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3
8월. 아직 방학중인 덕수고. 그러나 결승전이 5일 남은 현재, 야구부는 합숙을 결정.
광주일고와의 경기가 끝나고 난 다음날이었다. 아무도 없는 학교에 각자 짐을 갖고
락커룸으로 들어가 짐을 정리한 후 서로 잡담을 떨며 미팅룸으로 들어갔다. 시계는 벌써
3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10분 정도 지나자 20명 정도가 되는 덕수고의 선수들이 훤화를 금하고
모두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것일까? 결승전의 부담감을.
'철컥'
"안녕하십니까!"
박종윤 감독은 손을 들어 대강 인사를 받은 뒤 주머니를 만지더니 곧 리모컨을 꺼냈다.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니 각 선수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의 한 가운데에 있는 푸른 액정이
살짝 빛나더니 곧 곧중에 3D입체영상의 프리즘 영상이 나타났다.
"이건..."
"결승전 상대인 휘경고다. 올해 대통령배에서 우승한 고교지. 그리고..."
감독이 또다시 리모컨의 버튼을 두어번 누르니 모두의 영상에 한 투수의 투구모션이 잡혔다.
"등번호 99번. 휘경고의 에이스 류창식이다. 3학년 좌투좌타. 현재 봉황대기 방어율 0.00 피홈런 0.
닉네임은 우리 학교의 이진욱과 같은 '괴물투수'.로 불리고 있는건 너희들도 알 것이다."
사실 이미 대전상대를 알고 있는 상태. 즉, 부담감을 한껏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말은
오히려 그들의 부담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박종윤 감독의 노림수였다.
어차피 대전 때 느끼게 될 부담감이라면 지금 부담감을 더욱 더 안겨주어 미리 그 상태를 극복하게 하려는
그의 의도였다.
"미래가 보장되어있는 현재 최고 유망주로서, 청룡기와 황금사자기는 지난 2년간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 대부분의 승리가 바로 이 류창식이 일궈낸 승리다."
그들의 프리즘 영상에는 올해 대통령배 8강전 때의 류창식의 투구장면이 비쳤다. 떨어지는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타자들. 그 변화구에 모두는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누구라도 이런 공은 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체인지업... 꽤나 꺾이는 서클 체인지업이다. 결정구는 항상 대부분 이 서클 체인지업이다.
직구 구속은 150Km/h를 넘나들고 특히 삼진을 잡는 킬피칭이 일품이다. 9회까지 완투할 수 있는 체력도 있고."
'아... 이런 놈을 어떻게 이겨!'
'에고에고... 1안타 뽑으면 잘하는거다... 이런 체인지업...'
이런 생각을 갖는 순간, 그는 덕수고의 선수 자격으로 탈락이다.
덕수고의 모든 선수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미팅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자를 집어넣고
미팅실을 빠져나갔다. 감독도 그런 선수들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들이 무엇을 할 지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그러나 카리스마를 지키기 위해서일까? 학생들이 그를 돌아보자 그는 얼른 얼굴의 표정을 지
우기 위해 헛기침을 연발했다. 그리곤, 리모컨을 한 테이블에 놓은 뒤 마지막으로 미팅룸을 나왔다.
"어라? 오빠. 미팅 벌써 끝났어?"
"응."
미팅실 밖에서 기다리던 매니저 한지수가 나오는 선수들 중 진수를 붙잡고선 물었다.
"덕수의 선수들은 저런것에 눌려있을 틈이 없거든. 만약 그렇다면 덕수고 레귤러의 자리에 있을 틈이 없어. 헤헤..."
"여얼~! 한진수! 꽤나 멋진 말을 하는데?"
"맞아! 빨리 훈련하러 가자!"
박종윤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건물을 나간 뒤 마지막으로 천천히 문을 향해 걸었다.
"...... 이런 것인가...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 어른이 되어가며 잃어가는 그 무언가가 이 아이들에게는 있는것 같다...
프로야구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이 마음 한 켠에서 용솟음치는 감정...... 너희들... 정말... 내가 너희들의 감독을 맡은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구나..."
.
.
.
"OK! 야! 하민우!!! 너 차례야!"
투수들의 피칭을 체크하는 매니저 한지수. 불펜진의 투구 체크를 끝낸 뒤 하민우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 운동장을 쭉 둘러보며
그를 찾고 있었다.
"야~ 진짜 지수 쟤는 참, 선배한테 야라니..."
"하하하. 민우선배가 워낙 후배들에게 혼낸 적도 없으시고 또 사귀는 사이니까 그렇죠."
"씨발 존나 예쁘면 되는거다. 하민우 저쉑 저런 면에서 보면 진짜 캐부러워!"
"근데 정작 민우형은 지수가 어떻게 하든 상관 안하는 것 같던데요?"
"배가 불렀어 배가. 이야~ 그러고 보면 왜 지수같은 얘가 민우녀석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된단 말야. 야 솔직히
민우녀석이 얼굴이 잘생겼냐?"
