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길게 써졌네요. 귀찮으시더라도 못난 사람 도와주시는 마음으로 한 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낌없는 충고 부탁드립니다.
제목은 '엄마와 딸' 입니다.
“오늘 학원 끝나면 곧장 집으로 와, 학원 버스 타고. 알았지?”
“…….”
“쓸데없이 버스 탄다, 걸어온다, 이런 소리 하지 말고.”
엄마는 룸미러에 비친 딸의 무심한 표정을 못 본 척 무시하며 얘기했다. 딸은 휴대폰에만 두 눈을 박은 체 대꾸도 없이 차창 밖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입술을 달싹이며 무어라 말하려 운을 떼자, 엄마는 갑자기 차를 멈춰 세웠다.
차가 멈춘 곳은 교문 앞이었다. 딸은 달싹이던 입술을 멈췄고 엄마는 딸이 내리자마자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곧장 차를 몰았다. 딸은 잠시 멈춰서 그것을 바라보다가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엄마, 그녀는 미혼모 치고 굉장히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젊을 적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의 피치 못할 사고로 딸을 낳기는 했지만 그 뒤 피눈물 나게 노력해 어느 중소기업에 들어갔고, 갖은 굴욕을 다 받으며 신입사원에서부터 시작해 부장의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공부나 스펙이면 다 된다는 다소 보수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사업에 있어서는 공격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가져 다중인격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런 엄마의 딸 또한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딸의 나이는 열여섯,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백점 만점의 점수를 유지하며,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의 나이인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고 점수는 98점 대 이하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 각종 지역 대회 및 전국대회에서 금상 대상 등을 고루 수상하며 민사고 입학을 앞두고 있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소녀였다. 딸의 일상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침 여섯시부터 일곱 시까지 영어 방송을 청취하고, 8시에 학교에 등교해 오후 4시 정도에 하교하면, 6시까지 수학학원 그리고 일곱 시부터 아홉시까지 영어 학원, 후에 아홉시부터 열시 반 까지 논술창작학원. 열한시에 집에 와서 새벽 한시까지 그동안 배운 것 복습 예습을 하고 자는 것으로 하루를 마친다.
엄마는 회사 서류를 정리하다 익숙하게 울려오는 벨소리에 서둘러 재킷 안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담임선생님’이라는 정갈한 글씨체가 액정 위에 떠오르자 엄마는 잠시 자리를 옮겨 통화 버튼을 누른 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예의바르게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학부모 회장으로 매달 네 번째 주 금요일 오후 8시마다 회의를 주도했다. 오늘이 금요일이었기에 엄마는 회의 생각을 하며 선생의 안부를 물었다.
“네, 선생님. 어쩐 일이세요? 회의는 오늘 쉬기로 하지 않았나요?”
“……네 어머니, 회의와 관련된 내용은 아니에요.”
회의에 관련된 내용이 아니었기에 엄마는 조금 실망하며 무슨 일인지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 표정으로 화장실로 들어섰다. 귀찮은 표정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어머니, 학교에 큰 일이 났어요.”
“무슨 큰일이요?”
엄마는 화장실에서 대충 휴대폰을 어깨와 귀 사이에 놓고 손을 씻던 중 제법 심각하게 들려오는 선생의 목소리에 씻던 손을 멈추고는 좀 더 귀를 귀 울이며 다시 되물었다.
“제 딸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럼 저한테 왜 전화하셨는데요? 엄마는 진심으로 심각하게 그 말이 튀어나올 뻔 했지만 억지로 꾹 다물고는 다시금 인자한 목소리를 내며 선생에게 물었다. 생활기록부를 담당하는 선생에게 밉볼 꼴을 보여서는 엄마가 더 손해였다. 왜 그렇게 목소리가 떨리세요, 선생님?
“저희 반에 어떤 아이가 죽었어요. 보기에는 자살이라던데…….”
“네, 그래서요?”
“오늘이 발인 전날이라네요, 너무 늦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머님께서 학부모 회장 대표로 위로 차원에서 와주셨으면 해서요.”
“그 아이 부모님이 어떤 분이신데요?”
“…고아에요. 선한 장례식장 김윤주라고, 죽은 아이 이름이에요. 오실 수 있으신가요?”
