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투데이tv]'팬텀싱어3' 생방송 결승 파이널..8개월간 대장정 마무리 2020 07 03
1. 아드리아마이신과 도세탁셀,
사이클로포스포마이드에게 감사하며
내 온몸의 살아 있는 세포를 파괴해도 좋으니
적을 무찔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간절함을 알았는지
치열한 전투는 그랬네요.
뼈 마디마디가 부서질듯해서 기뻣고
된장국이 싱거운지 짠지도 모르는
잃어버린 미각에 기뻣습니다.
뿐만아니라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에 미련을 떨치고 밀어버렸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 뿐이지만 이 정도라면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닌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신영복 님의 글을 떠올리며
'미안하지 않아(무섭지 않아) 다만 고마워(살려줘서)'라고
항암을 마치고 독백처럼 읊조렸습니다.
2. 즐거운 쇼핑의 향기를 품고 있는 빼곡히 채워진 옷장 문을 연다는 거
어눌하지만 땅을 밟고, 걸어
카페의 문을 열고,
목이 메어 기어들어가는 소리지만
"라떼 한 잔 주세요"
너무나 고팠던 이런 행위들
2020년
따스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봄은 세상에 없던 목소리와 함께 왔어요.
(va tacito)
맑고 성스러운 소리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보호막이 돼주었습니다.
늦었지만, 안되겠어요.
6월의 검진을 편안하게 통과했어요.
핑크리본 20주년 콘서트 잘 봤습니다.
절망적이던 그날이 있었기에 내일이란 미래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잃었다고(따스한 마음),
그래서 텅 비었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메워지고 있어요.
상대에겐 온기가 없는데 가능할까요?라고 묻는다면
세상에 없던 목소리가 가능했던 발자취에는 흐르는 물소리도 짹짹이는 새소리도
바람 소리도 그 무엇도 가리지 않았을 거라고.
그래서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어요.
'가능했습니다'
빼곡히 채워진 옷장 안의 당신들
살랑살랑 나부끼는 바람에
사르르 녹을 듯 춤추는
시폰 원피스 당신과
꽃무늬 롱치마, 빛바랜 회색 바지, 추억 어린 청재킷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지만
오직 선택만을 기다리며 헌신한 당신들
어제와 같이
문을 열고 마주하고 만지고
함께할 수 있다면
아
이젠 기다리지 말아요.
기다리지 말아요.
배신은 아니니 분노하지 말아요.
그렇다고 슬퍼하지 말아요.
곁에 있잖아요.
침상에 누워
서러움 품은 눈빛
바로 당신들이 찾는
나예요.
-그날의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