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 2011년 01월 22일. 맑음
약속 : 지하철3호선 양재역 7번 구내. 9시30분.
산행인원 : 9명
여러 가지 이유들로 참석댓글을 달지 못했었다.
그러나 아침이 열리고 늦었지만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짐을 챙기고 나서는데
약속시간이 늦어 화물터미널로 바로 갈 생각에 바다대장님께 전화를 걸어본다.
장소가 바뀌었다며 오늘 산행대장으로 첫 출정을 하시는 서영님을 바꾸어 주셨다.
새로 건설하는 화장터 쪽으로 올라간다는 말씀에 알겠노라 답하고 양재동 AT센타 앞
버스정류장에서 무심코 마을버스를 탔다.
운전기사님 카드를 대려고하는 나에게 500원 짜리입니다. 하시는 말에 어머~어떻게...
하고는 아무 생각 없이 내려버렸다.
버스가 떠나고 나서야 카드가 들어있는 지갑 속에 지폐도 같이 들어있던 것을 생각하며
아차,,, 후회한들 이미 늦었다.
대중교통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일상화 돼버린 현 사회가 주는 비극을 맛본 셈이다.
그 버스에 일행이 탓을 것 같은 예감이 마음을 보채니 택시를 타고 뒤 쫒는다.
청계산 산행을 할 때 가끔은 날머리가 되었던 장소이건만 들머리로 가게 되니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다시 전화를 하니 옥녀봉에서 만나자는 녹산 대장님 우리보다 먼저 도착할 것이라는
말씀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
삼림욕장을 찾아 들어가니 주말농장이 나온다. 삼림욕장과는 한 불럭 거리의 주말농장을
뒤로하고 비닐하우스를 끼고 산으로 올라서니 개나리 약수터가 있는 산 능선이 이어진다.
이 길은 아는 길이라 빨리 가기만하면 된다는 생각에 걸음이 빨라지니 다른 산객들을
따돌리며 간다.
사색의 길을 걷고 있지만 내 걸음은 산행과 전쟁이라도 벌린 듯 깊은 숨을 몰아쉬며
헉헉... 얼굴이 땀으로 얼룩지며 한걸음도 쉬지 않고 걷는다.
하산코스로 택하여 몇 번 왔던 길이지만 오르는 길은 몇 곱의 힘을 요하는 길이다.
입맞춤 길이라는 예쁜 길도 있었지만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
하루 산행을 해야 할 힘을 다 쏟으며 옥녀봉에 오르니 다행히 일행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옥녀봉 아래 의자에 짐을 내려놓고 커피한잔을 타고 있는데 오늘의 산행대장
서영님이 모습을 보이시고 이어 대장님 두 분과 일행이 모두 도착을 하시는데 일행이
총9명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다.
혹독하게 추웠던 지난 주말과는 대조적으로 근래의 드물게 온화해진 날씨는 장갑을 잠깐
벗어도 괜찮을 만큼 포근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매봉을 향하는 길은 휴식하기 좋을 만큼의 아름다운 길로 이어지며
장산 오라버님의 고문님 되심을 축하드린다.
거기에 장산 고문님 왈 너무 고속 승진이라시며 겸손의 말씀을 하시지만 자격이 충분
하시다는 것은 회원 모두가 인정하는 분이라 여겨진다.
예쁜 오솔길을 다 지나니 이제부터가 청계산 산행에 진수를 보일 괴도에 오른다.
시작되는 계단은 공식적인 나무계단 숫자만 1.470계단이라고 하는데 계단이 없는
경사도 있으니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도 모여든 등산객들이 많아 지체가 되는 곳이 이곳을 오르는 계단길이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 향우회에서 등반을 왔다는 연화님을 만나 건네주는 사과 한 개를
받아먹었다. 그렇게 또 다른 일행으로 산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이제 부터는 제대로 된 눈길 산행이 되는가보다. 녹지 않은 눈길이 뿌드득 소리를
내며 밟힌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다시 연화님을 만나니 이번엔 고사떡을 한입 넣어준다.
이내 안녕하고 재촉하는 발길이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전망 좋은 매 바위에 도착을
했다. 붐비는 사람들 틈에 매 바위는 우리 차지가 오지 않아 젤로 높은 자리 차지하고
폼 한번 잡아본다.
그 옆을 장식해주는 소나무에 눈꽃이 애처롭게 보이지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을 만큼 포근한 날씨는 마음까지도 포근히 감싸주는 오늘 산길.
매 바위를 지나니 소원굴이 나온다. 청계산에오면 행사처럼 세 바퀴를 돌고 가는
소원굴 별로 비는 소원도 없으면서 버릇이 돼 버렸다.
소원굴 앞에 불전 함을 놓고 지키고 계시는 스님 한분이 계시는데 불전을 넣어보기도
했지만 여러 번 지나며 보아온 결과로는 그렇게 믿음이 가는 스님은 아닌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세 바퀴를 돌며 산행에 온 것을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이어 도착한 매봉(582미터) 그 또한 뒷자락만 붙잡고 망경대로 향한다.
망경대를 휘 돌아 넘어가니 양지 바른 곳이라 눈도 녹고 낙엽이 장판을 이룬 산방이
서영대장님이 만들어 놓은 우리 점심식사를 할 방이란다.
