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포도원들은 다양한 골짜기에 둥지를 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칠레 북부의 아콩카구아와 카사블랑카 밸리, 칠레 중앙의 마이포, 라펠, 쿠리코, 마울레 밸리 등이다. 이들을 포괄하는 센트럴 밸리는 안데스산 높은 곳에서 시작되어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여러 강들에 의해 나뉜다. 좀 더 서늘하고 축축하며 늪이 많은 칠레 남부의 두 밸리, 비오비오와 이타타는 역사적으로 파이스 품종을 사용한 벌크 와인을 만들었으나, 최근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센트럴 밸리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 유명한 마이포 밸리다.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생산지 중 하나이며, 수도인 산티아고와 가까워서 많은 와이너리들이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한편 카사블랑카 밸리는 최근에 떠오르기 시작한 유명 와인산지로, 칠레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낼 잠재력을 지닌 곳이다. 칠레의 거의 모든 정상급 와인생산자들이 이곳으로몰려 와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을 중심으로 한 국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카사블랑카 밸리 북쪽의 아콩카구아 밸리는 칠레의 와인산지 중 가장 덥다. 따라서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처럼 열을 좋아하는 적포도 품종이 잘 자란다.
칠레에서 재배되는 모든 포도 품종 중에서 최고의 스타는 단연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가격이 적당한 칠레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민트, 블랙커런트, 올리브의 부드러운 풍미 안에 연기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특징이 있다. 칠레산 샤르도네는 대체로 수준급이고 직설적이다. 오늘날 이 와인은 비교적 단순하고 깔끔하며 맛있다. 칠레의 소비뇽 블랑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으며, 뉴질랜드나 프랑스 루아르 밸리의 그것이 지닌 극적이고 관통하는 듯한 풋내의 풍미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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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는 와인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증류주인 피스코(Pisco)로도 유명하다. 피스코는 뮈스카와 토론텔, 그리고 페드로 히메네스 품종을 각각 또는 블렌딩해서 만드는데, 몇 달간 나무통에서 숙성된 뒤 증류된다.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도 하지만, 칵테일 형태로 가장 많이 소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