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이야기> 이본 쉬나드 / 추선영 / 한빛비즈 (2021)
[My Review MDCCLXXXIII / 한빛비즈 149번째 리뷰]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지구환경을 위해 '좋은 일'일까? 이런 고민에 빠진 기업이 있다. 바로 '파타고니아'다. 기업에서 만든 제품은 어쩔 수 없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값싼 원재료'를 이용해서 '온갖 화공약품'을 첨가해서 '대량생산'을 해서 전세계에 많이 팔아재낀다. 이는 거의 모든 기업들의 숙명이다. 그래야 임직원을 비롯해서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정부에 세금을 납부해서 국가를 경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적인 효과가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기업들은 '지구환경'보다는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마구잡이로 제품을 생산하고, 그 제품을 '대량'으로 소비하도록 갖은 애를 쓰기 마련이고, 이런 일련의 활동으로 인한 '환경파괴'나 '질 낮은 나쁜 제품' 따위가 지구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해치더라도 살짜쿵 눈감아주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시 되던 관례에 제동을 걸며 "지구환경을 위해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이는 기업이 등장했다. 바로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최고의 제품 생산, 불필요한 환경 피해의 최소화,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기업이념이자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한 환경보호에 앞장 서 온 기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걸까? 바로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비결을 찾는다.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고 광고를 내면서, 제품 소비를 줄이고 의류 수선 및 재사용을 해서 궁극적으로 의류를 '재활용'한다는 개념을 선보였다. 그렇게 재활용하면서도 '제품의 기능'이 떨어지면 안 되는 등산용품을 만드는 기업이기에 재료의 품질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 왜냐면 등산용품은 제품의 기능이 곧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유 원료'로 네오프렌 같은 걸을 만들지 않고 '천연고무'를 사용해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성능도 최고로 높이며, 최종적으로 지구환경에 해악을 끼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또 다시 이 제품들을 '재활용'하고 손수 수선하면서 불필요한 환경 파괴를 일으키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파타고니아'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사실 '파타고니아' 제품이라고 해서 환경파괴를 전혀 일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재활용'을 기반으로 삼는다고 해도 결국엔 제품생산과정에서 지구환경에 해악을 끼치는 '석유원료'와 '화공약품'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도 물류창고에서 전세계 매장까지 '탄소배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가급적 자사의 제품을 사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것이다. 안 사면 안 만들고, 안 만들면 지구환경은 더욱 좋아질테니 말이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에 취직한 일꾼들은 안정된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가 말이다. 기업 경영이 침체되면 일자리 보장은커녕 기업이 망할지도 모르는데, 이렇게나 무책임한 경영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파타고니아는 이미 1990년대 최고의 성장을 이룬 터라 이런 고민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모양이다. 90년대까지는 기업 성장을 위해서 '환경 파괴'를 일삼던(?) 기업 가운데 하나였지만, 자신들의 성장이 지구환경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기업 성장 0%'로 못을 박고 제품 생산에 제동을 걸고 '재활용'을 하는 것으로 우선 순위를 바꾸었다.
어떻게 기업 경영주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손주의 탄생' 때문이다. 자신은 자연을 너무 사랑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스포티한 삶을 살았지만, 손주가 성장했을 때에도 지구가 그런 아름다운 환경을 보존하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되자 '경영 마인드'를 바꾼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서 '파타고니아'가 망할 수도 있다. 신제품을 선보이고 매출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데도 이를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 '책임감' 없는 기업이 많아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자신의 기업만이라도 그 책임감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기고자 한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말한다. "지구가 죽어버리면 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이다.
