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장편] [정엘/은마/숲클] 세 소년들의 이야기 -21-

[유한]

[유안 시점]

"흐음… 어떡하지."

처음에 알리사를 일행으로 받아드리고, 나는 사실 하나를 망각하고 말았었다. 하르파스의 체질 말이다. 나한테는 너무 익숙해져 있던 터라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막상 생각하고 보니 인간인 알리사의 입장에서는 경악 할 만 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걸 알리사를 받아들이고 난 뒤에 깨달은 일이라, 바로 다시 돌아가서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를 포함한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감추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낮에는 릴리트가 어디 가고 밤에는 하르파스가 어디 간다고 한다든가의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들키고 만 것이다.(대충 예상은 했었지만.)

불과 몇 분 전, 정확히 릴리트가 하르파스로 변화는 과정을 목격 한 것이다. 나는 릴리트가 하르파스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번에도 들키지 않아 다행이라며 속으로 안심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알리사가 멀뚱히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에 나와 하르파스가 움찔하며 당황해 하는데, 알리사는 활짝 웃으며 한마디만 했다. '밥 먹으로 빨리 오세요.'라고 말이다.

나와 하르파스는 조마조마한 눈으로 서로를 살폈다. 그리고 돌아와서 알리사의 눈치를 살폈는데, 알리사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에 나와 하르파스는 '혹시 못 본건가?'라는 의문도 가져보았다. 하지만 멀뚱히, 우리를 정확히 보고 있던 시선을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을 들켰을 확률이 더 높았다. 나는 저 멀리서 무언가 토론을 나누는 세 종족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알리사에게 들키지 않도록 잠시 봐달라고 했었는데 저렇게 놀고 있었다니…. 그런데 들키고 난 뒤의 알리사의 반응이 너무 허무했던 터라 무척이나 찝찝한 맘이 들었다.

그건 하르파스도 나와 마찬가지였는지, 결국 먼저 얘기를 꺼냈다.

"저… 아무 말 없으시네요."

"네? 뭐가요?"

"아까 장면을 보신 게 아닌가요?"

하르파스가 긴장어린 표정으로 알리사를 보았다. 그에 알리사는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바라크와 자키가 잡아 온 토끼를 손질하는 것을 멈추고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의 장면이요? 흐음… 아까의 장면이라면 무척 예뻤던 저녁노을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

"무척이나 예쁜 언니가 멋진 오빠로 변한 장면 말인가요?"

장난기가 가득 담은 듯한 호박색 눈동자가 예쁘게 휘어졌다. 방긋 웃으며 말하는 알리사와 달리 하르파스는 무척이나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 역시 봤군요."

"네, 어쩌다가요. 음… 별로 밝히고 싶어 하시지 않는 것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었는데…."

하르파스의 어둠이 짙게 깔린 말에 알리사가 당황해 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잠시 침묵을 지키던 하르파스가 조용히 알리사에게 물었다.

"저… 경멸하시지 않는 건가요?"

"네? 뭐요?"

"경멸… 말입니다."

"예에? 겨우 그거 가지고 경멸을 하다니요!"

하르파스의 말에 알리사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마치 자기 일인 것 마냥 펄쩍 뛰며 분개했다. 그 모습에 저 멀리서 놀고 있던 바라크와 자키, 루시어스까지도 일제히 우리 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 청각이 무척 발달한 그들에게는 우리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반짝거리는 루시어스와 바라크의 눈동자를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예요! 그 말을 제가 아는 사람에게 말했다면 그 사람 역시 무척 화를 냈을 거라고요!"

알리사의 반응이 무척이나 의외였다고 생각했을까. 하르파스는 멍한 눈으로 알리사를 보았다. 알리사는 멍한 표정의 하르파스를 보고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신을 그렇게 낮추지 말아요. 제가 보기에도 하르파스님의 일이 흔한 건 아니겠지만, 그건 하르파스님 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확률 이였어요. 그게 운이 안 좋게도 하르파스님에게 걸린 것뿐이지. 정말 거듭 말하는 거지만 제가 아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분명 하르파스님은 그 분한테 혼났을 걸요?"

똑부러지는 알리사의 말에 하르파스는 '하하….'하고 웃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본 하르파스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에 알리사는 무척 당황하며 나를 보았다. 갑작스런 하르파스의 눈물에 나도 멍한 표정을 짓다가 옅게 웃었다. 설마 이렇게 멋진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줄이야.