"저정도면 잘생긴 편 아닌가요? 잘생겼다고는 못해도 뭔가 매력적으로 보이잖아요. 항상 초점없는 썩은 동태눈마냥
뜨고 있는 저 눈은 여자들이 보기에는 싫어하는 얘들도 있겠지만 꽤 신비감은 주더라고요."
적나라한 뒷담화?를 떠는 수익과 익현. 하민우가 천천히 피칭 코스로 걸어가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캐치볼에 더욱 집중한다. 평소의 하민우였다면 그 T 팍팍 나는 행동을 눈치챘겠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그저 고개를 떨군
채 천천히 피칭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모습에 오히려 수익은 약간 꺼름직한 느낌을 받았다.
고개를 약간 푹 숙인 채로 걷고 있어 축 쳐진 머리카락에 눈이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멀리서 보기에도 살짝 보이는
민우의 땀. 그의 얼굴에는 땀이 전체를 뒤덮고 있어 오히려 그의 볼을 타고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사우나라도 온 듯이.
"... 익현 선배. 민우형 오늘 뭐 했어요? 러닝이라던가..."
"아니? 걔 아까 러닝 때 배가 좀 아프다고 화장실 갔고 오늘 한건 준비운동 뿐인데?"
"...... 뭔가가 이상한데, 준비운동 만으로 사람이 저렇게 땀을 많이 흘리나..."
"야! 장수익! 빨리 던져!"
수익은 찝찝한 기분을 던져버리듯 빠르게 공을 던졌고 익현은 여유롭게 글러브를 뻗어 공을 잡은 뒤 다시 스텝을 밟고서는 수익에게로
송구했다.
한편 피칭 코너쪽은.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한 20구만 던지는거야!"
한지수가 야구부의 피쳐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포수의 옆에 서서 노트에 피칭상황을 빼곡히 적는
한지수는 묵묵히 글러브를 낀 뒤 포수 한진수가 던진 공을 받고 공을 문지르는 하민우를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모자를 푹 눌러써서 그런지 표정을 보진 못했어도 햇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그의 땀만큼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역동적으로 호흡하는 그의 입도 그가 확실히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하아... 하아...'
'...... 18M 거리에서도 보일 정도로 오빠가 꽤 거칠게 호흡하고 있어... 상태가 안좋은 건가...'
공을 뿌리는 하민우.
"구위는 변함 없어..."
공을 받는 진수도 이게 무슨 심정인지 알 수 없었다. 기분 나쁜 예감은 그의 뇌가 본능적으로 지우려 하기 때문이었다.
그건 체크하고 있는 한지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2구를 던지고 난 뒤,
"뭐... 뭐야?"
하민우는 갑자기 글러브를 벗더니 그대로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지수는 침을 꿀꺽 삼키곤
곧바로 그런 민우의 앞을 얼른 달려가 막고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뭐하는거야. 2구밖에 안 던져 놓고! 얼른..."
그 순간, 지수는 충격을 먹었는지 동공이 넓어졌다. 그녀의 크고 빛나는 흑빛의 동공에 비친 것은
입술을 깨물고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있는 하민우의 모습이었다.
"미... 오... 오빠... 땀이......"
그녀는 살짝 그의 뺨에 손을 가져가 그의 땀을 닦아주려 했으나 하민우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붙잡고는 뿌리쳐버렸다.
"!!"
"... 잠깐 화장실좀... 다른 선수들 먼저 체크해줄래요?"
민우는 그녀의 어깨를 슬쩍 밀고선 비틀거리며 그대로 학교 안 화장실로 들어갔다. 진수는 평소같지않은 민우의 모습에 한걸음에 달려와 지수에게 물었다.
"뭐야?"
"근육통이 꽤 심한것 같아... 민우 오빠..."
"...일단 다른 얘들부터 앞으로 당겨서 테스트하자. 이진욱! 니 차례다!"
진욱이 달려오자 진수는 그에게 어제 7이닝을 던졌으니 오늘은 대충 2~30개를 던져 약간의 어깨를 풀어놓으라 당부한 뒤
다시 포수의 자리로 걸어갔다. 지수도 머리를 긁적이며 진수를 따라갔고, 그녀 역시 걱정이 되어 견딜수가 없었다. 단순한
근육통이면 오히려 다행이지만 진수도 지수도 왠지 모를 마음 속 한켠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휙!'
"우왓!"
한진수답지 않은 플레이였다. 진욱의 미트를 살짝 스치고 뒷그물을 때리는 진욱의 광속구.
"하하! 진수선배. 잘 잡으셔야죠!"
"미안... 딴 생각 좀 하느라고..."
"다음은 슬라이더입니다....!"
이전날의 성적이 좋아서인가, 진욱은 곧 그립을 고쳐 쥔 뒤 오버스로우의 폼으로 공을 뿌렸다. 진욱의 손을 떠난 볼은 곧
빠르게,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진수를 향해 날아갔고 곧 그의 앞에서 급격히 꺾이며 종으로 뚝 떨어지며 진수의 미트에 꽂혔다.
