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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과정
전 주인께서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보살핀 집은 분명하나 세월 앞에 장사 없더군요. 분양 후 약 30년간 한 번도 고친 적이 없던 집으로 노후가 심각했기에 셀프 공사는 포기하고 같은 단지 같은 평수 공사 경험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하였습니다. 낡은 집은 무엇보다 수리와 보수 등에 대한 체크가 우선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어디부터 어디까지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조언대로 내려앉은 천장을 뜯어내고 집 전체 천장 목공사를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시스템 에어컨도 깨끗하게 삽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천장이 10cm 정도 올라가면서 집이 넓어 보이는 효과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알루미늄 새시를 모두 교체하였고, 부실한 새시 때문에 더욱 악화된 곰팡이를 제거하였습니다. 그리고 구형 난방기를 교체하고, 누수의 가능성을 염두하여 낡은 배관 등을 손보았습니다. 또 공간의 확장을 계획하면서 난방과 단열 공사를 진행했네요.
와~ 오래된 집 인테리어 공사는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거의 새 집을 짓는 일이란 걸 실감했네요. 10년 살 집에 대한 공간 분할과 디자인 계획은 즐거운 고민거리였습니다. 도면을 50장 정도 인쇄한 것 같아요. 평수가 좁지 않은 편이라 어떤 공간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이 그려졌습니다. 선택이 쉽지 않았지만 처음 계획했던 뼈대를 돌이켜보면서 추려나갔습니다.
먼저 아이들이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성별도 다르며 부부의 취미도 달라서 각자 또는 함께 하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눠보고자 했습니다. 크게 중문을 기준으로 부부의 공간과 가족 공간으로 나뉩니다. 가족 공간은 거실과 주방 그리고 아이들의 공간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부부의 공간은 침실과 드레스룸으로, 아이들의 공간 역시 침실과 공부방으로 나누었습니다.
각자의 방을 혼자 소유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방마다 각각의 기능은 있어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가족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도면 및 가구 배치도
확장과 구조 변경을 통하여 공간을 살리고 라인을 정리하여 훨씬 시원시원하고 쓸모 있는 공간이 만들어 졌습니다. 도면위에 설계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지금부터 온라인 집구경 한번 해보시겠어요? ^^
현관과 복도
Before
누군가의 집에 처음 들어설 때 마주하는 곳이 바로 현관이지요? 첫인상을 주는 곳이기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좁은 현관에 중문까지 있어서 답답하기 이를 때 없었고 시선의 끝은 불필요한 벽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After
타일 사이로 때가 끼는 게 싫어서 거대한 타일 4장으로 깔끔한 현관을 만들었습니다. 신발장이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어머? 신발들을 정리하고 나니 신발장의 1/3이 남아돕니다. 역시 정리의 시작은 비움이란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입구부터 중문까지 길게 뻗은 내추럴한 원목 바닥과 재미있는 원형 옷걸이 그리고 둥글게 처리한 벤치 모서리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재미있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평 수에 비해 작은 현관임에도 벤치는 꼭 설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벤치의 좌석을 조금 더 시원하게 뽑아주고 복도 라인의 개방감을 주기 위해 중문은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벤치와 연결된 수납장은 청소 도구함이에요. 내부에 콘센트를 설치해서 보관하는 동안에도 청소기를 충전할 수 있어요. 신축이 부러운 이유 중 하나가 펜트리, 창고 등 수납공간인데요. 최대한 수납공간을 확보하려고 갖고 있는 보관용 짐들을 일일이 계산했습니다. 여행 캐리어, 골프 백, 자전거, 킥보드, 아이들 헬멧까지 기타 등등 모두요. 정리의 첫 번째가 비움이라면 두 번째는 바로 수납이겠죠?
가장 후회 없는 선택 중 하나가 광폭 원목마루입니다. 예산의 압박으로 마지막엔 가성비를 택할까? 엄청 고민했는데... 전에 살던 집이 폴리싱 타일이었어요. 타일의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좋아해서 발을 디딜 때 느껴지는 딱딱하고 차가운 기운이 저한텐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원목 마루만큼은 사진이 실물을 절대 따라오지 못하네요. 실제로가 훨씬 이뻐요.