나는 여전히 당황하며 하르파스를 살피는 알리사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심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알리사가 하르파스를 무척 어려워한다거나 경멸하는 기색을 보인다면, 나는 하르파스를 위해서라도 알리사와 일행으로 다니는 것을 그만두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멋진 말을 듣게 되다니.

어렸을 때부터 변종이라는 말을 들으며 많이 아파했던 하르파스였다. 게다가 처음에 차원의 틈에 빠졌던 나를 찾으러 왔을 때도 무척이나 힘든 일을 당했었다. 낮과 밤으로 성별이 바뀌는 것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이제 막 만난 사람에게 이런 따뜻한 말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에 나는 무척 감사했다. 그에 나는 그녀에게는 우리의 정체를 알려도 되겠다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이왕 이렇게 된 거, 들켜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이였다.

"이렇게 이제 말을 하게 되어서 미안해요."

"네? 유안님? 갑자기 무슨…"

갑작스런 내 말에 알리사가 크게 눈을 깜빡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는 현재 마계에서 마왕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알리사는 내 말에 눈을 부릅떴다. 자세히 보니 몸도 가늘게 떨렸다. 그에 나는 아차 싶었다. 너무 갑자기 말한 걸까. 아까와는 달리 무척이나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알리사를 향해 나는 조심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알리사?"

"아, 네… 그러니까 마왕… 이요?"

천천히, 무척이나 느릿한 음성으로 내뱉는 알리사를 향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알리사를 제외한 우리는 모두 인간이 아닙니다."

내 말을 듣자마자 하르파스가 흘렸던 눈물을 닦고는, 보기 힘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현재 장로를 맡고 있는 하르파스 브로켈이라 합니다."

"같은 장로 직을 맡고 있는 바라크 고모리."

"나는 천족이야."

"나는 드래곤. 정확히는 블루 드래곤이지."

"…."

뒤이어 일행들이 말하는 자기소개를 가만히 듣던 알리사는 아무 말 없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제껏 같이 다니면서 보았던 활발한 표정과는 달리 무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자 나는 내심 속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알리사는 곧 표정을 바꾸더니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다. 역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거북한 걸까. 그에 내가 씁쓸하게 웃으려 할 때였다.

"저… 그럼 유안님이 마왕이라고 했으니까 현재 마계의 왕 인거죠?"

"네."

약간의 예상 밖의 질문에 나는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알리사의 표정이 잠시 복잡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다시금 질문을 해왔다.

"혹시 최근에 마왕이 바뀌었나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이번에 대답한 사람은 하르파스였다. 하르파스도 의도를 알 수 없는 알리사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하르파스의 대답을 들은 알리사는 표정이 하얗게 질리는 것 같더니 곧 정색하며 물었다.

"그럼 전대든 그 전 전대든 검은 머리카락에 눈동자색이 루비같이 붉은 색은 가진 마왕은 없었나요?"

"글쎄요…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 그럴 리가 없는데…."

"네?"

너무나 조그맣게 중얼거린 말이라 자세히 듣지 못한 내가 되묻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알리사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하는 알리사의 모습은 뭔가 수상했으나, 나는 따지지 않았다. 현재 무척 심란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 이였다. 알리사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루스와 바라크에 의해 구워지고 있던 토끼 고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알 수 없는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새 고기가 다 익은 것을 보고, 알리사가 제일 먼저 고기를 먹으며 중얼 거렸다. 그 중얼거린 말이 '역시 인간 같지 않더라니…'였다. 그에 내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자, 알리사는 힐끔 나를 쳐다보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았다.

"여러분들도 정체를 알려주셨으니, 저도 알려줄게요. 저는 사실 보안부 3급 요원이랍니다."

"아… 보안부라면…?"

"네, 보안부에 대해 알고 계시군요?"

내가 보안부에 대해 아는 척을 하자 알리사가 아까보다 더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국 기밀 정보 처리부. 통칭 보안부. 그에 대해서는 예전 샴페인 용병단과 함께 했을 때, 휴센에게 들었던 정보였다. 하지만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 내가 머쓱한 표정을 짓는데, 알리사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세란타 주변에 마물족들이 모이고 있다는 얘기가 접수 되었어요. 그래서 조사 차원으로 가게 되었죠. 그리고 겸사겸사 그 근처에도 들리고 말이에요."

그러면서 알리사는 다시금 손에 들린 토끼 고기를 크게 베어 먹었다. 그리고는 우물우물 씹으면서 우리를 쭈욱 한 번 훑어보았다. 그 눈길에는 호기심과 장난기, 냉정함이 가득 섞여져 담겨 있었다. 그 눈길을 가만히 보던 자키가 입을 열었다.

