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관한 시모음 41)
12월이 1월의 깍지를 끼다 /김관호
늘 그러하듯 또 한해가 간다
화들짝 지는 숲이 아픔이다
미련에 떠난 꿈이 고통이다
되려 담담한 네가 눈물이다
외려 나약한 내가 진통이다
늘 그랬듯이 또 한해가 온다
12월의 겨울 밤 /세영 박광호
매운바람 눈보라치며
갈대밭 휘젓지만
보름달도 무심한 듯
슬어질 즈음
한 해가 또 가는데
심야에 잠든 세상
삭막하고 외롭구나
금년보다 내년은 어떨까
아픈 흔적 애써 지우며
신년을 바라보는 마음은
엄동에 봄을 그리는
나목의 꿈과 같도다
생과 사
단절 없는 세월의 흐름속에
한 해의 획을 그으며
몸 움츠려 새봄으로 가는 겨울
인고를 익히는 겨울밤이
무겁게 무겁게 깊어간다
2021년 12월의 기도 /박기숙
아! 세월이 잘 간다
나는 나는 무엇을 해왔는가?
고난과 역경의 세월이
또 한해의 역사속으로
사라져 간다
악령의 코로나여!
자취없이 사라져 가라
모든 인류의 생명의 씨앗을
갉아 먹는 너 코로나여!
어서 사라져라.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시여!
우주 만물을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존귀와 영광의
주님이시여!
2022년의 새해에는
백두산의 검은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서
붉은 태양처럼 빛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찬란한 빛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한
축복의 나라가 되게 하옵소서!
아멘
12월, 시카고의 0시 /은파 오애숙
바람이 스쳐간다
하늬바람인 줄 알았더니
뼛속까지 스며 칼바람 되어
폐부를 찌르고 있다
곱게 쌓였던 형상들
회오리바람으로 변신되어
속까지 뒤집어 놓고서
휘파람 불고 있으나
새깜까만 밤하늘
태곳적 잔별들 반짝여
전두엽 속에 갇힌 언어를
끄집어내고 있어
누적된 시간들
퇴적물로 전락됐던 게
가슴앓이로 발효되었는지
움 터 순 돋아난다
마파람, 제세상이라
우쭐해도 돌아갈 곳 있어
심연의 벌과 나비의 춤사위
새봄 부르고 있구려
12월은 사랑의 달 /송정숙
12월은 사랑스럽고 고마운 달
이웃을 바라보게 되고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어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흰머리 소복해도
산타를 기다려지고 달콤한
케이크 선물도 두근거리며 기다린다
12월은 백색 향기로 아름다운 달
그 어느 달도
흉내 낼 수 없는 날갯짓으로
세상을 하얗게 품어 안으면
힘들고 외로운 사람도
고요하고 평화로움으로
사랑을 만드는 다정한 마지막,달
12월의 삶 /김정남
무엇이 되고자
무엇을 하고자
참 많은 시간을 찢고
도려내며 살아 왔습니다
오십하고도 반을 더 접어
바삐 걸어왔던 세월들
뒤돌아 보니
모두 다 제 손 안에 쥐인
욕심이란 허울뿐
더 갖은 것이 없습니다
계산되지 않는
허무라는 숫자의 양을
계속 세고 있는 것뿐입니다
아직도 이뿐이련가!!
내 욕심 다 내려놓지 못하고
건강이라는 숫자를
늘리는 중임에 분명합니다
이젠,
제 인생의 어느 한 모퉁이
모든 것이 끝나는 날
그저 수선화처럼 살다가
수명 다하여 떨어지는 날
바람 따라가서 고이 잠들고 싶습니다
12월의 찬가 /남원자
지난날 나의 삶이
힘이 들고 지쳐있을 때
아버지는 나의 등 뒤에서
등불이 되어 주셨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지금까지 인도해 주시고
함께 해 주신 덕분에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부족한 나의 인생길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셨고 인도해 주셨다
배움이 부족한 나의 삶들이
아버지의 보살핌으로
유니버스티 관문을 통과하여
빛나는 면류관을 쓸 수 있다
12월 /심경숙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달력의 마지막 한 장처럼
또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출발과 종착의 경계
레일 같은 인생길 굴레 속에서
후회도 미련도 없다
중년이란 인생의 3등 칸에서
12월의 하얀 서리꽃 되어
어디쯤 간이역을 지나고 있을까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할까
종착의 경계에서 또 다른 내일로 가는,
1월로 가는 희망의 출발선에 탑승 할 수 있을까?
올해도 12월은 나를 싣고
물음표 같은 간이역을 덜컹덜컹 지나간다.
