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국립공원 오대산 국립공원은 1975년에 11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면적은 326.348㎢에 달하며 주봉인 비로봉은 해발 1,563m나 된다.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 (1,434m), 두로봉 (1,422m), 상왕봉 (1,491m), 호령봉 (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으며 동쪽으로 따로 떨어져나온 노인봉 (1,338m) 아래로는 천하의 절경 소금강이 자리하고 있다. 오대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계방산 (1,577m)은 대한민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봉우리며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덕유산 국립공원의 적상산 사고지와 함께 조선왕족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가 있는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며, 백두대간의 중추로 가치가 높다.
오대산 국립공원 지도 (출처: 국립공원 홈페이지) 평창 진부면을 통해 갈 수 있는 오대산 지구에는 월정사・상원사 같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절이 있다. 월정사는 6・25 전쟁으로 인해 전소되어 예전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없지만 팔각구층석탑 (국보 제48호)을 통해 그 영화를 짐작할 수 있다. 월정사의 역사는 비록 사라지고 없지만 전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며 산사가 가지고 있는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다. 상원사는 신라의 고승 자장이 지은 절로, 불교를 신봉하던 세조가 이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갈 때 고양이가 도포자락을 잡아당긴 덕분에 자객을 발견해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상원사 또한 화마의 아픔을 피해가지는 못 했지만 국보 제36호로 지정된 상원사 동종이 남아있다.
오대산 국립공원 탐방안내도 (출처: 국립공원 홈페이지) 강릉 연곡면에 있는 소금강 지구는 1970년에 대한민국 명승 제1호로 지정된 소금강이 있는 곳이다. 옛날부터 맑은 폭포와 수려한 기암괴석, 빼어난 풍광을 자랑해 작은 금강산과 같다고 하여 소금강 (小金剛)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강릉이 고향인 율곡 이이는 <청학산기(靑鶴山記)>에서 소금강의 아름다움을 묘사했다. 소금강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노인봉-진고개-동대산을 거쳐 월정사 계곡으로 넘어갈 수 있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상징인 월정사 전나무 숲길 계방산은 태백산맥의 한 줄기로 동쪽으로 오대산을 바라보고 우뚝 서 있다. 계방산 서쪽에는 운두령 (1,089m)이 있으며, 을수골을 비롯한 계곡과 방아다리 약수와 신약수 등 약수로도 유명하다. 계방산은 각종 약초와 야생화가 자생하는 곳으로도, 주목・철쭉 등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겨울에 계방산에 오르면 덕유산 못지않은 환상적인 설경이 펼쳐진다. 운두령에서 오르면 고작 488m만 오르면 되기 때문에 등산의 난이도 또한 덕유산 못지 않게 쉬운 편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강원도가 자랑하는 백두대간 등줄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북쪽으로 설악산・점봉산, 동쪽으로 오대산・대관령, 서쪽으로 회기산・태기산이 장관을 연출한다.
오대산 단풍은 여기서, 오대산 선재길 상원사까지 가지않고 월정사에서 내리면 아름드리 전나무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나무 숲은 사시사철 푸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겨주며, 월정사로 찾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있다. 곳곳이 단풍으로 물든 오대산 숲 가운데서도 전나무는 굳은 절개를 지키고 있다.
전나무 숲을 따라 걷다보면 자장율사가 신라 선덕여왕 12년 (643)에 창건한 월정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자장율사는 중국으로 유학하여 산서성 오대산의 태화지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다. 이 때 문수보살이 부처님의 사리와 가사를 전해준 뒤, 신라에서도 오대산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주게 된다. 자장율사는 귀국하여 오대산을 찾았으며, 이 때 월정사를 창건하고 오대 (五臺) 중 중대 (中臺)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을 조성하였다.
월정사는 오대산의 다양한 신앙과 사찰들을 총괄하는 중심사찰이었다. 통일신라 말과 고려 초에는 9산 선문 중 하나인 강릉 사굴산문의 대표 사찰로 자리잡았다. 조선 시대에도 외사고가 오대산에 들어오면서 숭유억불 시기에도 오대산의 사세는 번창하게 되었다. 월정사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이었지만 한국전쟁 당시 1・4 후퇴 과정 중에 남한군이 월정사를 비롯한 오대산의 암자를 전소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고 만다. 비록 옛날의 아름다운 사찰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지만 월정사는 문수성지인 오대산을 지키고 있는 중요한 절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오대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기나긴 월정사 계곡을 지나쳐 상원사까지 가야된다. 평창군에서 운영하는 농어촌 버스는 계곡 옆으로 나 있는 차도를 따라 상원사까지 가지만 단풍철에는 꽉 막힌 길로 인해 한참이 걸리기 마련이다. 창 밖으로 펼쳐진 단풍을 만끽하려면 상원사까지 가는 것보다 월정사에 서내려 선재길을 따라 걷는 것이 좋다. 선재길은 60년대 말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도로가 나기 전에 스님과 불교신도들이 걷던 길이다. 10km의 평탄한 길로 완주하는 데 3시간 30분이 걸리며, 옛 사람들의 흔적을 통해 과거의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월정사에서 자생식물관찰원이 위치한 동피골까지는 5.4km로 2시간 10분이 걸린다. 5~6월에 방문하면 오대산의 깃대종인 노랑무늬붓꽃을 관찰할 수 있다. 동피골을 지나면 조릿대 숲길이 이어지며 차가 다니는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숲과 오대천을 따라 걸으면 선재길의 종점인 상원사가 나온다.
선재길은 어느 계절에나 방문해도 아름답지만 단풍나무가 우거져 가을철에 가장 아름답다.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는 높이도 제각각이라 바로 옆에서 단풍잎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계곡 양옆을 뒤덮은 단풍나무는 고요하게 흐르는 물과 함께 오대산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게 만든다. 오대산의 단풍은 덕유산의 설경과 함께 한국을 찾는 많은 외국인들에게도 자랑할 만한 풍경이다. 선재길을 걸을 때 느꼈던 감동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한국에는 볼 게 없다며 무작정 외국으로 떠났던 내가 반성하게 되고 깨달음을 얻게 만들어 준 장소가 바로 오대산 선재길이었다. 대한민국 가을의 아름다움을 등산하지 않고 편하게 느끼고 싶은가? 내장산 단풍터널만큼 붐비지도 않으며 자연 그대로의 단풍을 볼 수 있는 오대산 선재길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