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학驚.記.文.學 19 《안녕콜》 작가 문부일이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로 신작을 내놓았다. 《안녕콜》은 동명의 소설과 ‘노하우’ 두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제작 〈안녕콜〉의 주인공 ‘나’는 빌라의 반지하 월세방에 사는 서른여섯 살 ‘취준생’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출판사 아르바이트와 안녕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안녕콜이란 회원에 가입한 노인들에게 매일 아침마다 안부 전화를 해주고 대가를 받는 아르바이트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가족도 없이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의 안부도 확인하고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슬픈 아르바이트인 것이다. 소설은 인간관계나 상호 간의 안부를 묻는 일도 이제는 ‘도리’ 아닌 ‘돈’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노하우〉 역시 한국사회의 이면을 다루며, 기대의 지평을 허물어뜨리고 복잡한 반전으로 단편소설의 특장을 잘 살리고 있는 개성적인 작품이다. 주인공 민주는 명문대 재학생으로 과외와 맛집 아르바이트에 열심이다. 민주의 진짜 이름은 소브드. 몽골 출신 불법체류자다. 그녀가 돈 버는 데 집착하는 것은 울란바토르에 떡볶이 집을 열어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서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인지라 은행 계좌도 트지 못하고 집 안 구석구석에 뭉칫돈을 숨겨둔다. 문부일 1983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산창작기금,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고 청소년문학 ≪찢어, Jean≫, ≪우리는 고시촌에 산다≫, ≪불량과 모범 사이≫, ≪welcome, 나의 불량파출소≫, ≪굿바이 내비≫, ≪턴(turn)≫, 동화 ≪사투리 회화의 달인≫을 출간했다.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으나 역량이 부족한 탓에 몇 년에 한 번, 아주 가끔 소설을 쓴다. 소설을 잘 쓰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고민 중이다. 쓰다 보면 언젠가는 잘 쓰리라 기대하며 또 쓴다. 책 속에서 구더기가 기어 나올 것 같아 자꾸 힐끗거릴 때 문자가 왔다. 〈안녕콜 신청합니다. 전화 대신 문자로 아침마다 연락해 주십시오. 제가 답문을 삼 일 동안 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주세요. 통장으로 첫 달 치 입금하겠습니다.〉 통화보다 문자가 편해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메시지로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혹시 할인되나요? 아니면 석 달 치를 한 번에 내면 좀 깎아주시나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답을 하지 않았다. ---〈안녕콜〉 중에서 십오 년 전, 입국할 때가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엄마 말로는 여자아이한테는 입국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브로커에게 남자아이 여권을 사서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한국 출입국 기록에는 소브드라는 몽골 여자아이가 들어온 사실이 한 줄도 남아 있지 않다. 갑자기 죽어도 경찰이 먼저 나를 찾는 일은 없다. ---〈노하우〉 중에서 |
경.기.문.학驚.記.文.學 20 《빛의 미로》 작가 박규민이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로 신작을 내놓았다. 《빛의 미로》는 동명의 소설과 ‘만조’ 두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제작 〈빛의 미로〉의 주인공 민주와 ‘나’는 같은 요양원에서 일하는 말단 행정직 직원이다. 수백 명의 노인을 보호할 만큼 규모가 큰 곳이어서 직원도 많고 잡무도 만만치 않다. 하루 종일 들어야 하는 윗사람의 잔소리나 빈정거림 역시. “퇴근하고 나서도 고막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잔소리를 떨쳐내기 위해 시끄러운 록음악만 울려 퍼지는 술집에 혼자 들르던 그들은, 그곳에서 우연히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서로를 발견하고 급속히 가까워진다. 그러나 꼭 닮은 것처럼 보이던 그들을 갈라놓는 사건이 발생한다. 요양원에 있어야 할 토마스 할아버지가 한밤중에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 모른 척할 것인가, 경찰에 신고할 것인가, 자신들이 직접 요양원에 데리고 갈 것인가. 그들은 이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가 서로를 잃을 위기까지 맞는다.
