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요소에 대하여/윤재순
시의 요소
문학의 언어가 다른 의식 현상으로서의 언어와 구별되는 두드러진 차이는 특히 시어(詩語)에서 나타난다. 언어를 사상의 의상(衣裳)으로 본 서구의 전통적 언어 관념은 언어를 단순히 표현 수단이나 장식적 외양의 수단으로 제한해 버렸다. <무릇 시란 그 뜻을 주로 삼는다.뜻을 세움이 가장 어려운 일이고 글로 엮는 일은 그 다음 일이다.-李奎報,白雲小說, "夫詩以意爲主 設意最難 綴辭次之">라는 동양적 시관(詩觀)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언어에 대한 태도는 언어를 의미의 본체로 보거나 역설적으로 언어를 거부하고 언어로부터 해방되려는 극단적인 형태로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현대시는 일반적 진술이 아닌 가진술(假陳述)을 골격으로 하여 표현된다. 가진술이란 우리가 보통으로 겪는 경험의 법칙이나 상식을 뒤엎는 말하기의 한 방식으로, 상식을 뒤엎으면서도 시적 진실을 추구하는 표현의 방식이므로 일상 생활의 산문적인 말하기의 방식과는 구별된다. 이를테면 "사람이 차를 몬다"는 말은 일상적인 진술이지만, "차가 사람을 몬다"는 표현은 가진술이 된다.
따라서 시의 언어는 논리적 필연성이나 타당성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며 또한 경험의 철학적 진술(陳述)도 아니다. 시의 언어는 신화와 같이 과학적 이성적 사고의 세계와는 다른 비문법적이고 비논리적인 성격이 강한 '비틀린 언어'로서 시인의 타고난 감수성인 공감각(共感覺)과 기억의 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언어 행위, 즉 가진술 또는 시적 진술(詩的陳述)을 말한다.
"시는 근본적으로 역설적인 언어이다. 왜냐하면 시는 다름 아니라 궁극적으로 말해서 언어를 통해서 언어로부터 해방되려는, 언어를 씀으로써 언어를 쓰지 않는 언어가 되려는 불가능하고 모순(矛盾)된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시적 언어는 비정상적인 '비틀린 언어'로 되기 마련이다."<박이문,'시와 과학',일조각, p122.>
또 시는 축자적(逐字的), 지시적(指示的)의미를 갖는다. 즉 글자를 쫓아서 거기에서 끌어낸 의미를 말하는 것으로 말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말한다.
예) A+B+C=ABC
함축적 의미 : 작품 속에서 그 뜻이 극대화되면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것이 시를 이해하는데 난해함과 애매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본래의 뜻(A)외에 부차적 의미(A') 와 제2, 제3의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예) A+B+C=DEF
반어란 '말하여 진 것(what is said)'과 '뜻하는 것(what is meant)'의 상충이 빚어내는 시적 긴장을 말하는 것으로 시인의 생각이나 주장과는 정반대로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즉 표현된 것과 의도가 상반된 것을 말하는 것으로 표면에 나타난 의미와 원래의 의미가 정반대가 되도록 표현하는 것이 반어(反語)다. 이 표현은 독자들에게 재치와 해학과 풍자의 효과를 줄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네 노인이 어린 아이를 보고 "아유 그 놈 참 얄밉게 생겼구나!"하는 말은 어린 아이가 정말 얄밉다는 뜻이 아니라 '참 예쁘게 생겼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김소월 '먼 후일'중에서
김소월 '진달래꽃'중에서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아이러니는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극적 아이러니(Dramatic irony,Structural irony) : 말한 것과 뜻하는 것의 상충과 긴장이 화자(話者)의 말과 작가가 의미하는 것 사이에 도는 화자가 한 말과 독자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 사이에 일어나는 아이러니
상황의 아이러니(Irony of situation) : 독자가 예상한 것과 실제 일의 상태나 사건이 모순, 상충을 일으키는 것
말의 아이러니(Verbal irony) : 화자가 말 속에서 아이러니의 상태를 일으키는 것
실존적 아이러니-키에르케고르(Existential irony) : 인간의 본성적인 충동과 욕구 충족적인 향락 자체에 윤리적인 것이 간접적으로 스며 있는 경우
우주적 아이러니(Cosmic irony) : 인간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순진 무구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가 현실에 의하여 좌절되는 것
낭만적 아이러니-실레겔(Romantic irony) : 인간은 현실과 이상,육신과 영혼, 무한과 유한, 유한아와 절대아, 자연과 정신, 감성과 이성의 갈등과 대립 상태에 있다. 이것의 변증법적 지양의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낭만적 아이러니이며, 무한과 영원에의 동경은 순간자요 유한자요 신간적 존재인 인간의 본성에 속한다. 그러나 절대와 영원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한계 의식을 낭만적 아이러니는 내포한다. 안될 줄을 알면서도 고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시지프스의 헛수고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미와는 반대되는 표현을 한다는 점에서는 반어와 상통한다. 그러나 현실과 모순되는 듯하나 전혀 모순이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담고 있는 관념이나, 이미지 또는 태도 등을 말한다. 즉 표면적으로는 모순된 것처럼 보이나 그 이면에는 진리를 포함하고 있는 표현을 역설(逆說)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설적 표현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 때문에 도리어 사실적인 느낌마저 갖게 하는데 일반적인 표현보다는 감동의 깊이가 훨씬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감탄을 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강렬한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다.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해는 지는 빛이 곱습니다.