"어제 7이닝에 대회기간 대부분 선발로 뛰었으면서 구속도 대강 140정도 나오는 것 같고... 각도도 죽이고... 괴물은 언제나 괴물이라는건가...?"
대강 10구정도 던진 이진욱. 그의 피칭을 체크하던 한지수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그에게 소리쳤다.
"야! 진욱아! 어깨가 조금 쳐진거 같은데? 힘을 빼고 던져!"
"에? 그랬나? OK!"
10구째의 구속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내준 충고 덕분일까, 어깨에 힘을 살짝 뺀 뒤 투구를 하자 본래의 구속이 돌아왔다.
"이열~ 한지수. 너도 꽤 문제점을 잘 찾아내는데?"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죠. 우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근데 넌 매니저한지 1년 반밖에 안됬잖아? 안될거야 아마..."
.
.
.
'콰앙!!! 콰앙!!'
"크하악... 하악... 하악... 허어... 억... 허억...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있는 하민우. 세면대를 미친듯이 발로 쳐대고는 곧 세면대 아에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왼 발에 충격을 줘 봐도 더이상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덜컥 겁을 먹었다. 혹 자신의 다리에 무슨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그럴리가... 없잖아..."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머릿속에서 잡생각들을 지워버리려 했으나 떠나질 않자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땀과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되어있는 얼굴을 세면대에 박고선 한참을 흐르는 물에 얼굴을 맡겼다.
통증이 조금 풀린 느낌이 들자 그제서야 그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걸려있는 수건으로 얼굴을 대충 닦아낸 뒤
볼에 흐르는 물을 슬쩍 손으로 훔쳐내며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후우..."
'쿵!'
그리고 쓰러졌다.
.
.
.
"으~ 아무리 그래도 1시간이 지났는데 왜 안오는거야!"
투수 체킹을 끝내고 어느새 야수체킹을 하는 한지수는 있는 투정 없는 투정 모두 부리며 민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는 짜증을 부려도, 누가 봐도 그녀의 얼굴은 툭 건드리면 바로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이었다.
"우... 안되겠다. 저기, 오빠. 나 민우녀석 좀 찾아가지고 올게."
"그래. 어? 벌써 5시네. 야, 발견하면 감독실로 좀 데리고 와라. 감독님이 나하고 전력상의 하자고 했는데 깜빡하고 있었네."
"응."
지수는 건물로 들어서자마자 민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구조상 화장실은 복도의 중간지점에 있었고 민우는 그 바로 앞에 누워있었기
(정확히 말하면 쓰러져있었기) 때문이다.
"하민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일까? 그녀는 서서히 걷다가 점차 걷는 속도를 높여 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퍼억'
그의 등을 세차게 짓밟았다.
"야! 여기서 자냐! 빨랑 일어나!"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잠잠한 하민우.
지수는 그제서야 민우의 상태가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어... 어이... 하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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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선발이 중요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번에도 역시 이진욱이 어떨지... 1주 휴식기간이 있으니
연투의 피로도 걱정할 필요 없고요."
"문제는 휘경고다. 휘경고가 진욱의 약점이나 공략법을 집어낼 수 있지 않냐?"
"안다 해도 진욱이 녀석의 직구, 슬라이더. 그건 고교생의 레벨이 아니잖아요."
"... 그렇지... 그건..."
그 때.
'쾅!'
"....?! 하... 한지수......"
"오... 오빠..."
붉게 충혈된 눈.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녀의 눈물을 보자마자 한진수는 마음 속 한켠의 그 불안감이 현실이 된 것일 까 두려움을 가진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이후 그녀가내뱉은 말은 그를 충격의 나락으로 쓰러뜨려버리는 쐐기타가 되고 말았다.
"미... 민우오빠가... 쓰러졌어..."
.
.
.
이 소설은... 반다이... 아닙니다...... .하하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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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심심합니다.
다른 분들은 작품마다마다의 제목을 쓰시더군요.
사실 제 소설의 제목의 Take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뭐 승리를 '가진다'라는지 그런 뜻이전혀 없습니다.
그냥 '작품번호 1' '작품번호 2' 이런 식으로 생각해주세요^^
아니면 앨범을 듣듯 1번트랙 2번트랙......
이런 제목을 설정한이유는
제목으로 그 작품을 틀에 넣고싶지 않아서 입니다.
'Live Wire'라는 소설이 있다면 분명 대강 예상이 가죠. 생명줄을 잡고싶다. 어떤 혁명에 관한 것이거나...
'되돌아 갈 수 없는 원점' 등등... 이런 제목 자체를 붙이기를 싫었습니다. 그래서
Take 1, Take 2...
물론 이 테이크 시리즈가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현재는 ... 스토리가 정해진건 대강 20화까지정도 ...;;;
사실 그때쯤 가서는 뒷스토리를 정해야될거같아요 ㅠㅠ.....
아.. 코멘트좀 제발 ㅋㅋ;;
소설방을 살펴보니 거의 90%가 다 죄다 로맨스소설이더라고요... 이런게 조금 싫증난다고할까...그런것에서 쓴 스포츠소설인데
초장부터 망작의 기운이 감도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