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언제나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물은 세상을 살릴 수 있는 명분이 있기에 역류라는 걸 포기하고 흐른다.
산업화로 인해 점차 혼탁해지는 물
더러워진 물이 사람의 마음을 떠나기 전에 어떻게든 물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다
전날 만경강 지류인 전주천(삼천)을 구경했다면 이번 하천은 우리나라 10대 강인 동진강으로 흐르는 원평천 최장 지류인 두월천이다.
전주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자고 새벽에 밖으로 나오니 비는 처발처발 오고 터미널에 붙어있는 24시 편의점에 들러 우산하나
장만해서 택시로 전주시 완산구 용복동 소화진달네 집에서 모악지맥길 매봉산으로 무작정 오른다.
천주교 무덤이 있는 곳에서 계곡으로 오르면 초입에는 길이 희미하게 보이더니 이내 길은 없어지고 축축한 눈을 이불인양
덮어쓴 산죽이 길게 이어진다.
비는 눈으로 바뀌었고 능선에서 두월천 발원지를 찾아가려고 지도를 다시 한번 더 확인하니 지맥길에 만나는 매봉산 2개를 건너 국도 21번이 지난곳에도 발원지로 보이는 하천이 보인다. 여기서 무려 5km 거리다.
집에서 그렇게 확인을 했건만..."여가 아인갑다"며 저짝에 있는 매봉으로 향한다.
지맥길에 만나는 비실이 부부님께 잠시 안부 인사 드리고
봄날 저녁에 선배님이 담가두신 포도주 한잔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글 보시면 포도주 한병 들고 오시구요
동진강과 만경강을 막고 있는 모악지맥길에 만나는 첫 번째 매봉산
준, 희 선배님께 반갑게 인사드리고
잠시 앉아 다시 한번 더 꼼꼼하게 거리를 확인하니 "얼래 여가 아이고 아까 건 갑다"며 다시 발길을 돌린다.
머리가 나쁘나 손발이 고생하는데
가는 길에 다시 확인하니 머임 "아까 건답다"며 다시 돌아가 매봉을 두 번이나 찍고
또다시 확인을 거쳐 아까 그짝으로 다시 발길을 돌린다.
지나간 경로 25km
파란 선은 걸었던 두월천이고
빨간 선은 지난날 걸었던 원평천
지맥길에서 이어지는 두월천이며 동진강 지류인 원평천 최장 발원지인 김제시 금구면 오봉리 산 202번지다
냉골로 내려가는 길은 이렇고
비에 젖은 장닭이 내 꼬락서니를 보면 뭐랄까
친구 하자고 할 것 같다.
물은 흐르지만 갈수기에는 믿을게 못되니
발원지라 할 수 없고
계곡보다 두 계곡을 이루게 만든 능선상에 만나는 곳에 작지만 물이 고여있어 두월천의 발원지라 할 수 있겠다.
어느 게 더 길다기보다 두 물이 만나는 곳 바로 위의 능선상에 물이 고여있는 작은 웅덩이가 있어 그곳을 원평천 최장 발원지라
보고 이제 물길 여행을 시작해 본다.
김제시로 흐르는 두월천은 모악산과 인근의 밤티재에서 흘러온 원평천보다 대략 3km 정도 차이가 난다.
물은 언제나 옳으며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고 절대 역류하듯 위로는 흐르지 않는다.
다만, 물을 인위적으로 막았을 경우에는 어느 누구도 감당이 안된다.
계곡을 벗어나면 냉골 닭농장이 나오는데 키우는 닭은 한 마리도 없고 철조망만 길게 이어져 있는데
철조망 따라가면 철제 사다리가 하나 있어 넘어가기 좋다.
금구면 오봉리 (봉림 냉풍굴)이 있는 동네다
냉풍이 나오는 동굴이 있는 모양인제 어디인지 몰라 지나오고
지도에 보이는 냉풍굴은 가정집 창고에 표시되어 있다.
김제시 금구면 명풍길을 지나며
전북 김제시에는 특별한 게 몇 가지 있죠
동쪽으로는 산중에서 어미(母)의 정(情)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모악산과
호남 제1도량인 백제 법왕 때 창건한 금산사가 있고
서쪽으로는 끝을 알 수 없을 김제평야와 우리나라 최고의 저수지 벽골재가 있기에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대율 저수지가 보이고
비가 와서 그런지 물빛이 별로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물
아래로 흐르며
물빛은 별로이나 이물은 사람을 살리는 물로써 김제 평야를 살리기에.
