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헤는 밤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겨울은
재수강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성적표 속의 학점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성적표에 하나 둘 새겨지는 학점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학점이 너무도 다양한 까닭이요,
플러스,마이너스가 너무 복잡한 까닭입니다.
A 하나에 기쁨과
B 하나에 안도와
C 하나에 씁쓸함과
D 하나에 괴로움과
F 하나에 ... 어머니,어머니,
어머님, 나는 학점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언어실습 수업에 대출을 해줬던 아이들의 이름과 이국적인 이름 포트리스, 크레이지 아케이드, 스타크래프트, 벌써 폐인이 된 자취방 놈들의 이름과 가난한 동기,선배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A학점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고향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궁금해
이 복잡한 학점이 내린 성적표 위에
내 이름자를 스윽 훑어 보고
얼른 봉투 속으로 집어 넣어 버렸습니다.
그러나,계절이 지나고 나의 학점에도 족보가 먹히면
버들골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적힌 성적표 위에도
자랑처럼 A학점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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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쉬운 비교를 위해 윤동주의 오리지널 버전을 ...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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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가 더 마음에 드는지는 순전히 본인 마음 ~
벌써 시험 끝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말고사중인 대학생들은 아무쪼록 힘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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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문에서 만나요…☆
기말고사중인 대딩들에게 바치는 시
푸른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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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04 16:4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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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히히히..난 오널 11:57 을 시점으루....대학 시험과는 아듀다~~~~~~~~
왜이리 공감이 가는것인지~~;ㅅ;
씁씁함과 희망이 교차하는 군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시군요
흐음.. 기말고사 보기 싫어...ㅠ.ㅠ
오빠..뒷북이야..ㅋㅋㅋ(지난번 어떤 님생각나..잠깐 아찔했음)
아직 모르니; 웃으면서 봐야할지, 감동을 맛 봐가면 보아야할지,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