〈만조〉의 주인공은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젊은 사내다. “늘 누군가와 다툼으로써” 인생의 내리막을 탔다고 생각하는 그는 폭행사건으로 고등학교를 그만둔 이래 주로 사람이 적은 곳에만 머물렀다. 그에게도 한때는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그런 만만한 ‘친구’를 잔인하게 괴롭히는 놈들도 함께 있었다. 사내의 문제는 이런 폭력적인 권력관계를 참아내지 못한다는 것. “사회는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는 그들을 위해 앞장서다가 외톨이가 되거나 직장을 잃었다.” 사회적 배경이나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개인의 정의감은 그를 오히려 삶의 막장으로 내몰 뿐이다. 그렇다면 이 사내에게 만약 돈이 있고 그럴듯한 신분이 있다면 어떨까, 그에게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수 있을까? 박규민 1993년생.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 책 속에서 민주는 저승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하나 있다고 알려주었다. 환하게 웃는 유년기의 얼굴 뒤로 짙은 안개가 깔려 있다고 했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맥주를 더 시켰다. 술집에는 사람이 많았고 종업원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마실 술도 없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민주가 지루해할 것 같아서, 사진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민주는 배시시 웃더니 집에 있다고, 그러니까 자기 집에 같이 가자고 대답했다. ---〈빛의 미로〉 중에서
청소부는 사람들이 이상할 만큼 시끄럽게 떠든다고 생각했다. 그게 자신이 변했기 때문임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작업복을 입고 돌아다닐 때면 해변에 있는 이들은 시선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의 존재를 시종일관 신경 썼다. 그가 가까이에 오면 뭐가 그렇게 불편한지 하던 말들을 멈추었고 그가 떠나갈 때까지 침묵을 이어가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엿들을 수도 있을 만큼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낯설었다. 어떤 여자가 그의 팔을 톡톡 건드렸을 때는 놀랍기까지 했다. ---〈만조〉 중에서 |
경.기.문.학驚.記.文.學 21 《장난》 작가 석연화가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로 신작을 내놓았다. 《장난》은 동명의 소설과 ‘매트리스’ 두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제작 〈장난〉의 가족은 안락한 집, 노후를 위한 저축, 물려받을 상당한 유산까지 있는 중산층이다. 부부 사이도 나쁘지 않고, 외모부터 부부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아들은 영리한 데다 반듯하기까지 하다. 공부든, 악기든, 운동이든 별 어려움 없이 평균 이상을 해낼뿐더러 인사성이 밝고 공손해 주위의 칭찬이 자자하다. 겉보기로는 아무 부족함 없는 이 가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어느 날 걸려온 아들 준수 담임선생의 전화 한 통. 누구보다 똑똑하고 예의 바르다고 믿어온 준수가 장래희망을 좀비라고 적은 적이 있을뿐더러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동영상을 보며 “지갑이나 반지 같은 귀중품만 빼내고는 가라앉도록 놔두는 게 좋지 않겠냐”는 소리를 친구들과 웃으면서 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성적도 좋고 학교생활도 성실하게 잘하고 있다는 첨언은 아이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른들의 의심을 오히려 가중시킨다. 그러나 은호와 영선 부부는 이러한 의심을 노골화하거나 진지하게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대신 즉흥극을 벌이기로 한다.
〈매트리스〉에서는, 십 년도 넘게 연락하지 않던 중학교 동창생이 어느 날 문득 전화를 걸어와 매트리스를 같이 옮겨달라고 한다. 뜬금없는 부탁인데도 전화를 받은 친구는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에게 면회 가는 대신 초여름에 양복을 입은 채 매트리스를 옮겨주러 간다. 전화를 걸어온 친구도 검은 양복을 입고 나왔다. 여름에 양복을 차려입은 두 친구가 천연 라텍스 매트리스를 함께 들고 동네를 계속 돌기만 한다. 더운데 에어컨도 없는 밥집에서 뜨거운 육개장을 먹는다. 여우비가 내리고. 매트리스는 점점 얼룩이 지고 더러워진다. 부조리극 같은 여름 한낮의 풍경이다. 게다가 두 친구는 원래 이름까지 같았다.
