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6. 수
영은이 부부
11시 20분쯤 역에 도착하여 연락하니 막 닿았단다. 영은이는 군대 친구다. 우정을 나눈 지 40년이 넘었다. 이 먼 곳을 찾아오는 친구부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얼음골로 갔다. 오랜만에 오는 셈인데 그 동안 많이 변했다. 관광지가 되었다. 시원한 계곡에다 자리를 펴고 앉아 시간을 보냈다. 냇물에 발을 담그니 오래 있지 못하겠다. 어찌나 발이 차갑던지 아려온다. 1시간을 넘게 앉아 있다가 얼음 어는 곳도 구경하고, 내려왔다.
우리 학교 잔디구장을 일단 구경하고는 저녁을 진늪 근처 할매메기탕집에 가서 먹었는데 맛이 있다고 감탄한다.
그리고 밤에는 솔숲을 거닐며 밀양의 밤을 즐겼다.
8. 7 목
친구가 좋다
아침에는 영은이와 삼문동 강변을 한 바퀴 돌았다. 둘이서 도니까 지겹지 않고, 대번에 돌게 된다. 지내고 보니 영은이는 참 좋은 친구다. 이야기를 해도 대화가 거북하지 않고, 재미있다. 늘 배려해 줄줄도 안다. 영은이 만한 친구가 또 어디 있을까?
아침을 먹고는 밀양초등학교 잔디밭에 배드민턴 치러 갔다. 친구와 같이 치고, 또 부부끼리도 치며 한때를 보냈다. 밀양 윤선생님이 강당에서 아이들 지도하고 가다가 인사한다.
처음에는 삼천포로 해서 남해에 들려 여수까지 동행하려 했으나 아무래도 내일 팔우회 친구들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무리할 것 같아서 그리고 김창동 원고도 손 봐줘야 하고 해서 마산까지만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아내의 제안으로 노무현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는데 때마침 노무현이 직접 나와 연설을 한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처음에는 안 가려했는데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산으로 가서 대우 백화점 근처 횟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헤어졌다. 자꾸 차표까지 끊어주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친구가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 참 좋은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8. 15 금
세 친구가 만나
산청에 이종영이를 찾아가기로 계획했다. 아내가 제안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 속에 계획이 있었다. 그래서 정석에게 전화하여 확답을 받았기에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밀양에서 8시 출발하여 마산에 9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자꾸 늦어지고, 마산어시장부터 들린다는 말에 기다렸더니 반 시간 넘게 시간을 어긴다. 약이 바싹 오른다. 친할수록 약속을 잘 지켜야하는데 이게 뭔가?
10시 가까이 되어서야 정석부부를 태우고 마산을 벗어났다. 의논한 결과 점심을 가다가 먹고 가기로 하고, 경호강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메기메운탕을 먹었다. 그리고 2시쯤 집을 찾아드니 부부가 있다가 반긴다. 참 교대 다닐 때 둘도 없는 친구들이다. 이렇게 셋이서 부부와 같이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학창시절의 이야기, 교직에 들어와서의 이야기 종영의 걸걸한 대화술에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다가 5시 넘어 일어섰다. 비도 오고 하니 자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내일 근무일이 마음에 걸리고, 민박하는 집에 그냥 일어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오다가 함안에 들어와 국도로 오다가 마산 가까이 국수집에 들려 저녁을 먹고 집에 온 시각은 8시가 넘었다. 참 뜻 있는 하루였다. 늘 마음속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살았는데 얼굴을 보니 마음이 풀린다.
8. 21 목
여행 출발
오전 내내 준비하여 점심 먹고 2시 조금 넘어 3시 9분 열차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밀양역에서 반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마산 역에 닿아 다시 택시를 타고 육호광장에 내리니 먼저 온 정석이가 반긴다.
4시 반쯤 출발하여 중간에 일행을 싣고 김해공항에 닿았다. 허문, 최송금부부, 김인규,천말녀부부 이효용, 권영옥 부부, 김상조, 이순덕 부부는 구면이고, 새로 안병석, 손병희 부부 처음이고 윤정석, 정연수 부부는 오랜 지기다.
2년만에 만나는 사람들, 특히 권영옥여사가 더욱 반갑다. 이 분은 똑 내가 사랑했던 제자를 만난 기분이다. 늘 내가 좋아 내 곁을 뱅글뱅글 돌던 제자 중의 한 사람.
아무튼 비행기는 7시50분에 출발했다. 홍콩비행기다. 3시간여 만에 홍콩에 도착했다. 난생 처음으로 맞이하는 홍콩은 벌써 어둠에 잠기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이곳 안내원이 또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해준다. 태풍이 내일 홍콩을 덮친다는 것이다.
방 배정을 끝낸 시각은 11시가 넘었지만 모여서 이국의 정취를 달랬다.