노래는 목멘 가락이 묘합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굴이 더욱 어여쁩니다.
한용운 '쾌락'중에서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얏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중에서
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면 벌써 사랑이 아닙니다.
한용운 '사랑의 존재'중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자라고,
추억과 욕정(欲情)이 뒤섞이고,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우쳐지고,
겨울이 차라리 따뜻했거니
대지(大地)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T.S 엘리어트 '황무지'중에서
서로 모순되는 의미,상반하는 가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파라독스는 아이러니와 동일하지만,엄밀한 관점에서 이 양자는 물론 구별된다. 즉 전자는 언어 진술 그 자체에 모순이 있으나, 후자는 진술된 언어 그 자체에는 모순이 존재치 않으며 다만, 진술된 언어와 그것에 의해서 지시된 대상 혹은 숨겨진 의미 사이에 모순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죽는 자가 사는 것이다. 지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그는 지독히도 영리한 아이다(실은 바보 아이를 가리키면서). 상처는 샘보다는 깊지 않았다.
㉠의 진술들은 진술된 언어 자체에 모순된 두 개의 명제(죽음과 삶,승리와 패배)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파라독스에 속하나 ㉡의 진술들은 언어 표현 그 자체로서는 그 어떤 모순이나 논리의 당착도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그 언어 진술이 지시한 대상과 관련지을 때 정반대의 의미를 발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바보 아이와 영리한 아이) 전혀 불가능한 엉뚱한 사항이 비교되었다는 사실(상처와 샘)을 알게 된다. 파라독스는 논리학에서 말하는 소위 비모순의 법칙(law of non-contradiction)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지만, 아이러니는 언어에 내포된 명제들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언어와 대상 사이에 놓인 모순의 문제에 관계한다.
이러한 엄밀한 관점에서 파라독스는 아이러니와 구별되면서도 이 양자는 그것이 언어 진술 그 자체로서건 지시하는 대상과의 관계로서건 간에 서로 상반하는 의미를 내포한다는 동일성 때문에 관습적으로 혼용되어 왔다. 그리하여 많은 의미에서 파라독스는 아이러니의 하위 개념으로, 혹은 아이러니의 한 특성으로 간주되기도 했던 것이다. 아이러니가 수사학적(修辭學的) 개념인 '말의 아이러니'라는 범주를 벗어나 플롯, 성격, 근본적인 문학관에까지 확산된데 비해 파라독스는 비록 낭만주의 문인들이 이를 아이러니와 혼동했던 탓에 문학관, 자연관을 지칭하는 말로 일시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 진술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적어도 극이나 픽션에서 비평 용어로 사용된 적은 없다).
20세기에 클리언스 브룩스와 같은 비평가가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파라독스는 이렇게 단지 언어 진술에 한정되어 쓰여졌던 것이다.(말의 아이러니와 파라독스는 앞에서 살핀 바이며,극적인 아이러니와 파라독스의 변별은 파라독스가 아직껏 언어 진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까닭으로 혼동될 수 없으며, 낭만적 아이러니와 파라독스의 관계는 낭만주의자들이 아이러니와 파라독스를 동일시해서 빚어진 혼용에 지나지 않았다.)