대답을 강요하는 선생의 재촉에 엄마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조용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꼭 가야만 하나요?”
“가시면 딸아이 이름으로 장례시장에 가서 죽은 친구를 위로했다고 생활기록부에 써드릴게요. 다른 어머님들도 그래서 오시기로 했어요.”
다소 풀죽은 목소리의 선생이 그렇게 말을 끝마치자 엄마는 원하는 것을 얻은 듯 은근한 미소와 함께 다시 다정해진 목소리로 선생에게 안녕을 전했다.
“네, 그러도록 하죠, 퇴근이 7시니 8시쯤에는 꼭 도착 하도록 하겠습니다.”
“너 왜 여기 있어?!”
엄마는 화가 난 어투로 장례식장에 와있는 딸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 곳이 다른 이의 장례식장이라는 것도 잊은 채 말이다. 딸은 가라는 학원을 모두 빼먹은 체 이곳에 엄마보다 먼저 와 있었고 그 사실을 엄마는 이곳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아까운 학원비와 자신에게 딸의 부재를 알리지 않은 학원 선생들을 생각하며 엄마는 단단히 항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도 딸을 나무라는 것은 잊지 않았다.
“학원 비 아깝게 여기서 뭐하는 짓이야? 당장 논술학원이라도 들어가.”
“사람들 다 쳐다봐, 쪽팔리니까 그만 해.”
“지금 쪽팔린 게 문제야? 네가 왜 여기 와있어? 겨우 같은 반 짝꿍이었다면서.”
‘겨우.’ 엄마가 무심코 내뱉은 그 단어에 딸의 이마가 잠시 찌푸려졌지만 딸은 조용한 목소리로 대꾸하며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딸이 이런 하찮은 곳에 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딸은 엄마의 화를 줄이려 아무 말이나 내뱉었지만 오히려 그 화의 발화를 건들인 것은 다름 아닌 딸 자신이었다.
“자살이래잖아.”
“자살? 자살이 뭐 잘한 일이라고 장례식까지 치러? 지가 죽고 싶어서 죽는다는 놈들, 학교폭력이네 성적부진이네 뭐네 하며 걱정이 태산이여서 정신이 아주 약아 빠져가지고 말이야, 그런 놈들은 아주 죽어도 싼 놈들이야, 알아?”
“말 가려서해!”
“따돌림? 그건 지들이 잘못해서 지들이 당한 거지 왜 그걸 우리한테 탓하고 난리야 난리가! 그동안 너 이런 애랑 친구했었니? 내가 이런 싹수가 노란 놈들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말랬지! 나같이 지방 기업 같은 데 취직하고 말거라고!”
“그만 좀…!”
“조용히 해! 어디 엄마한테 말대꾸야! 당장 엄마 차로 들어가, 논술 학원 출발할 거니까!”
엄마는 생각지도 못한 막말을 쏟아내며 딸이 저만치 던져둔 가방을 집어 들었다. 딸은 그런 엄마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 죽은 그 이의 영정사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공기마저도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장례식장 안의 몇 안 되는 사람들은 엄마와 딸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밥숟갈을 들었다. 같이 온 다른 어머니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빤한 표정을 짓고는 방명록에 이름만 적고는 향도 꽂지 않은 채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딸은 그날이후 말을 잃었다. 예민함도, 신경질도, 딸은 엄마에게 그 어떤 표현도 내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 딸의 변화를 알지 못했다. 그저 딸의 성적표에, 딸의 담임이 기록한 생활기록부에 더 신경을 썼고 더 좋게 써지게 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뿐이었다. 엄마는 민사고 원서 접수를 마친 후, 졸업자의 후기를 꼼꼼히 챙겨 듣고 면접 준비해 도움이 되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었다.
엄마가 딸에게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민사고 입학 과정 중에 체력 검사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뒤였다. 주말에 짬을 내어 다녔던 피아노 학원과 컴퓨터 학원을 끊고 그 시간에 헬스클럽을 다니게 했다. 한 번에 10만원씩 트레이닝 비를 받는 헬스 트레이너를 초빙하기도 했다. 딸은 그런 엄마의 유난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뚝뚝하게 받아 넘겼다. 엄마는 딸의 무관심한 태도에 안심하기도 하다가 곧이어 있을 면접에서의 적극적 이여야 할 태도가 마음에 걸려 며칠 뒤 민사고 졸업생과 만나게 해 주어 조금 더 딸을 열정적이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딸, 오늘 엄마가 좀 늦었지? 오늘 야근…….”
