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토<Watteau, Jean-Antoine>(1684.10.10~1721.7.18)
[격조높은 사랑]의 아취(雅趣)
17. 시테르 섬에의 출범
와토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제작 연도와 작품의 내력까지도 명백한 것이 바로 <시테르 섬에의 출범>이다. 이 그림은 왕립 아카데미 회원 자격 신청 작품으로서 제작된 같은 해에 심사를 받았다. 심사 때의 작품 이름은 <시테르 섬 순례>였으나, 그것이 어느 사이에 <출범>으로 바뀌어져 일반화되고 말았다. 그러나 근자에 와서 도상학적(圖像學的)인 해석에 따르면 이 작품은 '출범'이 아니라 원래의 제목 그대로 사랑의 섬(시테르 섬)의 순례를 마친 선남 선녀들이 그 섬에서 바야흐로 귀국의 배를 타려고 하는 장면이라는 것이며, 이 주장이 유력하다. 뒤를 돌아보며 섬을 떠나려는 사랑의 쌍쌍들, 그리고 오른편의 비너스 상이 그 곳이 사랑의 섬임을 말해 주고 있다. 전설적인 사랑의 섬을 주제로 한 가장 와토적인 작품이다.
18. 무심한 남자
<깜찍스러운 아가씨>와 쌍을 이루는 작품이며, 비록 소품이기는 하나 와토의 회화적 진수, 나아가서는 로코코 회화의 진수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화려한 옷을 입고 몸도 가볍게 댄스의 스텝을 밟고 있는 젊은 무용수, 그 포즈를 두고 폴 클로델은 '반은 새끼 사슴, 반은 새와 같다.'고 했거니와 또 어떤 평자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양팔을 거의 수평으로 쳐들고 바야흐로 선회를 하려는 듯 균형을 잡고 있다. 얼마나 우아한 무용수인가! 그는 장미색과 엷은 청색의 조끼와, 같은 빛깔의 짧은 바지를 입고 있으며, 핑크빛 양말을 신고 있다. 그리고 위로 챙이 젖혀진 모자 . 와토는 사물의 색채가 아니라 공기의 색조를 그리려고 하는 화가의 한 사람이다. '(토레 뷔르거)
19. 음악 레슨
이 작품은 와토가 살아 있던 1719년에 이미 판화로 옮겨진 작품이다. 아직도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소녀의 청순함을 이처럼 섬세하게 그려낸 화가는 아마도 드물 것이다. 가냘픈 목덜미를 드러낸 소녀의 자세는 이를 테면 르노와르의 역시 음악 레슨을 하는 소녀들을 생각하게 한다. 필촉의 섬세함, 색조의 환한 광채 등도 이 소녀의 아름다움에 호응하듯 완벽하다. 주제는 한 가족이 레슨을 받고 있는 장면에 지나지 않는 것 같으나 때로는 지나치게 주제 해석이 내려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와토가 이 그림에서 그리고자 한 것은 무엇보다도 애띤 소녀의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이며, 말하자면 이 소녀가 바로 이 작품의 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 평화로운 사람
베네치아와 와토와의 긴밀한 관계는 자주 지적되는 것이나, 이 작품은 특히 지오르지오네의 영향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혹자는 이 작품의 중앙 인물들의 자태에서 지오르지오네의 <전원의 合奏>의 영향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개개의 형태보다는 그 <전원의 합주>, 나아가서는 지오르지오네의 회화적 세계가 와토 속에 지속적으로 숨쉬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자연의 음률과 인물과의 조화, 인간은 자연의 일부요 또 자연이 인간의 확산이라고 하는 이 합일의 관계가 바로 다같이 요절한 지오르지오네와 와토라는 다감한 천재를 결부시킨 것일 것이다. 부드러운 언덕과 물줄기가 전경의 인물들의 움직임과 대응하고 있으며, 목가적인 들 나들이가 끝나고 바야흐로 언덕을 내려가려는 그 움직임은 <시테르의 섬>의 그것을 생각케 한다.
21. 정원에서의 모임
귀족적인 일군의 남녀들이 모여 음악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하는 와토 특유의 정경이다. 중앙 단상에 한 조의 인물들이 있고, (흰 사틴의 옷을 걸친 여인이 한층 돋보인다.) 화면 왼편과 중경, 그리고 오른편에 각기 한 쌍의 남녀가 그려져 있다. 화면 우측에 세워진 조각은 커다란 토끼와 노는 어린이들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그림의 정경도 이탈리아 희극의 한 장면인지 또는 순전히 장식화 적으로 구성된 것인지 확실치가 않다. 어쨌든 이 작품은 와토가 즐겨 다루는 '사랑의 향연'의 정경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수많은 선남 선녀들의 각기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포즈가 율동적인 선율을 타고 화면을 누비고 있다. 그리고, 그 포즈와 모델들은 이 작품 외의 또 다른 작품에서 되풀이해서 다루어지는 것이다.