"유안, 우리도 그 근처로 가는 거 아니였어?"

"아, 음. 맞아. 그럴걸?"

"어머! 정말요?"

자키의 말에 알리사가 반색하며 우리를 보았다. 그에 나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는 알리사를 향해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실은 저희도 마물족 때문에 가는 거였거든요."

"와! 잘됐다! 그럼 계속 같이 가요! 헤헤, 나중에 또 혼자 가야하나 싶었는데…."

그러면서 두 볼을 살짝 붉히며 쑥스럽단 표정을 짓는 알리사를 보고, 그곳에 있던 우리 모두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알리사 덕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많이 만들어 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엘의 시점]

나는 내 손에 들려진 검을 멍하니 보았다. 내가 검을 왜 사용했을까. 나는 왜 검을 산거지?

이러한 의문이 뇌리를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현재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이 검을 꽉 지고 나를 향해 반짝이는 눈길을 보내는 카밀을 위해 대련을 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를 피해야 하는 것 인가였다.

우리는 위에서부터 허락을 받고 온 카밀을 보고 최대한 빨리 갈 것을 서둘렀다. 그러던 중 우리와 비슷할 때쯤에 떠나려던 샴페인 용병단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샴페인 용병단과 함께 다니던 유안과 자드키엘이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갔냐고 묻자 그들은 이미 떠났다고 하는 것이다. 그에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름 인사라도 하고 헤어지고 싶었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휴센이 혹시나 유안과 연락이 되면 알려주기로 했다. 그에 나는 빙긋 웃으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약했다.(약속을 지킬 수는 없겠으나, 꼭 그러고 싶었다.)

그렇게 세란타로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빨리하기 위해 우리는 '산'을 선택했다. 여관에 머무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길은 클로네인 세이 덕에 최대한 빠른 길로 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세이로부터 식물들에게 몬스터들이 어디 있는지 정보를 들을 수 있어 편하게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그 수가 증가되어 결국에는 빨리 가기위해서는 싸우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세이는 뒤로 빠져있고 나와 카밀이 몬스터를 처치하는 식으로 세란타로 향했다.

하지만 세이에게 들은 대로, 카밀이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을 만한 인재라고 하더니, 내가 죽인 시체들을 보고 바로 내가 마물족을 죽였다는 것을 카밀이 알아챈 것이다. 처음에는 강하게 부정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질기게 달라붙는 통에 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세이가 깔끔하게 '아마 카밀은 그 상태로 몇 달은 더 갈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한 마디에 나는 바로 내가 했다고 자백했다.

그러자 카밀의 표정이 파앗-하고 피는가 싶더니 밑도 끝도 없이 대련을 하자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그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큰 맘 먹고 대련을 해 주었다. 결과는 당연히 나의 승리. 나에게 한 방에 나가떨어진 카밀은 나와 자신의 검을 잠시 멍한 표정으로 번갈아 보더니 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나에게 대련을 해달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름 열심히 인 것 같은 녀석의 모습에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련에 응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어야지. 가면 갈수록 '대련'을 해달라는 수가 증가되자 나는 카밀을 피해 다녔다. 그에 뚱한 표정을 짓던 카밀이 어느 날 대뜸 나에게 '어떻게 하면 엘처럼 강해 질 수 있어?'라고 묻는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이리 대답했다.

'오우거 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팔찌와 발찌를 착용하고 생활하며 절벽을 오른다던가, 스승한테 심장 같은 부위의 급소만 노려달라고 해. 그리고 가끔씩 늪 바닥을 뒹군다든지, 지하탐방을 하면 된단다.'

이런 내 말에 카밀의 안색이 파리해지는 것 같더니 한동안 나에게 '대련'의 '대'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에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얼마가지 않아 또 '대련'타령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란타에 도착한, 눈물 나고도 감동스러운 날에도 그랬다.

"엘! 나랑 대련해줘!"

"윽! 카밀, 넌 질리지도 않아?"

여관을 잡자마자 대련을 해달라는 카밀을 보고 내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카밀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전혀 안 그런데?"

그 말에 내가 기겁을 하며 저 멀리 방관하고 있는 세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세이, 도와줘!"

"알아서 하도록 하세요."

"헉! 세이 너마저!"

"엘! 나랑 대련하자니까?"

세이의 배신(?)에 내가 넋을 잃고 있을 때, 카밀이 다시금 나에게 '대련'을 요구했다. 그에 내가 질린 표정으로 결국 빽 하고 카밀에게 소리쳤다.

"아악! 카밀 나도 좀 쉬자고!"

