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부호와 띄어쓰기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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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글쓰는 시대에 맞춰.. 한글맞춤법 문장부호 26년만에 개정
우리가 쓰는 모든 단어는 일종의 기호다. 문장과 글은 이러한 기호를 체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장부호와 띄어쓰기도 기호에 해당된다. 단어와 달리 문장부호와 띄어쓰기는 대충 써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둘도 단어를 제대로 골라 쓰는 것만큼 중요하다.
① 온점부터 말줄임표까지
친구의 편지를 읽다가 숨을 거둔 사람이 있었다. 까닭을 알아보니 그 편지에는 온점(마침표)이나 반점(쉼표)이 하나도 없더라는 것이었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이 이야기는 문장부호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문장부호 사용의 첫걸음은 문장이 끝난 자리에 ‘온점(.)’을 적어 넣는 것이다. ‘윤호는 자고 있다 그 동생 성호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와 같은 온점을 생략하면 안 된다.
온점은 숫자와 같은 표시문자 다음에도 ‘1. 서론, 2. 본론, 3. 결론’과 같이 쓰인다. 그런데 표시문자에 ‘① 서론, 2) 본론, (3) 결론’과 같이 괄호를 쓸 때는 온점을 적지 아니한다.
흔히 ‘쉼표’라고 부르는 ‘반점(,)’은 문장 안에서 짧은 휴지(休止)를 나타내는 것으로 그 쓰임이 매우 다양하다. 반점은 우선 ‘공부할 때는 책, 연필, 노트가 필요하다’와 같이 자격이 같은 어구를 연결할 때 쓴다. 물론 ‘책과 연필과 노트’처럼 조사로 연결할 때는 쓰지 않는다. ‘전주와 광주, 대구와 부산은 호남과 영남을 대표하는 도시다’와 같은 단어나 어구를 짝지어 구별할 때도 반점을 반드시 쓴다.
바로 다음 말을 꾸미지 않을 때도 반점을 쓴다. ‘나는 어제 내가 좋아하는 현주의 동생 명주를 만났다’라는 문장의 경우 ‘나’가 좋아하는 사람은 ‘현주’다. ‘나’가 좋아하는 사람이 ‘명주’라면 ‘나는 어제 내가 좋아하는, 현주의 동생 명주를 만났다’라고 써야 한다. 이처럼 반점은 전하려는 뜻까지 바꾸기도 한다.
‘설화는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를 가리킨다’라는 문장의 경우에도 ‘설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를 가리킨다’와 같이 반점을 써야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진취적 행동, 이는 청소년의 덕목이다’, ‘정직, 이거야말로 자기발전의 원동력이다’와 같이 특별히 강조하기 위해서 맨 앞에 둔 제시어 다음에도 반점을 쓴다. 도치된 문장 사이에도 ‘그러면 안 된다, 적어도 우리가 친구라면.’과 같이 쓴다.
‘아, 그랬구나’처럼 가벼운 감탄을 나타내거나, ‘예, 잘 알겠습니다’처럼 대답하는 말의 뒤, ‘가겠다는 거야, 안 가겠다는 거야?’와 같이 듣는 이의 선택을 물을 때도 반점을 쓴다. ‘단, 이것은 명심해야 한다’라는 문장처럼 접속이나 연결을 나타내는 말 다음에도 쓴다. 순서를 나타내는 첫째, 둘째, 셋째 뒤에도 반점을 써야 한다. 하지만 ‘그리고’, ‘그러나’, ‘그러니까’, ‘그런데’ 등의 접속부사 다음에는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외에도 숫자를 나열하거나 수의 폭과 대략적인 수를 나타낼 때도 ‘5, 6,세기’, ‘7, 8개’와 같이 반점을 써야 한다.
‘가운뎃점(·)’의 쓰임은 어떤가. 가운뎃점은 ‘사회·역사적 관점’, ‘조사·연구’와 같이 여러 단위가 대등하거나 밀접한 관계임을 나타낸다. ‘3·1운동’, ‘4·19혁명’, ‘6·10항쟁’처럼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날의 월과 일 사이에도 쓴다.