22. 질
거의 등신대로 그려진 이 작품은 '회화 예술의 정점, 인간 정신의 가장 빛나는 표현의 하나'(생 폴리앙)라고까지 극찬되고 있는 놀라운 작품이다. 질은 피에로와 마찬가지로 흰 옷을 걸친 광대역이며, 때묻지 않은 천진 소박한 인물로 무대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 그려진 질의 모델이 누구이며 또 배후의 인물들, 특히 당나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해석이 가해지고 있다. 이제까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 깜찍스러운 아가씨, 무용수, 어린이들, 피에로, 아를캥, 나아가서는 개, 양 등 모두는 말하자면 와토 자신의 극중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질의 천진 소박함, 방심한 듯 자신을 방어할 아무런 능력도 없는 것만 같은 그 무구함, 그 무려한 모습은 따지고 보면 와토 자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3. 화장
아침에 일어난 여자가 잠옷을 벗고 옷을 갈아 입으려 하고 있다. 왼편에 개 한 마리가이 아침 화장을 들여 다보고 있다. 이와 같은 정경은 은밀한 실내화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로코코적인 관능의 나체화라기보다는 오히려 플랑드르 또는 네덜란드의 풍속화를 생각케 한다. 그리고, 실제로 와토에게는 이와 같은 풍속화적이고 플랑드르적인 사실주의의 일면이 있음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와토가 공상적인 우아함 과는 또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며, 그는 그의 친구의 콜렉션을 통해 실지로 플랑드르파의 회화를 연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와토는 이 작품 외에도 같은 주제의 작품을 2점 남겨 놓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24. 베네티아풍의 연회
25. 정원에서의 모임
<조망>에서와 마찬가지로 드높게 자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전경에 비교적 작게 인물들을 그려내고 있다. 등장 인물은 현재 12명을 헤아릴 수 있으나, 원래는 13명이 그려져 있었다고 하며, 오른편 끝의 인물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다. 화면은 대체적으로 어두운 편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외 모임의 그림 중에서 가장 뛰어 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가을도 깊어가는 아름다운 오후, 드높은 나무들이 정적에 찬 그늘을 드리우게 하고 호수에는 높푸른 하늘마저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각기 자유로운 포즈로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 어린이들이 한나절을 즐기고 있다. 인물들은 와토가 즐겨 다루는 자유로운 자태를 지니고 있기는 하나 그 움직임은 그 어떤 감미로운 선율로 연결되어 있다.
26. 이탈리아 劇의 사랑
쌍을 이루고 있는 두 작품이다. 소품이기는 하나 보존 상태도 비교적 양호하며 와토의 화풍과 정신이 서로 다른 형태로 잘 나타나 있다. 또 이탈리아 극과 프랑스 극이라고 하는 대조적인 두 대상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주목되는 작품이라 할 것이다. 프랑스의 연극은 공상적 요소와 추상성이 강한 데 비해 이탈리아의 그것은 극히 현실적이며, 와토가 이 무대를 다룰 때에는 그 현실성에 그대로 매혹되어 공상적인 요소는 전혀 개입되지 않고 있다. 전자의 정경이 보여 주는 화려한 환상성과 달빛과 횃불로 비춰진 배우 군상들이 보여 주는 현실감, 이는 두 나라 연극의 취향의 차 이이기도 하며 동시에 와토 자신의 양면성이기도 하다. <프랑스 극의 사랑>은 두말할 것도 없이 코메디 프랑세즈의 무대와 배우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극의 사랑>은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그것들을 그려내고 있다. 루이 14세에 의해 창설된 이 프랑스 극단은 매우 의미 심장한 몸짓과 정확한 언어의 구사로 특정지어지고 있다. 이 무대에 있어서의 등장 인물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다. 이 점에 있어서는 이탈리아 극의 등장 인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달의 신 헤카데와 지옥의 왕비 페르세포네가 지배하는 밤, 그것을 메즈탕이 횃불로 비추고 있으며, 뒤 편의 아를캥이 놀라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어쨌든 이 두 작품은 다같이 높은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하며, 그러나 그 상징은 현학적인 것이 아니라 와토의 순수한 시적 감흥과 인생관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27. 프랑스 劇의 사랑
28. 프랑스의 배우들
라프시느의 비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이 중앙에 서 있고, 그 곁에는 애원하는 여인, 울고 있는 여인들이 그려져 있다. 또 마루에는 편지 조각이 버려져 있다. 오른쪽 후경에 보이는 인물은 <프랑스 극의 사랑>에도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인 크리스탕이며, 무대 장치는 고전극으로서 필수적인 고전 양식의 건물을 본뜨고 있다. 이 고전 비극의 당시의 주인공은 미남으로 이름을 떨치던 필립 브와송이라는 이름의 배우이며, 연기는 그다지 신통치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전문가는 이 작품을 두고 라시느와 몰리에르에게 다같이 바쳐진 <테아트르 프랑세(프랑세즈 국립 극 장)>의 우의화라고 풀이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프랑스 극의 사랑>과 비교해 볼 때 이 작품이 모작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남게 한다.