8. 22 금
홍콩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비가 오고 있다. 잔잔하게 오고 있어 태풍이 지나갔는가 여겼더니 가이드가 전하는 말이 최고의 급 8호가 내려져 가게 문은 다 닫고, 거리를 지나다닐 수가 없단다.
할 일 없이 아침을 먹고, 다시 방에 올라가 잠을 청하는데 10시 40분이 되니까 내려오란다. 세계에서 두 번째 긴 옥외 계단을 구경하고, 재래시장을 둘러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고는 바람 부는 부두에 나가 저쪽 건너 건물을 바라보며 사진 찍는 것이 고작이었다. 갈 데가 마땅찮아 쇼핑하러 금은방에 들렀는데 2시간이 소비하란다. 할 일 없어 현관에 쪼그리고 앉은 일행들이 볼만하다. 그리고 찻집에 들러 또 몇 분은 보이차를 사고.
그래서 아까운 하루가 지나갔다.
8. 23 토
싱가포르로 다시 말레이시아로
Cathay Pacific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날았다. 시계가 없으니 갑갑하다. 작은 가방과 시계를 준비하는 것을 잊어 메모장도 호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없어 그것도 불편했다. 싱가포르에 닿으니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달고 왔다는 우스개에 이 비는 스콜성 비라 30분쯤 내리다 개인다고 하더니 계속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로 건너서 이슬람사원을 둘러볼 때까지도 질척질척 내렸다. 싱가포르와 조호바루는 다리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수속은 간단하지만 국경을 넘나든다는 의미에서 까다롭게 느껴졌다. 토요일이라 말레이시아로 가는 차량들로 북적거렸다. 우리 기사가 머리를 써서 사잇길로 가 빨리 갈 수 있었다. 가이드는 현지인인데 눈망울이 툭 튀어나와 말하는 솜씨가 코믹하였다. 그렇지만 영 서툴다. 원주민의 춤을 보고 내려와 이곳에서 여장을 풀다.
호텔에서 텔레비전을 켜니까 마침 한국과 쿠바 야구 결승경기를 보여 주었다. 이 나라는 야구에 관심이 없다더니 결승이라 보여주는 모양이다. 외국에서 보는 우리 나라 선수들의 모습은 남다르다. 3:2에서 쿠바 9회말 마지막 공격이다. 이 점수를 이대로 유지하면 우리가 이긴다. 그런데 1사에서 한 선수가 안타를 치고 1루로 나갔다. 다시 포볼로 한 선수를 내보내고, 다시 또 한 선수를 포볼로 보내니 만루가 된다. 그 위기를 투수가 바뀌어 병살타를 유도해 우리가 이겨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다. 멋진 한판이다.
8. 24 일
싱가포르에서 다시 인도네시아로
아침을 그곳에서 먹고, 다시 싱가포르로 나와 주룽새공원을 찾았다. 새들의 연기를 보며 새들도 저렇게 훈련시키니 되구나 하는 느낌이 새롭다. 그리고 식물원도 구경했는데 이곳에서도 비는 구질구질 끊임없이 내렸다. 우산을 쓰고 돌아보는데 열대지방이라 하늘높이 치솟은 나무들이 볼만했다.
점심을 몽골식으로 먹고는 다시 인도네시아 반탐 섬으로 가기 위해 여객선을 탔는데 잘 나가다가 중간에서 시동이 꺼진다. 40분쯤 걸린다고 하더니 1시간이 훌쩍 넘어 상륙하니까 현지 가이드는 씩씩한 젊은이로 한마디로 시끄럽다. 인사말이 말레이시아와 같아 아빠까빠 이고 고맙다라는 말은 트리마카시 최고다 말은 이부자리카르르라고 해서 두고 두고 회자되었다.
저녁을 한식으로 먹고, 불교 중국인 절을 둘러보았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 절하고는 형식이 다르다. 관운장을 모신 방도 있다.
반탐섬은 생각보다 꽤 너르다.
8. 25 월
싱가포르 시내구경
아침을 호텔에서 먹고는 오는 길에 원주민 마을에 들러 공연을 보았다. 다시 싱가포르로 나왔다. 점심을 먹고는 탑에 오르는 기구에 올라 싱가포르를 한눈에 보았다. 절경이다.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고 센토사섬에 갔다. 거기서 다시 역사관처럼 꾸민 박물관과 수족관을 구경하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특별 스케줄로 인력거자전거를 타고 온 시내를 관광하며 돌았는데 이 인력거꾼들이 신이 나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손을 흔든다. 국위선양이 이런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차량들 사이로 시내를 도니까 위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유람선을 타고 강을 돌아오는 코스도 있었다. 밤에 강변을 구경하는 것이 더욱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