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동양인 부부 중 남편되는 분과 영어로 이어지는 대화를 하던 중,
(이 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 분이 영어로 유창하게 잘 하는 중국인 인줄 알았습니다.)
이 분이 제게 영어로 "다른 나라 언어를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실례지만 어느 나라인지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국어이고, 저는 한국인입니다. 혹시 중국인이시냐?"고 물었지요.
이 분이 대답하시길, "저도 한국인입니다." 라고 하시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왜? 지금까지 굳이 영어로 내게 말한 것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내색하지 않고, 조심스레 한국어로 새롭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비슷한 연배라고 생각되어 자연스럽게 "혹시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나요?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부터 미국에서 살았었나요?"하고 물어 보았답니다.
그랬더니, 1988년에 미국으로 유학왔었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 YS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어린 첫째 딸아이를 데리고 이곳 미국으로 유학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27살 나이에 유학을 와서 대학원을 졸업한 후, 자신의 진로를 대학 교수가 아니라 연방 정부 공무원의 길을 선택하여 살아왔다고 하더군요. 미국 연방 정부 경제전문가 (Economist at US Fedral government) 이자 재정전문가로 미국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왔고... 아내 또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이 팔십, 구십이 되어도 계속 일할 수 있다면 계속 일을 할거라고도 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두 사람은 먼저...
각자 자신들이 미국으로 이민와서 살아온 얘기를 하게 되었고,
각자의 자녀들이 어떻게 성장해 왔으며, 대학을 졸업한 후 어떤 진로를 선택하여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하게 되었고 특히, 자녀들의 진로와 관련하여 부모로서 갖고 있는 서로의 생각을 꽤 심도깊은 생각들을 서로 교환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서 미국에서 각자가 은퇴 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습니다.
자녀들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게 되다 보니 우리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교육 방식이나 자녀들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은 많이 비슷했지만
그 분이 살아온 삶과 제가 살아온 삶의 방식 가운데 크게 다른 한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녀에게 한국어를 교육시키는 면이었습니다. 한국인의 정체성과 한국인의 정서 그리고 뿌리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올 때 큰 아들은 11살, 둘째인 딸 아이는 6살 이었는데 반하여,
그 분은 3살된 큰 딸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왔고, 둘째인 아들은 미국와서 몇 년 후에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은 자신의 자녀들이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여 지금껏 자녀들에게 한국어는 전혀 가르치지도, 배우게 하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 뿐 아니라 자신과 아내도 집에서나 직장에서 영어로만 대화하며 살아왔다고 말하더군요.
(충분히 그럴 것이라 생각이 들만큼 두 사람의 부부간의 영어로 나눴던 의사소통은 너무도 자연스러웠습니다.)
한국에 자신과 아내 모두 가족과 친척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고, 다른 가족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이 지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본인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오히려 공무로 한국으로 일주일간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곳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불편하여 그 뒤로는 본인이 일하는 부서에서 한국으로 공무 출장을 갈 사람이 필요할 때 마다 요청받았지만, 그럴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항상 기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녀들은 말할 것도 없이 (부모 모두가) 한국인 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아니라 오롯이 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꺼리낌없이 자신있게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분이 저와 대화를 하다가 "우리처럼" 이라는 표현을 몇 차례 하셨는데,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부분 만은 저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 단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이 자랐던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살았던 제 큰 조카가 대학생 때 방학 중에 비행기를 타고 오다 겪은 생생한 체험담을 들은 이후, 느낀 바가 많아 (나중에 이 조카와 관련된 경험담은 따로 말씀드릴게요.)
저와 제 아내는 제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잊지 않도록 가르쳐 왔습니다. 특히, 한국인의 뿌리와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가르쳐 왔습니다.
저와 제 아내는 우리가 미국에 이민온 후, 아이들이 영어가 더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집에서는 반드시 한국어를 사용하여 대화하게 하고, 주말마다 한국어로 일기를 쓰게 하고, 가족이 함께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을 다닐 때 마다 한글 끝말잇기 게임과 한국 속담, 한국식 유머 등을 사용하며 아이들이 한국어에 계속 노출되도록 도왔습니다. 다행히도 한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녔던 아들은 큰 무리없이 잘 따랐으나, 작은 딸 아이는 계속 끊임없이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려 했고, 일주일에 단 한번 가는 한글 학교에 가는 것 조차 무척 힘들어 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지금
두 아이들은 둘 다 모두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하며, 말하기, 읽기, 쓰기를 어려움없이 잘 하고 있습니다. 부모인 저희를 만나 이중언어에 대해 대화할 때 마다 저희에게 감사를 표하며, 자신들에게 기울여준 저희의 쉽지 않았던 노력에 대해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거리로 간직하고 있다고 말해 저희를 감동시켜 주곤 합니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이 부부와 이 분들의 자녀들은 한국인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이곳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는 비슷한 연배인 이 분과 대화하면서 같은 한국인이라도 '살아가는 방식이 나와는 많이 다른 한국인'을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첫댓글 만약 그분이 동남아에서 살아도 그런 생각을 가졌을까 궁금합니다.