집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원목 느낌의 중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철제와 유리로 제작되었습니다. 공사 전 시선이 닿는 복도 끝에는 벽이 있어서 답답해 보였는데 불투명한 유리를 사용해 사생활은 보호하면서도 확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하던 개방감과 따뜻한 분위기에 제격입니다. 중문 디자인이 비슷해 보여도 우리 집에 알맞은 디자인을 찾기 위해 핀터레스, 인스타그램 등을 무수히 찾아보았습니다. 기존 상품이 아니라 제작이라 완성품이 어떨지 걱정되었는데 막상 받아보니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중문을 열면 보이는 타일 제작 세면대.
주방
우리 딸이 6살 때 그린 그림인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세라믹 상판을 길게 뽑아 조리대부터 식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용성 뿐만 아니라, 주방과 다이닝 공간의 통일 감이 공간을 한층 간결하고 넓어 보이게 만듭니다.
상부의 선반은 나무 판에 필름지를 부쳐 제작했고 위 칸은 꽃과 관련된 유리 제품, 아래 칸은 우드 용기들을 진열했어요. 요거트, 과자 등 간단하게 간식 줄 때 사용합니다.
허니콤 블라인드는 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채 안에 있는 사물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어서 편리한 아이템인 것 같아요. 상하 조절이 가능하다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주방과 이어지는 알파룸은 수다가 꽃피는 곳.
언뜻 보면 그냥 오브제인 것 같지만 시계입니다. 장인이 만든 조형물 같죠? 입주 기념해서 나를 위한 선물로 장만했습니다. 숫자가 쓰여있지 않아서 아이들은 불만인데, 볼수록 너무 기분 좋은 아이템이에요.
다이닝룸 (알파룸)Before
주방을 밖으로 빼면서 이 자리는 딱 벤치 알파룸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After
원래 조리대가 있었던 주방 공간은 벤치를 넣어 알파룸으로 변신했습니다. 제작 벤치 덕분에 알파룸의 아늑한 분위기가 더 살아난 것 같아요. 특히 벤치 하단에 휴지, 물티슈, 마스크 등 생필품 등의 수납 용량이 상당합니다. 온 가족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자 친구들 초대해서 수다 떨기에도 안성맞춤인 공간입니다. 알파룸엔 여려 명이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 제격인 것 같아요.
아이들의 스케줄이나 알림장 등을 위해 타공판을 설치했어요.
알파룸에 커피와 빵이 빠질 수 없죠~ 벤치 건너편 역시 넉넉한 수납을 위해 하부장을 마련했고 상부는 빔을 사용하기 위해 당분간 여백으로 남겨둘 예정입니다.
벽을 넘어가면 예전 세탁실이 있던 자리입니다. 지금은 펜트리로 변신했습니다. 비스포크 키친 냉장고 앞에 펜트리와 와인냉장고를 두니 자연스럽게 먹을 것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어요.
주방 베란다Before
왜 이렇게 은밀하고 구석지고 보일러도 없는 곳에서 세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세탁실은 이렇게 변신했습니다. 펜트리는 뒷베란다로 이어집니다. 뒷베란다에 간단한 개수대를 만들었어요.
거실Before
예전 몰딩과 중문이 정말 화려하지요?
After
딱 있을 것만 있는 거실입니다. 우드와 아이보리, 베이지 등의 따뜻한 색을 베이스로 두고 지루하지 않도록 포인트를 주고 싶었습니다. 짙은 네이비 시트와 하단의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오렌지색 1인 체어가 그 역할을 합니다. 오렌지가 지루해지면 다른 포인트 칼라의 소품이나 가구로 변신해 볼 예정이에요.
곳곳마다
친정 아빠가 취미로 그리신 그림들이 있어요.
우리집 포인트는 오렌지.
10년 전쯤인 것 같아요. 당시는 노트북을 사용하기보단 데스크 탑을 주로 사용했는데 본체,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스피커, 프린터 등 연결된 짐들이 상당했지요. 블루투스 연결도 아니어서 전선도 주렁주렁 얼마나 지저분했는지요. 어떻게든 이걸 감추어보겠다고 맞춘 컴퓨터 장입니다. 집 근처에 가구 공방에서 제작한 옷장이었는데 사장님께 부탁해서 내부만 컴퓨터 장으로 바꾸었답니다. 다행히 베란다 확장한 곳과 귀신같이 사이즈가 딱 맞아서 10년을 넘게 함께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재택근무도 많이 하잖아요? 이동 용이한 노트북으로 쓰더라도 이렇게 작은 공간에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착석감이 매우 편안한 의자입니다. 독특한 다리 덕분에 오브제 같은 느낌을 주는 의자입니다.