심상(心象)이란 언어를 통하여 감각적으로 어떤 대상에 대한 인상을 마음 속에 재현해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우리의 미의식(美意識)을 자극하여 추상적 감각을 구체적인 감각으로 관념의 육화(肉化)를 시키며, 아울러 시의 배경을 묘사하는 데 적절하다. 또한 정서를 유발하며,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데 그 효용성이 있다.
상상력은 눈 앞에 있는 사물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의 세계, 가공의 세계를 지향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심상은 실제로는 눈앞에 존재하지 않지만 마치 거기 있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고 마음의 귀로 들을 수 있으며 후각, 촉각으로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사물의 감각적 형상'이라 할 수 있다. 시를 읽으면 어떤 정경이 환히 보이는 듯한데 이것이 곧 심상(心象)이다.
심상을 뜻하는 말에는 이미지(image)와 이미저리(imagery)가 있다. 이미지는 신체적 지각의 표상이 마음 속에 재생된 것이고 이미저리는 말에 의하여 마음 속에 생성된 이미지의 무리를 가리킨다. 이 둘은 자주 혼용되며 대개 이미지란 말로 뭉뚱그려 쓰이고 있다.
현대시는 본질적으로 감각에 호소하며 구체적인 심상을 통하여 형상화된다. 시인은 심상을 써서 심상 속에서 느끼며 생각한다. 사상과 느낌과 심상이 한 덩어리가 된 곳에서 좋은 시는 탄생하게 마련이다. 과거의 시가 음악성을 강조했다면 현대시는 이미지를 강조한 회화시라고 볼 수 있다.
서술적[묘사적]이미지(descriptive image)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서술과 묘사의 방법에 의해 제시된다
박목월 '윤사월'
비유적 이미지(metaphorical image)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 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 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칠 듯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직유,은유,상징 등을 통해 이미지를 제시한다.
박두진 '꽃'중에서
공감각적 이미지(synaesthetic imagery)
'가벼운 웃음과 시든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김광균 '외인촌'
한 표현 속에 둘 이상의 감각적 이미지가 섞여서 시적 효과를 보여 주는 심상.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김광균 '추일서정'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서정주 '문둥이'
절대적 이미지
이상 '오감도', 한용운 '알 수 없어요' 등
시의 심상이 어떤 관념이나 목적성을 벗어나 절대의 세계를 지향하는 이미지.이는 주술적인 효과로써 현대 문명의 관념화,논리화의 세계를 파괴하거나 교란시키는 기능이 있다.
비유(比喩)란 존재를 보다 효과적으로 밝혀내기 위한 말하기의 한 방법으로 이미 알고 있는 사물에 다른 사물의 특징을 끌어다 붙여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즉 표현하려는 어떤 대상(원관념)을 다른 대상(보조관념)에 견주어 나타내는 표현 방법으로서 전혀 유사성이 없어 보이는 두 대상 사이에서 유추 관계를 찾아낼 때 비로소 비유는 성공할 수 있다. 또한 비유는 두 사물간의 유사성(類似性)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을 위해서 다른 대상을 들어 그 대상의 성격, 형태, 의미 같은 것을 한층 더 쉽게 더 분명하게 더 재미있게 이해시키려는 표현 방식을 말한다.
이 비유를 사용할 때에는 첫째, 참신(斬新)한 비유이어야 하며, 둘째 알기 쉬운 비유이어야 하며, 셋째 온당(穩當)한 비유이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쓰던 낡은 비유를 그냥 쓴다든지 또는 모방하여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예를 들어,'세월은 유수(流水)같다'든가 '시간은 황금이다', '돈을 물쓰듯한다','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 '칠흑같은 어둠'이니 하는 비유는 비유로서 가치를 상실한 표현이다. 이를 특히 사비유(死比喩, Dead metaphor)라고 한다. 넷째 너무 과장되게 비유하거나 지저분한 것에 비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유에는 직유(simile), 은유(metaphor), 풍유(allegory), 활유(prsopopoeia), 의인(mimesis) 등이 있다.