퍽. 우직. 우지끈. 무엇이 크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오늘따라 회의가 늦어져 딸을 데리러 가지 못했기에 엄마는 서둘러 집을 향해 가기 전 딸이 평소 좋아하는 토스트 집에 들려 햄 치즈 토스트를 산 뒤 미안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딸!”
딸이 가진 전자 기기는 총 세 개였다. MP4, PMP, 휴대폰. 그런데 지금 그 세 기기 모두가 거실 바닥에 나뒹굴며 부서져 있었다. 딸은 이제 막 휴대폰을 던져 가며 부서진 액정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기 직전의 몸짓을 띠고 있었다. 와장창. 베란다 창문을 향해 던져진 딸의 휴대폰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날 선 빛을 내뿜는 유리 조각들과 함께 엄마는 경악에 찬 목소리로 딸을 향해 다가섰다.
“너 이게 뭐하는 짓이니!!”
“…….”
“미쳤니? 너 그게 얼마짜린 줄 알아?”
“놔요.”
“이런 식으로 짜증내지마, 너만 힘드니? 너만 괴로워?”
“……놔요.”
“뭘 잘했다고 네가 이런 행동을 해!”
“…….”
딸의 어깻죽지를 붙잡은 엄마는 거칠게 딸의 어깨를 흔들었다. 짜증 섞인 목소리의 한 가운데에서도 딸은 시선을 멀리한 체 엄마와 두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 엄마는 완전히 부서져 버린 휴대폰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딸은 가만히 놓아달라고 중얼거렸지만 엄마는 그 말을 무시했다.
“내일 민사고 졸업생이랑 만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상의 좀 할 거야.”
“…….”
“이런 일, 앞으로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딸은 다시금 입술을 달싹거렸다.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표정이었으나 엄마는 그저 딸을 품에 꼭 안은 체 딸의 등짝을 쉼 없이 다독거렸다. 그러면 위로가 된다고 어느 잡지에선가 읽었던 기억이 나서였다. 엄마의 품에 안긴 딸의 표정은 엄마가 학원 원장에게 고소하겠다고 협박했을 때의 표정보다 더 차가운 표정이었다. 얼음처럼 시린 눈가와 피가 터진 고름 같은 눈가가 시뻘겠다. 하지만 붉어진 눈가에 눈물은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몰랐다. 딸의 진심을.
“무슨 색으로 바꿔 줄까? 휴대폰?”
“…….”
“요즘 왜 이렇게 말이 없니, 흰색? 아님 검정색?”
“…….”
“대답 안하면 흰색 최신 폰으로 사올게, 끝나고 학교 앞에서 기다려.”
오늘따라 딸의 가방이 가벼워보였다. 엄마는 그런 딸의 가방을 캐치했지만 어제 큰 일이 있었던 터라 아무 말 않고 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딸은 어제와 같이 여전했다. 그저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린 뒤 무언가를 꺼내 열심히 살펴보다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휴대폰이 없으니 조금은 허전해 보인 것 같아 엄마는 점심시간에 빨리 휴대폰을 산 뒤 학교로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오늘 준비물 사야 돼서 여기서 내릴게.”
“여기서? 무슨 준비물?”
“……내릴 게.”
“네 돈으로 사게? 얼만 데?”
“얼마 안 해.”
딸은 궁금해 하는 엄마의 시선을 피하며 서둘러 문고리를 잡았다. 막 나가려던 차에 다시 딸의 입술이 머뭇거렸고 무언가를 말하려다 딸은 다시 그 말을 삼켰다. 그러다가 한 마디를 겨우 내뱉었다.
“……엄마.”
“응?”
“있잖아.”
“…응?”
