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 서울 북한산 백운대 등산
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북한산 백운대를 가기 위해 북한산성 대서문과 보리사를 거쳐 백운대에 오르는 최단코스를 잡아 산길을 걸었다. 그런데 보리사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북한산국립공원 직원들이 등산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백운대 아래 있는 봉암봉에서 약 100t 무게의 낙석이 떨어져 등산로를 폐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멀리 돌아가는 용암문코스를 타기로 하고, 산영루, 중흥사를 거쳐 북한산성 용암문에 닿았다. 그런데 그곳 역시 국립공원 직원들이 지켜 서 있다가 등산객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산사태로 인한 위험 때문에 도선사코스를 제외하고는 백운대등산로를 무기한 폐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엊그제 새벽, 안사람이 잠에서 깨자마자 “요즘 가슴이 답답한데 오늘 백운대나 오를까?”하고 물었다. 기실 신종코로나가 창궐하기 전까지만 해도 안사람과 함께 북한산을 자주 올랐었다. 그래서 정릉에서 길을 잡아 일선사, 대성문, 남장대를 거쳐 백운대에 올랐다가 대서문으로 하산하거나, 아니면 구기동에서 대남문, 대성문, 남장대를 거쳐 백운대에 올랐다가 도선사쪽으로 하산하곤 했다. 특히 구기동 쪽에 있는 비봉이나 승가사, 그리고 평창동 쪽에 있는 형제봉이나 문수사는 코로나사태 기간 중에도 자주 올랐던 곳이다. 그래서 말 끝낼 새도 없이 가볍게 산행 채비를 하고 길을 떠났다.
북한산(北漢山)은 서울시 북부와 경기도 고양시 경계에 있으며 서울 근교에 있는 산 중에서 가장 높고 산세가 웅장하다. 그리고 고려 때부터 삼각산이라 불렸는데, 북한산 연봉 가운데 가장 높은 세 봉우리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부터 서울의 북쪽에 있다 하여 북한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북한산은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중생대 말기에 형성된 화강암이 지반의 상승과 침식작용으로 서서히 겉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출된 암반은 수억 년에 걸친 풍화작용으로 지금과 같이 험준하고 경사가 심한 산세를 이루게 되었다.
백운대(白雲臺)는 북한산의 최고봉으로 봉우리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높이가 836m에 이른다. 백운대로 올라가는 바윗길은 무척 가파르다. 그래서 북한산성의 백운봉암문에서 정상에 이를 때까지 암벽에 아슬아슬하게 설치한 쇠줄에 의지해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산봉우리에는 수백여 명의 사람이 앉아 쉴 수 있을 만큼의 널찍한 암반이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봉우리에 올라 허리 굽혀 아래를 내려다보면 옆에 우뚝한 인수봉과 만경대를 비롯, 사방이 탁 트인 조망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북한산성의 전체 모습과 함께 서울을 비롯한 인근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한산에는 조선조 숙종 때 축조한 북한산성이 있다. 산성의 총연장은 8km로 <北漢誌(북한지)>에 의하면, 성의 길이는 21리 60보며, 시설로는 14개의 성문과 동장대, 남장대, 북장대, 행궁, 군창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대서문,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등이 남아 있으며, 허물어진 성곽은 20여 년간에 걸쳐 복원했다. 그리고 신라 진흥왕순수비(眞興王巡狩碑), 원증국사탑비((圓證國師塔碑), 이궁(離宮) 옛터 등 수많은 문화 유적과 100여 개의 사찰, 암자가 산재해 있어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이 되었다. 따라서 도심 속의 공원으로 1983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아침 일찍 우이동에서 길을 잡아 도선사를 거쳐 숨을 몰아쉬며 깔닥고개를 넘어 인수봉 아래 있는 하늘재에 닿았다.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산길에서 만난 등산객이 손꼽을 정도로 몇 명 되지 않았다. 산길에는 쪽동백꽃과 때죽나무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하늘재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내쳐 백운봉암문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백운봉암문 앞에 이르니 역시 낙석으로 인해 용암문쪽으로 가는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암문을 막아버렸다. 그곳에서 백운대에 오르는 바윗길에는 사람들이 어렵잖게 오를 수 있도록 데크계단을 설치해 예전보다 훨씬 편하게 백운대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백운대 바윗길을 조심조심 걸어 오르는데 어디선가 야생유기견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 길라잡이처럼 앞서 걸었다. 혹시 사람을 공격할지 몰라 경계하는데 눈빛이 무척 선해 보였다. 한달음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상에 오르니 주위가 탁 트인 전망에 꽉 막힌 듯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졌다. 백운대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너럭바위 위를 어슬렁거리는 야생유기견 두어 마리와 바위 틈서리에 몸을 숨기고 있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어쩌다 험준한 백운대 꼭대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들 모두가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산행식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공연히 마음이 아렸다.
백운대 너럭바위에서 잠시 땀을 식히는데 비록 5월이지만 백운대에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서늘했다. 백운대 바윗길은 너무 가팔라서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가 훨씬 위험하다. 백운대에서 신발 끈을 단단히 조이고 다시 올라온 길을 되잡아 백운대탐방지원센터 쪽으로 쉬엄쉬엄 하산하는데 산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해맑다. 내가 사는 서울에 북한산이 있다는 게 좋고, 북한산에 북한산성이 있다는 게 너무 좋으며, 마음 내킬 때 오를 수 있는 백운대가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좋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뒤에도 백운대에 오른 등산객들에게 먹거리를 구걸하던 야생유기견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첫댓글 보기에 아주 너무 좋습니다...
이젠 백운대가는
버스 노선도 잊어버린것 같네요.
사람이 사는 세상인데요
백운대 정상에 우뚝서계신 보기가참좋은 한쌍에 부부가 있읍니다
사진도 참잘나왔읍니다
액자라도 걸어야 될것같습니다
백운대 모습이 확연이 들어나 있읍니다
가보신분은 알지만 그정상길이 얼마나
험하고 힘이드는 산행인지를요
잘하셨어요
이렇게 부부가 백운대에 올라 사진을 남기는것이 아마도
서울에서는 처음일지도 모릅니다
이 영성친구부부 화이팅 입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잘보았읍니다