석연화 2017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책 속에서 은호는 초조했다. 영선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계산하지 못한 것이었다. 주도권을 빼앗긴 것 같아서, 영선이 이쯤에서 장난을 멈출까 봐 은호는 조마조마했다. 그것뿐이냐? 아빠한테 할 말 말이다. 준수의 표정이 다시 곤혹스러워졌다. 은호는 영선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준수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영선은 애써 외면했던 불안이 자신에게 다가오기 위해 몸을 트는 것만 같았다 ---〈장난〉 중에서
행인들이, 대낮에 양복 차림으로 매트리스를 들고 가는 둘을 유심히 쳐다보며 길을 비켜주었다. 수호는 새삼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매트리스를 들고 걷는 이 순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느닷없이 중기랑, 평일 대낮에 매트리스를 나르다니. 수호의 겨드랑이에 땀이 찼다. ---〈매트리스〉 중에서 |
경.기.문.학驚.記.文.學 22 《우리가 주울 수 있는 모든 것》
작가 유재영이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로 신작을 내놓았다. 《우리가 주울 수 있는 모든 것》은 동명의 소설과 ‘전형’ 두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제작 〈우리가 주울 수 있는 모든 것〉은 서술자이자 화자인 내가 대학에 특강을 나갔다 뒤풀이 장소에서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이다. ‘나’는 신도시 아파트 공사장 인근에서 우연히 9억이 들어있는 상자를 줍고, 이어진 동창 제이크와의 미국여행 도중에 마약이 든 가방을 습득하는 등 행운이 연속된다. 당연히 이들은 마약을 서둘러 헐값에 처분한다. 욕심이 과했을까. 행운을 만끽하는 도중, 행운의 여신이 표정을 바꾼다. 〈전형〉의 ‘나’는 구직자들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대행해주는 ‘왓엠아이닷컴’의 글쓰기 전담 직원이다. 나는 고객의 의뢰를 받아 그들이 보내준 자료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써주는 대필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필해 준 자기소개서 안의 자기를 “납득할 재주가 없”다는 의뢰인의 메일을 받게 된다.
유재영 1981년 서울 출생.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 소설집 《하바롭스크의 밤》이 있다.
책 속에서 (뭔가를 줍거나 잃어버린 경험과 관련한 발언권)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싱겁기 짝이 없는 맥주를 마시며 어떻게든 지난 과오를 만회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학생들이 해물파전을 찢어 먹는 막간에도 저들을 사로잡을 만한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제가…… 돈을 주운 적이 있어요.” 일순 정적이 흘렀다. “네? 선생님이요” “얼마나요” 한 9억쯤 됐나, 나는 서두를 뗀 후 학생들의 시선이 하나둘 모여드는 것을 확인하고는 느긋하게 두 번째 잔을 주문했다. 몇몇 학생들이 잔을 보탰다. ---〈우리가 주울 수 있는 모든 것〉 중에서 그때의 나로 말하자면 가는 회사마다 족족 망하는, 폐업의 아이콘이었다. 근속연수가 짧게는 한 달부터 길어야 18개월이었다. 구조조정, 정리 해고의 압박을 번번이 버텨내지 못했다. 내가 필요하지 않다면 ‘그래, 내가 나가주마’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고작 신입이므로 가능성 면에선 다른 이들보단 사정이 나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 경력을 위해, 실업 급여 수령을 위해 1년만 버티라는 말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전형〉 중에서 |
경.기.문.학驚.記.文.學 23 《1944, 테러리스트, 첼로》 작가 이숙경이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로 신작을 내놓았다. 《1944, 테러리스트, 첼로》는 동명의 소설과 ‘유다의 키스’ 두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제작 〈1944, 테러리스트, 첼로〉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소녀 같은 엄마와 그런 엄마를 한편으로는 받아들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외면하는 내가 엄마의 부탁 반 강요 반으로 독립유공자인 외조부 이재하 옹의 만년을 떠맡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서사는 외조부 이재하 옹의 일생—특히 이재하 옹이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젊은 시절 채련이란 기생과 잠깐 동안의 일탈적 사랑으로 엄마 이소리 여사가 혼외자식으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사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유다의 키스〉에서, 연극배우를 어머니로 둔 ‘나’는 이른바 88세대의 미혼녀인데, ‘혁명’이라는 남성을 두고 모녀지간에 삼각관계에 빠지는 스캔들의 한복판에 빠져있다. 내가 사랑하는 혁명은 엄마보다 무려 “열여덟 살이”나 어린 소설가다. 작품은 엄마와 혁명의 파격적인 결혼식을 씁쓸하게 지켜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심상치 않은 작품의 분위기는 결혼식을 마치고 이튿날 크로아티아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길 엄마의 돌연한 교통사고로 정점을 찍는다.