강렬한 색상 대비로 한눈에 반했던 1인 체어입니다.
여백과 개방 감을 좋아해서 베란다를 확장했어요. 미니멀은 아닌데 물건을 많이 채우면 그 공간이 금방 싫증이 나더라고요. 아이러니하지만 무엇인가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가 저를 더 설레게 하는 것 같아요. 부부 침실 앞에 앞 베란다, 공부방 뒤에 뒷베란다를 남겨두었습니다. 타일 있는 공간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디든 멋진 사진이나 그림 등을 걸 수 있게 주방부터 거실 전체에 레일을 설치했고요. 갤러리 같은 집을 꿈꿉니다.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예술 작품들을 하나씩 구입해서 집에 기록하며 기념하고 싶어요. 응원하는 예술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거실과 소통이 가능한 시원하게 밖으로 빠져나온 오픈 주방이야말로 요즘 주부들이 가장 원하는 스타일이 아닐까?생각됩니다. 그러니 중문은 무조건 철거해야죠!
침실
부부 침실입니다. 신혼 때부터 쓰던 오래된 가구인데 원목은 참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침실엔 침대와 선반 그리고 남편이 좋아하는 TV만 두었습니다.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큰 방임에도 다른 물건은 되도록 채우지 않았습니다.
부부욕실 / 파우더룸Before
After
드라마틱한 변화를 한 곳 중 하나인 부부 세면대 겸 파우더 룸 공간입니다.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보던 타일 세면대는 꼭 설치하고 싶었어요. 청소도 편하고 무엇보다 외부로 노출된 공간이라서 기존 세면대 모양을 숨기고 싶었거든요. 세면 공간이 넓어서 물이 튀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욕실의 공간이 넓진 않지만 변기, 해바라기 샤워기, 작은 욕조까지 있어야 할 건 다 있습니다. 욕조는 많이 사용하진 않지만 없으면 아쉬워요.
드레스룸과 세탁실
부부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줄 중문을 열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11자 붙박이장이 보이는 드레스룸입니다. 개방감을 좋아하는 터라 부부 침실 건너 방이었던 곳의 조적벽을 시원하게 터버렸습니다. 욕실과 침실에서 나오면 다른 문을 거치지 않고 바로 드레스룸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옷 장 내부는 남편 옷과 아내 옷, 침구류 등을 계산하여 분배, 배치하였습니다. 맞춤의 매력입니다.
드레스룸에는 몇 가지 재미있는 것들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드레스룸 안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두었답니다. 세탁, 건조를 끝내면 바로 펼쳐 개고 정리를 끝낼 수 있어서 일이 한결 수월합니다. 평상시 아파트 세탁실 위치에 항상 불만이 많았었기에 처음 리모델링을 계획할 때부터 무조건 세탁기는 동선 편한 실내에 두기로 마음먹었죠.
그리고 세탁기 맞은편, 스타일러 옆에는 비밀의 문이 있습니다. 드레스룸 쪽에서 보면 영락없는 옷장이고요, 주방 쪽에선 작은 펜트리 공간이 되었지요. 문으로 이어진 통로 덕분에 주방과 세탁실의 이동이 수월합니다.
세모 지붕 다락방이나 비밀 누크 또는 아이들만 통과할 수 있는 작은 문처럼 집에 위트 있는 공간이 있기를 바랐는데... 주방과 세탁실의 이동도 짧아지고, 숨바꼭질할 때 요긴하게 활용되는 이곳을 저희 집의 작은 재미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이 방
들어오는 입구에 큰 방을 두 개로 나누었어요. 재미있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방을 분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그려 보았아요.ㅋ 어른이 저도 상상하면서 너무 즐거웠던 거 있죠? 그러나 10년 살 집을 계획했기에 결국 가장 무난한 선택을 했습니다. 벽이 되는 공간에는 선반을 넣고 슬라이딩 도어로 개폐가 되도록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공룡과 보드게임이 선반을 가득 채웠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서서히 물건들이 바뀌어 가겠죠? 그 과정들을 사진으로 기록해야겠어요.
