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부호와 띄어쓰기의 활용
Daum카페 https://cafe.daum.net/sangjupoet/ 고급문장수업 - (271) 띄어쓰기 -
③ 기타 헷갈리는 띄어쓰기/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기자 배상복
② 아기 다리 고기 다리
‘아기 다리 고기 다리 던데이트’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앞선 세대의 외로운 청춘남녀들이 푸념처럼 자주 쓰던 말이다. 물론 정확한 표현은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데이트’다.
영어는 단어별로 띄어 쓰면 그만이지만 우리말은 모양이 같아도 내용에 따라 뛰어 쓰기도, 붙여 쓰기도 한다. ‘한민족’과 ‘한 민족’은 같은 꼴이지만 뜻은 크게 다르다. ‘한민족(韓民族)’은 ‘우리 민족’을 가리키는 데 반해, ‘한 민족’은 지구상 여러 민족 중 ‘하나의 민족’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말 용언의 어미나 조사는 앞말에 반드시 붙여 쓴다. ‘나 보다 더 덜렁 거린다’의 경우 ‘나 보다’와 같이 띄어 쓰면 ‘나를 보다’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이 구절에는 ‘나’와 누군가를 비교하고 있다. ‘보다’가 ‘see’가 아니고 ‘비교’의 뜻으로 쓰였으니 ‘나보다’로 붙여 써야 한다. ‘덜렁 거린다’를 띄어 쓸 이유도 없다. 무조건 붙여야 한다. ‘가야 겠다’, ‘먹어야 겠다’와 같이 ‘~겠다’를 띄어쓰기도 하는데 이것도 잘못이다.
의존명사나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나도 할 수 있다’. ‘먹을 만큼 먹었다’, ‘뜻한 바를 알겠다’, ‘갈 듯 말 듯하다’, ‘차 한 대’, ‘집 한 채’, ‘신발 두 켤레’ 등이 그 예다. 다만 ‘102동 1413호’와 같이 순서를 나타내거나 숫자와 어울려 쓸 때는 붙인다. ‘제 1과’, ‘제 3장’의 띄어쓰기도 옳지 않다. ‘제1과’, ‘제3장’으로 붙여 써야 한다.
‘데’의 띄어쓰기에 주목하자. ‘데’는 이따금 의존명사로도 쓰인다. ‘가는데’와 ‘가는 데’는 꼴은 같아도 뜻은 다르다. ‘가는데’는 ‘철수는 대학에 가는데 너는 안 갈 거냐?’와 같이 쓴다. ‘그가 지금 가는 데가 어디냐?’의 ‘데’는 ‘곳’, ‘장소’의 뜻을 가졌으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지’의 띄어쓰기도 같다. ‘데’와 마찬가지로 이 ‘지’ 또한 ‘먹었는지 모르겠다’, ‘가지 마라’의 ‘~지’과 같이 동사의 어간에 붙여 쓰지만 의존명사로 쓰기도 한다. ‘떠난 지도’가 그런 예다. 이때의 ‘지’는 시간의 경과를 뜻하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 것이다.
한자말 ‘간(間 )’도 옳게 띄어 써야 한다. ‘가든지 말든지 간에’의 ‘간’은 ‘어느 경우든 관계없이’의 뜻을 가진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지명의 사이를 뜻할 때도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와 같이 띄어야 한다.
‘형만한 아우 없다’와 ‘사흘 만에 왔다’의 만도 다르다. 앞의 ‘~만’은 비교를 뜻하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고, 뒤의 ‘만’은 시간의 흐름을 뜻하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 것이다.
‘며칠 간, 십여 년 간, 한 달 간, 24개월 간’의 ‘간’은 ‘동안’의 뜻을 가진 접미사이므로 ‘며칠간, 십여 연간, 한 달간, 24개월간’으로 붙여 쓴다. ‘부부간, 친구간, 혈육간, 남녀간, 고부간, 부녀간, 남매간, 상호간, 천지간, 계층간’ 등도 하나의 단어로 굳어졌으므로 붙여 쓴다. ‘좌우간, 다소간, 조만간’도 마찬가지다.
