 남용하지 말라. 경박해진다. 그런 문장은 한 글에 많아야 한두 개 쓰는 게 좋다. 한 문장에 다섯 개, 여섯 개 쓰기도 하는데 너무 많으면 오히려 리듬을 깨는 나쁜 요소가 되기도 한다.
▣ 글 호흡에 변화를 주라.--긴 문장을 반드시 써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긴 문장 다음 문장은 최대한 짧게 쓰는 편이 좋다. 그러면 독자는 지루해하지 않는다. 긴 문장이 계속 같은 수준의 복합적 구조로 되풀이되면 읽는 사람은 쉽게 싫증을 내게 된다. 다음 예문을 세심하게 살펴보면 어떻게 장(長)·단(短)을 배합하라는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과서 이외의 책을 한 권도 읽은 기억이 없다. 집에는 책이 없었다. 우리 집에만 없는 것이 아니라 온 동네를 통틀어 보았자 어느 집에도 별다른 책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좁은 세계였다. 책이 그다지 흔한 시절도 아니었다. 단 한 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디서 용케 빌려왔던 것일까, 어머니가 옛이야기 삼아 읽어주던 책이 생각난다. 지금도 그 책의 이음을 외우고 있다. <무쇠 탈>이라는 것이었다.(김성우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 능동형으로 써라. 읽는 사람은 적극적인 글을 좋아한다. 한국어는 능동형 표현을 기본으로 한다.
(가) 김 형사는 그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수갑을 풀어준 다음 문을 열었다.→(나) 김 형사는 그의 손목에 채운 수갑을 풀어준 다음 문을 열었다.
(가) 세 명의 손에 권총이 들려져 있었다.→(나) 세 명은 손에 권총을 들었다.
(가) 선행상이 학생 5명에게 수여됐다.→(나) 학생 5명이 선행상을 받았다.
▣ 복문과 중문은 피하고 단문을 써라.
주어와 동사는 서로 가까이 있어야 좋다. 수식어도 떨어져 있으면 수식의 대상이 불분명해진다. 복문이나 중문 등 전하는 내용이 한 문장 안에 뭉뚱그려 있는 글은 읽어도 그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가) 한국공무원정도회 서울남부지부 관악분회 익명회원 명의의 이 편지 겉봉투 앞면에는 촌지를 사절하오니 차라리 불우이웃돕기에 써 달라는 내용이, 뒷면에는 추석 전날 민원인에게 피치 못해 받은 촌지로 고민하는 공직자들이 많으니 귀사에서 촌지 불우이웃돕기 기탁창구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 이 문장은 별 무리 없이 두 문장으로 나눠 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 예문을 아래처럼 고쳐 쓰면 한결 이해하기 쉽다.
(나) 한국공무원정도회 서울남부지부 관악분회 익명회원 이름의 이 편지 봉투 앞면에는 촌지를 사절하오니 차라리 불우이웃돕기에 써 달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뒷면에는 추석 전날 민원인에게 피치 못해 받은 촌지로 고민하는 공직자가 있으니 귀사에서 촌지 불우이웃돕기 기탁창구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 어휘선택에 각별히 노력하라.
단어 선택은 좋은 문장의 첫째 조건이다. 문장은 세밀한 기교보다 튼튼한 단어의 선택에서 일차적인 승부가 난다. 어휘의 선택은 언어감각, 사고력, 지식수준의 종합적 결과이기 때문에 지름길이 없다. 자신이 쓴 글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모호하고 어색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단어를 교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보통사람들이 글을 잘 쓰기는 어려워도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단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필자 스스로 적합여부는 판정할 수 있다. 어휘선택은 평소의 어휘에 대한 학습이 뒷받침돼야 한다.
▣ 번갯불 vs 반딧불--단어 선택을 정교하게 해야 글이 살아난다. 마크 트웨인은 작가들에게 수많은 조언을 남겼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이 말이다. “올바른 말과 거의 올바른 말의 차이는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만큼 크다.” 시인이자 소설가 존 벨러반은 그의 창작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배와 복부, 내장과 창자, 위와 밥통 등을 구분해서 쓰라고 말한다. 같은 것을 지칭하는 단어라 해도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 어떤 대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딱 하나 뿐이다. <마담 보바리>를 쓴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일물일어설을 주장했다. 하나의 사물을 가리키는 단 하나의 가장 적절한 명사가 있고, 하나의 동작을 표현하는 단 하나의 가장 적절한 동사가 있으며, 하나의 상태를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형용사가 있는 게 그의 주장이다.