29. 성가족(聖家族)
30. 사랑의 게임
31. 파리스의 심판
추측컨대, 화상 제르생의 간판의 배경에 나타나는 한 그림을 위한 습작일 것이다. 또 <제르생의 간판> 왼편에 그려진 뒷모습의 부인의 모델로서 이 나부가 쓰여 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가는 목, 좁은 어깨, 자그마한 머리 등은 와토의 다른 여성상에서도 볼 수 있는 와토적 취향의 것이다. 색채를 두고 볼 때에도 <화살을 빼앗긴 큐우핏>과 연결되는 진주색의 투명한 채색법 또는 청록색의 배경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주제 자체를 두고 볼 때 이 <파리스의 심판>의 정경이 어떠한 시적 발상에 의한 것인지 또는 우의(寓意)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
32. 깜찍스러운 아가씨
<무심한 남자>와 함께 와토의 정수를 가장 잘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폭풍우를 머금은 듯한 붉은 색이 감도는 하늘 때문에 어딘지 열기 있는 초록의 색조, 기타를 치는 여자의 머리카락까지 물들이고 있는 청록 색이 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공쿠르) 그러나, 그 와 같은 원화의 참맛을 오늘의 작품 보존 상태로서는 음미할 길이 없다. 따라서 와토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느 정도의 상상력을 동원시켜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또한 르노와르가 루브르 미술관에서 가장 찬탄을 아끼지 않았던 작품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와토의 몽환적인 분위기, 우아한 자태, 아름 다운 의상에 매료되었을 것이며, 그가 화려한 옷을 입고 피아노 옆에 앉은 소녀들을 그린 것도 이 <깜찍스러운 아가씨>에게 이끌렸기 때문이 아닌가도 싶다.
33. 불안한 연인
'그 얼마나 한 사랑과 교태를 지닌 아가씨인가? 또 얼마나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지닌 자태인가? 또 그녀의 의상의 새로움! 풍경에까지 배어 들어 가는 아스라한 몽상. 와토의 화필은 더없이 가볍게 마치 꽃 위의 새처럼 화면 도처에 날아 간다. 와토는 틀림없이 이 작 품을 1717~20년 사이에 그렸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가장 놀라운 작품 <시테르 섬에서의 출범>이 그려진 연대이다.' (그뤼이엘) 그러나 이 작품도 잦은 보수로 보존 상태가 극히 나쁘며, 와토 특유의 필촉의 섬세 함, 유연한 그 리듬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 그러한 손상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이 작품이 와토의 작품이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은 전기 한 구절이 말해 주고 있는 가장 와토적인 특성을 이 작품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34. 장티이의 라 비에브르 강
와토의 작품 중에서는 지극히 드문 풍경화의 하나이다. 이 작품이 발견된 것은 1947년의 일이며, 그 후 와토의 작품으로 공인되기는 했으나, 이작품 내력에 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풍경은 파리 근교의 샹티라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며, 그것은 와토의 또 다른 풍경화 <라 마르모트>에서와 같은 종각이 이 그림 속에도 그려져 있다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려진 풍경이 어느 고장의 것이든, 허물어진 벽, 높게 우거진 나무의 부드러움 잎들, 물에 비치는 종각, 하늘의 미묘한 뉘앙스 등이 풍경화는 와토의 본질적인 특성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와토로부터 1 세기 후 그 유산은 코로의 건물, 나무, 하늘, 광선의 묘사에 의해 계승된다.
1915-6년 캔버스, 종이 유채 29X34Cm 파리 개인 소장
Buachaill On Eirne / Clannad http://cafe.daum.net/pop0802
출처: 추억의 음악캠프 원문보기 글쓴이: 퀸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