그래서 더러워도 더럽다 할 수 없는 물이다.
두월천은 시멘트 방수포 따라 내려와
비는 오고 축축한 발걸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무리의 철새들이 어디론가 날아가고
흩어져 있지만 한 무리의 철새는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날개를 편듯하고
드넓은 들판으로는 축사, 돈사, 양계장이 자리를 잡았고
앞으로 보이는 곳도 양계장이고 멀리 보이는 곳도 양계장이다.
닭의 평균 수명이 20-30일이고 며칠후면 치킨으로 변신해서 여러분의 술상에 올라갈 것이니
진득하게 기다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방방곡곡 구석구석 어지간한 도심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치킨집이 자리하는데
그렇다면 치킨집은 모두 몇 곳일까 궁금하시죠
하루에도 수백 곳이 장사가 안되어 문을 닫고, 또 새로운 꿈을 위해 문을 열겠지만 대략 4만-6만 개 정도랍니다.
닭은 한 달에 1억 2천만 마리 하루에 4백만 마리가 국민들 뱃속으로 사라지는 닭은 햇볕이 들지 않은 저런 감옥 같은 곳에서
단 하루만 햇볕을 구경하는데 세상 밖으로 나오는 날이 죽는 날이죠
참고로 계란은 하루에 4천만 개 소비되는데 대부분 계란 후라이겠죠
김제시 논두렁 길도 보이고
앞은 축사죠
우리나라에 소 키우는 농가는 대략 9만 가구이며 작게는 몇 마리에서 수백 마리를 키우는 농가가 있죠
소는 모두 360만 마리가 살며 금액으로는 대략 13조랍니다.
22년도에는 87만 마리
23년도에는 95만 마리
24년도 기준으로 한해 100만 마리가 전국 71개 도축장에서 하루 평균 2천7백 마리가 도축되어 여러분 밥상에 올라갑니다.
두월 노을 마을도 보이고
저곳은 돈사입니다.
돈사는 돼지 키우는 곳이라 역겨운 냄새가 바람 따라 멀리 가죠
금북정맥길에 홍성 구간에서 만나는 돈사는 전국 최대이며
전국에 2천8백 농가 돈사에서 키우는 돼지는 1,133만 마리 정도이고
돼지는 년간 1천8백만 마리 도살, 하루 5만 마리가 도살 평균 수명은 5-6개월이다.
김제시에는 분뇨공장 (퇴비 만드는 곳)이 40개 정도 있으며 한여름에는 냄새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하천으로 흐르는 물색이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저 물속에도 자리 잡고 사는 물고기가 있다고 하니
그 녀석들도 물을 닮아 성품이 좋을 뿐이다.
400m 길이의 등나무길
저녁노을이 끝내주게 아름답다는 노을마을
마을 앞에 자리 잡은 정자도 있고 그 곁을 지키는 250년 정도 된 팽나무로써
우리나라의 마을을 지키며 서있는 보호수는 대략 1만 2천 그루이며 나라의 관리를 받고 있는 나무죠
한여름이면 무척 시원할 것 같은 길이다.
비는 오고 축축하게 걸어가다 보니 비날 하우스 안에 동네 어르신 한분이 드럼통 난로에 불을 지피며 계셔서
"잠시 옷 좀 말리고 가도 되냐"고 하자 옷 잘마를 곳으로 자리를 내어 주신다
내부는 이렇고
막걸리 한잔하라며 건네주신다.
"농사가 어떠시냐!" 하니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별로라며 하셨고
무농약 농사
저농약 농사
농약을 들이부어 짓는 농사
시장 한편에 벌레 먹은 무농약 배추와
농약을 들이부어 지은 깨끗한 배추가 나란히 있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배추를 사 가실 건가요
배추는 사람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지만 깨끗한 배추는 곧 사랑이며 찐 농약 사랑이죠
당장 우리 눈에 농약성분이 보이지 않기에
저 역시 깨끗한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닮거나 쌈으로 할 것 같습니다.
인사드리고
막걸리 한잔에 얼굴은 마치 붉은 노을이 된 듯
이제 비도 그치고
기다림의 대명사이며 비록 아내에게는 버림을 받았지만 결국 인생 역전한 강상?(강여상)께서 물고기 잡이에 정신없으시고
강상은 문왕과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한 일등공신이며 그 공을 인정받아 제나라를 건국하신 분이셨죠
유명한 일화로는 집 나간 부인이 찾아오자 물을 땅바닥에 쏟아부으며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란 말을 남겼는데
고생 고생한 아내가 더 이상 버틸힘이 없어 집을 나갔는데 뒤끝 작렬한 말씀이다.