▣ 조사 하나라도 생각하면서 쓰라.--‘비가 내린다’라고 써야 하는지, ‘비는 내린다’라고 써야 하는지에 대해 배워야 한다--소설가 김훈
▣ 진부한 표현을 피하자--짜증나는 클리셰(Cliche)--클리셰는 글쓰기 초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1. 클리셰는 작가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2. 클리셰는 문장의 탄력을 죽인다. 3. 클리셰는 글의 가치와 흡인력을 떨어뜨린다.
클리셰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은 읽고 읽고 또 읽는 것뿐이다. 클리셰의 어원: 18세기경 프랑스에서 초창기 신문을 발행하던 시절 식자공들은 기자들이 자주 쓰는 문구를 아예 따로 만들어놓았다. 이걸 클리셰라고 불렀다. (예) ‘비단결 같은 마음’ ‘깃털처럼 가벼운’ ‘~가 화제가 되고 있다’ (사건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같은 표현은 생명이 없다.
▣ 같은 표현을 거듭해 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글을 쓸 때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나의 문장 속에서도 같은 단어가 반복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단어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 막히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찾으면 비슷한 말이 여러 개 나온다. 참고할만하다. ※ 예를 들어 ‘고맙다’는 표현에도 선택의 여지가 많다. 정말 고맙다. 굉장히 고맙다. 대단히 고맙다. 엄청나게 고맙다. 진심으로 고맙다. 억세게 고맙다. 무지무지하게 고맙다. 흐뭇할 정도로 고맙다. 눈물겹게 고맙다.
▣ 문장의 술어가 같은 표현으로 연속되는 것은 낙제점이다. (예) <~한다. ~한다 ~한다.> <~했다. ~했다. ~했다.>
▣ 군더더기 말, 췌언을 없애라. 수식어(修飾語)보다는 명사와 동사가 우선이다. 명사와 동사의 선택에 집중하라. 글이 분명해진다.
▣ 한 문장에는 하나의 사실만 담는다(One Sentense, One Fact).--성격이 다른 사실이 둘 이상이면 읽는 사람이 혼란스럽게 여긴다. 한 문장에는 한 가지 생각만 담으라. 한번 읽어서 바로 바로 머리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좋은 문장이다.
(가) 이번에 출토된 청동제 항아리는 발(鉢) 모양의 손잡이가 입구에 부착돼 있어서 당시 곡식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북방계열인 스키타이식 유물이 국내에서 출토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나) 이번에 출토된 청동제 항아리는 발(鉢) 모양의 손잡이가 입구에 부착돼 있어서 당시 곡식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방계열인 스키타이식 유물이 국내에서 출토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 (가) 문장에서 앞부분은 출토된 항아리의 용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뒷부분은 성격이 다른 사실, ‘유물이 출토된 것이 처음’이라는 발굴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문장이 선명하지 않다. 이런 경우 (나)처럼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에 주의하라. 주어는 거기에 맞는 술어가 있다. 문장이 길고 복잡해져서 한 문장 안에 여러 개의 절이 있게 되고, 절의 주어와 술어가 여러 개가 되면 전체 문장의 주어-술어 호응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비문(非文)을 쓰기 쉽다. 이럴 경우 전체 문장의 주어와 술어를 의식적으로 확인해서 호응관계를 반드시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최근 20대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60%가 ‘일부러 결혼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 이 문장 전체의 주어는 ‘결과’이어서 여기에 호응하는 술어는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가 돼야 한다. 여기서는 절의 주어인 ‘60%가’를 전체 주어와 혼돈해서 술어를 ‘답했다’라고 잘못 썼다.
▣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호응에 유의하라. 주어와 술어의 호응관계처럼 수식어와 피수식어도 호응관계가 있다.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내용을 확인해서 점검해야 한다.
스페인 철도테러의 범인임을 자칭하는 이 협박문은 3월말까지 한국군을 이라크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을 참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 문장에서 ‘스페인 철도테러의 범인임을 자칭하는’이란 구는 ‘협박문’을 수식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협박문’이 스페인 철도테러의 범인임을 자칭할 수 없다. ‘협박문의 작성자’가 자칭하고 있다. 그래서 ‘협박문’을 ‘협박문의 작성자’로 수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맥상으로는 ‘협박문’이라고 해도 의미는 통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호응관계는 분명히 해야 문장이 정확하고 깔끔해 보인다.
▣ 수식어의 위치는 피수식어 바로 앞에 와야 한다. 수식어 위치가 어디에 오느냐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진다. 가장 자주 나타나는 실수는 수식어가 피수식어와 떨어져 있어서 필자의 의도와 달리 다른 피수식어를 꾸미는 것처럼 되는 경우이다.
