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공기업 지상주의로는 국제자유도시 공염불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제주경제신문|승인 2019.09.11 18:42
종전 제주도는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 즉 국제자유도시로 나가기 위해서 주민의 지방분권을 크게 훼손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했다.
그럼에도 역대 도정들의 리더십은 특별자치도의 존재이유를 무시해 왔을 뿐만 아니라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 굳이 그럴싸한 성과라면, 시대상황이나 시대정신을 벗어나 ‘중국 유커 상대의 관광위락시설 확장을 위한 토건개발’ 그 자체를 국제자유도시 지향의 근거라고 우겨대 왔다. 그것에 올인(all-in)해 왔다.
종전으로 돌아가자는 탁견(卓見)에 대하여는 일언지하에 묵살하기 일쑤였다. 누구도 국제자유도시, 즉 국제화·세계화를 지향하는 시장주의·자본주의 질서를 확실하게 다지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면서 말이다.
역내 자본축적을 위한 시장주의 질서, 내국인 또는 특히 도민자본에 의한 민간기업 맹아(萌芽)를 육성하여 도민주도의 제주개발을 주도하자는 우격다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외국자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투자 그 자체를 제주개발의 징표이자 국제자유도시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우겨대기만 했다.
현재 제주역내 외국 자본에 의한 기업 외에 그럴듯한 기업의 상당수가 국가 또는 지방공기업 이라는 사실은 이를 방증(傍證)하고도 남는다. 역대 도정은 20여 년 동안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한다면서 위세를 부렸으나 도민자본에 의한 반듯한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민간(도민)의 고유 참여영역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직 자기 휘하의 시장주의에 역행하고 사적 경제 질서에 반하는 공기업 성치를 강행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역대 도정 누구도 보편적 경제상식을 가진 자의 관점에서 도민자본 육성을 위한 특례적인 경제정책을 성안하여 제시하려는 진정한 도민중심 시장주의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로부터 특허 받은 자가 경영하는 공공복리를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그 조직의 인적 요소는 공무원이고, 물적 요소는 공물(公物)이며 회계·경리 등에 있어 민간기업과 다른 특색을 가진다. 경제상으로는 독점권 등이 인정된다. 특히 공기업은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 받기 때문에 누적적자, 비효율, 도덕적 해이 등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다. 그래서 경영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제주자치도내 자본주의 경제질서는 공기업 천국이 되어 가고 있다. 기업가 정신을 이해하는 도정이라면 진작부터 공기업의 상당수를 민영화해 도민자본을 육성해 나갔어야 했다. 도민자본 육성에 일익을 담당할 소위 ‘제주형 기업집단’을 육성하는 전략을 제시했으면 했다. 그렇지만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제주자치도가 오히려 ‘행정의 고유영역’으로서 행정이 응당 책임져야 하는 ‘쓰레기·오폐수처리영역’까지 공기업으로 전환하여 면피하고 감독자가 되겠다는 기상천외한 아집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민간위탁 또는 디지털 자동화시스템 구축을 통해서도 능히 대체가능한 직역들까지 공기업 영역으로 전환하려는 기이한 발상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으나 공기업 지상주의자 도정의 합리적이지 못한 정치적 의지에 따라 탄생한 공기업이 도민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그것이다. 제주 관광공사의 올 상반기 면세점 매출실적이 공개되면서다. 설립 이래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나 세계정세의 급변 등으로 관광산업 불황의 지속가능성이 확연(確然)해지는 상황에서 회생을 위한 공적 자금을 투여했으나 그 전도 또한 예측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올 제주관광공사 상반기 면세점 매출은 현저한 하향추세다. ICC제주내의 지정면세점 매출은 173억여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감소했고, 신화월드 경내 시내면세점 매출 또한 111억여만원으로 전년 대비 18.1% 급락했다. 예상 영업이익의 경우 지정면세점은 상반기 기준 2018년 16억여만원에서 2019년에는11억여만원에 불과했다. 시내면세점 또한 2018년 상반기 14억여만원에서 2019년에는 10억여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제주관광공사는 경기침체와 소비위축 등을 들어 매출 감소이유라고 우격다짐이다. 여기에다 롯데/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들이 달리 공격적인 경영 탓도 더 붙였다. 도민사회는 이런 궁색한 변명에 대하여 냉소적이다. 특히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민간기업영역에 철저한 준비와 전략 없이 4류 공기업이 뛰어든 그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판이다.
