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통과⋯농민단체 ‘갑론을박’
입력 : 2023-03-23 17:48
https://www.nongmin.com/article/20230323500341
“농민 의견 수렴없는 수정안 처리⋯취지 퇴색” 한농연 “거부권 행사후 중장기 양정 대책 세워야”
정부가 쌀 초과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민단체 사이에선 환영보단 우려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본회의를 최종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중재안을 반영해 만든 수정안이다. 당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민주당안’은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자동 시장격리가 발동하도록 했는데, 수정안은 이같은 두 요건을 각각 ‘3~5% 이상’, ‘5~8% 이상’으로 강화했다. 벼 재배면적이 증가하면 시장격리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재배면적이 증가한 지방자치단체에 페널티를 주는 내용도 새로 포함했다.
23일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오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169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이를 두고 민주당이 여당과 합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재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농민 의견 수렴 없이 내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법안의 당초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는 찢겨나가고 일부는 마구잡이로 덧붙여진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민주당과, 의무조항이 남아 있는 한 합의할 수 없다는 국민의힘,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대통령까지 모두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면서 “농민들에게는 정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누더기 법안이 아닌 농민들의 삶을 지켜줄 진짜 양곡관리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도 성명서를 내고 “쌀값 안정을 통한 쌀농가의 삶의 질 향상과 농가소득 안정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해왔지만, 정부 매입 의무화만을 두고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 쌀 전업농들이 수용할 수 없는 수정안이 협의도 없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우리 농업 전반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농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매해 쌀을 매입하는 데 1조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축산농가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면서 “이번 법 개정이 축산분야 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후 쌀산업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국회와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에서 “정부가 거부권 행사 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균형 잡힌 양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특히 ▲전략작물직불제 ▲식량작물공동경영체 육성사업 ▲식량작물 소비 기반 구축사업 ▲가루쌀(분질미) 산업 활성화 사업 등 쌀 적정생산 및 소비 촉진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개정안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기자들에게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