인원도 적으니 두 개의 방중에 좋은 방을 차지하고 남은 방은 다른 산객에게
무상으로 빌려주며 생색도 내본다. ㅎㅎㅎ...텃세가 참 무섭다는 걸 산에서도 배운다.
삐아리님 도도님이 가져온 누릉지를 끓여 대령하니 식사가 끝났지만 또 먹는다.
일행은 점심을 먹고 나서도 포근한 날씨 덕으로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진행하는 길이 헬기장을 지나 이수봉을 향하는 길은 하산을 했다가 다시 오른다.
이내 도착하는 이수봉(545미터)을 옆으로 국사봉 으로 향하는 길 역시 하산을 하다가
다시 오르는 길이 만만치가않다.
선두에 대장님도 후미에 일행도 떨어져 보이지 않는 길에 나를 시험하기라도 하듯이
가끔씩 마주치며 지나가는 산객들을 스치며 국사봉으로 오르는 눈길의 아름다움에
빠져 걷다보니 540미터 고지의 국사봉에 도착한다.
혼자 생각해도 쉽게 온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잘 해낸 것 같다.
국사봉을 찍고 하산하는 길은 정신문화원 쪽으로 내려가면 20분이면 산행이 끝나는데
시간이 너무 이르다며 이제부터 오늘 산행대장 마음대로 하겠다고 서영대장님 더 긴
코스인 운중초교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호젓한 길이 너무 아름다워 마음을 끌어
당기는 산은 이름이 서들산 이란다. 진행하던 길에 운중초교 보다 더 먼 길인 운중동
동사무소 쪽으로 또다시 방향을 바꾼다.
가도 가도 싫지 않을 만큼 편하고 예쁜 길이 이어지더니 다시 오르막길로 일행을
끌어들이며 조금의 힘을 쓰게 하는 산을 넘어가니 경부 고속도로가 가로 막는다.
쌩쌩 속도를 내는 것이 명예라도 되는 듯이 달리는 고속도로위에 차들을보며
어디로 가야하나 했는데 고속도로 아래로 작은 터널이 나있다.
고속도로 아래로 통하는 터널 길은 얼음으로 얼어있어 계단도 얼음길로 위험하다.
그래도 재미있게 통과하고 길 따라 한참을 진행하니 판교 신도시답게 새로 지어진
아파트와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지며 오늘 산행길이 마무리가 된다.
오늘도 시간으로는 6시간이 걸렸지만 여유로움 속에 진행한 산행 길이였기에
짧은 산행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었던 길이였다.
그 어느 날 보다 바람도 없이 포근했던 겨울날에 하얀 눈 밟으며 향기는 없지만
눈꽃으로 장식한 나무들과 입맞춤하고 산책하듯 걸었던 서들산의 사랑스런 길이
내 마음 가득히 안기였던 산행이 주는 행복은 누구도 모르리라.
뒤풀이로 하는 식사시간에도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발길이 즐거운 마음에 더 가볍다.
이것이 오늘 산행이주는 행복이다.
(덧붙여서)
오늘 산행대장등극 좋은 길 이끌어주신 서영님 감사합니다. 즐거움과 행복한길
동행하신 녹산대장님과 바다대장님.그리고 장산고문님.삐아리총무님.청솔님.도도님.
별초롱님.그리고 산님까지 총9명이 남긴 청계산 산행의 발자욱에 감사드립니다.
녹산대장님 통째로 가져오신 커피향은 지금도 청계산 자락에 퍼져있겠죠?
누릉지탕에 구수한 향기와 함께... 동행에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구수한 누룽지탕 냄새가 나는 듯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역시 관록이 계시니, 긴산행도 짧게 느끼시는가 봅니다.
덕분에 편안한 맘으로 읽으며 같이 산행했습니다.^^
누릉지 같이 드셨어야 하는데....생각나시면 그 자리에 가 보세요. 근데 눈이 너무 많이와 다 묻혀버렸겠네요.
혹 향기는 남아있으려나? ㅎㅎㅎ 감사합니다.모처럼 즐거운 산행 했습니다.
누님의 산행기를 보니 그날의 산행이 눈앞에 선하네요.
옥녀봉에서 누님을 뵈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항상 미소띤 누님과 산행 즐거웠습니다.
늘 아낌없는 봉사로 회원님들에 귀감이되시기에 고맙습니다. 이쁘게 봐주시니 더 고맙고 감사합니다.
글이 서정적이고 푸근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이끌어 줍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산님언니와 마주하고 앉아 있듯
아름다운 글, 잘 보고 갑니다..^.^.
따뜻한 겨울 날 이였답니다.포근함이 한곳에 한참을 머물러도 춥지않을 만큼요. 정민님 동행햇더라면 더 따뜻할것을요.
아름답게 보아주니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닙니다.제가 버스정류장을 잘 알지를 못해서 또 댓글도없이 참석을해서 벌어진 일이였지요.다행이 아는길이라
걱정은 안되었지만 옥녀봉에 제가늦을까 염려가되었지요.서영님 덕분에 서들산 이라는 행복한 길
걸었던것같아요. 산행기는 그냥 제마음을 쓸 뿐이므로 서영님의 생각 또 올리셔도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