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 공부학원을 어려서부터 보내진 않았어요
저학년 때는 아이가 다니고 싶다던 미술공방, 레고, 수영만 보내고
고학년때 그래도 파닉스는 떼야할 것 같아 아파트 내에서 놀면서 수업해주는 가정식 영어학원을 (수업이 오로지 하나뿐이라 초1~2학년 동생들과 함께ㅋ) 다닌 게 다였어요
저조차도 아이 공부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던지라 그저 행복한 초등생활을 보내게 해주는 것에만 주력했네요ㅎㅎ
그러다 아이가 6학년이 된 어느날,
친구들이 중학교 수학을ㅡ어떤 뛰어난 친구는 고등수학을ㅡ배우고 있노라며, 자기도 학원을 가야겠다 하더라고요
저는 집 근처 적당한 학원을 알아보려 했지만 남편은 아이가 하겠단 의사를 밝힌만큼 제대로된(?) 대형학원을 보내야한다 했어요
어느 것도 정답은 없는 거니깐, (제 생각엔 아이 성향상 소규모 학원이 맞을 것 같긴 했지만) 아이 아빠의 의사를 존중하여 우리 동네보다 큰 동네의 대형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보게 되었어요
두둥!
결과는 참담했습니다ㅋㅋㅋ
영어는 다행스럽게도 중상정도의 실력이 나왔지만
수학은 학교에서 배운 게 다였기에 응용이니 심화니 다 딴나라 얘기였어요
테스트 후 상담직원과 마주했는데 정말 그날의 그 수모란.
"어머니, 집에서 00이 수학을 전혀 안 봐주신 게 티가 나네요. 저희 학원은 등급별로 반이 나뉘어져 있는데 현재로썬 00이가 들어갈 반이 없어요. 가장 낮은 등급의 반도 들어가기 힘들 정도 수준이라 집에서 어느 정도 학습한 뒤에 다시 테스트를 받아 보세요."
한마디로 이 성적으로 어딜 감히 들어오려는 거냐였죠ㅠㅠ
집에 오는 길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반, 말을 그따위로 한 학원에 대해 부아가 치미는 마음 반.. 이더군요
그래도 여태껏 행복한 아동기를 보냈으니 이제부터라도 시작하면 되는 거라며 마음을 다독였어요
동네 작은 학원을 몇군데 돌아본 뒤
아이가 다니고싶다는 곳에 영,수를 등록했어요
선생님과의 신뢰를 중시하는 아이라서 담당쌤과 유대감이 생기면 몇년이고 그만둘 생각을 안 하는 편이거든요(레고는 6살때부터 10년째 다니고있고 미술도 6~7년째 한곳을 다니고 있어요)
다행히 두과목 모두 선택했던 아이의 감이 맞아 좋은 쌤들 만나서 중2가 된 지금까지 2년 3개월동안 잘 다니고 있어요
수학은 초반 몇달간 많이 헤매서 힘들어하기도 했는데(이땐 너무 늦게 보낸 건가 자책도 좀 했어요ㅠㅠ )
역시나 쌤을 믿고 따라가니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반년정도 되었을 땐 설욕전 치르러 전에 갔던 대형학원의 테스트도 한번 더 받아봤네요ㅋㅋㅋ 이땐 점수가 중상으로 나와 아이와 씨ㅡ익 웃으며 귀가했답니다ㅋ
중학교 가서도 나름 숙제 안 밀리고 열심히 하는 듯했는데
2학년 처음본 시험에 중간, 기말 모두 영수 100점을 받았어요^^
기말고사엔 국어 도덕도 100점으로 6과목 중 총 4과목이 백!!
과학과 역사(세계사)는 조금 헷갈리는 게 있어 2개씩 틀려 총 평균이 97점이 됐다네요
반에서 2~3등은 한 것 같아요 감격ㅠㅠ
앞으로도 갈 길이 멀고 이제 겨우 한걸음 내디딘 거지만,
그래도 학원에서 문전박대 당하던 아이가 이렇게 스스로 해낸 것에 너무 감사해요
팔볼출 자식자랑이지만, 가족들끼리만 알자니 입이 너무 근지러워서ㅎㅎ 행달에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자랑해 봐요
오늘은 시험 끝난 기념으로 친구들이랑 밥먹고 인사이드아웃2를 보고 왔다네요ㅋ
이번주말은 플스하며 실컷 놀고, 담주부턴 8월에 참가하는 로봇 세계대회 준비에 즐겁게 몰두할 예정이에요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저녁먹음서 기분좋다고 반주를 해서 ㅋㅋ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편안한 밤 되세요~ ^^ (다시한번 울컥)
첫댓글 아유 참 잘했어요! (박수) 부모님이 믿어준다는 것도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쭉쭉 발전하길요.