이숙경 1958년 서울 출생. 200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200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유라의 결혼식≫, ≪자폐클럽≫,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 ≪하나님의 트렁크≫ 등의 작품집을 발간했다.
책 속에서 “자서전에는 전혀 나오지 않은 말씀만 골라서 하셨어요.” “그 자서전은 내가 쓴 게 아니니까.” “그럼 누가 썼어요?” 할아버지는 그냥 조용히 미소 지었다. 역사는 사람이 변하고 사랑도 변하는 것을 잘 말하지 않지. 이제는 나도 많이 잊어버려서 얼마나 왜곡되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원래 기억이라는 것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기억하는 것이니까 그냥 내버려 두자. ---〈1944, 테러리스트, 첼로〉 중에서
리허설을 했겠지만 동선을 무시한 엄마가 의자를 무대 밖으로 밀치지는 않을까, 혹여 무대 밖으로 발을 헛디디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나둥그러지는 엄마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혁명의 북 콘서트를 망칠까 봐. 엄마는 종종 그렇게 깽판을 치곤 하니까. ---〈유다의 키스〉 중에서 |
경.기.문.학驚.記.文.學 24 《꽃을 보면 멈추자》 작가 장성욱이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로 신작을 내놓았다. 《꽃을 보면 멈추자》는 동명의 소설과 ‘이사’ 두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제작 〈꽃을 보면 멈추자〉에서는 힐링이나 채식 열풍,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명사들의 그럴싸한 이야기들이, “야구장 파울녀로 방송을 탔”다가 “어느새 유명인”이 되어 버린 구애인의 SNS 코스프레로 전락하는 모습을 희화화한다. 문제는, 야구장 사건으로 애인‘들’과 헤어진 뒤 “찌질한 쓰레기”로 이미 학교에 소문이 나버린 ‘나’ 말고는 아무도 구애인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사〉에 등장하는 경서와 민혁, 도길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형편도 관심사도, 같은 대학에 입학하게 된 내력도 전공도 각자 다르다. 이 세 친구가 한 친구의 자취방 이사를 도와주기 위해 모였다. 각자의 너무나 다른 사정은 이들의 소통을 불가능 하게 만들고, 주고받는 대화와는 다르게 전개되는 생각은 “새는 듯” 들려오는 화장실의 물소리처럼 묘한 긴장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장성욱 한국에서 태어났다. 전국 도토리 농가 연합 소속.
책 속에서 관심이 없을 때는 몰랐는데 세상에는 의외로 또 다른 자신을 찾았거나,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연예인은 아침 프로그램에 나와 또 다른 자신과 함께 몸매를 가꾸는 요가를 한다든가 마음의 안식을 준다는 책을 권하기도 했고, 노상 음란행위로 구설수에 오른 고위직 공무원은 그건 또 다른 자신이 벌인 일이라며 선처를 구하기도 했다.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자신을 찾겠다며 바닷속에 들어가 행방불명된 사례도 있었다. 요가보다는 핫요가가 아무래도 뜨거워서 더 빨리 찾아진다는 둥의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도 돌았다. 이 정도면 유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내 애인은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얘기를 전해 들은 친구는 애인이 운이 좋다고 말했다. ---〈꽃을 보면 멈추자〉 중에서
도길은 학자금 대출을 통해 학비를 마련했다. 형편상 집에서 학비를 대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머니는 이참에 천만 원을 대출하라고 했다. 그러면 집이 조금 숨통이 트인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자신의 명의로 천만 원의 빚이 생겼다. 경서의 자취방 전세금 오 분의 일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통장에 찍힌 현실감 없는 숫자를 보며 도길은 처음으로 자신이 어른이 되었음을 느꼈다. 민혁이 술병을 들었다. ---〈이사〉 중에서 |
경.기.문.학驚.記.文.學 25 《언어의 모색》 《언어의 모색》은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모색 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시인 16인의 시 모음집이다.