마지막이 최종 당첨된 모델입니다.
분양 때부터 방 2개를 하나로 터서 사용했던 곳이었습니다. 성별이 다르고 나이 차이도 크니 지금은 분리가 적절해 보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을 내다보자는 생각에 방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습니다. 확실히 오픈했을 때가 답답하지 않고 시원해 보여요.
커서 티라노가 되겠다는 둘째의 공룡 사랑의 흔적들입니다.
슐라이히 매장보다 공룡 피규어가 더 많은 것 같네요. 3~4살부터 공룡 이름을 100개쯤 외우는 것 같았어요. 전 도저히 안 외워지던데. 다행히 다른 장난감엔 관심을 두지 않아서 수집의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사줬어요. 훗날 아들이 아빠가 되면 다시 아들한테 물려주라고 하고 싶어요.
8~9년 전쯤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만난 길거리 화가의 그림입니다. 여행 일정이 한참 남았음에도 구겨지지 않게 갖고 오려고 애쓴 기억이 생생하네요.
열었다, 닫았다 재미있죠?
아이가 서재를 주로 쓰니까 정말 딱 잠만 자는 공간이네요.
기적같이 딱 맞는 서랍장을 찾았어요. 맞춤 아니에요. ㅎ
취학 전
아동 방이라 역시 알록달록합니다.
레고 정리함이 정말 레고에요. 레고 정리를 위해 다양하게 시도해봤는데 외관은 이게 제일 맘에 드네요.
누나가 물려준 책상 세트라 핑크 의자입니다. 의자 커버로 핑크를 꼭꼭 숨겼습니다. 남자라고 빨강, 핑크 조금만 들어가도 난리 납니다. 들키지 말아야 하는데...
아직은 무서운 꿈 꾸면 문 열고 누나 찾는 아이. 느낌이 다르지만, 아이들 침실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들 침실의 각도 조절 책상 있는 곳이 딸 침실에선 피아노가 놓여 있는 자리입니다. 확장된 방의 베란다 공간 역시 한쪽은 붙박이장을 설치, 다른 한쪽은 서랍을 두어 아이들의 작은 드레스룸으로 활용했어요.
공부방
공부할 때가 다가온 중학생이 주인이 된 방입니다. 요즘은 온라인 수업으로 PC방이 된 것 같아요. 친구들 초대해서 키득거리며 사춘기 즐기는 딸아이 모습도 보고 싶네요.
큰 아이 초등 입학 전에 맞춤 제작한 책상은 지금까지 유용하게 사용 중입니다. 자세가 걱정되어 맘 먹고 각도 조절 책상도 사주었는데 이것만 좋다고 하네요. 가로 2M, 세로 70cm 폭이 좁은 디자인입니다. 세로 폭을 좁혀서 공간은 절약하면서 충분한 길이 감으로 크레파스, 물감 등 맘껏 늘어뜨리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방문 선생님이 오셨을 때 나란히 앉아서 공부하기도 좋아요.
여자아이라 그럴까요? 자질구레한 문구가 많아서 책상 양쪽 하단에 무려 8개나 서랍을 제작해 넣었는데도 부족하네요. 아이가 자라면서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가구 제작을 하였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새 주인을 만나서 아쉽게 보여드릴 것이 많지 않네요. 가족이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 그때그때 필요한 가구를 제작하는 일은 저의 즐거운 취미이자 기쁨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잘 사용해 주면 말할 수 없이 뿌듯합니다.
공부방은 유리 문을 달았어요. 감시?의 목적이 아니라 방이 좁아서 답답한 느낌을 커버하고 오픈 된 공간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아이보다는 엄마가 훨씬 잘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감시가 아니라 관심(^^)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체 유리 문은 위험할 것 같아서 일반 문에 유리를 넣어 제작했습니다.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흐뭇하면서 참 안쓰러운 일입니다.