뒤차가 신경질적으로 클랙슨을 울렸다. 그 모습에 엄마가 다시 핸들을 고쳐 잡자 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뒷말을 얼버무리며 문을 활짝 열었다. 철컥. 새하얀 소나타가 깔끔한 소리를 내며 닫히자 엄마는 늘 그렇듯 뒤 한번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엄마의 차가 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딸은 들고 있던 가방을 그 자리에 던져 짓밟았다. 먼지투성이가 되어 구겨진 가방을 딸은 서늘한 시선으로 오랫동안 쳐다봤다. 그런 딸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다른 학생들의 눈살에도 딸은 아랑곳 않고 가방 속에 있던 필통과 교과서들을 꺼내 모조리 다 찢고 아작 냈다. 휴대폰 따위는 필요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아쉬움이나 미련이 전혀 남지 않은 담담한 딸의 표정. 아이들이 모두 등교를 끝마친 뒤 경비원이 교문을 닫을 때까지 딸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일 생각을 않았다. 그리고 교문이 닫히자 딸은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 사실을 모른 체 회사에 출근해 어제 마치지 못했던 회의를 급히 시작하는 중이었다. 엄마의 휴대폰은 회의 때문에 무음모드로 해놓은 뒤 가방에 처박아 둔 뒤였다. 딸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음을 선생은 전화와 문자를 통해 몇 번이고 남겼지만 엄마는 회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지나서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엄마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거짓이라고,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잔인했다. 부재중 전화가 벌써 몇 통씩이나 남겨져 있는 휴대폰 액정을 응시하며 엄마는 이리 저리 문자함과 전화번호부를 뒤지다가 번뜩 짐을 챙겨 일어섰다.
“부장님 가방은 왜 챙기세요?”
“……나 오늘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무슨 급한 일이요? 또 민사고 설명회 가시게요?”
슬쩍 비꼬는 듯 입가에 비소를 지으며 질문을 건네는 후배를 엄마는 철저히 무시하고는 신들린 사람마냥 벌벌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 액정 화면을 꾹꾹 눌러댔다. 네 ○○ 경찰서입니다. 제 아이가 사라졌어요. 사라진지 몇 시간이나 지났죠? 서 너 시간 정도요. 그러자 맞은편의 경찰이 허무한 웃음을 지으며 엄마를 다독이듯 말했다. 어머님, 그건 사라진 게 아니라 가출인 것 같은 데요. 엄마는 경찰의 비웃는 말투에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제 딸아이는 전교 1등에 민사고 입학 예정자에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라고요. 순간 경찰은 말이 없다가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죄송하다는 태도로 돌변했다. 자녀분과 연락이 아예 되지 않으세요? 학교에도 오질 않았어요. 분명히 아침에……. 아침, 딸은 그날 준비물이 있다며 교문 근처에서 내려달라 청했었다. 그리고 딸의 가방은 평소보다 다소 가벼워 보였었다. 엄마는 떨리는 목소리를 잠재우려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아침에……제가 차로 등교시켰어요. 그럼 납치는 아니네요. 그럴 리가 없어요! 일단, 자녀 분 주변의 친구들 연락처 좀 알아내셔서 자녀분이 갈 만한 곳이나 뭐 그런 것들을 좀 알아봐 주세요. ……네.
딸은 생각보다 치밀했다. 휴대폰을 부순 이유를 엄마는 오늘에서야 알았다. 딸의 신경질 적인 얼굴이 인위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자신의 무신경함을 탓하지 못했다. 학교. 그 근처, 그리고 딸이 다니는 학원을 모조리 이 잡듯이 뒤져 봤지만 딸의 모습은 털 끝 하나 보이지도 않았다. 보통 납치라 하면은 오전에 납치 했다가 오후에 협박 전화를 거는 것이 정상인 데, 엄마의 휴대폰은 경찰의 안부 전화가 다였다. 지금으로서는 따님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어머님. 그런 애먼 소리에 엄마는 제 자신이 휴대폰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머님, 혹시 따님 휴대폰 가지고 계신가요?”
“다 부셔졌어요. 딸애 방 서랍에 넣어 두기는 했는데…….”
“잠시 그 휴대폰을 가지고 경찰서 좀 들러주세요. 복구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게요.”