글쎄요? 그 분이 만약 동남아에서 사셨다면 어떠했을지 짐작을 할 수는 없겠습니다마는... 아마도 그 분은 동남아로 가서 사실 생각을 안하셨을 것 같습니다.
본인 선택이지요.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기회를 좀 더 가질 수 있는 거고 그 기회가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으면 안 가르치는 거죠. 근데 저도 그양반이 동남아나 중국에 살았어도 그랬을까 의문입니다
그 분과 그 분의 아내는 이곳 미국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 패턴으로 살아오신 것 같고, 스스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아이들도 코리언이 아니라 오롯이 어메리컨으로 살아가도록 교육시켰고, 그 결정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사시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비슷한 연배 같은 나라지만
생각이 다르네요
그분들도 미국 사회에서 살아 남으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니까
한가지를 포기한것 일수도 있네요
비행기에서 만난 한국 부부는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하시나봐요, 80년대 오신 1세대 이민자들이 자녀들에게 영어만 하라고 가르쳐서 아이들 커서 한국말을 잊어서 부모 자식간 언어 장벽으로 대화단절이 있는데 이분들은 영어로 소통을 하니까 다행이네요.
한국어를 하면 자국의 대한 자부심과 이해를 하고 사랑하는것 같아요,
제 여동생은 중2, 저는 고등학교 2학년때 미국에 왔는데 오랜 세월동안 미국에 살고 있고, 미국 직장에 다녔어도 아직도 영어 할때 한국 발음이 있어요. ㅎㅎㅎ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몇년안에 한국말을 배우는걸 볼때마다 참 대단하다고 생각 합니다,
제 두아들, 조카딸도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아이들 어렸을때 한글 학교에 45분씩 운전 하고 가서 한국말 배우게 했는데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유창하지는 않지만 한국말 다하고 글씨는 읽어도 어떨땐 이해 못할때도 있긴해요,
미국에 사는 한국 자녀들 보면 아이들 어릴땐한국어를 참 잘하는데 중학교 들어 가면서 한국어 사용할때 영어 발음이 들어가서
한국어가 서툴어 지는 경향을 많이 보고 있어요.
그런 것 같아 보였습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고, 미국에서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보니 굳이 한국어를 사용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아 보였습니다.
@영진맘 미국 내에서도 자신이 살아가는 주변 환경이 한국인이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해도 굳이 한국인들을 만날 필요를 느끼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간다면 아마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이짙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할 필요도 없는 경우라면 더욱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하여 한국인 사회와 떨어져 사는 삶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 한국어를 배우거나 사용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선택이고, 각자 자신이 선택한 고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타인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우리 부모 세대에는 싸우면 한국말로 안하고
일본말로 우리들 듣지 못하게요. ^^
언어를 구서하는 것은 독특한 경험을 허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한국에 파견나왔던 백인 부서 책임자가 제게 해 주었던 말들이 생각납니다.
이 사람은 한국어를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함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었는데,
한번은 경부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경찰에게 붙잡혀서 티켓을 끊게 생겼는데... 경찰관의 질문에 처음부터 영어로만 대답을 하니...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경찰관이 그냥 보내주더라는 영웅담을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요.
게다가 이 분이 미국에 와서 비밀스러운 대화를 해야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부인과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했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나중에 인종적 차별을 당하고 나시면 생각이 달라지실수도...
글쎄요? 이 분 정도라면 인종 차별을 하는 상대방을 오히려 더 곤란을 겪게 만들지 않을까요?
누구보다도 미국 내에서 인종 차별을 당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프로토콜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어쩌 하지 못하는 피치못할 경험을 한다면 모를까...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건 우리네 생각인 듯 합니다. 그 분의 생각과 가치관이 우리와는 다르니... 우리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개념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한국어를 쓸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영어를 쓰는 미국에 와서 살고 있으니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거라고 말입니다.
미극에 현재 현실적인것 같아 감동 받았습니다. 단, 태생은 못 바꾸지 안나요? 씨가 있는 국적은 꼭 간작하는게 도리가 아닐까 봅니다.
맞습니다. 대단한 부부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자신들 뿐아니라 자녀들도 자신들이 살아가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해 주고 있으니 대단한 분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태생은 바꾸지 못하는데... 그 태생 마저도 떠올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 또한 그 분들의 선택이니 존중해 드려야겠디요?
미국의 주류사회 오롯이 미국인으로 살아간다.
그분의 말씀이 씁쓸하게 다가오네요.
하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정체성 자신이 누구이고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가는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이런 의미에서 부모님, 할아버지할머니, 증조, 고조 이러한 묘도 의미가 있지요.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는 시간
물론 당장은 다가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어려움이 당했을 때 좋은 일을 만났을 때
이때도 뿌리가 생각나고
저는 언어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말라죽게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주류가 되면 될수록 비록 조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녀들에게 알려주고 가리치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분이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분의 후손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