이 모색 행위의 면면을 살펴보면, 권민경은 희망 따위는 전혀 없는 현실을 잔혹동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찌그러질 장래’만 남은 시 〈별〉의 부제가 ‘시의 기원’이라는 점이다. 김개미의 시에 나오는 ‘이야기’들에는 말하는 자는 있으나 그것을 듣는 실제의 청자는 없다. 죽어서 말하건 살아서 말하건 그것을 듣는 자는 오직 ‘나’뿐인 독백이다. 김두안은 자신의 내부에 고이는 혼란스러운 목소리들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그것들이 외부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 것인지 숙고 중인 듯하다. 김명철은 파괴되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자연 파괴나 생태계 훼손을 바라보는 시인의 자리 혹은 태도가 독특하다. 시의 기본이라 할만한 ‘대상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이나 사상’을 가장 객관적이고 무덤덤하게 진술하는 것이 김상혁의 전략이다. 박몽구의 시가 나직하면서도 잔잔하게 다가오는 것은 소박하고 진솔한 고백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설희의 시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소재로 하지만, 그들의 삶의 애환보다는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주제로 한다. 서정화의 시는 일상의 이면에 숨어있는 비일상적인 측면을 읽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손현숙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세상에 돌아다니는 각종 말들이다. 이인은 주로 대상과 그것의 내력을 짚어가며 인간사를 결합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재훈은 ‘사제의 말’과 같은 순결한 시를 쓰고 싶었으나 생활에 쫓기면서 조급하게 말을 뱉고 채 다듬어지지 않은 시를 써온 자신을 반성한다. 이진욱의 시에는 별다른 모색도 해결책도 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삶이 잘 나타나 있다. 이향란은 자문자답 속에 시적인 출발점을 되짚고 있다. 정연희의 시는 하나의 소재에 하나의 메시지를 연결해서 평범한 소재를 시로 만들어내는 성실함이 돋보인다. 정지윤의 〈줌인〉은 대상을 포착하는 시선이 흥미로운 시이다. 홀로 있는 것은 스스로를 정화하기 위한 자발적인 의식에 가까운 것으로서, 그를 통해 천수호는 ‘선과 면으로도 어떤 윤곽으로도 그릴 수 없는 네 얼굴’에 도달하고자 한다.
권민경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등단.
김개미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5년 〈시와 반시〉에 시를, 2010년 〈창비 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앵무새 재우기》,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동시집 《어이없는 놈》, 《커다란 빵 생각》,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 그림책 《사자책》, 《나의 숲》, 《나랑 똑같은 아이》, 시그림집 《나와 친구들과 우리들의 비밀 이야기》를 냈다.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두안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달의 아가미》.
김명철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짧게, 카운터펀치》와 《바람의 기원》이 있다. 두 차례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김상혁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세계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은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민음사, 2013),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문학동네, 2016)가 있다.
박몽구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77년 월간 〈대화〉로 등단하여 《수종사 무료찻집》, 《칼국수 이어폰》, 《황학동 키드의 환생》 등의 시집을 상재하였다. 한국크리스찬문학상 대상 수상. 계간 〈시와문화〉 주간.
박설희 2003년 계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를 펴냈다. 이 중 2017년에 발간된 시집 《꽃은 바퀴다》는 세종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외 한국·미얀마 합동시집 《멀리 사라지는 등이 보인다》, 촛불 시집 《천만 촛불 바다》, 세월호 3주기 시집 《꽃으로 돌아오라》 등 다수의 공동시집과 공동산문집 《우리는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를 펴냈다.
서정화 2007년 백수 정완영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나래시조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함. 저서로는 현대시조 100인 선집 《숲 도서관》이 있고, 시집은 《나무 무덤》(천년의시작), 《유령 그물》(고요아침)이 있음. 2016년 시집 《나무 무덤》이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됨.
손현숙 서울에서 출생. 1999년 〈현대시학〉에 〈꽃터진다, 도망가자〉 외 9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너를 훔친다》(문학사상사, 2002)와 《손》(문학세계사, 2011)과 《일부의 사생활》(시인동네, 2018)이 있다.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현암사, 2005)과 《나는 사랑입니다》(넥서스, 2012)가 있다. ‘국풍’ 사진공모 수상,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수상. 2002년과 2005년 문화예술위원회 진흥기금 수혜. 2010년 서울문화재단 기금 수혜. 2015년과 2018년 경기문화재단 기금 수혜.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현재 한서대 출강.