벌써 시간이 오후 네 시였다. 여러 곳을 한 번에 돌아다닌 탓인지 시뻘게진 엄마의 발바닥이 살색 스타킹에 비쳤다. 지금이면 수학학원에 가서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을 딸이었다. 선생들에게 벌써 수십 번이고 해놓은 연락이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온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이대로 딸이 하루 종일 집에 들어오지 않는 다면 오늘 버린 학원비만 해도 벌써 몇 십 만원도 더 들것이라. 아까워 죽겠다는 표정과 함께 서랍을 열어 딸의 부서진 휴대폰을 챙기려던 엄마가 휴대폰 아래 짓이겨진 얇은 수첩을 보더니 동작이 굳어졌다. 수첩에는 자물쇠가 굳게 걸린 체 덜렁대고 있었다. 서랍의 가장 맨 아래에 존재하는 이 수첩. 정갈한 갈색 디자인의 겉면에 딸이 적은 글씨는 한 군데도 없었다. 엄마는 불안한 심정으로 그 수첩을 꺼내 들었다. 열쇠는 어디 있을까. 하지만 엄마에게는 열쇠를 찾을 시간이 없었다.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엄마는 거칠게 수첩을 바닥에 내리 꽂았다. 수첩이 징그러운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덜그럭 하며 자물쇠가 쉽게 풀려졌다. 마치 엄마가 조금만 건드려도 미리 풀려질 듯 보이는 자세로 말이다. 어쩌면 딸도 그런 마음이었을 지도, 하지만 엄마는 그 의도는 모른 체 당장에 수첩을 열어 글씨가 적혀진 곳을 확인했다.
「가끔은 학원을 빠지는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나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 엄마의 기대를 확 무너뜨려 버리듯이 말이다. 윤주는 그런 내가 부럽다고 하지만 난 전혀 아니다. 매번 보는 시험에 점수라도 잘못 될까 전전 긍긍 해야 하고 선생님들의 칭찬에 날카로워지는 아이들의 매서운 눈초리도 감당하기 힘들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대면 가끔 죽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니, 정말이지 죽고 싶다.」
그리고 엄마는 다시 종이를 좌르륵 넘겨 글씨가 있는 곳을 찾았다.
「엄마는 모른다. 아마 엄마는 평생을 모르겠지. 내가 반장임에도 불구하고 전교에서 왕따라는 사실과, 내 친하디 친한 친구인 윤주가 천애 고아에 문제아라는 사실과, 그 애 또한 전교에서 왕따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마 그것은 내 평생에 있어 절대 말하지 말아야 할 금기와도 같은 진실이겠지.」
엄마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윤주가 죽었다.
내 인생에 있어 유일한 친구였던, 내 인생의 유일한 사람이었던, 소통이었던. 윤주가 자살했다. 윤주는 죽지 않겠단 나와의 약속을 어겼다. 주변에 술병이 있었다는 소리가 들린 것이 분명하면 윤주는 술에 취해 흥분한 나머지 목숨을 끊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처음 하는 일탈에, 억지로 산 소주 몇 병, 별로 마셔보지도 않은 탓에 금방 취했을 것이고 자신의 처지에 비관해 바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윤주, 윤주가 누구지. 엄마는 혼란스러웠다. 엄마의 시야 속에 윤주란 아이는 없었다. 은주나 연주는 있어도 말이다. 딸의 일기로 보아 윤주는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족속임이 분명했다. 엄마는 윤주라는 아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들어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여보세요.”
“선생님.”
“아, 어머님. 아이는 찾으셨어요?”
“아니요, 그것보다……궁금한 것이 있어서요.”
“무엇이요?”
“선생님, 혹시 윤주란 아이를 아시나요.”
맞은편에서는 갑자기 침묵이 일었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보다는 선생이 더 딸과는 가까운 사이였다. 적어도 선생과는 한 달에 한 번씩 상담이라는 것을 했으니 말이다. 엄마는 재촉하듯 입술을 깨물었지만 선생은 잠시 숨을 고르다 저……하며 말을 끌었다.
“궁금하신 게, 어떤 것인가요.”
“윤주라는 그 아이와, 제 딸아이가. 정말로 친구 사이였나요.”
“……네. 둘은 서로에게 유일한 친구였어요. 어머님은 모르셨겠지만 말이에요.”