공용 욕실Before
이곳도 변화가 많았던 곳 중 하나입니다. 가장 먼저 욕실 앞에 의미 없던 작은 창고 공간을 없애고 욕실 사이즈를 키웠습니다. 언제인가 문 닫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꼬마 숙녀의 탈의실과 파우더 룸을 겸한 욕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욕조는 없애고 세면대를 확장된 공간으로 이동하니 샤워한 후 옷 갈아입고 머리를 말릴 수 있는 꽤 괜찮은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After
샤워 부스를 90도 틀어서 남은 빈 공간에 긴 장을 만들고 수납과 파우더 룸의 기능을 해결했어요. 샤워를 끝내면 바로 머리를 말리고 옷 입고 전신 거울 통해 점검을 마칠 수 있습니다. 거울 내부는 중간에 오픈 선반 만들어서 거울 보면서 편하게 드라이할 수 있게 디자인했고요. 보시다시피 욕실 용품 대부분 넉넉하게 수납 중입니다. 여자아이들은 머리 장식 액세서리도 많아서 왼쪽에 서랍도 필수로 넣었습니다.
구경 잘 하셨나요? 짧게는 공사 기간 7~8주, 길게는 몇 달을 우리 집 인테리어만 생각하면서 어느 한 부분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집 공사를 진행하면서 한번도 힘들거나 지루했던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리모델링 공사라는 것이 살면서 자주 겪을 수 있는 경험은 아니기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했고 열정을 다해 즐겁게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시공 후기
사진 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참고하시면 좋겠다~ 생각되는 내용 말씀드리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다른 인테리어는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꼭 광폭 원목 마루 시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낡은 집 보수부터 해결하다 보니 예산의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꼭 필요한 소비인지 아닌지? 수십 번 되물었어요.
남편과 여러 마루 공장과 매장 투어를 했고 결국 시공을 선택했습니다. 브랜드, 색깔, 결의 방향, 옹이, 거친 정도 하나하나까지 살펴보면서 결정을 했습니다. 조명, 벽지, 가구처럼 살면서 가능한 공사가 있고 살면서는 절대 실행할 수 없는 공사가 있습니다. 마루 공사는 그런 것 중 하나입니다. 불가능은 아니어도 입주 전이 아니면 힘들다 하는 것들을 먼저 챙기시기 바랍니다.
어렵게 결정을 했음에도 원목이 정말 비슷하고 시공된 현장이 아닌 샘플 보고 진행하는 거라 또 불안한 거예요. 게다가 옹이 있는 빈티지한 마루가 워낙 유행이라 막판까지 고민이었는데, 옹이 없는 것을 고른 것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깔끔하고 깨끗해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옹이는 자연스럽지만 옹이 모양, 색상 등에 따라 자칫 지저분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더라고요. 완성 후에 곱게 깔린 마루가 얼마나 이쁘고 좋았던지. 처음엔 마루를 모시고 살았습니다.ㅋ 지금은 맘 편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무뎌졌어요. 또 적당한? 흠집도 원목의 매력이라며...
일반인들은 재료의 특성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쉽지 않아요. 일단 눈에 보이는 가성비도 훌륭하고 디자인도 예쁜 주방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갈등이 있었는데 디자인의 추천을 받은 세라믹 상판 역시 대만족입니다. 고급스럽고 예쁜 건 둘째고 너무너무 편합니다. 모든 오염으로부터 자유롭고 냄비 받침, 심지어 도마도 필요 없는 만능 상판입니다.
그리고 공사 현장은 매일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희 부부는 공사 기간 동안 근처 오피스텔에 살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공사 현장에 출석했습니다. 다만 낮에 공사 중에 찾아가는 건 서로에게 부담이고 실례일 것 같아서 저녁 이후 손전등 들고 공사 현장을 체크했습니다. 이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매의 눈으로 작은 허점도 찾아내겠다는 각오였습니다. 하자 발생하면 제일 큰 피해는 우리 가족이니까요. 미덥지 못한 공사 부분, 궁금한 것들 세세하게 사진 찍어 다음날 보고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가능하지 않은 것은 그에 따른 이유를 들었습니다. 고된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 재워놓고 밤산책하며 부부사이 대화도 많아지고 곧 입주할 멋진 집을 상상하면서 하루를 마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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