물론, 고작 하나의 기업이 실천에 옮기고 참여해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다르다. 기업은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이윤추구'를 멈출 수 없다고 해도 소비자는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아나바다 운동'으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우리는 쓸데없이 소비를 많이 하고 있다. 소비가 활성화되는 경제가 살아나고 풍요로운 삶을 통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렇게 풍족하다 못해 헤프게 산 대가로 지구는 병들었고 '기후위기'가 찾아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풍요로운 삶을 추구한다며 소비를 부추길 셈인가. 이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말도 거짓으로 판명이 났다. 발전을 하며 파괴된 자연환경만큼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구'하며 되살리는 일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를 그려왔지만, '지속적인 발전'은 '끝없는 자연환경 파괴'를 일삼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지난 2~30년 동안 경험할 뿐이었다. 그 결과, 2035년이면 기후위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적인 재앙으로 우리 눈앞에 현실이 되어 펼쳐질 것이다. 2~3개의 태풍이 동시에 불어닥칠 것이고, 그로 인한 홍수와 해일이 전세계 주요도시들을 집어 삼킬 것이며, 화산폭발과 지진은 일상이 되어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를 장식할 것이다. 거기에다 사계절이 실종되고 50도가 넘는 불볕더위와 영하40의 맹추위가 반복되는 기상이변으로 인간은 살아남기 힘든 지구환경으로 바뀌고 말 것이다. 멀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예측한 시기는 2035년이고, 이제 불과 10년 남짓 남았지만, 이상기후의 도래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사실만을 해가 거듭할수록 '재확인'하고 있으니 그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금도 '탄소중립'이니 '탄소제로'니 전세계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다. 허나 완전한 중립을 약속한 날짜는 빠르면 2035년, 늦어도 2050년에는 중립을 이루겠다는 노력일 뿐이다. 이 정도 노력을 가지고 기후위기가 해결될 것 같진 않다. '파타고니아'도 이런 문제가 그 정도 노력 가지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정도로 과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혁명의 시작은 '농업'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남발하는 기존의 농법이 아닌 '땅의 힘'을 되살리는 과거의 농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땅을 되살리는 방법을 '농부들'은 아주 잘 알고 있다고도 말한다. 화학비료와 농약 대신 퇴비 주기, 윤작, 방목 기법 등으로 농부들은 2년 만에 다시 건강한 토양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그런 건강한 토양에서 생산된 작물이 더 건강하고 더 영양가 높은 작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면서 말이다. 더구나 이런 농법은 가뭄에도 물을 더 적게 쓰고,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렇게 건강해진 토양은 '더 많은 양의 탄소'도 격리시킬 수 있기에 지구온난화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되돌아간다면 일손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어 '농작물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높아진 곡물가격에 '가공식품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소비자들은 더욱더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의 농법 변화가 일자리의 양상을 달라지게 만들 것이다. 도시로 쏠리던 인구가 농촌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왜냐면 '일자리'가 농촌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곡물의 유통망을 좁혀서 '로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유도하면 하릴없는 '탄소발자국 낭비'도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지구환경'이 회복단계로 접어들면 우리 모두는 더 살기좋은 세상에서 과거처럼 살게 될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꿈꾸는 세상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 책에는 새로운 지혜가 없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만 담고 있다. 파타고니아가 이룩하려는 혁명적인 일들은 사실 우리 모두가 이미 '해왔던 방식'일 뿐이다. 단지 그것을 '잊고' 살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는 파타고니아의 사업마인드는 별난 것이 아니라 희망찬 것이다. 이런 파타고니아가 망한다면 지구도 이미 사람이 살기 어려워졌을 것이 분명하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면, 그건 '파타고니아'가 아니라 '소비자'다. 소비자가 파타고니아와 같은 기업의 제품만 구입하려고 들면 온세상의 기업들은 '파타고니아'처럼 사업하려 들 것이다. 그러니 소비자가 달라져야 한다. 이런 멋진 기업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여러분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등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 창업주가 이산을 오르고 저산을 올랐다는 내용만 한가득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등반 이야기'가 아닌 '파타고니아 이야기'다. 파타고니아의 기업가들이 젊은 시절에 경험했던 '아름다운 자연'를 선보이며,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기 위해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산악등반과 같은 스포츠를 즐기면서, 그 즐거움을 자신만 즐기는 것이 아닌 자신의 손주도 즐길 수 있도록 '지구환경'에 더욱 관심을 갖고 반드시 '환경보호'를 해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지구에 흠뻑 빠지는 경험이 없었다면 그런 '사업마인드'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독자분들께도 이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먼저 충분히 감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정말 멋진 생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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