아이 말로는, 중학교 1학년 때 서로 처음으로 짝꿍이 되고, 어머님께서 학원에 마중 나가시지 못하는 금요일 저녁에 학원 버스를 타지 않았을 때 거리에서 배회하고 있는 윤주와 자주 마주친 뒤 친해졌다고 하네요. 어머님께서 모르실 줄은 알았지만…. 선생은 말끝을 흐리며 엄마의 뜨거운 침묵을 외면했다. 엄마는 늘 그런 아이들과는 사귀지 말라고 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윤주가…며칠 전에 죽은 그 아인데요. 부모님도 없고, 형제자매도 없어서. 할머님과 같이 살다가 얼마 전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그 뒤 윤주가 자꾸 학교에 안 나오더니….
“그 아이 이야긴 들을 필요 없고요. 혹시 둘이 자주 갔던 곳이 있나요.”
“아뇨 그런 곳은…아.”
선생은 무언가를 좌르륵 넘기는 소리를 냈다. 아마도 상담 자료를 찾고 있는 중인 듯싶었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수첩과 펜을 꺼내 들었다.
“학원 근처에 식당이 하나 있는 데, 거기 일층이 편의점인….”
“네, 알아요.”
“거기 옥상에서, 자주 만났데요. 가끔 학원 빠지면서요.”
“학원을 빠져요?”
엄마의 목소리가 분노로 치달았다. 결국 딸은 자꾸 빠지고 빠지다 보니까 이게 습관이 들어서 이젠 학교까지 안 나오겠다 뭐 이거였던 것이다. 결론이 이상한 쪽으로 빠져버린 엄마는 선생의 남은 뒷말을 모조리 무시한 뒤 전화를 끊었다.
“어머니, 근데 요즘 아이가 윤주 죽고 많이 괴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빠진 학원 명단 좀 알려주셨음 합니다, 모임에서 그 학원을 고발해 항의를 좀 할까 해서요. 그럼 이만.”
엄마는 그렇게 무참히 통화를 끝마치고서는 딸의 방에서 주저앉아 있던 다리를 폈다. 그러다 딸의 책상 사이 구깃구깃 구겨져 있는 무엇을 보고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딸의 1등자리 성적표였다. 그리고 딸이 받아온 금상과 대상 상장들이었다. 엄마가 자랑스럽게 수집해 오던 A4 클리어 파일이 칼에 큰 흠집이 나 잔인하게 찢어 발겨져 있었다. 엄마는 서둘러 휴대폰을 경찰서에 가져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예상했던 것 보다, 딸은 좀 더 큰 잔인함을 가진 체 가출을 한 것이었다.
경찰서로 향하려던 엄마는 폐지 수거함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폐지 수거함에는 오늘따라 유달리 폐지들이 많았다. 폐지는 문제집이었고 문제집에는 모조리 딸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우겨져 있는 딸의 앨범. 엄마가 딸이 태어날 때부터 상을 받을 때마다 늘 사진을 찍어 남겨 놓곤 했던 딸의 상장 앨범이었다. 앨범의 끝이 검게 그을린 것을 보니 딸은 그것을 태우고 난 뒤 버린 듯 했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나온 딸의 일기장을 쥔 엄마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서 빨리 경찰서에 이 휴대폰을 가져다 줘야 했다. 그리고 선생이 말했던 그 옥상, 그곳에 가봐야 했다. 딸이 있든 없든, 그곳은 딸이 있었던 곳이니 말이다.
엄마는 휴대폰을 던지듯 경찰서에 놔두고는 곧바로 선생이 말했던 그 빌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딸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딸!”
옥상, 딸은 지나치게 휘청거리며 그 주변을 맴돌았다. 엄마가 헉헉대며 겨우 올라온 옥상에선 그런 난장판이 펼쳐지고 있었다. 딸이 마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병 몇 개가 옥상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것은 윤주라는 아이가 마셨던 소주병인걸까. 엄마는 갑자기 드는 쓸데없는 생각을 뒤로 한 체 곧바로 딸에게 다가섰다. 하지만 딸은 엄마가 한걸음 다가가면 한걸음 멀어졌고, 한걸음 멀리하면 한걸음 가까이 왔다. 아이러니한 딸의 태도에 엄마가 싫증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너 도대체 왜 그러니?”