내가 갑작스레 소리치자 카밀이 움찔하며 '대련'이라는 말을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 그에 내가 '지금이 기회다!' 싶어서 몸을 홱 돌리고는 빠져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러다가 나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짧은 금발의 머리카락에 바다를 담아 놓은 듯한 푸른 눈동자. 무척이나 낯익은 이목구비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나랑 눈이 마주치자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곧 흘러나오는 말에 나는 움찔했다.

"… 엘?"

조용히 내뱉는 음성에는 의미 모를 슬픔마저 서려있었다. 그에 내가 속으로 의아해하며 그를 수상한 눈으로 살피다 눈을 부릅떴다. 낯익은 이목구비는 내가 무척 잘 아는 모습 이였다. 어떻게 '그'를 잊을 수 있을까. 나는 떨리는 음성으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설마… 이사나?"

"엘… 엘이 맞구나."

내 말에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며 빙긋 미소 짓는 그의 모습에, 내가 알고 있던 이사나의 잔상이 희미하게 겹쳤다. 그에 나는 앞이 뿌옇게 변하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진짜… 이사나야?"

내 말에 그는 눈물을 닦는가 싶더니 곧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응. 정말 오랜만이야, 엘."

"이사나!"

나는 기어코 눈물을 흘리며 그, '이사나'를 끌어안았다.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아니, 그것보다 기억은 어떻게 갖고 있는 거지?

하지만 나는 일단 이런 생각들은 다 접어 두기로 했다. 왜냐하면 지금은 이사나와의 재회를 만끽하고 싶었다. 한참 끌어안던 우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떨어졌다. 나는 나를 기억하고 있는 이사에게 기쁨을 감추지 않으며 물었다.

"이사나! 어떻게 된 일이야? 다 기억하고 있는 거야?"

"응. 그게 내게 특혜가 내려졌었어."

"특혜? 설마…."

"맞아, 망각의 물과 관련된 거야."

"…!"

나는 다시금 기쁨에 이사나를 꽉 끌어안았다가 놓았다. 다시 본 이나사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나도 그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 다행이다. 나 정말… 그때 내가 늦은 거에 얼마나 후회했었는지 몰라."

"무슨 소리야. 엘은 엘이 할 일을 하러 간 거잖아?"

"이사나…."

다시금 눈물로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걸 보고 이사나가 빙긋 웃더니, 볼을 타고 흐르는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엘, 울지 마. 혹시 그 책 못 봤어? 난 엘이 나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건… 트로웰 덕에 다… 봤어."

눈물로 흐끅 거리며 말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이사나가 낮게 웃었다. 그 모습에 나도 눈물을 닦고는 이사나를 따라 웃었다. 그렇게 이사나와 다시 재회한 기쁨에 행복해 하고 있는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 아는 사이 입니까?"

"아, 세이. 응. 아는 사이야."

빙긋 미소 띤 얼굴로 세이에게 답했다. 그러자 세이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밀은 멍하니 나와 이사나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사나와 다시 만났다는 기쁨에 피어오르는 흥분 감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연신 웃으며 이사나를 쳐다보는데, 무척이나 어려보이는 한 꼬마가 끼어들었다.

"이잇! 너 누구야!"

"… 에, 에리?"

갑자기 끼어든 꼬마의 모습에 이사나가 당황했다. 이사나와 같이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맹랑한 꼬마는, 이사나와 닮은 모습으로 보아 현재 이사나의 동생으로 보였다. 그에 내가 묘한 시선으로 꼬마를 내려다보는데, 꼬마는 한 손은 허리에 갖다 올리고는, 남은 한 손으로는 나를 가리켰다.

"너는 누군데 우리 오빠를 꼬시려는 거야?"

"아아?"

꼬마의 맹랑한 질문에 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내 주변에서 동시에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내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자 세이와 카밀이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참고 있었고, 앞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사나가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에 내가 상처받은 표정으로 이사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내 표정을 보던 이사나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하하! 엘은 여전하구나?"

"… 그거 욕이지?"

"하하하!"

내 말에 대꾸도 안 해주고 이사나가 한참을 웃었다. 그에 내가 뚱한 표정을 짓는데, 이사나가 쪼그려 앉고서 자신의 동생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에리, 이 사람은 오빠 친구로 남자야."

"에에? 저, 정말?"

"그럼, 미안하다고 얼른 사과해야지."

평소 이사나의 말을 무척 잘 따르는 아이인가보다. 이사나가 사과하라니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꾸벅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동자에 기분이 파악 상했다. 그에 인상을 찌푸리자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이사나가 꼬마를 대신해서 나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려 할 때였다.

