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붉은 포도’, 행운을 부르는 남천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입력2022.12.10. 오전 10:16
수정2022.12.10. 오전 11:13
정충신 기자
꽃말은 전화위복…南天燭, 南天竹,聖竹 별칭도
집안 악귀 쫓고 행운 불러…사계절 아름다움 선사
■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남천
<내고향 경로당 앞마당으로 오면/저녁노을 창문으로 가득하고/잔바람에 나풀 나풀거리는 잎새들/한줄로 서서 진홍방울 달랑달랑/새색시 앞가슴에 여민 보석 같고/색 고운 녹색치마에 다홍 저고리/볼수록 포근한 온정 품어내지요/햇볕 따스한 날엔 산촌 할머니들/도란도란 계단에 한 줄로 앉아/아이들 재잘거리던 젊었던 날/이야기 하였는지도 몰라/바쁜 일상 세월도 빠르게 흘러가고/잊을 수 없는 지난날 되새게 보듬으며/꽁꽁 언 손으로 남천열매 만져보면/무거웠던 마음도 맑아지는 귀향길/무거웠던 마음도 맑아지는 귀향길>
임상섭 시인의 시 , 송상준 작곡 가곡 ‘겨울 남천’이다. 겨울 따스한 햇볕 아래 보석 같은 진홍방울이 달랑달랑 열린 정겨운 산촌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남천은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이다. 남천은 흔히 밑에서 줄기가 여러 가지로 갈라지며 1~3m 정도로 자란다. 남천은 꽃 속에 수술과 암술이 모두 있는 양성화(兩性花)다.
남천 나무의 진면목은 겨울에 있다. 초여름 하얀 꽃송이가 피어 있는 모습은 이쁘기는 하지만 너무 작아 화려한 꽃들에 가려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다. 초여름 싱그러움을 뽐내던 푸른 잎들은 한여름에 선홍색으로, 자줏빛으로 변해가더니 늦가을, 겨울 들어 흰 눈속에서도 붉은 잎과 열매가 빛을 발한다. 그뿐인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진홍빛 또는 붉은 열매는 ‘새색시 앞가슴에 여민 보석’ 같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중국이 원산지인 남천은 ‘남쪽 하늘’이라는 이름처럼 중국의 남부지방에서 자라고 열매가 불타는 촛불처럼 붉다고 남천촉(南天燭)이라 한다. 남천의 잎줄기에 마디가 있고, 꼿꼿하게 옆으로 펼쳐진 모습이 대나무를 닮았다고 남천죽(南天竹)이라고도 부른다.
남천은 예로부터 집안의 악귀를 쫓아내고 행운을 깃들게 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관상용으로 정원이나 울타리로 많이 심는다. 봄에는 연두빛 새순으로 여름에는 하얀 꽃송이로 가을에는 초록빛 잎새 사이 붉은 열매, 겨울에는 새빨간 열매와 불타오르는 잎들의 고운 단풍으로 ,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나무다.
남천은 추운 겨울에도 우리 곁에서 기쁨과 희망을 잊지 않게 해주는 식물이다. 남천의 꽃말은 ‘전화위복’. 중국을 비롯해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붉은색이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여겼다. 남천의 붉은 잎과 열매가 나쁜 기운을 쫓아내고 좋은 기운을 불러온다고 생각해 신년 행사에서 꽃꽂이도 하고 경계 목으로 심었다고 한다.
영어 이름은 성스러운 대나무(Sacred Bamboo). 음의 기운이 강한 겨울 동안 붉은 열매와 붉은 잎으로 양기를 북돋우며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행운을 불러오는 나무로 여겼다. 일본에서는 ‘귀신을 쫓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신선이 먹는 식품으로 알려져 남천의 잎을 쌀에 섞어서 밥을 지어 먹으면 백발이 검어지며 젊어지기 때문에 성죽(聖竹)으로 불리기도 한다.
생존력 또한 남천의 특징이다. 특히 남천 열매는 각종 공해에도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아 식재료에 사용하기 좋다. 남천의 열매에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어 천식이나 백일해 등에 기침약으로 사용된다. 남천에는 ‘난디닌’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난디닌은 가래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알칼로이드는 비교적 강한 독성이 있다. 이 독성을 잘 다스려 기침, 천식, 백일해, 간기능 장애 등 훌륭한 약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남천의 잎은 감기, 기침 등에 효험이 있으며, 안구 충혈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뿌리는 감기로 인한 발열이나 두통을 치료하고 폐열로 인한 해수에도 좋다. 가지를 삶은 물은 숙취, 간장질환에 좋다. 그러나 남천은 열매·줄기·잎 모두에 독이 있어 날것으로 먹으면 안되고, 달이거나 말려서 먹어야 한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