이인 2018년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 문학 분야 선정. 2013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제29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우수상. 2010년 제10회 동서커피문학상 맥심상. 2007년 미당문학제 입선.
이재훈 1972년 강원 영월 출생. 199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명왕성 되다》, 《벌레 신화》, 저서로 《현대시와 허무의식》, 《딜레마의 시학》, 《부재의 수사학》,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가 있다.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현대시작품상, 한국서정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진욱 전남 고흥 生. 2012년 〈시산맥〉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눈물을 두고 왔다》가 있다. 2018년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 문학 분야 선정.
이향란 2002년 첫 시집 《안개詩》로 작품 활동 시작. 《슬픔의 속도》, 《한 켤레의 즐거운 상상》, 《너라는 간극》 등의 시집이 있음.
정연희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7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제20회 김유정 기억하기 공모전 수상. 제4회 생명문학상 장원. 제38회 근로문학상 운문부문 수상. 신석초, 김삿갓 전국 시낭송대회 수상. 2018년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 문학 분야 선정.
정지윤 2015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
천수호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라는 작품으로 등단을 했고, 민음사에서 《아주 붉은 현기증》을, 문학동네에서 《우울은 허밍》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지금은 명지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를 읽고 있으며, 횡성 예버덩문학의집 운영위원과,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기획위원이기도 하다.
차례 권민경•9 장래희망・별・단지・보름 |
◆ 참여방법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간단히 적어주세요^^
◆ 모집 기간 : 10월 9일 ~10월 18일
◆ 모집 인원 : 7명 (7종 모두를 받으시고 출판사에서 지정한 두 종의 서평만 올리시면 되겠습니다)
◆ 당첨자 발표일 : 10월 19 일
◆ 서평 작성 마감일: 책수령 후 2주 이내 (→책수령, 서평완료 댓글로 확인)
★ 신청자격★
◆ 정회원만 신청 가능합니다. (준회원인 경우 먼저 등업 신청을 받으세요-정회원 등업신청 방)
◆ 내용 스크랩 하기, 신청이유 적기 / 일반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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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정보에 빈 칸을 모두 채워주세요. 특히, 서평단은 블로그 공개여부를 확인합니다.
(스크랩 내용 확인합니다.)
◆ 책수령 후 2주안에 자신의 블로그와 독서클럽(필수 2곳), 인터넷 서점(YES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등) 중 2곳을 선택해서 총 4곳에 서평을 남겨 주셔야 합니다
◆ 서평이 밀려있는분은 서둘러 밀린 서평을 올려주세요
첫댓글 [스크랩 완료] http://blog.daum.net/y49157150/66
경기문학시리즈의 서평단을 3년째 하고 있는데.. 항상 좋은 작품을 읽는 재미가 있네요.. 이번에도 믿고 신청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0.09 14:22
[스크랩] http://blog.daum.net/shizhe888/103
경기문학을 통하여 책읽는 재미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상상 이상의 더 넓고 더 깊은 곳으로 생각과 간접 경험의 범위를 확장하는 즐거움도 맛보고 싶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0.10 09:53
[딤아가기]http://blog.daum.net/bongjongk/213 한국의 현대문학의 주류를 이끌고 있는 작가들을 경기문학시리즈를 통해서 접하고 싶습니다. 한국 현대 작가의 다양한 개척정신과 실험가 정신을 엿보고 싶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0.12 11:40
[스크랩완료] http://blog.daum.net/lgsnyy/408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 또 있을까요? 경기문학 시리즈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0.14 22:33
[스크랩완료]http://blog.daum.net/jhrhim/11912594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의 역작을 만나게 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찹니다. 인문학이 무시당하는 시기이지만 문학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죠. 기대되는 작품들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0.19 01:43
http://blog.daum.net/kkandol2/58676
경기문학을 저번에 이어서 보고 있습니다.
궁금하네요...지역문학의 특별함을 느껴 보고 싶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0.21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