관광공사 설립 당시 내·외부 전문가들은 관광협회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굳이 동일·유사 시스템을 가진 제주관광공사를 설치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업무의 중복 등 문제를 들어 간곡한 만류가 있었다. 그럼에도 도정은 중앙정치권 출신으로써 위세 부리듯 그 설립을 밀어붙였다. 그런 연후 중국 유커 관광의 반짝 특수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도민사회의 이런 저런 논란을 무릅쓰고 면세점 사업에 뛰어드는 강수를 뒀다.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제주관광공사의 면세점 사업에의 진입은 무리수였을 뿐만 아니라 태생부터 실패를 스스로 자초했다고 비판하고 싶다.
첫째, 국내외정세나 외국관광시장의 요동치는 상황을 무시한 채 도정의 강권에 따라 ‘정글의 법칙’이 적용될 법한 ‘고유한 민간기업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면세점 시장에의 진입이 화를 재촉했다.
특히 갓 태어난 영세하고 시스템적이지 않은 지방공기업이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한다 하여 제주에 모여든 국내 굴지의 영업력과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애당초부터 게임이 안 되는 것이었다.
둘째, 당시 도정은 제주도라는 텃세만 믿고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내 시장주의질서에서 지방공기업의 한계 등을 감안하지 못했다. 깊은 고민을 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지방선거 당선에 혁혁하게 기여한 소위 ‘지역선거공신들’의 자리보전 문제를 우선 해소하는 차원에서 지방공사의 설립결정을 밀어붙인 것이 아닌가 한다. 당시 지역사회의 이런 루머(rumor)는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 햇병아리 지방공사 고위직 등은 루머속의 그런 인사들이 대다수였다.
셋째로 신설 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 구성원들의 상당수가 관련 전문성이나 시장상황 또는 경쟁 대기업의 영업 노하우 등을 철저하게 숙지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 정글에서 사냥하기 위한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로 일방 투하되었다. 낙하산 고위직 등의 무리한 의사결정에 따라 속전속결로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는 야전(野戰)에 투입되기 십상(十常)이었을 것이다.
생각컨대 제주국제자유도시, 즉 국제화와 세계화를 기치로 하는 제주 자본주의 질서 하에서 제주관광공사를 비롯하여 제주역내 공기업들의 경쟁력은 여러 경제적 관점에서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그 타개책도 크게 드러나 있지 않다. 그렇다고 제주자치도가 굳건하게 산업영역을 다양하게 육성하여 그 추동력을 강화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오직 관광과 농업뿐이다.
그 결과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역사가 20여년에 이르렀지만, 국제자유도시로의 정상화는 요원함 그 자체다. 개인적으론 도민여러분께 “차라리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도민의 안위와 행복 그리고 그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자치권을 강화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싶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20여년 만에 성공을 거뒀고, 중국 등소평의 개혁개방은 1978년부터 2000년 즈음에 확실한 기반을 다져 현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일취월장한 전례를 떠올려보면 귀소본눙(歸巢本能)에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든 제주가 진정으로 국제자유도시를 꾸준히 지향하여 도민창출을 극대화하기를 학수고대 한다면 시장주의적인 관점에서 도민자본의 육성책을 전략적으로 제시해야 맞다. 뚱딴지같은 생각 같지만, “고유 행정영역에 속하는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공기업 전부 민영화시켜 지금부터 도민자본을 육성시켜 나가기 위한 대변혁을 검토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도민여러분에게 묻고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