12월 /백무산
늦가을 남은 잎새마저 가져가느라고
바람엔 가시가 돋았습니다
길섶 마른 풀들은 손을 흔들고
들은 저 낮게 흐르는 가을강을 따라
한 생의 시간들을 흘려 보내며 여위어갑니다
그들이 외로워 보여 손을 내밀어보지만
내 존재의 경계는 자꾸 허물어져
시간의 상처만 손바닥에 바스락거립니다
나에게도 그만큼의 시간이 빠져나가
내 몸에서도 자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잡았던 손이 풀리고 그곳엔 허공이 채워집니다
그럴수록 나는 안간힘을 다해 그대를 떠올립니다
자꾸 그대 따뜻한 이름을 불러봅니다
뜨거웠던 날들은
몸이 미치는 곳까지가 나 자신이더니
11월엔
사랑이 미치는 곳까지가 나 자신입니다
12월 달력 /남원자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희로애락 되짚어본다
기나긴 여정을 끝내고
잠시 쉬어 가는 달력 한 장
소가 사라지고 호랑이가
주인 되는 해가 다가온다
나이만큼 달리는 세월아
이제 쉬엄쉬엄 쉬면서
뒤도 돌아보고 생각 좀 하고
또 천천히 달려가 보자
호랑이처럼 용맹스럽게
힘차게 희망을 꿈꾸는 12월
달력 앞에서 새해를 다짐해본다.
12월의 기도 /정심 김덕성
12월에는
아픔과 슬픔 지난 일들을
낙엽 속에 묻어 떠나보내고
성숙해 진 성품으로
겸손하고 부드러운 삶으로
올해를 마무리하게 하시고
보람과 아름다움으로
따뜻한 가슴에 사랑의 꽃이 피어
소망의 싹이 돋아나
사랑의 온기가 넘치게 하시고
사랑의 촛불를 밝히며
불신에서 서로 믿고 사는 세상에서
저마다 따스한 손길을 베풀어
고운 언어로 정을 나누며
올 한해살이가
부족해도 후회하지 않고
기쁨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비틈 없는 새해맞이 준비로
오는 2023년을 희망으로
새해를 열어 주소서
12월 단상斷想 /未松 오보영
보내는 마음도
떠나는 마음도
허전하긴
마찬가지 일게다
단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언젠가는
틀림없이
더 좋은 만남을
기약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음으로-
그리고 또
머지않아 곧
새로운 만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소망이 있음으로-
무언지 모르게
좀 비어져오는 듯한
아쉬운 마음을
다독여 봄이라
12월의 기도 /오애숙
12월이 아름다운 건 날 돌아보며
이웃을 돌아 볼 수 있어 감사해요
12월엔 특별한 마음 내게 주시어
이웃을 향하여 돌아보게 하시어서
음지에 있는 자들 향해 기도하오니
희망의 꽃 활~짝 필 용기 주옵소서
한해가 다 가버린다 슬퍼하지 말고
다시 떠오를 태양만 보게 하여주사
한해 동안 여러시행착오에 대한 것
그 어리석음 파악해 깨닫게 하소서
온 세상 사람들 하얀 눈송이 무희들
춤사위로 덮어 수정빛 된다 여기나
인류 위해 오신 아기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흰눈보다 더 깨끗해지기에
12월엔 내맘 아기 예수님 사랑으로
흰눈 보다 더 깨끗한 마음 주옵소서
12월을 위한 시 /홍수희
12월은 내가 아닌 너를 생각하는 달
1년 열한 달을 나를 위해 살았다면
12월은 내 기쁨이 아닌 네 기쁨을 생각하는 달
1년 열한 달을 나를 위해 살았다면
12월은 내 아픔이 아닌 네 아픔을 생각하는 달
1년 열한 달을 나를 위해 살았다면
12월은 내 행복이 아닌 네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달
1년 열한 달을 나를 위해 살았다면
그리하여 하늬바람 불고 매운바람 불고 고추바람 불고
서릿바람 불고 눈꽃 바람이 부네
그리하여 바람 부는 거리엔 캐럴 울리네
그리하여 너와 나 따스한 온기 모이고 모여
다시 새로운 희망을 예감하는 달!
12월의 기도 /藝香도지현
한 해의 꿈이
달랑 달력 한 장에 남았다
하루, 하루 미룬 것이
달력 한 장 속에 들어있는데
지나친 게으름으로
미루고 미루었던 해야 했던 일
자성하고 성찰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려주소서
만약 입으로 지은 죄가 있다면
그것이 독이 되어
누구의 가슴에 가시가 되었다면
그것이 부메랑으로 와서
내 가슴에 박히게 하소서
다음 해 달력에는
한 장, 한 장에 아름다운 꿈을 엮어
소중하게 걸어두게 해 주소서
찻잔 속의 12월 /박동수
지나간 계절의 사연들
낙엽과 함께 떨쳐 보내고
따듯한 찻잔 속에 비친 그리움들을
한 낮에 녹아 내리는 눈처럼
가슴을 녹여주는
사랑으로만 기억하자
밤사이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햇살이 비치는 창가
떠오르는 찻잔의 뽀얀 김처럼
조용히 날려 보내고
가슴 아픈
사랑은 기억 하지 말자
지나친 계절의 사연 다 보내고
시린 손끝에 남은 12월
따스한 찻잔 들고
쌓이는 눈송이 바라보며
하얀 꿈으로 간직할
따뜻한 사랑 만을 기억하자
12월 31일 /김명수
올해 오늘 밤은
비가 온다 밤 열한시
춥지 않은 겨울
작년에는 아마도 날이 몹시 추웠다
재작년? 재작년 이 밤에도
너를 홀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