지배적인 전문가들의 견해→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
이 경우, 앞의 표현은 전문가 중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견해란 의미이고, 뒤의 표현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뜻이다. 뒤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는데, 앞의 경우처럼 표현하는 사례가 자주 보인다.
※ 영원한 여성의 친구→여성의 영원한 친구
※ 다정했던 그녀와의 한때→그녀와의 다정했던 한때
▣ 수식어가 여럿 있으면 긴 수식어가 앞에 온다. 수식어가 여럿 있으면 긴 말이 앞에 오는 것이 어감 상 자연스럽다.
※ 아름다운 작은 꽃
▣ 병치구조에 주의하라.
병치구조는 한 문장 안에 같은 기능을 하는 말이 둘 이상 있을 때 같은 형태로 나란히 서술하는 것을 말한다. 병치구조는 단어와 단어, 구와 구, 절과 절 같은 식으로 병치되는 대상의 형태가 일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배와 비행기’는 병치구조이지만, ‘큰 배와 비행기’는 병치구조라 할 수 없다. 배에만 수식어가 붙고 비행기는 수식어가 없기 때문이다.
※단어: 광어와 도다리
※구: 양식 광어와 자연산 도다리
※절: 아버지는 양식 광어를 좋아하고, 어머니는 자연산 도다리를 좋아한다.
병치구조는 예문처럼 단순한 경우는 잘 지켜지지만, 복잡한 논리전개 과정에서 구와 절이 많아질 경우 정교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글의 선명한 논리 전개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병치구조는 공통된 범주(예문에서는 생선)에서 의미 있는 차이(광어와 도다리, 혹은 양식과 자연산)를 표현하므로 논리 전개의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 읽는 이보다 먼저 감동하지 말고, 먼저 분노하지 마라. 담담하게 써라. ‘기가 막히다’ ‘어이가 없다’ ‘슬프다’ 같은 표현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느끼게 하라.
▣ ‘등’ ‘및’은 문어에만 쓰이는 죽은 단어다. 리듬을 깨고 글의 속도감을 떨어뜨린다. ‘등’은 ‘~를 비롯한’이나 ‘들’로 대체할 수 있다.
▣ 똑똑 끊어지게 쓰라. ‘~에 따르면~라는 것이다’라는 표현에 무슨 리듬이 있는가. 늘어지고 낡아보여서 읽는 사람이 김이 샌다.
▣ 한자어를 줄이라. ‘5일장’ 대신 ‘닷새장’ ‘계란’ 대신 ‘달걀’이라는 우리말을 쓰면 얼마나 운치 있고 좋은가.
▣ ‘~의’를 줄이라. 많은 경우 생략해도 아무 지장이 없다. ‘~에서의’는 ‘에서 하는’으로, ‘현장의 상황’은 현장상황’으로 쓰면 된다. 문장을 쓸 때 내가 이 글자를 꼭 써야 하나, 안 써도 되나를 고민해라.
▣ ‘~하는데’라는 표현도 웬만하면 쓰지 마라.
▣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장 ~한 것 중 하나’처럼 영어를 그대로 번역한 표현은 삼가라.
▣ 연문(軟文)을 쓸 때는 감정을 이입한다. 내가 그 사람 입장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어떤 설움이나 감동이 느껴지겠는가를 생각하라.
▣ 반드시 퇴고를 하라. 그것도 여러 번하라--헤밍웨이는 말했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한번 쓴 글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헤밍웨이에게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소설의 마지막 장을 왜 44번이나 고쳐 썼는지 물었다. 대답은? “확실한 단어를 쓰기 위해...” 이처럼 프로 작가들도 자신의 초고를 항상 미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수정과 보완을 되풀이하면서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한다. 프로 작가들에게 글다듬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반면에 아마추어들은 글다듬기를 선택사항이라고 여긴다.
※ 귀에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읽어보라.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좋은 문장이 아니다.
<요약> (1) 짧고 간결하게 써라 (2) 쉽게 써라 (3) 능동형으로 써라(4) 호응에 유의하라(비문·非文·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쓰지 마라 (5) 단어의 선택과 위치에 신경을 써라 (6) 같은 표현을 중복해서 쓰는 것을 피하라 (7) 한자어는 가급적 순우리말로 풀어써라 (8) 상투적인 표현-클리셰를 피하라 (9) 복문과 중문은 피하고 단문을 써라 (10) 여러 번 퇴고하라.
첫댓글 오우 이건 프린터로 뽑아서 가끔 읽어야겠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 오정희 소설 필사중인데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가
쉽지않아요
길어서 일단 퍼가고 찬찬히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