쉼표로 열거한 어구를 여러 단위로 나눌 때도 ‘민수는 축구·농구·배구와 같은 스포츠를 좋아하고, 정희는 영화·미술·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를 좋아한다’와 같이 가운뎃점을 쓴다.
‘물음표(?)’와 ‘느낌표(!)’도 올바로 써야 한다. 물음표는 의문의 뜻을 나타낼 때 문장의 맨 끝에 쓴다. 의심·빈정거림·비웃음 등을 표시할 때, 혹은 절절한 말을 쓰기 어려운 경우에도 ‘결국 은주한테 절교선언을 당하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와 같이 물음표를 쓴다. 느낌표는 물론 감탄이나 놀람, 부르짖음, 명령 등 강한 느낌을 표현할 때 쓴다.
영화나 음악, 미술, 문학 등의 작품 이름에는 ‘작은따옴표(‘’)를 반드시 써야 한다. 논문을 쓸 경우 작품이 실린 책이나 전시된 작품의 전시회 이름은 어떻게 구분해서 쓸 것인가. 이때는 ‘큰따옴표(“”)’를 쓰면 된다. “매일신보”에 실린 이광수의 소설 ‘무정’과 같이 쓰는 것이다.
‘묶음표’도 중요한 문장부호 중 하나다. 우리말의 묶음표에는 ‘소괄호(())’, ‘중괄호({})’, ‘대괄호([])’가 있다.
소괄호는 ‘성실(誠實)’, ‘이광수(6·25때 납북)’, ‘6·15선언’ 등과 같이 연대, 주석, 설명 등을 넣을 때 쓴다. 중괄호는 여러 단위를 동등하게 묶을 때 쓰는데 문장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괄호는 ‘낱말[單語]’과 같이 묶음표 안의 말이 바깥 말과 소리가 다를 때 사용한다. ‘정성을 다해서 [성실(誠實)한 태도로] 일해야 한다’와 같이 중괄호를 겹쳐 써야 할 때도 대괄호를 쓴다. 다만 ‘문체(style)’와 같이 영문을 밝혀 적을 때는 소괄호를 쓴다.
‘4·19(1960년)을 기억하자’와 ‘정보(지식)이 필요하다’를 보자. 괄호 다음의 조사로 ‘~을’과 ‘~이’를 쓴 것은 괄호 안에 있는 ‘1960년’의 ‘~년’과 ‘지식’의 ‘~식’과 연결해서 소리나는 대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괄호 안에 든 단어는 읽지 않는 모양으로 써야 한다. ‘4·19’와 ‘정보’의 마지막 소리인 모음 ‘ㅜ’와 ‘ㅗ’에 이어지는 조사를 골라 써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둘은 ‘4·19(1960년)를’과 ‘정보(지식)가’로 고쳐 써야 한다.
할 말을 줄이거나 대화체에서 말이 없음을 나타낼 때 쓰는 줄임표도 주의를 기울여 써야 한다. 줄임표는 가운뎃점 여섯 개(……)를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운뎃점 세 개(…)나 마침표 셋(...)을 쓰는 것도 허용된다.
문장부호는 종류와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글을 읽다 보면 이 문장부호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장부호를 정확하게 사용해야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좋은 문장 나쁜 문장(송준호, 살림출판사, 2017)’에서 옮겨 적음. (2023. 1.21. 화룡이) >
첫댓글 띄어 쓰기와 문장부호 하나 차이로 의미가 달라진다면 계약이나 국가간의 협상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3.1.21. 07:04. 까만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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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어 쓰기와 문장부호 하나에도 신경 써야 하는 '글 고치기' 작업임을 되짚습니다.
오늘, 즐겁고 보람있는 설 명절이시길 빕니다.
2023.1.22. 04:07,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