상징(象徵)은 한 사물이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여 나타낼 때 그 사물을 상징이라 한다. 즉 구체적인 사물(보조 관념)을 통해서 막연한 추상적인 세계(원관념)을 드러내는 표현법이다. 상징은 기호(記號)와는 구별되는 데 기호는 대상과 뜻을 직접적으로 단순히 연결하는 데 비해 상징은 대상의 뜻을 매개하는 구실을 한다. 따라서 상징의 원관념은 숨고 보조 관념만 제시된다. 기호는 기호와 대상과 뜻의 단순한 삼각 관계이지만 상징은 주체와 상징과 뜻과 대상의 복합적인 사각 관계이다.
관습적 상징(conventional symbol), 제도적 상징(institutional symbol) : 일정한 세월을 두고 사회적 관습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일정한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것으로 태극기, 무궁화, 상표, 십자가 등이 이에 속한다. 이것은 같은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문학적 상징(literary symbol), 창조적 상징(creative symbol) : 이는 문학 작품 속에서 형성된 상징으로 개인적 상징으로서 시인의 독특한 의미로 변용(變容)시킨 것이다. 이것은 심상(心象)의 일종이지만 심상이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사물을 환기(喚起)하는 낱말임에 비해 상징은 사물이 가리키거나 암시하는 또 다른 뜻의 영역을 나타낸다. 이런 상징이 계속 쓰임으로써 추상적인 의미가 확정되면 이것이 곧 알레고리의 상징(allegorical symbol)이 된다. 동화,우화에 나오는 온갖 자연 상징들이 바로 알레고리의 상징이다.
원형적 상징(archetypal symbol) : 어떤 사물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상징화 한 것으로 역사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몇 개의 심상 패턴이 있다는 가정 아래서 쓰이는 상징이며 신화나 종교, 각 민족의 전설이나 의식(儀式) 속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기본 패턴을 상징화 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신화나 원형 의식은 끊임 없이 변화하는 무상한 현상계 속에서 사는 인간에게 먼 인류와의 유대감, 지속성과 인류로서의 정체감을 확인시키며 삶의 균형 감각을 유지시켜 준다.
일반적으로 서정시에서 시의 목소리의 주인공을 서정적 자아, 또는 시적 자아, 시적 화자라고 한다. 이는 시에서의 허구적(虛構的) 대리인인 동시의 시인의 소리를 대신 전달하는 '전달자(傳達者)'이기도 하다.
서정시의 시점(point of view)은 대개 1인칭 단수인 '나'의 시점이다. 이는 '나'가 겉으로 들어나 있건 숨어 있건 상관 없는 '나'이다. 따라서 서정시는 일반적으로 독백(獨白)의 형식을 띄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서정시에서 반드시 목소리의 주인공과 서정적 자아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시에 나타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탈(persona)'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시인의 제2의 자아요 극적인 화자이지 실제의 시인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화자는 시의 제재나 독자에 대한 태도 곧 일정한 어조(語調)를 취하도록 만들어진, 시인이 창조한 허구적 자아(自我)인 것이다.
시인은 서정적 자아인 탈을 설정하여 세계(世界)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표명한다. 따라서 서정적 자아인 '나'는 표면에 나타나는 현상적(現象的) 자아(自我)와 이면에 숨은 함축적(含蓄的) 자아로 구분된다.
화자인 '나'를 지향하는 표현 기능에서 나타나는 어조 : 감탄,정조 등의 양상을 띤다.
독자인 '너' 지향에서 나타나는 어조 : 명령,요청,권유,애원,질문 의심의 양상을 띤다.
탈인칭인 '그, 그녀, 그것, 텍스트(시) 지향의 어조 : 정보 전달에 적합한 소개,사고 등의 사실적이고 명시적(明示的)인 경향을 띤다.
시를 읽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속에 담겨진 어떤 말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시에서는 어조라고 한다. 이 어조(語調)는 시적 화자가 독자에 대해 갖는 어떤 태도를 말하기도 한다. 또한 시 작품 속의 화자의 주제에 대한 태도나 이따금 시적 화자 자신에 대한 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는 마치 노래에서의 목소리의 분위기나 톤(tone)을 연상해도 좋을 것이다.
어조는 시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또한 시 전체에 흐르는 정서, 기분(mood) 등과도 상관 관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