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육갑(病身六甲)과 등신(等神)
욕 가운데 해서는 안 될 가장 야비한 것이 신체적 결함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우리말 속담에 '장님 단청 구경하듯'이란 말이 있다. 장님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데, 절에 와서 울긋불긋한 단청(丹靑) 구경을 한다고 하니, 실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면서 보는 시늉만 하는 것을 놀려 하는 말이다.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것만도 서러운데, 이런 식으로 비유를 만들어 놀리는 것은 차마 할 짓이 못 된다.
흔히 터무니없는 엉뚱한 짓을 할 때 조롱하는 말로 병신(病身)이 육갑(六甲)한다고
한다. 병신(病身)은 말 그대로 병든 몸, 즉 장애인을 가리킨다. 이 말에는 조롱하는
뜻이 담겨 있다. 육갑은 육십 갑자(六十甲子)의 줄임말이다. 육십 갑자는 '갑을병정
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십천간(十天干)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
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십이지지(十二地支)를 결합하여서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으로 이어지는 60년 단위의 명칭을 가리킨다.
예전에는 이 육갑을 순서대로 줄줄 외웠다. 그런데 육갑은 서로 비슷비슷하여
정상적인 사람도 이것을 다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니 멍청한 사람이 육갑을
외우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 자꾸
나설 때, 이것을 조롱하는 말로 병신 육갑한다고 하였다.
등신(等神)은, 나무, 돌, 흙, 쇠 따위로 만든 사람의 형상이라는 뜻으로,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흔히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등신(等神)이라고 한다.
등(等)은 같다는 말이다. 수학에서 '='을 등호(等號)라 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등신(等神)은 신(神)과 같다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좋은 말 같지만, 이 때
신(神)은 귀신이나 영혼이 아니라, 사람 모양으로 만든 신상(神像), 즉 짚이나 흙
등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형상을 가리킨다.
짚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 놓아 봤자 형상만 사람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정신이 나간,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