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진해 웅산의 '천자봉(해발465m)에 서다.
나이에 비해 다소 무리한 산행이라 마음은 흐뭇했지만,
사흘째인 오늘까지도 후유증세가 남아 있다.
그러나 올해의 산행이 이렇게 힘이 드는데
내년에는 어찌 도전할 수 있겠는가 ?
어쩌면 오늘 천자봉 산행이
내 생의 마지막 천자봉 산행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니
힘은 들어도 잘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해발 456m인 천자봉은 주 천자 전설이 있는 산,
주 나라 천자가 어찌 진해 웅산 자락과 인연이 있는지 알쏭달쏭.
그래서 전설이 아닌가 .
천자봉에서 10여분 북쪽으로 가면 우뚝 솟은 봉우리가 있다. '수리봉'이다.
그 아찔한 수리봉에 올라갔던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는 윤, 김 두 친구 생각이 난다.
거기서 다시 20여분 가면 '바람재' 자은동에서 웅산 시루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천자봉에서 시루봉과 불모산과 안민고개로 가는 등산로가 만나는
바람재에는 사각정이 세워져 있어서 아픈 다리를 쉬게 하고
가쁜 숨을 돌리는 곳이다.
바람재에서 깔딱고개를 올라가는 나무 계단을 오르면
바로 눈 앞에 '시루봉'(해발 654 m)이 보인다.
웅산 산마루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
'떡시루'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시루봉은 진해를 상징하는유서깊은 산 봉우리이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 곳이라 하며,
귀신잡는 해병대의 혼이 담긴 고지이다.
산마루 바로 아래에 하얗게 페인트칠을 한 돌들로 '해병혼'이라
만들어 놓은 큰 글자는 시내에서도 다 보인다.
포항에 있는 해병대 훈련병들이나 진해에 있는 해군훈련병들이
수료 직전에 행군하여 찾는 '해병대 성지'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은 높이 10여m 나 되는 시루바위에
더러 올라간다.
그러나 나같은 노인이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안전시설이 없는 바위를 타고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10여년 전 시루봉 등반 때에 지금은 고인이 된 김 교장의
간곡한 권고에, 용기를 내어 그분의 도움을 받아 바위를 타고 올라간 적이
있다. 내 일생 일대의 거사?였던 셈이다.
(2010년 12월 31일 시루봉에서)
시루봉에서 조금 내려가면 '아홉내골'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다.
아홉내골은 웅산에서 발우너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원시림에 가까운 비경이 있는 명소이지만
진해시내에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해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웅천에서 가면 평평한 등산로가 있고 거리도 가까워서
지금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루봉에서 20분 정도 가면 '망운봉' 이다
얼른 보면 망운봉이 웅산의 정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망운봉이 정상은 아니다.
망운봉을 지나 좀 더 나아가면 해발 702m인 웅산 정상이다.
전에는 정상석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다.
웅산 정상 부근에서 직진하면 해발 801m인 창원 불모산이다.
방송국 송신기지가 있는 이 산은 남쪽 해안지방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그 불모산 아래에 유서 깊은 고찰 '성주사'가 있다.
(불모산)
웅산 정상에서 좌회전하여 계속 내려가면 '안민고개'이고,
다시 30여분 올라가면 장복산에서 가장 높은 해발 602m인 '덕주봉'이다.
경호동 뒷산인 덕주봉에는 '덕주봉 이인(異人)'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2010년12월 31일 덕주봉)
덕주봉에서 20여분 더 서쪽으로 진행하면 해발 582m인 장복산 주봉을
만난다. 진해에서 유일하게 태극기가 휘날리는 진해의 진산이다.
장복산 주봉에서는 진해와 마산과 창원이 한 눈에 바라보이고,
잔잔한 진해 바다와 해군 기지와 진해탑과 멀리 해양공원의
쏠라타워와 거제도도 보 볼 수 있다.
거기서 계속 직진하면 창원 웅남동이고,
좌회전하여 내려오면 '마진터널'이다.
(2010년 12월 31일 장복산 주봉)
마진터널에서 덕주봉 ㅡ 안민고개 ㅡ웅산정상 ㅡ 시루봉
ㅡ 바람재ㅡ수리봉 ㅡ 천자봉 ㅡ 대발령까지 종주를 꼭 한 번 해 보았다.
5시간 정도 걸린다.
이제는 옛 이야기처럼 오래전 일이다.
마음으로는 종주는 못해도 장복산, 덕주봉, 시루봉을
차례 차례 등반하고 싶다.
그래서 천자봉에서 이런 상념에 젖어본다.
(아마도 등반하다가 죽을 각오라도 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과거를 회상하시는 모습이 많이 늙으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동호인들이 함께하고 85세의 나이 또래에
장복산에서 가장 높은 해발 602m인 '덕주봉'까지 지금도
올라갈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13년 전 일이라니 세월의 무게를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