"오빠! 빨리, 빨리!"

갑자기 꼬마가 이사나를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 그에 이사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꼬맹이의 손에 이끌려 나가버리려 할 때였다. 갑작스런 상황에 내가 멍한 표정을 짓는데, 끌려 나가던 이사나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엘! 나중에 다시 얘기 하자!"

그에 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곧 이사나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걸 아쉬운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그러자 조용히 나를 기다려준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땅바닥을 쳐다보고 있던 세이가 내가 몸을 돌린 것을 보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일은 대충 끝났습니까?"

"아, 응."

차분히 말하는 세이의 말에, 이렇게 가만히 둔 것이 미안해져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세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엘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저희가 방을 예약해 두었습니다. 피곤 할 테니 얼른 올라가도록 하죠."

"으, 응!"

"우웃! 피곤하다, 그치? 빨리 들어가서 자고 싶어."

정말 졸린 지 눈을 비비는 카밀을 보고 나는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아까전만 해도 대련해 달라고 조르더니. 하지만 난 곧 피식 웃었다.

예상치 못한 만남에 무척 기분이 좋아진 덕이었다.

'내일은 카밀이 대련 해달라고 하면 해 줘야지.'

그러면서 나는 이사나와 나눌 대화를 생각하며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기뻐했다. 그런 나를 뒤에 있던 세이가 이상하게 쳐다봤다는 것은 입 다물고 있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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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동안 동생이 옆에서 괴롭히네요. 엉엉

날 협박해요 엉엉엉

오늘은 동생덕에 무척 힘드네요 후덜덜

이번화도 재미있게 봐주시고, 다음 편 예정일은 목요일입니다.

[예현루]

흐앗!챠! 알리사가 아는 마왕이랑 유안이랑 달!라! 당황하는 알리사 너무 귀엽구 ㅠㅠㅠㅠㅠㅠㅠ 엘도 카밀도 세이도ㅠㅠㅠㅠㅠㅠ기대만빵입니다!

[루지]

아,,안되!!!!!!!! 알리사랑 이사나랑 마주치는 편에서 긑나길 바랫눈데 흐흑..!!

[미하엘]

오오 다음편이 궁금궁금해지네요! 잘보고갑니다~

[무작위정신]

알리사에 이사나까지... 다들 모여드는군요... 하하하... 왠지 비빔밥 먹는 기분.. 에헤헤~♡

[김표정]

오오 나왔군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_+ 진짜 재밌어요!
잘보구갑니다! 다음편도 열심히 기대할게요!!

[마이]

밀린거 한꺼번에 보고왔습니다!!!! 이사나!! 드뎌 만났에여~~ 알리사랑은 어떻게 만날까여? 담편 기달리겠습니다!!!!

[[N]별냥이]

아이고 완결 안 난 장편은 안 보려고 했는데 너무 꾸준히 올리셔서 결국 클릭하고 대박 후회했어요. 읔ㅜㅜㅜㅜㅜㅜㅜㅜㅜ20편 다 봐야겠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그리고 이젠 다음 편 똥줄타게 기다리겠지!..흑흡흑흡. 잘 읽었습니다! 절대 안 겹칠 것 같은 세 주인공을 이로케 만나게 만들어버리다니 이 분 대단하시네요....저는 이렇게 울면서 정주행을 하러 갑니다. 망했어요.

[알르]

이사나랑알리사도얼릉만났으면좋겠어요!!잘보고가요~

[[P]애눌]

이로케 하르x알리가.. :Q...으하하하하!!! 는 훼이끄고 *'ㅅ'* 으아니 왠지 그런데 알리사가 말한 건 아스모델 같은데.. 그러고보니 저희 아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ㅠㅠㅠ!!!!

[C_hlo_e]

헤헤~~이거 완전 짱이에요!! 넘 재밋어요!

[friecia]

다음주목요일.......기다릴꺼에요!!!!!

[링림]

원래 단편만 보는데.... 큭 1편부터 다보고 말았습니다!1ㅜㅜㅜ 이렇게 보배로운 글이 ㅠㅠㅠㅠ
빨리 엘뤼엔이랑 만났으면 좋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

[데스티ny]

아스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아요. 으히히히히히, 아스랑 유안이랑 만나면 어떻게될까 궁금하기도 한.. 킈킈, 잘읽고 가요!

[하늘사랑]

알리사가 보안부 요원인가요~ 히힛, 재밌는데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M]世]

검사 완료:)

[은우]

그럼 그 금발의 여인은 알리사노 였던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