이어 주거나 열거하는 말은 의존명사가 아니어도 띄어 쓴다. ‘국장 겸 과장’, ‘열 내지 스물’, ‘청군 대 백군’, ‘이사장 및 이사들’이 그 예다. 운동경기가 열릴 때 쓰는 ‘대’도 ‘한국 대 중국’과 같이 띄어 쓴다. 수를 적을 때는 ‘만(萬)’ 단위로 띄어서 ‘사만 삼천오백칠십육 명’과 같이 써야 한다.
‘새 봄 맞이 시 낭송회가 끝난 뒤 우리는 생맥주 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한 바탕 신명 나는 이야기 꽃을 피웠다’라는 문장을 보자. ‘새 봄 맞이’를 풀어 쓰면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말은 그런 행위를 뜻하는 하나의 체언으로 볼 수 있다. ‘시 낭송회’와 ‘생맥주 집’도 ‘시를 낭송하는 모임’, ‘생맥주를 파는 집’ 등의 뜻을 갖고 있지만 역시 하나로 묶어 쓰는 말이다. 각각 ‘새봄맞이’, ‘시낭송회’, ‘생맥주집’으로 붙여 쓰는 것이 좋다. ‘한 바탕’은 관형사 ‘한’과 의존명사 ‘바탕’을 연결한 것이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경우에는 관형사 ‘한’의 횟수 개념이 매우 약하므로 ‘한바탕’으로 그냥 붙여 쓴다.
같은 이유로 ‘술 한잔’과 ‘술 한 잔’도 구분해서 쓸 줄 알아야 한다. 앞의 ‘한잔’은 술잔의 수를 굳이 따지지 않을 때 쓴다. ‘친구를 만나서 거나하게 한잔했지’가 그 예다. 뒤의 ‘한 잔’은 예컨대, ‘딱 한 잔밖에 안 마셨다고 우기는데 도무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와 같이 수의 개념을 명확히 할 때 쓴다.
‘신명 나는’의 ‘나는’은 ‘사물이 생겨 이루어지다’라는 뜻를 가진 ‘~나다’의 활용형이다. 그런데 ‘나다’는 동사의 어미 ‘~아’나 ‘~어’ 아래서 ‘자라나다’, ‘피어나다’와 같이 ‘동작이 계속되어 나아감’을 뜻한다. ‘신명 나는’은 ‘신명이 나는’에서 조사 ‘~가’ 생략된 형태다. 이럴 때는 ‘나는’이 접미사 구실을 하기 때문에 ‘신명나는’으로 붙여 쓴다. 물론 예문 끝 부분의 ‘이야기 꽃’을 띄어 쓴 것도 잘못이다.
‘없다’는 앞말에 띄어 써야 하는가, 붙여 써야 하는가. ‘없다’는 ‘돈이 없다’, ‘아무도 없다’와 같이 ‘자리하고 있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그런데 ‘없다’는 체언적 자립어근이나 불규칙적 어근에 붙어서 ‘한없다’, ‘맥없다’, ‘시름없다’, ‘실없다’, ‘덧없다’, ‘그지없다’와 같이 어떠한 것이 결여되어 있음을 뜻하는 접미사로 쓰기도 한다. 물론 조사가 붙는 경우는 ‘한이 없다’, ‘맥이 없다’, ‘시름이 없다’와 같이 띄어 써야 한다.
우리말 띄어쓰기 규정에서는 체언이 이어져서 하나의 뜻을 만들 때는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고유명사나 전문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일이 띄어 쓰면 시각적으로 산만해진다. ‘한울 초등 학교’나 ‘문예 창작 학과’보다 ‘한울초등학교’나 ‘문예창작학과’가 낫다.
사람의 성과 이름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이나 관직명은 ‘신영욱 과장’, ‘이지현 양’, ‘윤철민 군’, ‘충무공 이순신 장군’, ‘박민수 교수’와 같이 반드시 띄어 쓴다.
