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가 자사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하는 '스타택' 휴대폰을 한국 시장에 다시 들고 나왔다. 지난 1996년 아날로그 '스타택'이 1차였고, 2004년 '스타택2004'가 2차였으며, 이번이 '스타택III'로 3차이다.
◆'스타택2004' 출시 후일담=2004년도 두 번째 스타택인 '스타택2004'가 출시될 당시에만 해도 '그럴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모토로라 휴대폰은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레이저 휴대폰이 나오기 이전이었으며, 일부 모토로라 휴대폰이 괜찮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됐다. '그럭저럭' 수준이었다. 모토로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자존심을 한껏 구기고 있었던 것이다. 모토로라를 대표할 만한 휴대폰이 없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했을 정도.
그러던 차에, 비장의 카드 '스타택'을 다시 꺼내들었다. 국내에서 유달리 스타택 마니아가 많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위험 부담도 많았다. '다시 스타택'이란 비아냥거림이 돌아올 수도 있고,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도 없었다.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모토로라=스타택' 혹은 '휴대폰 전설=스타택'이란 이 이미지마저 실추시킬 수 있었다.
한국 모토로라의 스타택 재출시를 건의받고 모토로라 본사에서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스타택 재출시를 기획했던 모토로라 직원은 본사를 설득시키기 위해 5~6차례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회자된다.
2003년부터 시작된 스타택의 재출시 기획은 그런 산고를 겪은 뒤 1년 후인 2004년 초 국내에 나왔다. 그리고 대박이었다. 모토로라측은 100만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전했다. 여담이지만 이로 인해 스타택 재출시를 기획했던 한국모토로라 직원의 연봉이 대폭 상승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여튼, 모토로라는 '스타택2004'를 출시하는 것으로 100만대 이상의 누적 판매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모토로라의 건재를 과시할 수도 있었다. 더불어 2005년 레이저가 출시될 때까지 대표적인 히트 상품으로서의 교두보 역할로 가져갈 수도 있었다.
◆왜 다시 '스타택III'인가=왜 다시 스타택인가?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답이 가능하다. 일단 확실히 팔리는 제품을 그냥 방치하기 싫다는 것이고, 두 번째가 저가형 시장을 공략하자는 의도이다.
앞서 말했지만 그동안 두 차례 발표된 스타택은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언젠가부터 국내에서 희귀종으로 치부된 '밀리엔 셀러' 모델에 스타택은 2개 기종 모두 등록됐다. '스타택=밀리언 셀러'란 등식이 성립된 셈이다. 이 정도 브랜드 모델을 모토로라가 방치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모토로라 코리아의 길현창 사장은 "경쟁사들은 한 해에 30~40기종의 휴대폰을 출시하지만 모토로라는 팔릴 수 있는 3~4기종만 선보인다"는 말로, 이번 스타택III 역시 확실한 판매를 담보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스타택2004'때보다 이번에 세 번째로 다시 스타택을 내세우는 위험 부담은 더 많다. 모토로라측 내부에서도 "또 스타택인가?"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만큼 출시를 위해 1년간 준비하면서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는 의미이다.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모토로라가 스태택III에서 던진 승부수는 '복고'였다. 기능을 최대한 슬림화시켜 가격을 낮추고, 초기 스타택 이미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재현한다는 게 모토로라가 설명하는 '복고'의 중심 고리이다.
길현창 사장은 "휴대폰의 가장 기본이지만 중요한 요소인 퀄리티에 역점을 두었다"라는 말로 모토로라가 내세운 복고의 핵을 설명했다.
◆'스타택=밀리엔 셀러' 담보 확실한가?=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길현창 사장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는 입장이지만, 의견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그 가능성 여부에서 핵심 열쇠는 역시 29만7000원이란 판매 가격에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으로서는 상당한 저가품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크레이저가 50만원을 약간 밑도는 가격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거의 15~20만원 간극이 있다. 물론 카메라도 없고 외부LCD도 없는 제품이기는 하지만 스타택이란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가격적인 매리트는 가지고 있다.
모토로라측도 "크레이저와 판매 가격적인 차이가 있어 수요층이 겹치는 일은 없을 듯하다"는 말로, 고가에는 크레이저를, 저가에는 스타택III를 들이미는 양동작전을 펼칠 것을 분명해 했다.
판매 가격만으로 밀리언 셀러에 도전한다는 것은 다소 무모해보이지만, 앞서 모토로라가 내세운 '복고'와 힘을 합친다면 그리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라는 게 모토로라 내부 의견이다. 특히 모토로라 제품은 단기간에 반짝 팔리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1년이 지나도 꾸준히 판매되는 '장거리 선수'임을 감안한다면, 100만대 판매가 그리 이루지 못할 원대한 목표만은 아닌 듯하다.
한편, 스타택III는 국내 국내 휴대폰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휴대폰 시장에 던져진 화두 중 하나는 '왜 사용하지도 않을 많은 기능을 넣어 비싸게 파는가?' 이것이다. 단순한 기능으로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휴대폰 사용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다.
모토로라는 스타택III로 이 사용자를 겨냥했다. 내부 관계자가 "외부 디스플레이 채용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저렴한 가격을 고려한다면, 되도록 판매 비용을 낮추려면 외부 디스플레이를 제외시켜야 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전언, 스태택III가 철저하게 공략시장을 정해놓고 그 구매층을 고려해 단말을 개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스타택III가 다시 밀리언 셀러 반열에 오른다면,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저가 휴대폰' 요구는 더욱 거세어질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