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뒤.
"별것도 아닌 놈이 까불긴...."
괴한이 널부러져 있고 타이지가 손을 탁탁 털다가 요시키에게 말했다.
"너 괜찮아? 안 다쳤어?"
"괜찮아. 타이밍 절묘했어."
화장실 문이 열리고 백인 남자가 들어오다가 멈칫하자 타이지가 말했다.
"마침 잘 왔소. 경찰에 신고 좀 해줘요."
"네? 아, 네네."
백인 남자가 911에 신고해줘서 경찰이 괴한을 연행해갔고 요시키와 타이지가 경찰에게 진술하고 나서 밖에 나가니 토시와 히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짱, 괜찮아?"
"응, 괜찮아."
"요짱 때리거나 한 거 아니지?"
"정말 괜찮아. 타이지 덕분에 무사했어."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모르겠어. 누굴 말하는 건지 말도 안 하고 다짜고짜 어디 있냐고 물어대니까..."
요시키가 히데와 얘기하는 동안 파타가 타이지를 툭 치면서 타이지가 말했다.
"왜?"
파타가 고갯짓으로 가리키는 것을 타이지가 보니...히스가 불안함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얼굴로 있었고 토시가 파타와 타이지의 시선을 쫓아 히스를 봤다가 다시 타이지와 파타를 보자 타이지가 슬쩍 말했다.
"나중에 집에 가서."
"알았어."
집에 도착해서 요시키가 말했다.
"히스가 아쉽겠다. 쇼핑 더 했어야 했는데."
"아니오, 이 정도도 너무 많아요. 돈 많이 쓰셨는데..."
"선물이야. 그렇게 생각해."
"아...네..."
"짐 정리 도와줘?"
"아니오, 혼자 할 수 있어요. 먼저 실례할께요..."
토시의 말에 히스가 거절하면서 종이가방들을 갖고 먼저 방으로 갔고 히데가 요시키에게 말했다
"요짱도 방에 가서 쉬자."
"응."
히스는....옷들을 정리하지 않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날 찾고 있는거야...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생각보다 빨리 찾았어....여길 찾아내는 것도 시간 문제겠지...'
무릎을 짚고 있던 손을 주먹쥐면서 히스가 심호흡 하듯이 숨을 내쉬었다.
'여기에도 더는 못 있겠어...'
"다들 식당으로 집합~ 저녁 먹어~"
타이지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말하자 히데가 먼저 요시키를 데리고 내려가 식탁으로 갔는데 요시키가 말했다.
"히스는?"
"이제 데리러 갈 거다."
타이지가 오다가 도로 유턴해서 히스의 방으로 갔다
ㄸㄸ-
방문을 두드리고 타이지가 문을 여니 히스가 침대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든다.
"좀 쉬었냐?"
"아...네."
"내려와서 저녁 먹어."
"네...."
저녁식사가 끝나고 모두 거실에 모여앉아 와인과 맥주와 가벼운 마른 안주를 먹고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 자꾸 공주라 할래..."
"얼씨구, 어쩌려고?"
역시나 요시키와 타이지의 티격태격이 시작된 가운데 히스는 주스를 조금씩 마시며 조용히 앉아 있었고 토시가 말했다.
"재미없지?"
"네? 아니...그냥 그래요..."
"히스는 웃는 걸 못 본 것 같아."
"아....그게....그럴 일이 별로 없어서요..."
"여기 있는 동안에는 맘껏 웃어도 돼."
토시의 말에 히스가 또 주스를 한모금 마셨다가 말했다.
"저기...."
"?"
토시와 파타, 히데는 물론이고 티격태격 하던 요시키와 타이지도 동작 그만이 돼서 고개만 히스 쪽으로 돌리자 히스가 말했다.
"여기 와서 계속 말한 거지만....머물게 해주신 거....감사해요...."
히스의 말에 요시키가 말했다.
"정말 고마우면 여기서 편히 지내면 돼."
"네...."
타이지가 소파에 앉아 맥주캔을 들다가 파타와 토시에게 시선을 보내자 파타와 토시도 히스 쪽을 힐끔 봤다가 타이지를 보고 시선을 주고받았다.
히스가 방으로 먼저 올라오고 얼마 뒤
"더 마시자아아....."
"요시키, 이제 그만."
"자자, 요짱, 그만 마시고 코 자야지."
히데와 토시가 요시키를 달래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파타나 타이지가 두런두런 뭐라 말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면서 집안이 점점 조용해졌다. 그렇게 집안의 불이 다 꺼지고 10분 정도 지났을까. 침대에 있던 히스가 침대에서 나왔는데 처음 왔을 때의 낡은 옷을 입고 있었고 요시키가 쇼핑몰에서 사준 옷들 중에서 티셔츠와 청바지 등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만 골라내서 백팩에 챙겨넣었다. 신발 역시 처음 왔을 때 신었던 낡은 운동화로 준비하고 요시키가 사준 신발 중에 운동화만 골라서 백팩에 챙겨넣은 뒤 -공간이 충분해서 넣을 수 있었다- 그대로 침대에 앉아 10분을 더 기다렸고...백팩을 매려다가 히스가 사이드 테이블에 있는 메모지와 펜을 보고 메모지 한장을 꺼내 펜으로 적었다.
-며칠 동안 머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세는 꼭 갚을께요-
짤막한 메모를 적어 침대 위에 놓고 히스가 백팩을 매고 운동화는 손에 든 채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고 고개를 내밀어 복도를 살피고 나서 나와서 최대한 소리를 죽여 방문을 닫은 뒤 조심조심 거실로 내려갔다. 거실은 당연히 캄캄했고 히스가 발소리를 최대한 죽여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서 운동화를 신은 뒤 잠금 장치를 풀려는데
"어디 가냐?"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