보조용언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붙여 쓰기도 한다. 예를 들면, ‘꺼져 간다’, ‘도와 드리다’, ‘깨뜨려 버리다’, ‘올 듯하다’, ‘할 만하다’, ‘될 법하다’, ‘올 성싶다’, ‘아는 척하다’가 원칙이지만 ‘꺼져간다’, ‘도와드리다’, ‘깨뜨려버리다’, ‘올듯하다’, ‘할만하다’, ‘될법하다’, ‘올성싶다’, ‘아는척하다’와 같이 붙여 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안되다/안 되다’, ‘못되다/못 되다’, ‘못하다/ 못 하다’의 띄어쓰기에도 주의해야 한다. ‘안’과 ‘못’은 부정문으로 쓰이면 띄어 쓰고 그렇지 않으면 붙여 쓴다. 예를 들어 ‘얼굴이 좀 안되었다’와 같이 하나의 형태로 굳어져서 어떤 상채를 나타낼 때는 형용사로 쓰였으므로 붙여 쓴다. 반면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안되었으니까’는 ‘되지 않았으니까’라는 뜻을 가진 부정문의 형태를 만들고 있으므로 ‘안 되었으니까’로 띄어 써야 한다. ‘행실이 못되다’, ‘심보가 못되다’와 같이 하나로 굳어진 뜻으로 쓸 경우에는 ‘못되다’라고 붙여 써야 한다. 물론 앞서 보았던 ‘안 되었으니까’와 마찬가지로 부정문을 만드는 ‘못했다’는 ‘숙제를 아직 못 했다’와 같이 띄어 쓴다. 물론 ‘형이 동생만 못해서야 쓰겠느냐’와 같이 어떤 행위를 금지하는 부정의 뜻이 아니라, ‘뒤떨어짐’을 뜻하는 단어로 쓸 때는 ‘못해서야’로 붙여야 한다.
‘본(本 )’, ‘귀(貴)’, ‘각(各)’, ‘대(對)’, ‘간(間)’ 등의 띄어쓰기에도 주의해야 한다. 본래의 뜻과 멀어져 자신과 남을 가리키는데 쓰는 ‘본’은 띄어야 한다. ‘본대학’이 아니라 ‘본 대학’과 같이 쓰라는 말이다. 다만 ‘본인(本人)’, ‘본고(本稿)’, ‘본회(本會)’ 등은 붙여 쓴다. 남을 높여서 가리킬 때 쓰는 ‘귀 영업소’, ‘귀 대학’과 같이 띄어 쓴다. ‘귀금속’, ‘귀공자’, ‘귀부인’과 같이 ‘귀(貴)’라고 하는 한자 본래의 뜻을 살린 단어는 물론 붙여 쓴다. ‘각반 교실’의 ‘각’은 관형사다. 당연히 띄어 써야 한다. ‘각 가정’, ‘각 학교’ 등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각처(各處)’, ‘각국(各國)’은 붙여 쓴다. ‘대(對)’, ‘반(反)’, ‘친(親)’, ‘탈(脫)’ 등은 ‘대미 수출’, ‘반미 정서’, ‘친노 그룹’, ‘탈식민지’와 같이 뒷말과 붙여 쓴다. ‘대 북한 전략’의 ‘대 북한’은 ‘대북한’으로 붙여 써야 한다.
‘이, 그, 저, 아무, 여러’와 의존명사가 결합한 말은 ‘이 사람, 그 자동차, 저 책, 여러 명’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 다만 ‘이것, 그것, 저것, 이분, 그분, 이이, 그이, 저이, 이자, 그자, 저자, 이놈, 그놈, 이쪽, 그쪽, 저쪽, 이곳, 그곳, 저곳, 이때, 그때, 저때, 이번, 저번’과 같은 말은 붙여 쓴다. ‘그동안, 그사이, 아무것, 아무데, 어느새’도 마찬가지다. < ‘좋은 문장 나쁜 문장(송준호, 살림출판사, 2017)’에서 옮겨 적음. (2023. 1.24. 화룡이) >
첫댓글 전문적인 문법 용어와 띄어쓰기 원칙이 낯설어 익숙하지 않아 어렵게 느껴집니다. 평소 같은 단어인데 붙여서 쓰기도 하고 띄어서 쓰기도 하는 걸 보며 의아해 했지요. 띄어쓰기 원칙을 무작정 외우려 하지 말고 왜 그렇게 쓰이는지 이해하면서 숙지한다면 앞으로는 띄어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을 쓰면서도 띄어쓰기 원칙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네요. 바르게 적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귀한 정보 고맙습니다.
2023.1.24. 07:09, 까만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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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천사님은 띄어쓰기까지도 대체로 정확한 듯합니다.
저도 자신이 없어 검색을 통해 자주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1.25. 05:22,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