잠시 지켜봤지만 입질도 안 오는지 조용하기만 하시고
김제시 모습
김제시는 거의 1차 사업인 농업과 축산이 발달했으며 전국 평균보다도 높은 지역이다.
그러다 보나 다른 지역의 2차 산업 중심의 지역보다 열악한 곳이기도 하고
호남평야의 중심이 되는 김제 평야
삼국시대까지 만경강으로 올라온 썰물이 전주 앞까지 바닷물이 올라왔으나 고려, 조선시대 때 꾸준한 간척 사업으로 드넓은 땅이
생겼고, 이후 동아시아에서 유독 사람피를 좋아했던 일본족들이 일제 강정기 때 김제시 서쪽땅 대부분 광활면, 죽산면, 진봉면(동진강, 만경강 하구) 일대가 간척을 통해 농경지가 많이 확장되었지만 모두 가져가고 우리 민족에게 손가락만 빨게 만든 곳이다.
712번 지방도로인 봉남로 길가에 심어놓은 소나무
5그루 아니면 7그루인데 일부러 홀수로 심어 놓은 건지
올망 졸망하게 서있다.
지방하천 두월천
전국에는 국가하천 63개와 3,772개의 지방하천이 있다
이중에 가장 더러운 하천은 전남 영광의 불갑천이며
가장 깨끗한 하천은 경북 영양의 장파천이고
쓰레기 없는 하천은 경남 창녕의 계성천이다.
절대비경을 자랑하는 한강 속의 정선, 영월로 흐르는 동강과 낙동강 상류의 경북 청량산 인근이 절대비경에 속하며
그 외 정선의 지장천과 어천 그리고 경북 영양 반변천과 길안천, 또 울진의 왕피천과 광천이 그 뒤를 따를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황산뜰에서 본 멀리 모악산 방향
벼농사를 지을 때 물을 많이 사용하죠
대략적인 것은 "물 1천 톤을 사용해서 곡식 1톤을 생산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라겠구요
지구에는 약 70%가 물이 있지만 먹을 수 있는 물은 1%에 불과하기에 물을 아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온 하천길과 모악산 방향
원평천과 두월천이 만나는 합강 부분에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며
맑은 물이라면 뛰어들어 안아 주고 싶지만 비도 오고 춥고 하니 오늘은 참는다
지배 가자
오늘도 "찾는 이 없는 한국의 하천 나만 걸으면 된다"고
다음 하천은 고향(故鄕)을 알리는 정지용 작가의 충북 옥천의 서화천 35km로 갑니다.
서화천은 백제 26대 왕이셨던 성왕께서 전사하신 곳 (구진벼루)이기도 하고 대청호의 부소약담이 있는 곳이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1,100년)에 이어 오래된 요광리 은행나무(1000년)가 서있는 곳이고...
첫댓글 세월에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춘삼월에 드내요 집나설때는 촉촉한 봄비지만 걷고 오르다보면 설국으로 멋진풍경 마음을 사로 잡혀 ~~~~~♡
수고 하셨습니다
밖에 나가 산행이나 다른걸 하고 있을 때는
가능하면 빨리 집에 가고 싶고
집에 가만히 있으면 밖으로 나가고 싶으니...ㅎ
비맞고 추운길 걷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요즘처럼 추운데 아직도 물퍼로 다니시나?
바가지들고 단합대회라도 해야하나,
순창이나 전주나 거기서 거긴데 여기는 아직도 상고대가 보이네요.
순창 강천산에는 눈이 한톨도 보이지 않더군요 ㅎㅎ
당분간 하천길 쭉 이어갈 모양이네요.
발원지에서 내려오는 거친길 늘 안전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힘과 명분... 늘 있어온 싸움들...
산은 종종 꽉 막혀 답답함이 있는데
물의 길은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물따라 걷고 싶어지네요~
하나하나 마무리짓듯 걸음하시는 강길
방장님이 아니면 그 누가 하겠나 싶습니다.
그러니 종종 강길 이야기 기대할께요.
이번편도 재밌습니다.
방장님만 쓰실 수 있는 글^^ 감사히 봐요.
김제시 봉남면은 장모님 고향이고
김제시 금구면 처가의 고향입니다.
가깝죠~ㅎㅎ
저녁 보내드리고 아쉬웠는데 눈이 제법 왔나 봅니다.
늘 하시는 걸음 응원하고 대리만족을 주시는것에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