딸은 울고 있었다. 입술은 잔뜩 물어뜯어 다 터져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눈은 울어서 시뻘겠다. 딸은 흐르는 그 피를 닦을 생각도 않은 채 계속 흘리는 중이었다. 그 모습이 꼴 보기 싫었던 엄마는 갑자기 한 움큼 다가서 왼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딸은 내밀은 엄마의 왼손을 크게 내리쳤다. 철석. 마치 뺨이 쳐진 것과 같은 마찰음에 이번에는 엄마가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만…그만하고 싶어 엄마.”
“무슨 소리니 그게!”
“민사고등학교 말고 일반고로 진학하고 싶다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미쳤구나, 너?”
“엄마는 모르지!”
딸은 소주병을 던졌다.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진 소주병은 어제의 휴대폰처럼 잔인하게 부서졌다. 말문을 잃은 엄마 앞에 딸은 봇물 터진 관객처럼 미친 듯이 말을 쏟아냈다.
“내가 공부를 했던 건, 내가 공부를 하니까 엄마가 좋아해서였어.”
“……뭐?”
“난 공부가 싫어, 엄마. 난…난 아직 내 꿈이 뭔지 잘 모르겠어, 근데 민사고로 입학하고 싶지는 않아.”
“……너 그게 무슨!”
엄마는 당황스러웠다. 마치 가만히 길을 걷다 이름 모를 괴한에게 뒤통수를 후려 맞은 기분이었다. 딸은 이제 울분을 토해내듯 울고 있었다. 딸이 잠시 이성을 잃은 것이라 생각한 엄마는 잠시 숨을 고르며 딸에게 다시 다가섰다.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엄마!!!”
“민사고로 입학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어, 모든 사람들은 거기 가고 싶어 안달인데 넌 도대체 왜 그러니, 응? 딸, 정신 차리고 내일 민사고 졸업생부터 만나자. 그 사람이 민사고 합격 비결 알려 준데.”
딸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엄마의 가치관은 딸의 생각보다 확고했다. 가출을 하면 모든 게 다 되는 줄 알았던 철부지 딸은 점점 옥상의 끝으로 뒷걸음질 쳤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저가 하고 싶은 말을 이어 나갔다. 딸은 옥상 위의 난간을 부여잡았다.
“네 친구라던 윤주라는 그 애, 아주 질 나쁘고 못 쓸 그런 애더구나. 부모님도 없는 고아에, 매일 술이나 마시고 담배다 피고. 중학교 3학년이 어쩜 그리 더럽게 사니? 너는 또 그런 애의 꾐에 빠져서 허튼 생각이나 하고, 그래서 툭하면 학원이나 빠지고. 어느 학원 빠졌니? 말해보렴, 그 학원 당장 그만 두게!”
딸은 다리를 들었다. 엄마는 딸이 침묵을 시작할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엄마는 딸을 하나의 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낳은 도구,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자 희대의 걸작. ‘민사고’라는 강력한 목표 아래 번뜩이며 빛나는 엄마의 눈동자가 짐승의 그것보다도 더 무서웠다. 딸은 신발을 벗었다. 바닥 아래 잘게 깔려있던 소주병의 잔해가 그의 발바닥으로 스며들어 발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일장연설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모르는 게 참 많았다. 중소기업 부장씩이나 되는 수준이면서 말이다.
타이어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시야에서 딸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아래에서는 큰 비명이 연달아 터졌고 옥상 난간 한편에는 딸이 벗어놓은 신발 두 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순간 엄마의 휴대폰에서 울음처럼 벨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신자는 경찰이었다.
“휴대폰에서 심상치 않은 문자가 나왔습니다. 너무 많아서 불러드리긴 어렵고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어머니, 어머니?”
“…….”
“따님은 찾으셨습니까? 문자에서 옥상이라는 말이 자꾸 발견…….”
엄마는 정신을 놓은 표정으로 주저 않았다. 엄마의 발에도 소주병의 잔해가 고스란히 박혔다. 무릎 아래로부터 피가 터지는 바람에 입고 있던 치마도 검붉게 물들었다. 휴대폰에서는 자꾸만 문자들이 날아 왔다. 경찰은 눈치도 없이 딸이 보낸 문자를 그대로 옮겨 보냈다.
