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사회활동지원사업에서 퇴출 당한 설음에
김선태<전 문화해설팀 활동사례자>
2015년 노인일자리 사업의 이름이 어르신 사회활동지원사업이라고 바뀌었다.
2011년부터 종로시니어클럽의 문화해설사팀원으로 서울시내 궁궐을 중심으로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을 상대로 우리문화유산의 알림이로 활동을 하면서 우리 문화해설팀은 참으로 행복하고 보람찬 나날이었다.
우리 팀원의 80% 가량이 교직에서 종사하시던 분들이어서 교육전문직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회참여활동이어서 어린 학생들에게 해설을 하는 동안 교직에서 활동을 하던 때처럼 어린이학생들이 귀엽고 반갑던 나날이었고, 학생들에게도 교직에서 경험을 살려 해설을 하여 주면 모두들 잘 들어주고 감사해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찾을 수있었다.
그러나 2016년 봄을 맞으면서 문화해설팀에서 활동을 하던 30여 명 중에서 겨우 9명만이 남고 모두들 탈락이 되고 말았다. 이유는 어르신사회활동지원사업의 참여대상이 기초연금을 받는 분에 한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사실 사회활동지원사업이라면 그 목적이 [어르신들이 가만히 집안에 틀어박혀서 살다보면, 친구도 없어 외롭고, 할 일이 없어 무료한 나날을 보내게 되어 건강도 잃고 자신감이나 자존감도 잃어 삶의 활력을 잃게 되기 때문에 나와서 무엇인가 사회활동을 하면 조그만 경제적 혜택을 드릴 테니 나와서 활동을 하십시오.] 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사업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름은 어르신사회활동지원사업이라 해두고서 실제적으로는 가난한 노인들에게 적은 보수로 일하게 하는 열성페이의 일자리 사업으로 활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활동에 참여를 제한 당한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는 이 조치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러한 충격이나 피해 상황을 살펴보면
1. 이젠 사회에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자괴감이 들게 되었다.
나는 2006년 정년퇴임을 하고서 바로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환경신문 주간, 국립민속박물관 해설사,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도슨트, 5대 궁궐 해설사, 주민센터 어린이논술교실 강사 등의 활동으로 쉬지 않고 일을 해왔었다. 이렇게 작으나마 나가서 학생들을 상대로 해설을 하면서 힘들고 괴로워도 교직에 근무하던 때와 같은 열성으로 버티고, 몸이 조금 아파도 나와서 해설을 하는 동안에는 어지간한 고통까지 잊을 만큼 보람을 느껴 오다가 이것마저 못하게 된다는 것이 그만큼 충격이고 자존감, 자심감을 죽이는 결과가 되었다.
2006년 정년퇴임이후 진짜 백수가 되어서 아무데도 나가는 곳이 없는 상태를 처음 겪는 나는 정말 괴롭고 힘들었다.
2. 소속감을 잃고 상실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나도 종로시니어클럽 회원이며 학생들에게 문화해설을 하고 있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도 ‘훌륭한 일을 하신다.‘는 반응을 보이곤 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젠 나도 ’백수‘가 되었다는 상실감은 허탈하게 만들고 세상을 살맛을 앗아간 사건이었다.
3. 생활습관이 궤도를 이탈하여 나태해지고 말았다.
해설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나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서둘러서 준비를 하고 정시에 도착하려고 노력을 하는 긴장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일마저 퇴자를 맞고 나서는 일찍 서둘러서 나갈 곳도 없는데 무얼 하려고 서두르나 싶어서 나태해지고, 생활의 패턴이 궤도를 잃어버렸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집안일을 하고 준비하고 나가던 생활습관이 7시가 넘도록 늦잠이나 자고, 아점을 먹게 되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4.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긴장감을 잃어서 건강도 악화되고 있다.
위의 여러 가지 사항들에서 보듯이 규칙적인 생활습관은 사라지고, 자존감도 소속감도 사라지게 된 상태에서 건강도 망가져 가기 시작하고 있다. 나태해지니 운동도 싫어지고 움직이지 않으니 온 몸이 나른하고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소화불량,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중증가, 나태함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감 등은 노인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적으나마 사회활동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을 때에는 노인의 四苦인 경제적 문제<약간이지만>, 건강문제<활동을 하게 되어서>, 고독문제<활동팀원들과의 교류와 학생들을 만남>, 무료함의 해결<일을 하러 나가야 하므로>가 모두 상당한 정도로 해결이 되었으나, 어르신사회활동지원사업 마저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四苦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어르신들에게 힘들고 고달픈 삶의 순간들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지난 2월 11일부터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자원봉사자인 도슨트를 양성하는 강의를 받기 시작하였다 10주 교육을 받고 필기시험과 해설 실기시험까지 치러서 통과가 되어야 교육생의 1/2만을 뽑겠다는 자리이다.
이미 5년 동안이나 도슨트로 활동을 하다가 그만두었지만, 그 동안 빠졌기 때문에 연수부터 다시 시작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뽑힌 사람은 3개월 동안 선배 도슨트들의 해설을 들으면서 실습생으로 활동을 하다가, 6개월 동안 월 2회 정도의 활동을 시작하여 6개월 동안 무사히 통과가 되면 정식 도슨트로 임명을 받게 되는 길고 험난한 길이다.
하루 4시간 일을 하고서 교통비와 점심 값으로 일당 1만원을 받는 자원봉사자리이지만, 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도슨트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사회활동지원사업에서 제외되어서 1년간 겪은 자신의 건강, 고독감, 무료함을 해결하고 자존심과 자부심을 되찾고자 하는 때문이다.
어르신사회활동지원사업의 근본적인 목적이나 취지를 살려서 정말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는 국가 정책이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7.03.18.00:36‘<16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