좋은 말씀 넘넘 감사해요 토요일아침님^^ ( 음주로 살짝 감정 과잉 상태에서 쓴 거라 조큼 민망하지만요ㅋㅋ)
와우 !!!!!!요즘 시험때문에 주변이 들썩들썩하던데 카페라떼 아드님 정말 대단해요!!!!즐거운 초등시절과 완벽한 중등시절의 보내는 위너입니당 ㅋㅋ
예전과 비교하면 요즘 아이들 학원, 숙제에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즐거울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감사해요 피치골드님
우와~ 멋져요!!! 애기때부터 봤었는데
벌써 이렇게 컸네요. 행복한 아동에서 행복한 청소년이 되었어요~^^
항상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감사해요 사당동 김씨 님♡ 시간이 정말 빠르죠?
우와,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성실해서 결과도 좋네요.
축하합니다.
마음껏 자랑하셔도 되어요.
무엇보다 행달님이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계셨던듯 해요.
응원합니다
감사해요 피비님~^^ 글이 다소 감정 과잉이라 살짝 민망하지만 당시 아이가 넘 대견했어서ㅎㅎ
앞으로도 자기의 길을 잘 찾아가면 좋겠어요
비 오늘 월요일, 촉촉하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가정식 수학학원 보내다 중딩 가서 훅 간 케이스에요. 대형학원은 아니지만 대치출신 원장님 수학학원 테스트 갔더니 기본기가 하나도 안잡혀있다고 ;;; 고등 삼년동안 수학 오지게 했습니다. 그만큼 학원비도 ㄷ ㄷ ㄷ
저처럼 늦지않게 보내셔서 참 다행입니다.
응원해유~
조카가 학원 다니며 열심히 하는데도 수학 성적이 안 좋아 고민하다 학원 옮긴 후 좋아졌다 하더라고요 아이에게 맞는 학원을 찾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파란님 아이도 살짝 우회하셨더라도 그 시기를 잘 지나가서 정말 다행이에요 응원 감사합니다^^
아오 예뻐라. 너무 대견하네요. 칭찬 많이 해주세요.
부모의 신념과 주변의 현실과 아이의 성향 등 참 많은 변수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아이키운 때가 지금과 또 세대가 다르겠지만요. 너무 축하드려요. 우리 행달조카 잘했다~~♡
수학 학원 다시 가서 테스트 본 이야기는 통쾌합니다^^
요즘은 아이를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잘 키워내신 선배 부모님들 보면 존경스러워요^^ 참이슬 님도 따님도 넘 멋지구요
두번째 테스트 보고 귀가하던 날 넘 뿌듯했어요 정말ㅋㅋ 감사해요 참이슬님~♡
엄마와 여행다니던 그 아이가 어느새 중2라니 역시 세월은 따라갈 자가 없네요 ^^;
잘할줄 알았어요 엄마아빠가 믿어주니까요 화이팅!
중학생 되고부턴 정말 둘이 다니는 여행이 서로 시큰둥해졌어요ㅋㅋㅋ 초등 마지막까지 열심히 다닌 걸로 만족하려고요^^ 말씀 넘 감사해요 맨날술이야님~ 좋은 하루 되세요
참 잘했어요!!
우아~ 부모님도 아이도 훌륭하세요^^
(중학교부터는 주기적으로 레테보고 봐서 학원 옮겨주세용 아주 이름난 학원 아니라면 옮겨줘야 분위기도 바뀌고 공부방법도 변화주고 하더라구요)
오오 좋은 말씀 감사해요 내이브로 님
2학기 중엔 학원 옮기는 것 고려해봐야겠어요^^
왠지 전문가 포스가~ ㅎㅎ 👍👍
우와 축하드립니다
수고한 멋진 아드님께도 박수를 랜선이모가 보냅니다^^
감사해요 세렌디피티님 ^^
비 오는 한주도 상큼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