「윤주야 죽지 마.」
「윤주야 나 너무 힘들어.」
「나도 죽고 싶어.」
「…나도 죽을까?」
「……그럴까?」
「……그럴게.」
딸은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 졸업식 때 쓰일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쓰일 줄은, 선생도 엄마도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딸은 알았을지도 몰랐다. 무엇 때문에 즐거웠는지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에 선생은 그런 딸의 사진 앞에서 한참을 울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엄마를 찾아왔다. 가장 먼저 찾아온 이들은 그녀의 직속 후배들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사업체 관계자들. 학부모 위원들, 그 외 친척들이. 작위적인 그들의 표정을 한껏 뽐내며 엄마를 위로했다. 마치 엄마가 예전에 그래 왔던 것처럼.
“난 이렇게 자살하는 애들이 제일 싫어”
“맞아, 어떻게 이렇게 좋은 세상에서 자살을 할 생각을 해? 나 때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말이야.”
예전 학부모회의 중 어느 날에서, 엄마가 지나가는 말로 다른 학부모 위원들에게 했던 말이었다. 듣기에 어딘가 익숙한 말이라고,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얘 전에 왕따 당했던 애랑 친구였다며?”
“그 밥에 그 나물이지 뭐, 자살이 뭐 잘한 일이라고 장례식까지 치러? 지가 죽고 싶어서 죽는다는 놈들, 학교폭력이네 성적부진이네 뭐네 하며 걱정이 태산이여서 정신이 아주 약아 빠져가지고 말이야, 그런 놈들은 아주 죽어도 싼 놈들이야, 안 그래?”
그것은 엄마가 예전 윤주의 장례식장에서 한 말이었다. 엄마는 그 말을 한 여자를 쳐다봤다. 여기에 온 것이 아주 형식적이라는 태도로 모가 난 말을 자꾸만 내뱉는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엄마. 그녀 자신이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신문기사에서 볼 수 있는, 지나친 교육열이 불러일으킨 안타까운 사회적 모습을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어디서든 심심치않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지요.
그래서인지 글을 초,충반 부분까지만 읽었음에도 뒷부분의 내용과 곁말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고 실제로 예상이 빗나가지 않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안에서 학생의 반항 행동이 과격하긴 하지만 이 역시 흔하게 사용되어오던 것이라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돌발행동을 넣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싱각합니다. (자살 역시 흔히 사용되어서 큰 메리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끌어오시더라도 조금 더 깊은 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도입부부터 설명이 너무 많아서 쳐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설명대신 행동으로 보여주심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따듯하고 행복한 겨울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새겨듣고 좋은 글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__)
사실 굉장히 많이 다뤄진 소재였던 것 같습니다. 지나친 교육열에 대한 비판의식도 적지 않았구요. 때문에 이야기 자체가 새롭진 않았습니다. 철지난 사회문제를 아주 익숙한 틀로 이야기 했기 때문에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죠. 그러니까... 똑같이 교육에 대한 문제를 말하더라도, 중소기업 사장의 어떤 이야기로 한다던가, 마트 아르바이트생의 시점을 타고 이야기가 들어갔다면 조금 더 새롭게 들릴 수 있었겠죠. 하지만 부모에 의해 공부를 강요당하는 학생으로 지나친 교육열을 말하는 것은 아니아니 아니됩니다. 인물이 특별했던 것도 아니고 부모가 특별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문제죠. 게다가 인물이 굉장히
과장되고 과잉되었기 때문에 공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억압억압열매를 먹은 괴물처럼 보이죠. 기능적인 인물입니다. 딸도 비관비관열매를 먹은 것 같죠. 다양한 측면에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미 글을 쓰는 작가가 그 감정에 취해버렸기 때문에 냉정한 시선으로 글을 읽을 독자를 고려하지 못한 것입니다. 마음이 가다듬어진 뒤에 대사를 소리내어 읊어보시면 얼마나 인물이 과장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초반에 엄마와 선생의 통화는 소설이라기보다 극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길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열정이 있다는 뜻이겠죠. 다음엔 더 나아진 글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훈
장님의 작법강의 꼭 읽어보시구요. ^^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